[經]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
[論] 기사(耆闍)21)는 취(鷲)라 하고, 굴(堀)22)은 두(頭)라 한다. |
[문] 어째서 취두산(鷲頭山)이라 하는가? |
[답] 이 산의 머리가 새매를 닮았는데, 왕사성 사람들이 그 새매 같음을 보고 서로 전하기를 취두산이라 했으며, 그로 인하여 취두산이라 불렀다. |
또한 왕사성 남쪽의 시타림(屍陀林)23)에는 시체가 많은데, 온갖 새매들이 항상 와서 쪼아 먹고는 다시 산꼭대기로 모여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취두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
이 산은 다섯 산 가운데서 가장 높고 크며, 좋은 숲이 많고 물이 많아 성인이 머무를 만한 곳이다. |
[문] 기사굴산의 뜻은 이미 알았거니와 부처님은 어찌하여 왕사성에만 계셨는가? 부처님의 법은 두루 모든 것을 사랑하시되 마치 해가 만물을 비추면 광명을 받지 못하는 것이 없듯이 해야 하거늘, 구지니(漚祇尼)24) 대성과 |
21) 범어로는 gṛdhra. |
22) 범어로는 kūṭa. |
23) 범어로는 Śītavana. 한림(寒林)이라 의역하기도 한다. |
24) 범어로는 Ujjayanī. |
[113 / 805] 쪽 |
부루나발단(富樓那跋檀)25) 대성과 아람거다라(阿藍車多羅)26) 대성과 불가라바다(弗迦羅婆多)27) 대성 같은 이들 큰 성들은 사람도 많고 풍요하건만 머무르시지 않고 어찌하여 왕사성과 사바제 대성에만 주로 머무르셨는가? |
또한 바라내(波羅柰)28)와 가비라바(迦毘羅婆)29)와 첨파(瞻婆)30)와 바시다(婆翅多)31)와 구섬비(拘睒鞞)32)와 구루(鳩樓)33)등의 성에는 가끔 머무르셨는데 어찌하여 왕사성과 사바제 대성에만 주로 머무르셨는가? |
그렇다면 어째서 두 곳에만 주로 머무셨음을 아는가? 부처님의 여러 경전을 보건대 대개는 두 성에 계시면서 말씀하셨고 일부가 그 밖의 성에 계시면서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
[답] 비록 부처님의 대자비는 균등하게 두루 미치지만, 구지니 등 대성은 변두리 나라인 까닭에 머무르지 않으셨다. 또한 미리차(彌離車)34)는 어리석고 악한 사람이 많고 선근이 아직 익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니,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다. |
햇빛이 골고루 비출 때 |
꽃망울이 익어지면 즉시에 피지만 |
아직 익지 않은 꽃이라면 |
강제로 터뜨리지 아니하나니, |
부처님도 그러하셔서 |
평등한 마음으로 설법을 하시되 |
25) 범어로는 Pūrṇavardana. |
26) 범어로는 Ahicchatra. |
27) 범어로는 Pūṣkarāvatī. |
28) 범어로는 Vārāṇasī. |
29) 범어로는 Karilavastu. |
30) 범어로는 Campa. 부처님 당시의 6대 도시 가운데 하나이다. |
31) 범어로는 Śāketa. 사위성의 통로에 위치했던 도시이다. |
32) 범어로는 Kauśambi. |
33) 범어로는 Kuru. 나라 이름이다. |
34) 범어로는 Mileccha. 호종(胡種)의 이름이다. |
[114 / 805] 쪽 |
선근이 익었으면 펴 주시고 |
아직 익지 않았으면 열지 않으시네. |
그러기에 세존께서는 |
세 가지 인간 가운데 머무시니 |
지혜롭고 선근이 익었고 |
결사의 번뇌가 엷은 사람들이라네. |
또한 은혜를 알기 때문에 왕사성과 사바제 대성에 많이 머무르셨다. |
[문] 어찌하여 은혜를 알기 때문에 두 성에 많이 머무셨다고 하는가? |
[답] 교살라국(憍薩羅國)35)은 부처님께서 탄생하신 나라이기 때문이니, 부처님께서 빈바사라왕에게 답한 게송이 있다. |
좋고 묘한 국토가 |
설산 기슭에 있어 |
풍요롭고 보물도 많으니 |
그 이름은 교살라라네. |
해의 종족[日種]36)인 석씨의 아들들이 있었으니 |
나는 그들 가운데 태어나 |
늙음․병듦․죽음을 싫어하여 |
집을 떠나 도를 구했다네. |
또한 교살라의 국왕인 바사닉왕이 사바제 대성에 살았고 부처님은 법의 왕이시니 역시 이 성에 사셨던 것으로, 두 왕이 한 곳에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35) 범어로는 Kośala. 석존 재세 당시의 16대국 가운데 하나로 석가족에 인접해 있었다. |
36) 석가족의 조상인 감자왕(甘蔗王, Ikṣvāk)을 말한다. |
[115 / 805] 쪽 |
또한 교살라 나라는 부처님이 탄생하신 곳이니, 은혜를 갚기 위해 사바제에 주로 계셨다. |
[문] 은혜를 갚기 위해 사바제에 주로 살았다면, 가비라바성도 부처님이 탄생하신 곳과 가깝거늘 어찌하여 많이 계시지 않았는가? |
[답] 부처님은 모든 번뇌[結]가 다하여 남은 습기가 없으니, 친척들을 가까이하여도 특별히 여기는 생각[異狀]37)이 없다. 그러나 석씨 종족 출신의 제자들은 대체로 애욕을 여의지 못했으므로 친척들 가까이 있으면 물든 마음이 싹트게 되기 때문이다. |
