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어떤 것을 일컬어 ‘업에 매여 나는 몸으로 단바라밀을 원만히 한다’고 하는가? |
[답] 아직 법신을 얻지 못하고, 번뇌가 아직 다하지 않았지만 능히 온갖 보물과 머리․눈․골수․뇌․나라․재산․처자 등 안팎의 모든 것을 베풀고도 마음에 흔들림이 없는 것이다. |
예컨대 수제나(須提拏)4)란 태자는 그의 두 아들을 바라문에게 보시하고, 다음은 아내를 보시하고도 그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
4) 범어로는 Sudāna. |
[468 / 805] 쪽 |
또한 살바달(薩婆達)5) 왕은 적국에 나라를 빼앗기자 깊은 숲 속에 숨어 있는데 먼 나라의 바라문이 와서 구걸을 했다. 그러나 자신은 나라도 패망한채 몸 하나 숨어 살건만 그가 얼마나 아쉽기에 멀리에서 왔거늘 아무것도 얻지 못함을 보고는 가엾이 여겨 바라문에게 말했다. |
“나는 살바달 왕이다. 새 왕은 사람들을 모아 나를 찾아다니고 있다.” |
그리고는 스스로를 결박해 그에게 주어 새 왕에게 끌려가니, 그는 많은 재물을 얻었다. |
또한 월광 태자(月光太子)6)가 길을 가는데 나병에 걸린 사람이 그를 보고는 수레를 기다리고 있다가 말했다. |
“나는 무거운 병에 걸려 몹시 괴로운데 태자께서는 혼자만 즐겁게 노니십니까? 자비한 마음으로 가엾이 여기사 구제해 주십시오.” |
태자가 이 말을 듣고 의원들에게 물으니, 그들이 말했다. |
“태어나서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성낸 적이 없는 사람의 피와 골수를 뽑아 바르고 또한 마시면 나을 수 있습니다.” |
이에 태자는 생각했다. |
“설사 그런 사람이 있다 한들 살기를 원하지 죽기를 바라진 않으리라. 그러니 어찌 얻을 수 있겠는가. 내 몸을 제하고는 얻을 수가 없으리라.” |
그리고는 곧 전다라(旃陀羅)에게 명하여 몸의 살을 베어내고 뼈를 부수어 골수를 뽑아내게 했으며, 그것을 병자에게 바르게 하고 또한 마시게 했다. |
이와 같이 갖가지로 몸과 처자를 베풀되 인색함이 없었으니, 마치 초목을 버리는 것과 같이 했다.
보시한 물건은 인연 따라 있었던 것임을 알고, 그 실체를 구하여도 도무지 얻을 수 없고 일체가 청정해서 모두가 열반의 모습과 같음을 알았으며, 마침내는 무생법인을 얻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업에 매여 나는 몸으로 보시바라밀을 행하여 원만하게 하는 것이다. |
어떤 것이 법신 보살이 보시바라밀을 행하여 원만히 하는 것인가? |
5) 범어로는 Sarvadatta. |
6) 범어로는 Candraprabha. |
[469 / 805] 쪽 |
곧 보살이 마지막 몸으로 무생법인을 얻고는 육신을 버리고서 법신을 얻고는 시방의 6도(道) 가운데서 몸을 변화하여 중생을 교화하되 갖가지 보물과 의복과 음식으로 모두에게 보시하기도 하고 또한 머리․눈․골수․뇌․나라․재산․처자 등 안팎의 모든 것을 보시하는 것이다. |
예컨대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일찍이 여섯 어금니의 흰 코끼리이셨을 때, 사냥꾼이 틈을 엿보아 독약을 바른 화살을 쏘니 코끼리들이 화가 나서 달려와 그 사냥꾼을 밟아 죽이려 했다.
