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스크랩] 32. 般若理趣經(반야이취경)

수선님 2018. 12. 9. 12:22


<반야이취경(般若理趣經)>은 <이취경(理趣經)>이라고도 부르는데 반야부계통의 대표적인 밀교경전이다.
 
한역으로는 여러 가지 이역본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불공 삼장이 번역한 <대락금강불공진실삼마야경 반야바라밀다이취품(大樂金剛不空眞實三摩耶般若波羅蜜多理趣品波羅蜜多理趣品)>이다.
 
내가 <이취경>을 만난 것은 학부 때였다. 어느 밀교학개론서에서 <이취경>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당시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좌도밀교적인 측면만 부각시켜 해석하고 있었다. 분명히 근본취지는 이런 것이 아닐 것이다는 막연한 생각이 밀교학에 관심을 갖게 했고, 급기야 풀리지 않는 의문 때문에 일본 고야산 진언밀교 총본산에 가서 밀교학을 수학하게 되었다.
 
만다라의 세계는 이론적인 설명만으로는 접근할수 가 없다. 오직 엄격한 수행과 실천을 통해 스스로 체험하고 다가설 수 있는 깨달음의 세계이다. 그런데 고야산에서 나를 만다라의 세계로 인도하고 그 비밀의 곳집을 열어 준것이 바로 <이취경>이었다. 선사들이 남겨 놓은 명쾌한 주석과 훌륭한 아사리(스승)의 안내로 <이취경>에는 밀교교리의 핵심이 응축되어 있고, 또한 이 점이 밀교의 이상세계에 도달하게 하는 가장 빠른 길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역시 <이취경>의 좌도적인 해석은 지말적인 편해이고 사견이며 오히려 <이취경>은 존재의 참모습과 참가치를 찾아 거기에 살도록 하는 불교경전 가운데 가장 위대한 생명의 찬가임을 깨닫게 되었다.
 
고야산에서 수학과정을 마치고 돌아와서 이 위대한 생명의 찬가를 노래 부르기 위해서는 비구의 생명인 계율에 더욱 철저한 기초와 확립이 있어야겠다 싶어 해인사 율원 과정을 마쳤다. 그후 파계사 영산율원에서 율학연찬을 계속하면서 <이취경강해>본을 번역하였다. 앞으로도 계율의 입장에서 <이취경>을 연구하고 싶다.

 

흔히 밀교에서는 아예 계율이 없거나 전혀 무시되고, 나아가 좌도적인 모습들이 전부인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밀교에서도 계율은 생명과 같은 것이니 흔히 밀교 계율의 특징을 삼마야계(三摩耶戒)라고 한다. 삼마야계란 보리심계(菩提心戒)라고도 하는데,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보리심을 일으키는 것, 즉 대지(大智)와 대비(大悲)와 삼마지(三摩地)의 세가지 활동을 내용으로 하는 보리심을 일으켜 이것을 원리로 하여 수행하는 것이다.
 
“발심하여 먼길을 가는 데에 발이 없으면 갈 수가 없다. 불도에 나아가는 데에도 계가 없으면 어찌 도달할 수가 있겠는가. 반드시 현교와 밀교의 두가지 계를 굳게 수지하여 끝까지 청정히 하여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듯이 진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수법(修法)은 계율과 깊은 관계가 있다. 즉 밀교의 수법은 닦는 이의 심신이 청정하지 않으면 결코 최고의 실지(悉地)를 성취할 수 없다. 진리의 세계를 체험하고 들어가는 데에 계율을 지키는 생활은 가장 기본이고 필수 요건이 된다는 것은 밀교든 선불교든 정토든 어디에도 예외가 없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취경>의 세계는 추상과 구상, 마음과 물질, 타(他)와 자(自), 자연과 인간 등등 일체의 이원적인 대립과 구별을 ‘대락(大樂)과 불공(不空)’의 체득으로 극복하는 세계라 할 수 있다. 이것을 반야사상사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제3기의 반야사상인 ‘유공불이(有空不二)=불공(不空)’의 세계에 해당된다.
 
7~8세기에 성립한 <이취경>에는 대락과 불공의 세계를 일반 반야경전과 같이 공의 입장에서 소극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밀교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가치의 실현을 꾀하는 절대긍정의 논리로 전개하고 있는 것이 커다란 특징이고, 거기에서 얻는 것은 결국 ‘본래 청정한 인간성에의 확신’이다. 또 한가지 특징은 17단의 각단 속에 제각기 만다라가 있는데, 명상속에서 이들 만다라를 관상해 나간다. 그들 만다라를 관함에 따라 <이취경>의 각단을 머리로서가 아니라 온몸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중생계와 부처의 세계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불가사의한 경계가 전개되어 있고, 훌륭한 밀교적 세계의 신비가 무한히 감추어져 있다. 
 

혜능/파계사 영산율원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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