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불법은 항상 공한 모습 가운데에서는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니다. 공은 유(有)를 제함으로써 공이 되고 공은 무를 막으니, 이것을 비유ㆍ비무라고 한다. 그런데 어찌하여 우치한 주장이라 하는가? |
[답] 불법의 진실한 모습은 받아들이지도 않고 집착하지도 않는 것이거늘 그대가 주장하는 비유(非有)ㆍ비무(非無)는 받아들여 집착하는 까닭에 우치한 논리가 되는 것이다. |
만일 비유ㆍ비무라고 말한다면 이는 곧 말할 수도 있고 깨뜨릴 수도 있다. 이는 곧 마음이 생기는 곳이며 투쟁이 일어나는 곳이다.
하지만, 불법은 그렇지 않다.
비록 인연에 의하여 비유ㆍ비무라고 하거거니와 집착을 내지 말아야 한다. 집착을 내지 않는다면 곧 무너뜨릴 수 없고 깨뜨릴 수 없다.
모든 법이 끝이 있거나, 끝이 없거나, 있으되 끝이 없거나, 있지 않되 끝이 없거나, 죽은 뒤에 갈 곳이 있거나, 죽은 뒤에 갈 곳이 없거나, 죽은 뒤에 갈 곳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거나, 죽은 뒤에 갈 곳이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거나, 이 몸이 곧 정신이라거나, 몸과 정신은 다르다고 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모두 진실치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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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두 가지 소견[六十二見]8) 가운데서 모든 법을 관찰하건대 이 역시 진실치 못하다.
이렇듯 모든 것을 제해 버리고 불법의 청정하고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믿으며, 마음으로 후회하거나 동요되지 않는다면 이것을 법인(法忍)이라 한다. |
또한 유무의 두 변(邊)으로 모든 법의 나는 때와 머무는 때를 관찰하면 유견(有見)의 모습이요, 모든 법의 늙을 때와 무너지는 때를 관찰하면 무견(無見)의 모습이다. |
삼계의 중생은 흔히 이 두 가지 소견의 모습에 집착되니, 이 두 가지 법은 거짓되고 진실치 않다.
만일 실로 존재하는 모습이라면 없어지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왜냐하면 지금은 없으나 먼저부터 있었다면 단견[斷]에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에 단절된다고 한다면 이는 옳지 못하다. |
또한 일체법은 이름이 화합하였기 때문에 그것을 일컬어 유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름이 화합하여 생긴 법은 얻을 수 없는 것이다. |
[문] 비록 이름에 의해 생긴 법을 얻을 수는 없으나, 이름의 화합은 있지 않는가? |
[답] 만일 법이 없다면 이름이 누구를 위해 화합하리오? 그렇다면 이름이 없는 것이다. |
또한 모든 법이 실제로 있는 것이라면 심식(心識) 때문에 알려지는 것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 만일 심식 때문에 존재[有]를 알게 된다면, 이것은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땅의 굳은 모습은 몸과 감관으로써 몸의 의식이 알기 때문에 존재하듯이, 만일 몸의 감관이 없이 몸의 인식만이 안다면 곧 굳은 모습도 없을 것이다. |
[문] 몸의 감관과 몸의 의식이 알건 알지 못하건 간에 땅은 항상 굳은 모습이 아닌가? |
[답] 먼저부터 굳은 모습이 있음을 스스로 알았거나 혹은 남에게 들음으로 써 굳은 모습이 있음을 아는 것이다.
먼저부터 알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했더라면 굳은 모습은 없을 것이다. |
8) 62견이란, 불교외의 사상의 조류를 62종류로 분류해 놓은 것을 말한다. 장부 『범망경(梵網經)』에 상세히 언급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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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땅이 만일 항상 굳은 모습이라면 그 모습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마치 응고된 연유․꿀․아교는 녹으면 그 굳은 모습을 버리고 액체[濕相]가 되는 것과 같다.
금․은․구리․무쇠 등도 그러하다. 물은 액체이지만 추우면 도리어 굳어진다. 이러한 갖가지는 모두가 모습을 버린다. |
또한 여러 논사(論師)들은 유를 무(無)로 만들기도 하고 무를 유로 만들기도 한다.
여러 현성들이나 좌선하는 사람들은 능히 땅을 물로 만들기도 하고 물을 땅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와 같이 모든 법은 바뀌니, 열 가지 일체입(一切入) 가운데 설한 바와 같다. |
또한 이러한 유견은 탐욕․성냄․어리석음․번뇌의 속박․투쟁 때문에 생겨나니, 만약에 이러한 욕심․성냄 등이 생겨나는 곳이라면 이는 불법이 아니다.
왜냐하면 불법의 모습이란 착하고 맑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진실치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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