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94. 지혜제일 사리불, 신통제일 목건련

수선님 2018. 12. 30. 12:52

16. 초품 중 사리불의 인연을 풀이함
  
[經]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論] [문] 반야바라밀은 보살마하살의 법이거늘 어찌하여 사리불에게만 말하고 보살에게는 말하지 않는가?

 

[답] 사리불은 일체의 제자들 가운데 지혜가 제일이니, 이는 부처님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신 바와 같다.

  
  부처님을 제외하고
  일체 중생의 지혜를
  사리불과 견주려 하니
  지혜와 지식에 있어서
  1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네.
  

또한 사리불은 지혜롭고 많이 알아 큰 공덕이 있었다.

나이 여덟 살이 되자 18부(部)의 경1)을 외우고 경서의 모든 뜻과 이치를 통달했다.

 

이때 마가타(摩伽陀)2) 나라에 용왕 형제가 있었는데,

하나는 길리(姞利)3)요, 또 하나는 아가라(阿伽羅)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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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에 맞추어 비를 내리니 나라에 흉년이 없었다.

 

사람들은 이를 감사하여 항상 중춘(仲春)계절이 되면 모두 모여서 용이 사는 곳으로 가서는 큰 대회를 열었다.

풍악을 연주하고 진리를 토론하며 이 날 하루를 보냈다.

 

그 모임은 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으니,

용의 이름을 따서 이 대회의 이름을 짓게 되었다.

 

이 날에는 의례히 네 개의 높은 자리를 마련했다.

 

하나는 국왕을 위한 것이요, 둘은 태자를 위한 것이요, 셋은 대신을 위한 것이요,

넷은 논사(論士)를 위한 것이었다.

 

이때 사리불은 여덟 살의 몸으로서 여러 사람에게 물었다.

“이 네 개의 높은 자리는 누구를 위해 베푼 것인가?”

 

이에 사람들이 대답했다.

“국왕․태자․대신․논사를 위한 것입니다.”

 

이때 사리불이 사람들과 바라문들을 관찰해 정신[神情]을 들여다보니 자기를 이길 자가 없었다.

문득 자리에 올라 가부좌를 틀고 앉으니, 대중들은 의아해하고 기이하게 여겼다.

 

혹은 생각하기를 ‘어리석고 무지한 짓이다’ 하고, 혹은 생각하기를 ‘지혜가 보통 사람을 지날 것이다’ 했다.

 

제각기 그의 신기하고 특이함을 가상히 여겼으나 또한 제각기 자존심[矜]을 품고 있었기에 그가 나이 어림을 부끄러이 여겨 직접 마주하여 이야기하지 못한 채 모두가 나이 어린 제자들을 보내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치와 이론이 월등히 뛰어나니,

이때 모든 논사들은 처음 보는 일이라 찬탄하며 어리석건 지혜롭건 크건 작건 모두가 굴복했다.

 

왕도 매우 기뻐하여 곧 관리[有司]에게 분부하여 한 고을을 봉헌해 항상 그로부터 물건을 보내주도록 했다.

 

왕은 코끼리가 끄는 수레를 타고 방울을 흔들면서 열여섯 큰 나라와 여섯 큰 성에 이 사실을 널리 알리니,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3) 범어로는 Kṛmi.
4) 범어로는 Aga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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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이 사실을 알린 점술사[占師]의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이 구율타(拘律陀)요, 성은 대목건련이었다.

 

사리불과는 벗으로서 친한 사이였는데,

사리불은 재주가 총명하고 견해가 신중했으며, 목건련은 호쾌하고 고귀했다.

 

이 두 사람은 재주와 지혜가 비슷하고 덕과 행이 서로 같아서

다닐 때에도 함께 다니고 머물 때에도 함께 머물렀다.

 

짧건 길건 항상 정답게 지냈으며, 약속을 맺어 변치 않기를 원했다.

 

나중에 모두 세상을 싫어하여 집을 떠나 도를 배워 범지(梵志)의 제자가 되었다.

 

간절하게 도문(道門)을 구했으나 오래 지나도록 징조가 없기에

그의 스승인 산사야(刪闍耶)5)에게 이 사실을 물으니, 그는 대답했다.

 

“나도 도를 구한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도과(道果)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없는 것인지, 과연 내가 도를 얻을 사람이 못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실제로 도를 얻지 못하고 있다.”

 

다른 어느 날 그 스승이 병들어 누우니, 사리불은 머리맡에 섰고, 대목건련은 발 곁에 서 있는데, 스승은 숨 가쁘게 임종을 재촉하면서 가엾은 듯 빙긋이 웃었다. 두 사람이 같은 마음으로 웃는 뜻을 물었더니 스승이 대답했다.

