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초품 중 사리불의 인연을 풀이함 |
[經]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
[論] [문] 반야바라밀은 보살마하살의 법이거늘 어찌하여 사리불에게만 말하고 보살에게는 말하지 않는가? |
[답] 사리불은 일체의 제자들 가운데 지혜가 제일이니, 이는 부처님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신 바와 같다. |
부처님을 제외하고 |
일체 중생의 지혜를 |
사리불과 견주려 하니 |
지혜와 지식에 있어서 |
1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네. |
또한 사리불은 지혜롭고 많이 알아 큰 공덕이 있었다. 나이 여덟 살이 되자 18부(部)의 경1)을 외우고 경서의 모든 뜻과 이치를 통달했다. |
이때 마가타(摩伽陀)2) 나라에 용왕 형제가 있었는데, 하나는 길리(姞利)3)요, 또 하나는 아가라(阿伽羅)4)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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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에 맞추어 비를 내리니 나라에 흉년이 없었다.
사람들은 이를 감사하여 항상 중춘(仲春)계절이 되면 모두 모여서 용이 사는 곳으로 가서는 큰 대회를 열었다. 풍악을 연주하고 진리를 토론하며 이 날 하루를 보냈다.
그 모임은 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으니, 용의 이름을 따서 이 대회의 이름을 짓게 되었다. |
이 날에는 의례히 네 개의 높은 자리를 마련했다.
하나는 국왕을 위한 것이요, 둘은 태자를 위한 것이요, 셋은 대신을 위한 것이요, 넷은 논사(論士)를 위한 것이었다. |
이때 사리불은 여덟 살의 몸으로서 여러 사람에게 물었다. |
“이 네 개의 높은 자리는 누구를 위해 베푼 것인가?” |
이에 사람들이 대답했다. |
“국왕․태자․대신․논사를 위한 것입니다.” |
이때 사리불이 사람들과 바라문들을 관찰해 정신[神情]을 들여다보니 자기를 이길 자가 없었다. 문득 자리에 올라 가부좌를 틀고 앉으니, 대중들은 의아해하고 기이하게 여겼다. |
혹은 생각하기를 ‘어리석고 무지한 짓이다’ 하고, 혹은 생각하기를 ‘지혜가 보통 사람을 지날 것이다’ 했다. |
제각기 그의 신기하고 특이함을 가상히 여겼으나 또한 제각기 자존심[矜]을 품고 있었기에 그가 나이 어림을 부끄러이 여겨 직접 마주하여 이야기하지 못한 채 모두가 나이 어린 제자들을 보내 물었다. |
그의 대답은 이치와 이론이 월등히 뛰어나니, 이때 모든 논사들은 처음 보는 일이라 찬탄하며 어리석건 지혜롭건 크건 작건 모두가 굴복했다.
왕도 매우 기뻐하여 곧 관리[有司]에게 분부하여 한 고을을 봉헌해 항상 그로부터 물건을 보내주도록 했다. |
왕은 코끼리가 끄는 수레를 타고 방울을 흔들면서 열여섯 큰 나라와 여섯 큰 성에 이 사실을 널리 알리니,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
3) 범어로는 Kṛmi. |
4) 범어로는 Agal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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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이 사실을 알린 점술사[占師]의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이 구율타(拘律陀)요, 성은 대목건련이었다.
사리불과는 벗으로서 친한 사이였는데, 사리불은 재주가 총명하고 견해가 신중했으며, 목건련은 호쾌하고 고귀했다. |
이 두 사람은 재주와 지혜가 비슷하고 덕과 행이 서로 같아서 다닐 때에도 함께 다니고 머물 때에도 함께 머물렀다.
짧건 길건 항상 정답게 지냈으며, 약속을 맺어 변치 않기를 원했다. |
나중에 모두 세상을 싫어하여 집을 떠나 도를 배워 범지(梵志)의 제자가 되었다.
간절하게 도문(道門)을 구했으나 오래 지나도록 징조가 없기에 그의 스승인 산사야(刪闍耶)5)에게 이 사실을 물으니, 그는 대답했다. |
“나도 도를 구한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도과(道果)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없는 것인지, 과연 내가 도를 얻을 사람이 못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실제로 도를 얻지 못하고 있다.” |
다른 어느 날 그 스승이 병들어 누우니, 사리불은 머리맡에 섰고, 대목건련은 발 곁에 서 있는데, 스승은 숨 가쁘게 임종을 재촉하면서 가엾은 듯 빙긋이 웃었다. 두 사람이 같은 마음으로 웃는 뜻을 물었더니 스승이 대답했다. |
“세상 사람들은 바른 안목이 없어 은애(恩愛)의 침해를 당하고 있다. 내가 보니 금지(金地)6)의 왕이 죽었는데, 그 대부인이 스스로 불더미에 뛰어들어 한 곳으로 가려 했으나 이 두 사람의 행과 보가 각각 다르므로 두 사람이 태어난 곳도 동떨어지게 달랐다.” |
두 사람은 스승의 말씀을 기록해 두어 그의 허와 실을 입증해보고자 했다. 뒤에 금지국의 상인이 멀리 마가다까지 왔기에 두 사람이 기록과 맞추어 보니, 과연 스승의 말과 같았다.
