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학인시절, 장경각 안내소임을 본일이 있다. ‘죽어서 헤어짐도 슬프고 괴롭지만 살아서 헤어짐은 더욱더 서러워라. 자식이 집을 나가 먼 길을 떠나가니 어머니 모든 생각 타향에 나가있네’ 열가지 큰 은혜 가운데, 먼길 떠난 자식을 염려하고 걱정하시는 은혜를 게송으로 말씀하신 내용인데 부모의 탄식과 슬픔이 애잔하게 와 닿는다. 더군다나 출가사문의 길을 걷고 있는 나로서는 몸둘 바를 모르겠다. 아버지에게 자은(慈恩)이 있다면 어머니에게는 비은(悲恩)이 있음이다. <부모은중경>은 효행의 지침서이다. 본문에서는 부모를 위하여 백천 개의 칼과 창으로 자기의 몸을 쑤시기를 백천겁 동안 계속한다고 하더라도 부모의 깊은 은혜를 갚지 못한다고 경고한다. 다만 보답하는 길은 부모를 위해 <부모은중경>을 서사(書寫)하며, 부처님 전에 공양을 올리고 부모를 위해 죄업과 허물을 참회하는 불교의 회향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부모은중경>은 그 내용이 짧은 경전이므로 누구나 쉽게 독송할 수 있고 자신의 효행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거울이다. 더군다나 경전이 담고 있는 가르침을 실참실수 한다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 내 경우에는 기도를 회향할 때 마다 <부모은중경> 사경(寫經)을 꼭 한다. 판본은 모시지 못하더라도 사경본 만큼은 모시자는 생각에서다. 출가의 정신은 적극적인 효의 실천이지만 수행이 따르지 못하면 더 큰 불효의 그림자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가 수행자는 불교적인 자각으로 효의 윤리를 새롭게 정립하지 않으면 안된다. 불교에서는 효의 범위를 가족에 국한하지 않고 일체중생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혈육지정의 효도에 집착하지 않고 중생구제하는 대승적인 효를 지향하라는 뜻이다. 효의 윤리와 도덕이 흔들리는 오늘날 다른 어떤 경전보다 <부모은중경> 신앙은 절대적이다. 모두가 <부모은중경>의 마음으로 돌아가 귀한 생명을 주시고 깊은 애정으로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삶이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효심이라 믿기 때문이다. 현징/청주 관음사
해인사를 찾는 신도들이나 관광객에게 친절하게 사찰을 안내하고 홍보하는 일이었는데 법당 벽화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소임의 일부분이었다. 그때 벽화의 유래에 관한 자료를 읽다가 처음으로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을 독송하게 되었고 새삼 보은인연(報恩因緣)의 지중(至重)을 느낄 수 있었다.
해인사의 여러 벽화 가운데 부처님이 해골더미에 머리를 조아리며 예를 올리는 장면이 바로 <부모은중경> 서분(序分)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이 장면에서부터 보은의 법문이 시작된다. 마른 뼈 무더기에 절하신 까닭을 물었을 때 전생의 조상이거나 여러 생을 거치는 동안의 어버이일 것이므로 예배한다는 부처님의 대답은 사뭇 감동적이다. 이 세상에는 인연아닌 것이 없는 셈이니까.
‘부모님의 깊은 은혜를 설하는 경전’이라는 뜻의 <부모은중경>은 <불설부모은중경>이 원제이다. <부모은중경>만큼 부모의 슬픔과 사랑을 깊이있게 이야기한 고전은 없을 것이다. 이 경을 통해 부처님은 효의 윤리와 인간의 도리를 일깨워주고 있다. 어버이가 자식에게 베푸는 자애의 마음은 한량 없는데 자식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불효와 불의를 일삼는게 오늘의 현실이다. 이 경전에서는 자식들이 저지르는 불효를 가지가지 예를 들면서 꼬집고 있다. 부처님이 직접 우리 앞에서 꾸짖는 것처럼 느껴진다.
‘양자식지친력(養自息知親力)’이라는 말이 있듯 누구나 자식을 낳아 길러 보아야 비로소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있을게다.
연기적인 관계속에서 서로에게 감사하고 용서하는 자비의 정신이 부모의 한량없이 크고 깊은 은혜에 보답하는 효행의 근원이다. 나만 존재한다는 아집과 아만을 버릴 때 부모에 대한 경외심과 공경심이 우러나는 까닭이다. 어찌보면 정조대왕이 <부모은중경>의 판본을 만들어 용주사에 봉안한 것도 이러한 불교적 효행에서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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