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 161. 부처님께서 답하지 않으신 14무기(無記)

수선님 2019. 1. 20. 13:06

또한 14난(難)6)에 대하여 대답하지 못하는 법 가운데서 항상함과 무상함 등의 장애 없이 중도(中道)를 잃지 않음을 관찰하고, 이 법을 능히 참는다면, 이것을 법인이라 한다.

 

어떤 비구가 이 14난에 대하여 생각하고 관찰하여도 통달하지 못하자

참을 수 없는 마음이 생기어 의발(衣鉢)을 들고 부처님께로 가서 말씀드렸다.

 

“부처님이시여, 저를 위해 14난을 해명해 주시어 저로 하여금 이해하게 한다면 마땅히 제자가 되겠습니다만, 만약에 해명해 주지 못한다면 나는 다른 길을 찾겠습니다.”

  
  
  

6) 열네 가지 형이상학적인 질문을 말한다. 곧 세상의 존속성, 세간의 공간적 한계, 몸과 마음, 깨달은 이[如來]의 사후 존족에 관한 질문을 말한다. 곧

①세계는 항상한가.

②무상한가.

③항상하면서 무상한가.

④항상하지도 않고 무상하지도 않은가.

⑤세계는 끝이 있는가.

⑥끝이 없는가.

⑦끝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가.

⑧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가.

⑨몸과 마음은 하나인가.

⑩다른 것인가.

⑪여래는 사후에 존재하는가.

⑫존재하지 않는가.

⑬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기도 한가.

⑭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닌가.

 

이 열네 가지 질문에 대한 부처님의 입장이 곧 14무기(無記)이다.

여기에서 무기(avyākṛta)란 ‘대답되지 않거나 혹은 설명될 수 없는 것’을 뜻한다.

[587 / 2071] 쪽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 어리석은 사람아, 네가 본래 나와 맹세하기를 ‘이 14난에 대답해 주면 내 제자가 되겠다’ 하였느냐?”

 

비구가 대답했다.

“아니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리석은 사람이구나. 지금 어째서 말하기를 ‘내게 대답해 주지 못하면 제자가 되지 않겠다’ 하느냐?

 

나는 늙고 병들고 죽는 사람을 위해 법을 설해주어 제도하거늘 이 열네 가지 질문은 다투는 법이다.

법에 대해 이익이 없고 오직 희론일 뿐이다. 물어서 무엇하리오.

 

만일 네게 대답해 주더라도 그대는 요달하지 못하니라.

죽을 때까지 알지 못한 채 생로병사를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비유하건대, 마치 어떤 독화살을 맞은 사람의 경우와 같으니라.

 

곧 친척들이 의원을 불러 화살을 뽑고 약을 바르려고 했지만 그가 말하기를 ‘화살을 뽑아서는 안 된다. 나는 먼저 그대의 성명과 부모와 나이를 알아야 되겠고, 다음은 화살이 어느 산의 어떤 나무, 어떤 깃이며, 활촉은 누가 만들었으며, 어떤 쇠인가를 알아야겠다. 또한 활은 어느 산의 나무이며, 어떤 짐승의 뿔인가를 알아야 되겠다. 또한 약은 어디서 난 것이며, 그 이름은 무엇인지를 알아야 되겠다. 이러한 갖가지 일을 모두 안 뒤에야 그대가 화살을 뽑고 약을 바르게 하겠다’ 했느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에게 물으셨다.

“이 사람이 이런 일을 다 안 뒤에 화살을 뽑아야 되겠는가?”

 

비구가 대답했다.

“다 알 수가 없습니다. 만일 다 알기를 기다린다면 그는 이미 죽은 뒤가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 역시 이와 같으니라. 삿된 소견의 화살에 애욕의 독약이 발라진 채 이미 네 마음 깊숙이 박혔기에 너는 이 화살을 뽑기 위해 내 제자가 되었다. 그렇거늘 화살은 뽑으려 하지 않고 도리어 세상이 항상함과 무상함, 끝 있음과 끝없음 등을 구하려 한다. 그것을 구해도 얻지 못한 채 혜명(慧命)을 잃고 축생과 마찬가지로 죽어서는 스스로가 어둠으로 뛰어들고자 하는구나.”

 

비구는 부끄러이 여기면서 부처님의 말씀을 똑똑히 이해하고는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대지도론 161. 부처님께서 답하지 않으신 14무기(無記)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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