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왕사성에 머무르신 뜻이 그렇다면 어째서 죽원(竹園)에는 많이 머무시지 않고 기사굴산에만 주로 머무셨는가? |
[답] 내가 이미 먼저 대답했듯이 성인이나 좌선하는 사람은 한적하고 고요한 곳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
[문] 이 밖에도 비바라발서(鞞婆羅跋恕)71) 등 네 산이 있거늘 어째서 많이 머무르지 않고 기사굴산에만 많이 머무르셨는가? |
[답] 기사굴산이 다섯 산 가운데서 가장 수승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수승한가? 곧 기사굴산의 정사는 성과는 가까우면서도 산에 오르기가 어렵다.
이 까닭에 잡된 사람이 오지 않고, 성이 가깝기 때문에 걸식하기에 피로하지 않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기사굴산에 주로 머무시고 다른 곳에는 머무시지 않았다. |
또한 장로 마하가섭은 기사굴산에서 3장을 결집하고, 제도할 중생을 다 제도하고는 부처님을 따라 열반에 들려 했다. |
이른 새벽에 옷을 입고 바릿대를 들고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을 한 뒤 기사굴산으로 올라와서 제자들에게 말했다. |
“내가 오늘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리라.” |
이렇게 말하고는 방으로 들어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온갖 무루의 선정으로 스스로의 몸을 적시고 있었다. |
이에 마하가섭의 제자들은 왕사성에 들어가서 귀인들에게 말했다. |
“여러분, 아십니까? 존자72) 마하가섭께서 오늘 무여열반에 드십니다.” |
귀인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근심하면서 말했다. |
“부처님께서도 이미 열반에 드셨고 마하가섭께서 불법을 보호해 유지하시다가 오늘 다시 무여열반에 드시려하시다니.” |
귀인들과 비구들이 오후 네 시[哺時] 무렵 모두 기사굴산으로 모여드니 장로 마하가섭도 포시에 선정에서 일어나 대중 가운데 들어와 앉았다. 그리고는 무상(無常)을 찬탄해 말했다. |
71) 범어로는 Vaibhāravana. |
72) 범어로는 āyuṣmat. 장자(長者)ㆍ존자(尊者)ㆍ대덕(大德)이라고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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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유위의 법은 인연으로 생겨난 까닭에 무상하고 본래 없는 채 지금 존재하며, 이미 있었던 것이 도리어 없어지므로 무상하다.
인연으로 생겨난 까닭에 무상하고, 무상한 까닭에 괴로움이며, 괴로움인 까닭에 나가 없고, 나가 없는 까닭에 지혜 있는 이는 나와 내 것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
만일 나와 내 것에 집착하면 한량없는 근심과 고뇌를 얻게 되리라. 온갖 세간에 대하여 싫어하는 생각을 내고, 욕망을 여의기를 바랄지어다.”
|
이와 같이 세계 안의 괴로움을 갖가지로 말하여 그들의 마음을 일깨우고 인도해 열반에 들게 했다. |
이 말씀을 마치고는 부처님께 받은 승가리(僧伽梨)73)를 걸쳤다. 그리고는 의발(衣鉢)을 들고 지팡이를 짚고 마치 금시조(金翅鳥)74)가 날듯이 눈앞에서 허공으로 날아올라 몸의 네 가지 위의, 즉 눕고 앉고 다니고 멈추는 일로써 한 몸에서 한량없는 몸을 나타내어 동쪽 세계에 가득하게 하거나 여러 몸이 다시 한 몸이 되게 하며, 몸 위로 불을 내면서 아래로 물을 내거나 몸 위로 물을 내면 아래로는 불을 내기도 했다. |
남쪽․서쪽․북쪽에서도 이와 같이 하였으니, 보는 이 모두가 세상을 싫어하는 마음을 내어 모두 환희하게 한 뒤에 기사굴산 꼭대기에서 의발을 갖추고는 이렇게 서원했다. |
