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110. ★ 좋고 나쁨은 내 마음에 있지, 밖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수선님 2019. 1. 6. 11:56

[문] 일체의 존재[物]가 반드시 인연이 화합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미진(微塵)은 지극히 미세하므로 나눌 수 없고, 나눌 수 없으므로 화합할 것이 없다.

방석, 즉 비단은 거칠기 때문에 쪼갤 수 있지만 미진은 나눌 수조차 없거늘 어떻게 쪼개겠는가?

 

[답] 지극히 미세해서 실체가 없거늘 억지로 이름붙인 것이다.

 

그것은 왜냐하면, 거칠음과 미세함은 상대적인 것으로 거칠음을 인하기 때문에 미세함이 있거니와

이 미세함에는 다시 미세함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극미의 물질[色]이 있다면 시방의 요소가 있을 것이다.

  
  
  
12) 범어로는 paramāṇu. 물질의 특징을 지니지 않는 순간까지 물질을 세분한 것으로, 원자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일극미를 중심으로 상ㆍ하․사방에 극미가 모인 것을 미진(微塵)이라고 한다.
[476 / 805] 쪽
시방의 요소가 있다면 이것을 극미라 부를 수 없고, 시방의 요소가 없다면 물질이라 부를 수 없다.

 

또한 극미가 있다면 허공과의 경계가 있어야 하는데, 그 경계[分]가 있다면 극미라 할 수 없다.

 

또한 극미가 있다면 거기에는 빛․냄새․맛․닿임의 경계가 있어야 하는데,

빛․냄새․맛․닿임의 경계가 있다면 이를 극미라 할 수 없다.

 

이와 같이 따지면 극미의 실체를 얻을 수 없게 되니, 경에 말씀하시기를 “물질은 거칠거나 곱거나 안이거나 밖이거나 통틀어 관찰하건대 무상(無常)이고 무아(無我)이니 미진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셨다.

 

이를 나누어 깨뜨리는 공[空破空]이라 한다.

 

 

또한 공을 관하는 경우[空觀]가 있다.

 

곧 이 방석이 마음을 따라 생긴 것이로되 어떤 좌선하는 사람은 방석을 땅, 혹은 물, 혹은 불, 혹은 바람으로 관하고, 혹은 청색ㆍ황색ㆍ백색ㆍ적색이나 혹은 온통 빈 것으로 관한다. 열 가지 일체의 입(入)에 대한 관찰과 같다.

 

예컨대 부처님께서 기사굴산에서 비구무리와 함께 계실 적에 왕사성에 들어가시다가 길가에서 큰물을 보셨다.

부처님께서는 물 위에다 니사단(尼師壇)13)을 펴시고 앉으셔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가 선정에 들어 자재(自在)를 얻으면 큰물로 하여금 땅이 되게 하기도 하는데

그때에는 곧 실제의 땅이 된다. 그것은 왜냐하면 이 물속에는 땅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물․불․바람․금․은 등 갖가지 보물들도 모두 즉시에 실제로 이루어진다.

그것은 왜냐하면 이 물속에는 모두 그들의 요 소가 있기 때문이다.”

 

  
  
  
13) 범어로는 niṣidana. 일종의 좌구로서, 6물(物)의 가운데 하나이다.
[477 / 805] 쪽

또한 아름다운 여인이 있는데, 음인(淫人)이 보면 맑고 묘하다 하여 마음으로 염착을 일으킨다.

관(觀)을 닦는 사람이 보면 갖가지 악(惡)이 드러나서 한 곳도 깨끗한 데가 없다 한다.

비슷한 여자가 보면 질투와 미움으로 증오하고 눈을 흘기며 보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더럽다 한다.

 

음란한 사람이 보면 즐거워지고,

질투하는 사람이 보면 괴로워지고,

수행하는 사람이 보면 도를 얻고,

관심 없는 사람이 보면 아무런 느낌도 없어서 마치 초목같이 여긴다.

 

이 예쁜 모습이 실로 깨끗하다면 네 종류의 사람이 다 깨끗하게 보아야 할 것이요,

실제로 더러운 것이면 네 종류의 사람이 다 더럽게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좋고 나쁨은 마음에 있고 밖에서 정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공을 관함도 역시 이와 같다.

 

 

또한 이 방석에는 열여덟 가지 공한 모습이 있는 까닭에 그것을 관하면 공해지니,

공한 까닭에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갖가지 인연으로 재물은 공하여 결정코 얻을 수 없다.

 

 

 

어찌하여 보시하는 사람을 얻을 수 없다 하는가?

 

마치 방석이 인연이 화합하므로써 있거니와 부분부분 분석하면 방석을 얻을 수 없는 것과 같이

보시하는 사람도 그리하여서 4대(大)가 허공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몸이라 하는데, 이 몸의 의식이 동작하고 왕래하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것을 거짓으로 사람이라 하거니와 부분으로 그것을 구하면 역시 얻을 수 없다.

 

또한 일체의 온[衆]․처(處)․계(界)에서 나를 얻을 수 없나니,

나를 얻을 수 없으므로 보시하는 사람도 얻을 수 없다.

 

그것은 왜냐하면 나에게는 갖가지 이름이 있기 때문이다.

 

곧 인간․하늘․남자․여자․베푸는 사람․받는 사람․괴로운 사람․즐거운 사람․축생 등인데,

이들은 단지 이름만 있을 뿐이요 실다운 법은 얻을 수 없다.

 

 

[문] 만일 보시하는 이를 얻을 수 없다면 어떻게 보살이 단바라밀을 행하겠는가?

 

[답] 인연이 화합하기 때문에 이름이 있으니, 집이나 수레 등과 같이 실다운 법을 얻을 수는 없다.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글쓴이 : - 해탈 -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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