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경(大日經)>은 대승불교의 교리로부터 밀교와 수행법까지 총망라한 밀교경전으로 티베트나 네팔보다 동북아시아의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 더 잘 알려져 있다. 허일범/진각대학 교수
<대일경>은 전체 7권 36품의 내용으로 되어있다. 이 경전의 명칭이 뜻하는 바는 대일여래(비로자나불)가 체험한 성불의 경지와 비로자나불이 나타내 보여주는 신변가지를 설하는 방광대승경 중의 가장 으뜸으로 곧 이경의 내용을 단적으로 함축하고 있다. ‘신변가지’는 부처님의 부사의한 위신력으로써 중생을 가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은 7세기 중반쯤 서인도에서 성립된 것으로 보여진다.
본래 이 경전은 인도 나란다대학에서 교리연구와 더불어 실질적인 수행체계가 확립되었다. 그 후 그 곳의 수행중인 다르마굽타아사리가 제자인 선무외아사리에게 전수하여 중국에 그 법맥을 상승시켰다. 그때 선무외아사리는 신라, 당나라, 인도네시아출신의 제자들을 양성하면서 수행법의 전수와 더불어 <대일경>의 교리를 학습시켰다. 그들 중에서 신라 영묘사출신의 불가사의아사리는 <대일경>의 비로자나공양차제법을 전수받았다.
그 차제법은 <대일경>의 마지막부분인 제7권째에 해당하며 금강경의 내용까지도 포섭하고 있다. 따라서 불가사의아사리는 <대일경>의 교리를 연구하면서 그 주석서를 집필한 인물이기 때문에 <대일경>과 <금강정경> 계통의 수행법까지도 겸수한 인물임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와같이 인도 나란다에서 동북아시아에 전파된 현존 대일경계통의 공양차제법은 인도출신의 선무외아사리에 의해서 신라인에게 전해진 한국유일의 밀교계 수행법일 것이다.
현재 이 계통의 수행법은 중국이나 한국등지에서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있으나 일본에서 그 법맥이 유지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이 경전에 의거하여 그 당시 불가사의아사리의 교학이나 수행법을 연구하려고 한다면 일본밀교의 사도가행차제중 태장차제에 주목해야 할것이다.
나는 다행스럽게도 일본의 고야산대학에 유학하여 6년여의 기간동안 이 경전을 연구하고 수행할 기회를 가졌다.
특히 대학내의 밀교문화연구소와 수행처인 보리도량에서 자연스럽게 학과 행을 겸수할 수있는 절호의 기회를 가졌다. 그때 수많은 밀교의 수행법중에서 대일경계통의 태장차제는 나에게 더 없는 관심거리였다. 그것은 불가사의아사리의 법맥을 되찾을수 있다는 일념으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다. 밀교학연구에서 학행을 겸비하는 것은 자신의 안목을 그만큼 넓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밀교경전은 문자로 되어있으되 그 내용은 전체가 수행을 위한 방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도 전문수행자인 밀교전법아사리의 위치에 오르고나서 연구에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실제로 티베트나 일본에서 밀교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전원이 아사리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학자이면서 수행자의 길을 동시에 걷는다. 밀교의 아시리들은 반복학습과 수행을 강조한다. 그것은 경전의 교리를 체질화 시키기위한 방법이다. 불가사의아사리는 한국인으로서 공양차제법소를 통하여 보리심과 대비심과 방편을 근간으로 한 <대일경>의 진수를 우리들에게 전해준 한국밀교의 선구자였다.
그의 저작은 우리들에게 수행을 통하여 행위와 말과 의지의 불보살화를 가져올수 있는 지름길을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자주성과 자비와 힘을 통한 생명력 넘치는 구도자가 갈 길을 제시한 것이다.
밀교경전의 가치는 소극적 자비행이 아니라 자신이 배양한 힘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 자비행을 실현시키는데 있다. 만약 부처님의 말씀에 장애가 되는 것들이 있다면 적극적 자세와 힘으로부터 나오는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같은 <대일경>의 사상은 인도의 수많은 종교와 이슬람의 박해속에서도 그 맥을 유지하며 인도땅에서 최후의 날까지 버틸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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