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어에 대해서 미즈노 고겐 지음/이미령 옮김
팔리어란 인도어에 대한 언어학적 명칭이 아니다. 팔리어는 언어학적으로는 프라크리트(속어)로 총칭되는 중기 인도 아리아어의 일종이다. 그리고 이 중기 인도 아리아어로 쓰여진 문헌 중에는 팔리어 문헌이 가장 많이 남아 있다. 팔리어 다음으로 많은 문헌을 남기고 있는 것은 자이나교의 성전이다. 이것은 반(半) 마가다어라고 하는데 팔리어에 가깝다. 자이나교는 불교와 같은 시기에 같은 지역에서 일어나 불교의 뒤를 이어서 번영한 종교이다. 따라서 불교와 비슷한 점이 있기 때문에, 처음에 서양인은 자이나교를 불교의 한 파라고 생각하였다. 그만큼 그 둘의 성전 내용이나 용어도 비슷했다. 그러나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서 두 종교는 별개의 종교임이 밝혀졌다. 자이나교에서는 삼법인의 가르침이 없는데, 이것은 불교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자이나교는 오늘날까지 비록 활발한 활동은 하지 않았더라도 인도 본토에 그 전통을 잘 전하고 있으며 현재 150만 명 정도 되는 열렬한 신자가 있다. 또 봄베이를 중심으로 하는 서인도 지방에서 상인 계급간에 확고한 기반을 지니고 있다. 팔리어는 자이나교의 반 마가다어보다도 일찍 성립되었으며, 덜 속어화(俗語化)되었다. 현재 알려지고 있는 프라크리트 중에는 팔리어가 가장 오래되었으며, 대승경전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불교 범어를 제외하면 팔리어는 정규 범에에 가장 가깝다. 그리고 팔리어 중에서는 정규 범어(고전 범어)라기보다는 베다어로 보일 만큼 오래된 어형을 남기고 있는 것도 있다. 이것은 팔리어의 원천이 오래되었고 그 경전도 오래된 것을 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언어학적으로 보자면 팔리어는 서인도 지방의 민중어였던 파이샤치어의 일종인데, 앞에서 말한 팔리 불교를 스리랑카로 전한 마힌다와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마힌다는 아소카 왕이 왕자 시절에 서인도에 있는 웃제니의 총독으로 부임되었을 때에, 그곳 호족 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아소카가 국왕으로서 수도인 파탈리푸트라(오늘날의 파트나)로 돌아간 뒤에도 마힌다는 어머니와 함께 서인도에 남아서 그곳에서 성장하였다. 따라서 그의 어머니는 파이샤치어를 썼고, 그가 스리랑카로 전한 불교도 이 서인도를 중심으로 번영하던 상좌부 불교였다. 이 상좌부 불교의 경전 언어가 언제부터, 어떻게 해서 팔리어로 불리게 되었는지는 매우 흥미로운 문제이다. 팔리란 성전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원시경전에는 팔리라는 말이 아예 있지도 않았다. 후에 스리랑카에서 만들어진 경전의 주석서에서는 주석서가 아닌 경·율·론의 삼장 성전을 가리켜 팔리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팔리란 성전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러나 주석서에도 팔리어라는 명칭은 없다. 마가다어라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팔리어라는 이름이 나타나게 되었을까? 명확하지는 않지만 10세기 이후에 접어들면서 상좌부 불교가 스리랑카에서 미얀마, 타이 등으로 전해지고 이러한 나라들 간에 교통이 빈번해지자, 신속하게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성전어 즉 팔리어가 사용되었던 것이 그 시초가 아닐까 생각한다. 스리랑카에서는 인도 아리아어 계통의 스리랑카어가, 미얀마에서는 티베트어 계통의 미얀마어가, 타이에서는 중국어 계통의 타이어가 사용되었다. 계통이 다른 이 나라의 비구들은 글을 주고받거나 대화를 나눌 때 서로 다른 자기 나라 말로 하기보다는 공통으로 신봉하는 경전의 언어, 즉 팔리어로 하는 것이 편리하였다. 이리하여 팔리어가 편지나 대화에 유용한 실용어로 쓰였고, 그들은 이것을 성전어(팔리어)로 불렀다. 오늘날에도 이 지방의 학승들은 자유롭게 팔리어를 말하며 팔리어로 다른 나라의 비구들과 교섭하고 있다. 그들 사이에는 담배, 기차, 자동차, 비행기 등의 신조 팔리어까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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