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 164. 불법(佛法)의 모습이란, 착하고 맑은 것이다.

수선님 2019. 1. 20. 13:07

[문] 불법은 항상 공한 모습 가운데에서는 유도 아니고 무도 아니다. 공은 유(有)를 제함으로써 공이 되고 공은 무를 막으니, 이것을 비유ㆍ비무라고 한다. 그런데 어찌하여 우치한 주장이라 하는가?

 

[답] 불법의 진실한 모습은 받아들이지도 않고 집착하지도 않는 것이거늘

그대가 주장하는 비유(非有)ㆍ비무(非無)는 받아들여 집착하는 까닭에 우치한 논리가 되는 것이다.

 

만일 비유ㆍ비무라고 말한다면 이는 곧 말할 수도 있고 깨뜨릴 수도 있다.

이는 곧 마음이 생기는 곳이며 투쟁이 일어나는 곳이다.

 

하지만, 불법은 그렇지 않다.

 

비록 인연에 의하여 비유ㆍ비무라고 하거거니와 집착을 내지 말아야 한다.

집착을 내지 않는다면 곧 무너뜨릴 수 없고 깨뜨릴 수 없다.

 

모든 법이 끝이 있거나, 끝이 없거나, 있으되 끝이 없거나, 있지 않되 끝이 없거나, 죽은 뒤에 갈 곳이 있거나, 죽은 뒤에 갈 곳이 없거나, 죽은 뒤에 갈 곳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거나, 죽은 뒤에 갈 곳이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거나, 이 몸이 곧 정신이라거나, 몸과 정신은 다르다고 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모두 진실치 않다.

  
[591 / 2071] 쪽
  

예순두 가지 소견[六十二見]8) 가운데서 모든 법을 관찰하건대 이 역시 진실치 못하다.

 

이렇듯 모든 것을 제해 버리고 불법의 청정하고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믿으며,

마음으로 후회하거나 동요되지 않는다면 이것을 법인(法忍)이라 한다.

 

 

또한 유무의 두 변(邊)으로 모든 법의 나는 때와 머무는 때를 관찰하면 유견(有見)의 모습이요,

모든 법의 늙을 때와 무너지는 때를 관찰하면 무견(無見)의 모습이다.

 

삼계의 중생은 흔히 이 두 가지 소견의 모습에 집착되니,

이 두 가지 법은 거짓되고 진실치 않다.

 

만일 실로 존재하는 모습이라면 없어지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왜냐하면 지금은 없으나 먼저부터 있었다면 단견[斷]에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에 단절된다고 한다면 이는 옳지 못하다.

 

또한 일체법은 이름이 화합하였기 때문에 그것을 일컬어 유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름이 화합하여 생긴 법은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문] 비록 이름에 의해 생긴 법을 얻을 수는 없으나, 이름의 화합은 있지 않는가?

 

[답] 만일 법이 없다면 이름이 누구를 위해 화합하리오?

그렇다면 이름이 없는 것이다.

 

또한 모든 법이 실제로 있는 것이라면 심식(心識) 때문에 알려지는 것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

만일 심식 때문에 존재[有]를 알게 된다면, 이것은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땅의 굳은 모습은 몸과 감관으로써 몸의 의식이 알기 때문에 존재하듯이,

만일 몸의 감관이 없이 몸의 인식만이 안다면 곧 굳은 모습도 없을 것이다.

 

 

[문] 몸의 감관과 몸의 의식이 알건 알지 못하건 간에 땅은 항상 굳은 모습이 아닌가?

 

[답] 먼저부터 굳은 모습이 있음을 스스로 알았거나

혹은 남에게 들음으로 써 굳은 모습이 있음을 아는 것이다.

 

먼저부터 알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했더라면 굳은 모습은 없을 것이다.

  
  
8) 62견이란, 불교외의 사상의 조류를 62종류로 분류해 놓은 것을 말한다. 장부 『범망경(梵網經)』에 상세히 언급되고 있다.
[592 / 2071] 쪽
 

또한 땅이 만일 항상 굳은 모습이라면 그 모습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마치 응고된 연유․꿀․아교는 녹으면 그 굳은 모습을 버리고 액체[濕相]가 되는 것과 같다.

 

금․은․구리․무쇠 등도 그러하다.

물은 액체이지만 추우면 도리어 굳어진다. 이러한 갖가지는 모두가 모습을 버린다.

 

또한 여러 논사(論師)들은 유를 무(無)로 만들기도 하고 무를 유로 만들기도 한다.

 

여러 현성들이나 좌선하는 사람들은 능히 땅을 물로 만들기도 하고 물을 땅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와 같이 모든 법은 바뀌니, 열 가지 일체입(一切入) 가운데 설한 바와 같다.

 

또한 이러한 유견은 탐욕․성냄․어리석음․번뇌의 속박․투쟁 때문에 생겨나니,

만약에 이러한 욕심․성냄 등이 생겨나는 곳이라면 이는 불법이 아니다.

 

왜냐하면 불법의 모습이란 착하고 맑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진실치 않다.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글쓴이 : - 해탈 -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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