 

“세상 사람들은 바른 안목이 없어 은애(恩愛)의 침해를 당하고 있다. 내가 보니 금지(金地)6)의 왕이 죽었는데, 그 대부인이 스스로 불더미에 뛰어들어 한 곳으로 가려 했으나 이 두 사람의 행과 보가 각각 다르므로 두 사람이 태어난 곳도 동떨어지게 달랐다.”

 

두 사람은 스승의 말씀을 기록해 두어 그의 허와 실을 입증해보고자 했다.

뒤에 금지국의 상인이 멀리 마가다까지 왔기에 두 사람이 기록과 맞추어 보니, 과연 스승의 말과 같았다.

 

그러자 처연히 탄식하며 말했다.

“우리들은 진리를 아는 그런 사람이 못 되는구나. 이를 스승께서는 우리에게 숨겼던 것이로다.”

 

그리고는 서로 맹세했다.

“만일에 먼저 감로의 법을 얻은 이는 반드시 도와서 함께 완성합시다.”
  
  
  
5) 범어로는 Sañjaya. 육사 외도 가운데 한 사람을 말한다.
6) 범어로는 Suvarṇabhū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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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부처님께서 가섭의 형제 천 사람들을 제도하시고 여러 나라를 유행하시다가 왕사성에까지 오셔서 죽원(竹園)에 머무셨는데 두 범지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타나셨다는 말을 듣고 함께 왕사성으로 들어가서 그 소식을 들으려 했다.

 

그때 아설시(阿說示)[다섯 비구 가운데 한 사람]라고 부르는 비구가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성에 들어와 걸식을 하고 있었다.

 

사리불은 그의 거동과 복장이 특이하며, 모든 감관이 고요히 가라앉아 있음을 보고는 가까이 가서 물었다.

“그대는 누구의 제자이며, 스승은 어떤 사람인가?”

 

그러자 그는 대답했다.

“석씨 종족의 태자께서 늙음․앓음․죽음의 고통을 싫어하여 집을 떠나 도를 배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셨는데, 그가 나의 스승이시다.”

 

사리불이 말했다.

“그대의 스승께서 가르친 것을 나에게 말해 주시오.”

 

이에 아설시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나는 나이도 어리고
  배운지도 오래지 않으니
  어찌 지극한 진리를 펴서
  널리 여래의 법을 말하랴.
  
사리불이 다시 “그 요점을 간략히 말해 주시오”라고 말하니, 아설시 비구가 이런 게송을 읊었다.
  
  모든 법은 인연으로 생기나니
  그 가르침은 인연을 설함이며
  이 법은 인연에 의해 다한다고
  우리 큰 스승께서 말씀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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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불은 이 게송을 듣고는 곧 초도(初道)7)를 얻었다.

 

곧 목건련에게 말하러 가니, 목건련은 그의 얼굴이 화평하고 기꺼운 것을 보고 맞이하면서 말했다.

“그대는 감로의 법을 얻었는가? 나에게도 말해 달라.”

 

사리불이 곧 그를 위해 들었던 게송을 말해 주니, 목건련이 말했다.

“한 번 더 설명해 주시오.”

 

이에 다시 말해 주었더니, 역시 그도 초도를 얻었다.

 

두 사람[師]이 250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부처님께로 오니,

부처님께서는 두 사람이 제자들과 함께 오는 것을 멀리서 보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저 범지들의 앞에 있는 두 사람을 보았느냐?”

 

비구들이 대답했다.

“이미 보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두 사람은 나의 제자 가운데서 지혜가 제일이며, 신통이 제일인 제자가 되리라.”

 

그들은 제자들과 함께 점점 부처님께 가까이 오더니, 이윽고 부처님 곁에 이르자 머리를 숙여 절하고 한쪽에 서서 다 같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불법 가운데 출가하여 계를 받고자 하옵니다.”

 

부처님께서 “잘 왔구나, 비구여”라고 말씀하시니,

머리칼과 수염이 저절로 깎여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지고 의발이 갖추어져 성취계(成就戒)를 받았다.

 

반 달이 지난 뒤에 부처님께서 장조범지(長爪梵志)8)에게 설법하실 때 사리불은 아라한도를 얻었다.

 

반 달 뒤에 도를 얻은 까닭은 장차 이 사람은 부처님을 따라 법륜을 굴릴 스승이 될 것이기에 배우는 이의 경지에서 앞에 나타난 모든 법에 스스로 들어가서 갖가지로 갖추어 알아야 했다.

 

그러므로 반 달 뒤에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7) 성문사과의 첫 번째인 수다원도를 말한다.
8) 범어로는 brahmacārin Dīrghanak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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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갖가지 공덕이 매우 많나니, 그러므로 사리불은 비록 아라한이었지만

부처님은 이런 까닭에 반야바라밀의 매우 깊은 법을 사리불에게 말씀하신 것이다.

 

 

 

 

대지도론(大智度論) 94. 지혜제일 사리불, 신통제일 목건련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글쓴이 : - 해탈 -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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