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고통 가운데 죽음보다 더한 것이 있을까? 하지만 진정 고통스러운 쪽은 죽은 자 보다도 오히려 남은 자들이 아닐까한다. 주변에 계시는 분들이 사랑하는 반려를 잃거나, 혹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고 여기던 자식을 갑자기 잃었거나, 이제부터는 효도하고자 다짐했는데 부모를 잃어버리고 애통하여 몸부림치는 이들에게 나는 한결같이 <열반경>의 말씀을 들려준다. <열반경>은 바로 삶과 죽음의 무상함을 일깨워주고 있는 삶과 밀접한 경전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중생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슬픔은 부처님의 열반일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의 열반이야말로 위대한 가르침이다. 왜냐하면 부처님일지라도 영원히 이 세상에 상주할 수 없다는 것을 당신의 육신소멸로써 여실히 보여주셨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것은 항상 변한다’고 하는 불교의 진리를 사실 그대로 입증하심과 동시에 부처라는 깨달음의 경지를 결코 신격화하지 않고 인간적인 표현으로 나타내 주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를 보다 감격스럽게 하는 것은 당신의 열반을 슬퍼하는 제자들에게 남기신 말씀이다. 즉 제자들이 “앞으로 저희들은 이제 누구를 의지하고 또한 어떻게 수행해야 합니까”라는 물음에 부처님께서는 “법을 등불로 삼고(法燈明) 자신을 의지하여(自燈明) 밝게 비추며 살아가라”고 하셨던 것이다. 말하자면 한 인간으로서의 석가모니의 존재는 영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너희들이 인간 석가모니에게 의지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대승열반경>의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셋째로는 모든 중생들은 한결같이 깨달을 수 있는 불성을 지니고 있다(悉有佛性)는 가르침이다. 이 말은 우리들로 하여금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을 주고 있다. 즉 우리가 지금 행동하는 모습으로 보면 중생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부처라는 뜻이다. 따라서 <열반경>은 우리의 현실생활 속에서 가장 근본적인 번뇌, 즉 불꽃같이 치성하는 삼독(三毒)을 끊음으로써 최후에 도달 할 수 있는 이상적인 세계 그것이 바로 열반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와같이 <열반경>은 시간적으로 제한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고찰과 영원을 지향하는 중생들의 간절한 물음에 긍정적이고 주체적인 인생관을 확립시켜 주고 있는 경전이라고 하겠다. 계환스님/동국대 교수. 불교학과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는 물론 그토록 원하던 명예와 권세, 그리고 재산과 소유물 일체를 놓아두고 그것도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체 철저하게 혼자서 가야만 하는 길이 죽음이다. 그래서 죽음이라는 절대절명의 명제를 놓고 모든 종교가 생겨났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종교와 죽음의 관계는 절박하고도 밀접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열반경>에는 <소승열반경>과 <대승열반경>이 있다. 먼저 전자는 부처님께서 열반하실 때까지의 살아오신 생애와 열반 이후 사리분배에 이르기까지 저간의 사정이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반면에 후자의 내용은 부처님의 법신은 영원하다는 것과 열반에는 네가지 덕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일체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는 교리적인 문제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불신상주설(佛身常主說)이다. 부처님의 법신은 항상 계시다는 가르침인데, 부처님의 죽음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즉 부처님의 육신은 열반에 들었지만 깨달음으로서의 법신은 영원하여 항상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다는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주고 있다.
둘째는 열반사덕(涅槃四德)인 상락아정(常樂我淨)의 가르침이다. 즉 열반은 항상하고, 즐거우며, 열반의 주체는 나이고, 진실로 청정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우리 중생들은 무상한 것을 항상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삶 그 자체가 고통임을 모르고 순간적인 쾌락을 즐거움으로 여긴다. 또 고정불변한 실체가 없는 것을 나라고 착각하고, 더러운 내 육신을 깨끗한 것으로 집착하는 전도(顚倒)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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