이에 흰 코끼리는 몸으로써 그들을 막아 사냥꾼을 보호하여 자식같이 가엾이 여기면서 코끼리들을 타일러 돌려보냈다. 그리고는 사냥꾼에게 천천히 물었다. |
“무엇 때문에 나를 쐈는가?” |
사냥꾼이 대답했다. |
“나는 그대의 어금니가 필요하다.” |
그는 곧 여섯 어금니를 바위 구멍에 넣고 흔들었다. 그러자 피와 살과 함께 흘러나오자 코로 어금니를 집어 사냥꾼에게 주었다. |
비록 코끼리의 몸을 받았으나 마음씨가 이와 같았느니, 이 코끼리는 축생의 과보가 아님을 알 수 있다.7) 아라한에게는 도무지 이런 마음이 없으니, 이는 반드시 법신 보살임을 알 수 있다. |
또한 한때 염부제 사람들은 나이든 이나 유덕한 이에게 인사할 줄을 몰랐는데, 말로써 교화해도 제도할 수 없었다. |
이때 보살은 스스로 그 몸을 변화하여 가빈사라(迦頻闍羅)8) 새가 되었다. |
그 새에게는 친한 벗이 둘 있었으니, 하나는 큰 코끼리요, 또 하나는 원숭이였다.
그들은 다 같이 필발라9)나무 아래에서 살고 있었는데, 이렇게 상의했다. |
“우리들 사이에는 누가 어른이 되어야 할까?” |
7) 비록 지금은 코끼리의 몸이지만, 본래는 축생으로 태어날 과보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
8) 범어로는 Kapiñjala. 자고새의 일종으로 꿩을 닮았다고 한다. |
9) 범어로는 Pippala. |
[470 / 805] 쪽 |
코끼리가 말했다. |
“내가 옛날에 보니, 이 나무는 내 배 밑에 있었는데 이제 이렇게 컸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면 내가 어른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원숭이가 말했다. |
“나는 어릴 적에 땅에 웅크리고 앉아 이 나무 끝을 휘어잡고 놀았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내가 어른이 되어야 마땅하다.” |
새가 말했다. |
“내가 다른 필발라 숲에서 나무 열매를 따먹었는데, 씨가 똥에 묻어나와 이 나무가 자라나게 되었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내가 당연히 어른이 되어야 한다.” |
그리고 새는 다시 말했다. |
“먼저 태어난 어른에게는 마땅히 예를 갖추어 공양해야 한다.” |
그러자 즉시 큰 코끼리는 등을 낮춰 원숭이를 태우고, 새는 원숭이 위에 앉아 숲 속을 돌아다니니, 다른 새와 짐승들이 보고는 이상히 여기면서 그들에게 물었다. |
“왜들 그러는가?” |
그들이 대답했다. |
“이렇게 해서 어른을 공경하고 공경하는 것이다.” |
이 말에 다른 새와 짐승들이 감화를 받아 모두가 예절을 지키고 민가의 밭을 침범하거나 생명 있는 것들[物]의 목숨을 해치지 않게 되었다. |
이때 사람들은 새와 짐승들이 모두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을 궁금히 여겼다.
그런데 어느 사냥꾼이 숲에 들어왔다가 코끼리가 원숭이를 지고, 다시 원숭이는 새를 이고 다니면서 공경을 행해 동물들을 감화시키니, 이로 인해 동물들이 모두 선을 닦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이 사실을 나라 사람들에게 알리니, 사람들은 모두가 경사스럽게 여기면서 말했다. |
“시절이 크게 태평해지려고 한다. 새와 짐승들조차 어질어지고 있다.” |
사람들 역시 그것을 본받아서 예의와 공경을 다하게 되었다. |
이때부터 지금까지 교화의 힘이 흘러 만 세대에 이르니, 이것이 법신 보살이다. |
[471 / 805] 쪽 |
또한 보살의 법신은 잠깐 사이에 한량없는 몸으로 변화하여 시방의 부처님께 공양하고, 일시에 능히 한량없는 재물과 보배를 변화해 내어 중생들에게 공급하며, 능히 일체의 상․중․하의 음성에 따라 잠깐 사이에 모두에게 두루 법을 설하며, 나아가서는 보리수 밑에 앉는다.