그러자 처연히 탄식하며 말했다. |
“우리들은 진리를 아는 그런 사람이 못 되는구나. 이를 스승께서는 우리에게 숨겼던 것이로다.” |
그리고는 서로 맹세했다. |
“만일에 먼저 감로의 법을 얻은 이는 반드시 도와서 함께 완성합시다.” |
5) 범어로는 Sañjaya. 육사 외도 가운데 한 사람을 말한다. |
6) 범어로는 Suvarṇabhūm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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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부처님께서 가섭의 형제 천 사람들을 제도하시고 여러 나라를 유행하시다가 왕사성에까지 오셔서 죽원(竹園)에 머무셨는데 두 범지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타나셨다는 말을 듣고 함께 왕사성으로 들어가서 그 소식을 들으려 했다. |
그때 아설시(阿說示)[다섯 비구 가운데 한 사람]라고 부르는 비구가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성에 들어와 걸식을 하고 있었다. |
사리불은 그의 거동과 복장이 특이하며, 모든 감관이 고요히 가라앉아 있음을 보고는 가까이 가서 물었다. |
“그대는 누구의 제자이며, 스승은 어떤 사람인가?” |
그러자 그는 대답했다. |
“석씨 종족의 태자께서 늙음․앓음․죽음의 고통을 싫어하여 집을 떠나 도를 배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셨는데, 그가 나의 스승이시다.” |
사리불이 말했다. |
“그대의 스승께서 가르친 것을 나에게 말해 주시오.” |
이에 아설시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
나는 나이도 어리고 |
배운지도 오래지 않으니 |
어찌 지극한 진리를 펴서 |
널리 여래의 법을 말하랴. |
사리불이 다시 “그 요점을 간략히 말해 주시오”라고 말하니, 아설시 비구가 이런 게송을 읊었다. |
모든 법은 인연으로 생기나니 |
그 가르침은 인연을 설함이며 |
이 법은 인연에 의해 다한다고 |
우리 큰 스승께서 말씀하셨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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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불은 이 게송을 듣고는 곧 초도(初道)7)를 얻었다.
곧 목건련에게 말하러 가니, 목건련은 그의 얼굴이 화평하고 기꺼운 것을 보고 맞이하면서 말했다. |
“그대는 감로의 법을 얻었는가? 나에게도 말해 달라.” |
사리불이 곧 그를 위해 들었던 게송을 말해 주니, 목건련이 말했다. |
“한 번 더 설명해 주시오.” |
이에 다시 말해 주었더니, 역시 그도 초도를 얻었다. |
두 사람[師]이 250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부처님께로 오니, 부처님께서는 두 사람이 제자들과 함께 오는 것을 멀리서 보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너희들은 저 범지들의 앞에 있는 두 사람을 보았느냐?” |
비구들이 대답했다. |
“이미 보았나이다.”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
“그 두 사람은 나의 제자 가운데서 지혜가 제일이며, 신통이 제일인 제자가 되리라.” |
그들은 제자들과 함께 점점 부처님께 가까이 오더니, 이윽고 부처님 곁에 이르자 머리를 숙여 절하고 한쪽에 서서 다 같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불법 가운데 출가하여 계를 받고자 하옵니다.” |
부처님께서 “잘 왔구나, 비구여”라고 말씀하시니, 머리칼과 수염이 저절로 깎여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지고 의발이 갖추어져 성취계(成就戒)를 받았다. |
반 달이 지난 뒤에 부처님께서 장조범지(長爪梵志)8)에게 설법하실 때 사리불은 아라한도를 얻었다.
반 달 뒤에 도를 얻은 까닭은 장차 이 사람은 부처님을 따라 법륜을 굴릴 스승이 될 것이기에 배우는 이의 경지에서 앞에 나타난 모든 법에 스스로 들어가서 갖가지로 갖추어 알아야 했다.
그러므로 반 달 뒤에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
7) 성문사과의 첫 번째인 수다원도를 말한다. |
8) 범어로는 brahmacārin Dīrghanakha. |
[420 / 805] 쪽 |
이러한 갖가지 공덕이 매우 많나니, 그러므로 사리불은 비록 아라한이었지만 부처님은 이런 까닭에 반야바라밀의 매우 깊은 법을 사리불에게 말씀하신 것이다. |
대지도론(大智度論) 94. 지혜제일 사리불, 신통제일 목건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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