“내 몸이 무너지지 않았다가 미륵(彌勒)75)이 성불하시거든 나의 이 골신(骨身)이 다시 나오게 되리라. 그리하여 이 인연으로써 중생을 제도하리라.” |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장 산마루의 돌 속으로 들어가니 마치 부드러운 진흙에 드는 것 같았다. |
들어가자 산은 다시 합쳐졌는데 나중에 인간의 수명이 8만 4천 세이고 키가 80척이 될 때에 미륵부처님이 나타나실 터인데, 그 부처님은 키가 160척이고, 얼굴의 길이는 24척이며 원만한 광채[圓光]가 10리에 뻗을 것이다. |
이때 중생들은 미륵부처님께서 세상에 나타나셨다는 말을 듣고 한량없는 사람들이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는데, 부처님은 대중에게 처음 설법하실 때 |
73) 범어로는 saṁghāṭi. |
74) 범어로는 garuḍa. |
75) 범어로는 Maitrey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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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억의 사람들이 아라한의 지위를 얻어 6신통(神通)이 구족하게 되며, 두 번째 대회(大會)에서는 96억의 사람들이 아라한의 지위를 얻고, 세 번째 대회에서는 93억의 사람들이 아라한의 지위를 얻게 되니, 그로부터 계속하여 무수한 사람을 제도하리라. |
그때 사람들은 오랜 뒤에 싫증을 내고 게으름을 피우게 되는데, 미륵부처님이 사람들의 이러한 모습을 보자 발가락으로 기사굴산을 튀기어 열리라. |
이때 마하가섭의 골신이 승가리를 걸치고 나오니, 그는 미륵의 발에 절하고 허공으로 올라가서 전과 같이 신통을 나타내고는 허공 가운데에서 몸을 멸해 열반에 들리라. |
이때 미륵부처님의 제자들이 괴이하게 여겨 물으리라. |
“이는 누구이기에 사람 비슷하나 작은 몸에 법의를 입고 능히 신통 변화를 보입니까?” |
미륵부처님이 말씀하시리라. |
“이는 과거 석가모니부처님의 제자이시니, 마하가섭이라 한다. 아란야(阿蘭若)76)를 행하여 욕심이 적고 만족함을 알아 두타행77)을 행하는 비구 가운데서 으뜸으로, 해탈과 더불어 6신통을 얻으신 큰 아라한이다. |
그때의 인간 수명은 백 세로서 느는 일은 적고 주는 일은 많았다. 이렇게 적은 몸으로도 능히 이러한 일을 하시거늘 그대들은 큰 몸에 영리한 근기이면서도 어찌하여 이러한 공덕을 이루지 못하는가?” |
이때 제자들은 모두가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세상 싫어하는 마음을 내리라. |
미륵부처님은 대중의 이러한 마음에 따라 갖가지 법을 말씀해 주시리니, 어떤 사람들은 각각 아라한ㆍ아나함78)․사다함79)․수다원의 지위를 얻고, |
76) 범어로는 araṇya. ‘숲’을 의미한다. ‘아란야를 행한다’고 함은 곧 숲에 머물면서 수행에 전념하는 것을 말한다. 12두타(頭陀)의 하나. |
77) 범어로는 dhūta. 의식주에 대한 탐착을 여의고 최소한의 생활수단으로 수행에 전념하는 것을 말한다. 열두 가지가 있다. |
78) 범어로는 anāgāmin. 두번 다시 욕계에 태어나지 않는 경지로, 불환(不還)이라고도 한다. |
79) 범어로는 sakṛd-āgāmin. 죽어서 천계(天界)에 태어나며, 다시 한 번 인간계에 와서 깨달음을 얻어 니르바나에 이르는 경지이다. 일래과(一來果)라고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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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벽지불의 선근을 심고, 어떤 이는 무생법인(無生法忍)80)을 얻어 아라한의 지위에서 물러나지 않게 되고, 어떤 이는 하늘이나 인간에 태어나서 갖가지 복락을 받으리라. |
이 까닭에 기사굴산은 복스럽고 길한 곳이며, 성인들이 머물기 좋아하는 곳임을 알 수 있다. 부처님은 성인들 가운데서 주인이기에 기사굴산에 많이 머무신 것이다. |
또한 기사굴산은 과거․미래․현재의 부처님들이 머무시는 곳이다.