이러한 갖가지를 일컬어 법신 보살이 단바라밀을 행하여 원만히 한다고 하는 것이다. |
또한 단에는 세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재물보시요, 둘째는 공양과 공경의 보시요, 셋째는 법보시이다. |
어떤 것이 재물보시인가?
곧 진귀한 보배나 의복․음식․머리․눈․골수 등 이러한 온갖 안팎의 것을 모두 베푸는 것이니, 이를 재물보시라 한다. |
공경의 보시라 함은 신심이 청정하여 공경하고 예배하며, 맞이하고 전송하고 찬탄하고 주위를 돌며(繞匝) 공양하는 등 이러한 갖가지를 공경의 보시라 한다. |
법보시란, 도덕을 위하여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외우고 읽고 강설하고 의혹을 제하기 위하여 문답하며, 남에게 5계를 일러주는 등 이렇듯 갖가지를 불도를 위하는 까닭에 베푸는 것을 법보시라 한다. |
이 세 가지 보시가 원만해지는 것을 단바라밀의 원만함이라 한다. |
또한 세 가지 인연으로 보시가 생겨나니, 첫째는 신심이 청정함이요, 둘째는 재물이요, 셋째는 복밭[福田]이다. |
마음에는 세 종류가 있으니, 가엾이 여김과 공경함과 가엾이 여기면서 공경함이다. |
빈궁하고 하천한 이나 축생들에게 베푸는 것은 가엾이 여기는 보시요, 부처님이나 법신 보살 등에게 베푸는 것은 공경하는 보시요, 늙고 병들고 가난한 아라한이나 벽지불에게 베푸는 것은 공경하면서 가엾이 여기는 보시이다. |
보시하는 물건이 청정하다고 함은 훔치거나 겁탈한 것이 아니며, 때에 맞추어 베풀되 명예를 구하거나 이양을 바라지도 않는 것이다. |
혹은 마음에 의해 복덕을 많이 얻기도 하고, 혹은 복밭에 의해 공덕을 많이 얻기도 하고, 혹은 묘한 물건에 의해 공덕을 많이 얻기도 한다. |
[472 / 805] 쪽 |
첫째의 마음에 의한다 함은 4등심(等心)10)이나 염불삼매에 의하여 굶주린 범에게 몸을 보시하는 것과 같으니, 이와 같은 것을 ‘마음에 의해 공덕을 얻는다’ 한다. |
복밭에 두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가엾이 여기는 복밭이요, 둘째는 공경하는 복밭이다. 가엾이 여기는 복밭이라 함은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는 것이요, 공경하는 복밭이라 함은 공경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니, 마치 아수가(阿輸伽)11)[진나라 말로는 무우(無憂)이다.] 왕이 국토를 부처님에 바친 것과 같다. |
또한 재물보시에 대하여 말하자면, 어떤 여자가 술에 취하여 7보의 영락으로 가섭불의 탑에 보시했는데 그 복덕으로 삼십삼천에 태어난 일이 있다.
이러한 갖가지 일을 재물보시라 한다. |
대지도론(大智度論) 108. 재물보시, 공경보시, 법보시
'대지도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110. ★ 좋고 나쁨은 내 마음에 있지, 밖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0) | 2019.01.06 |
---|---|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109. 생각의 인연 (0) | 2019.01.06 |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107. ★ 보시한 물건은 끝내 공하여 열반의 모습과 같다. (0) | 2019.01.06 |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106. ★ 주는 자/받는 자/재물이 있으면, 보시바라밀의 장애가 된다. (0) | 2019.01.06 |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105. 눈알을 뽑아주고나서 보살행을 포기한 사리불 (0) | 2018.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