[문] 어째서 사바제의 제자들은 보호하지도 않으면서 사바제에만 주로 계셨는가? |
[답] 가비라바 출신의 제자들은 많다. 부처님이 처음으로 본국에 돌아오시니, 가섭 형제 등 천 명의 비구가 본시 바라문의 법을 닦아 산중에서 고행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몹시 초췌했다. 부왕이 이를 보자 그 비구들로서는 세존을 빛낼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곧 석씨 종족의 귀한 집 자제들이나 그 밖의 사람 가운데 젊고 건강한 사람을 한 집에 하나씩 뽑아 강제로 출가를 시켰다. 그들 가운데에는 착한 마음으로 도를 즐기는 이도 있었지만, 즐기지 않는 이도 있었으니, 이러한 비구들을 본국에 돌아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38) |
하지만, 사바제 출신의 제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사바제에 주로 계셨으며 가비라바에는 많이 머물지 않으셨다. |
또한 친척을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바로 출가한 사람의 법이다. 친척들은 마음에 집착함이 불같고 뱀같다. 집에 사는 바라문도 학문을 위해서는 집에 있지 않거늘 하물며 집을 떠난 사문이겠는가. |
또한 사바제성은 큰 성이지만 가비라성은 그렇지 못하다. 사바제성에는 9억 호의 인구가 사는데 여기에 계시는 시간이 적으면 많은 사람을 제도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자주 머무셨다. |
37) 범어로는 nānātvasaṃjña. 이상(異狀)은 특별히 여기는 생각이다. |
38) 자기 의사와는 관계없이 강제로 출가한 이들 가운데 출가생활을 탐탁치 않게 여기던 이들이 고향에 돌아오면 환속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
[116 / 805] 쪽 |
또한 가비라바성은 부처님께서 탄생하신 곳이므로 사람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익히고 닦아 선근이 익어지고 지혜가 예리했다. 따라서 부처님께서는 여기에서 잠깐만 머물러 설법하시고 오래 머무실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제도하시고는 바로 떠나신 것이다. |
사바제 사람들은 처음으로 익히어 행한 이도 있고 오래 닦아 익힌 이도 있으며, 선근이 익은 이도 있고 선근이 익지 않은 이도 있으며, 지혜가 수승한 이도 있고 지혜가 둔한 이도 있으며, 갖가지 경서를 배워서 마음을 영리하게 연마하여 갖가지 삿된 소견의 그물에 걸려든 이도 있고 갖가지 스승을 섬기고 갖가지 하늘에 매이거나 갖가지 행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여기에 오래 계셨다. |
마치 종기를 치료하는 의사가 종기가 이미 곪았음을 알면 곧 터뜨려서 고름을 짜내고 약을 주고는 떠나거니와 종기가 곪지 않았으면 오래 머물면서 치료를 해 주는 것과 같다. |
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제자들의 선근이 익어지고 교화가 끝나면 다시 딴 곳으로 가시지만 제도할 제자들의 선근이 익어지지 않았으면 오래 머무신다. |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타나신 뜻은 중생들을 열반의 경계와 안온한 즐거움에 들도록 하고자 함이다. 그러므로 사바제에 주로 계셨고, 가비라바에는 많이 계시지 않으셨다. |
부처님께서는 마가다국의 니련선하39) 가까이에 있는 구루빈나(漚樓頻螺) 마을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는 법신(法身)40)을 성취하셨다. 그러므로 수도인 왕사성에 주로 계셨다. |
대지도론(大智度論) 23. 부처님의 중생교화 방식
'대지도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25. ★ 인연으로 생겨난 까닭에 무상하다. 가섭존자와 미륵불의 출세 (0) | 2018.11.18 |
---|---|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24. 부처님께서 왕사성에 많이 머무신 이유 (0) | 2018.11.18 |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22. 제사를 지내기 위해 동물을 죽이면 안된다. (0) | 2018.11.18 |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21. 14무기(十四無記), 열네가지 허황된 질문에 대답을 안하신 이유 (0) | 2018.11.04 |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20. 부처님은 모든 것을 다 아시는 일체지를 갖추셨다. (0) | 2018.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