『부루나미제레야니자경(富樓那彌帝隷耶尼子經)』81)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곧 부처님께서 부루나(富樓那)82)에게 말씀하시기를 “가령 삼천대천세계가 겁의 불길에 다 타거나 다시 생기거나 나는 항상 이 산에 머무르고 있거늘 중생들은 번뇌[結使]에 얽매여 있어 부처를 볼 공덕을 짓지 않는 까닭에 나를 보지 못한다”고 하신다. |
또한 기사굴산은 청정하고 맑아서 3세의 부처님과 보살들을 받아들이기에 달리 이와 같은 곳이 없다. 그러므로 기사굴산에 많이 머무셨다. |
또한 마하연경(摩訶衍經)83)들을 주로 기사굴산에서 말씀하셨고, 다른 곳에서는 많이 말씀하시지 않았다. 그것은 왜냐하면 이곳은 정결하고 복덕이 있고 한가하고 조용하기 때문에 3세의 모든 부처님들이 머무시고 시방의 보살들도 찬탄하고 공경하는 곳이며, 하늘84)․용85)․야차86)․아수라87)․ |
80) 범어로는 anutpattika dharma-kṣānti. 無生法忍. 일체법의 생함이 없는 이치를 인정하고 안주함. 곧 일체법이 불생불멸임을 확신하는 것 |
81) 비슷한 제목으로는 구마라집 역 부루나회(富樓那會)(『신수대장경』 제11권, 434b)가 있다. |
82) 범어로는 Pūrṇa. |
83) 범어로는 mahāyānasūtra. |
84) 범어로는 deva. |
85) 범어로는 nāga. |
86) 범어로는 yakṣa. |
87) 범어로는 asura.인도에서는 악신으로 취급되며, 항상 인드라와 전투를 벌이거나 혹은 일월(日月)과 싸움을 한다. 여기에서 아수라란 ‘싸움을 좋아하는 자’를 의미하게 되었다. 한편, Asura란 고대 이란어로 선신(善神)을 의미하는 ahura와 같은 말이라고도 한다. 불교에서는 일종의 귀신으로 취급되며, 수미산 아래 바다 속에 산다고 한다. 수라(修羅)ㆍ아소라(阿素羅)ㆍ아소락(阿素洛)ㆍ아소라(阿素羅)ㆍ아수라(阿須羅)ㆍ아수륜(阿修輪)ㆍ아수륜(阿須倫) 등의 다양한 음역어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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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라88)․건달바89)ㆍ견다라90)․마후라가91) 등 힘센 뭇 신들이 옹호하고 공경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
게송으로 말하리라. |
이 기사굴산은 |
부처님들이 머무시는 곳이고 |
성인들이 쉬는 곳이며 |
모든 것을 덮어 가려 주는 까닭에 |
뭇 고통에서 벗어남을 얻으니 |
오직 참된 가르침만이 있다네. |
또한 여기는 항상 시방의 한량없고 지혜와 복덕과 큰 힘을 구족한 보살들이 찾아 와서 석가모니부처님을 뵙고 예배하고 공경하며 법을 들었으니, 그 때문에 부처님께서 마하연경을 말씀하실 때에는 주로 기사굴산에 머무셨다. 모든 마하연경에서 반야(般若)가 으뜸인데, 이제 그것을 말씀하시려 하거늘 어찌 기사굴산에 머무시지 않겠는가. |
‘기사굴산에 머무셨다’라는 인연을 대략 말하여 마친다. |
88) 범어로는 garuḍa. 인도신화에 등장하는 신령스러운 새로, 조류의 왕이라 불리운다. 날개는 금빛이며 양 날개를 펼치면 그 크기가 삼백삼십육만리에 이른다고 한다. 금시조(金翅鳥)·묘시조(妙翅鳥)라고도 한다. 밀교에서는 대범천(大梵天)·대자재천(大自在天) 등이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새로 화현(化現)한 것이라 하고 문수보살의 화신이라고도 한다. |
89) 범어로는 gandharva. 인도신화에 등장하는 요정의 이름. 천계에 머물면서 신들이 마시는 소마주를 지킨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천룡팔부중의 하나로, 긴나라와 더불어 제석천을 받들고 음악을 연주하며, 그 음악으로 여성을 매료시킨다고 한다. 심향(尋香)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
90) 범어로는 kiṁnara. |
91) 범어로는 mahorag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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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도론(大智度論) 25. ★ 인연으로 생겨난 까닭에 무상하다. 가섭존자와 미륵불의 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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