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오후 코살라의 파세나디왕이 부처님을 찾아왔다. 왕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몹시 힘들어 했다. 부처님은 그에게 무슨 까닭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파세나디왕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부처님, 사실 저는 맛있는 음식을 보면 참지 못하고 숨이 가빠질 때까지 먹는 과식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조금 전 점심식사 때도 맛있는 음식이 있길래 좀 많이 먹었지요. 많이 먹으니까 자꾸 살이 쪄서 이제는 움직일 때마다 숨이 차고 땀이 날 지경입니다. 몸집이 이렇게 비대하다 보니 창피스럽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힘이 듭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겠나이까?”
부처님은 왕의 하소연을 듣고 나서 빙그레 웃으시면서 이런 게송을 하나 지어 주었다.
사람은 마땅히 음식의 양을 헤아려
먹을 때마다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과식에서 오는 괴로움을 줄이고
건강도 하고 장수를 누릴 수 있으리라.
그 자리에는 파세나디왕의 시종인 웃타라가 있었다. 왕은 그에게 자기가 식사할 때마다 이 게송을 외워 달라고 했다.
기원정사에서 돌아온 왕은 식사 때마다 시종이 들려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었다. 대왕은 그때마다 조금씩 식사의 양을 줄이고 과식을 피했다. 몇 달을 그렇게 하자 살도 빠지고 용모도 단정해졌다. 몰라보게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보자 기쁨에 넘쳤다. 왕은 부처님이 계신 곳을 향해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했다.
“부처님은 저에게 현세의 이익과 후세의 이익을 다 주셨습니다. 음식의 양을 조절케 해서 살이 빠지게 했으니 현세에서 이익을 주신 것이요, 또한 중도의 법을 알게 하셨으니, 현세와 후세의 이익을 함께 주신 것입니다.”
잡아함 42권 1152경 《천식경(喘息經)》
비만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큰 걱정거리다. 건강의 적신호일 뿐더러 외관상으로도 보기가 썩 좋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살찐 사람들은 어떻게 살을 빼느냐가 중요한 관심사다. 이 경에 따르면 부처님 당시 독실한 불자이면서 교단의 외호자였던 코살라의 파세나디왕도 상당한 비만이었던 것 같다. 경전은 그가 ‘운신을 할 때마다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로 뚱뚱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쯤 되면 왕의 비만은 병이라고 해야 할 만큼 걱정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살빼기가 아무리 중요하지만 건강을 해칠 정도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문제다. 한시대를 풍미하며 세계 팝송팬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미국의 팝가수 카펜터스의 멤버 카렌이 다이어트를 하다가 죽은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일이다. 아무리 살빼기도 중요하지만 목숨까지 거는 것은 지나친 모험이다. 모든 것은 적당한 중도를 지키는 것이 최고다.
불교에서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경계한다. 모자라도 안 되지만 지나쳐도 안 된다는 것이 중도의 원리다. 중도는 불교적 실천에서 늘 강조되는 중요한 개념이다. 수행을 열심히 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적당한 휴식도 중요하지만 아주 게을러서도 안 된다. 살빼기도 마찬가지다. 너무 과식을 해도 안 되지만 영양실조가 되도록 굶는 것도 좋은 방법이 못 된다. 파세나디왕이 살빼기에 성공한 것은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중도적 생활태도를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떤 것이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인가. 항상 조금 모자란 듯 할 때다. 저울의 눈금이 넘으면 이미 그르치기 쉽다.
홍사성/불교방송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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