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 184. 보살 사슴왕의 자비로 국왕의 육식을 끊게 하다.

수선님 2019. 1. 27. 12:40

또한 몸의 정진이란 모든 수고와 괴로움을 받아들여 끝내 게으르지 않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바라내(波羅柰)67)나라의 범마달왕(梵摩達王)68)이 숲 속으로 사냥을 다니다가 두 무리의 사슴떼를 보았는데 무리마다에 각각 우두머리가 있었다.

 

그 중 한 우두머리에게는 5백의 무리가 있었으며,

또한 한 우두머리는 몸이 7보로 되어 있었다.

 

이 7보의 몸을 지닌 우두머리는 석가모니보살이었고, 다른 우두머리는 제바달다였다.

 

보살인 사슴왕은 인간의 왕과 왕의 무리들이 자기들의 무리를 마구 죽이는 것을 보자

가엾은 생각을 일으켜 곧장 인간의 왕에게로 나아갔다.

 

왕과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활을 쏘니 화살이 비 오듯 날아왔다.

 

왕은 이 사슴이 곧장 걸어 나오면서도 아무런 거리낌도 없는 것을 보자

여러 사람들에게 명령하기를 “활을 거두어 그가 오는 뜻을 끊지 않게 하라” 했다.

 

사슴의 왕은 인간의 왕에게 이르자 꿇어앉아서 말했다.

 

“왕께서 기쁨을 위하여 작은 일을 즐기는 까닭에 여러 사슴들이 일시에 모두가 죽을 고통을 받습니다.

만일 반찬을 위해서라면 저희들이 차례를 정하여 날마다 사슴 한 마리씩을 왕의 주방으로 보내겠습니다.”

 

왕은 그의 말에 “좋다” 하며 그의 뜻을 받아들였다.

두 사슴왕은 무리를 모아놓고 순서를 정하여 날마다 차례가 된 사슴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때 제바달다의 사슴 무리 가운데 새끼를 밴 사슴이 있었는데, 자신의 왕에게 가서 말했다.

“나는 오늘 죽으러 가야할 차례입니다만 애기를 배었습니다. 아기는 차례가 아니오니 바라건대 잘 헤아리시어 죽을 자를 바꿔주시어 앞으로 태어날 자로 하여금 액난을 만나지 않게 해 주옵소서.”

 

그러자 사슴 왕은 성을 내어 말했다.

“누가 죽음을 싫어하지 않겠느냐. 차례가 왔거든 그냥 가거라. 어찌 핑계를 대는가.”

 

암사슴은 생각했다.

“우리 왕은 인자하지 못해서 이치에 맞는 용서를 베풀지 못한 채 나의 말을 살피지도 않고 화만 내니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서 그녀는 보살왕에게로 가서 사정을 말했다. 그러자 보살왕이 그 사슴에게 물었다.

“그대의 왕은 무슨 말을 하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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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이 대답했다.
“저의 왕은 인자하지 못합니다. 일의 형편을 헤아려 보지도 않은 채 성만 냅니다. 하지만 대왕의 인자함은 일체에 미치기에 이렇게 와서 귀의하는 것이옵니다. 오늘 같은 경우 비록 천지가 넓다고 하나 제 사정을 호소할 곳이 없습니다.”

 

보살은 생각했다.

“이는 대단히 불쌍한 일이로다. 만약에 자신의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어찌 도리를 굽히어 새끼사슴을 죽게 하겠는가. 만약에 다음 차례가 아닌 자를 다음으로 바꾼다 해도 어찌 차례가 오지 않은 자를 보낼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오직 내 자신이 그것을 대신할 뿐이다.”

 

그리고 곧 결심을 하고는 자신의 몸을 대신 보내고 어미 사슴은 돌아가게 했다.

“내가 이제 너를 대신하노라. 그대는 걱정할 것 없다.”

 

 

사슴왕은 인간 왕의 문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는 사슴왕이 스스로 찾아 온 것을 이상히 여겨 왕에게 보고했다.

왕 역시 이를 이상히 여겨 앞으로 데려오게 하고는 물었다.

“이제 사슴들이 모두 없어졌는가? 어째서 그대가 온 것이더냐?”

 

사슴왕이 말했다.

 

“대왕께서 보살펴주심이 모든 사슴들에게 미치어 어느 하나 범하는 자가 없습니다.

무성한 풀이 있거늘 어찌 다 하겠습니까. 저의 다른 무리 가운데 새끼를 밴 사슴이 한 마리 있습니다.

새끼가 곧 태어날 텐데 어미 사슴을 죽여 배를 갈라 버리면 그 새끼 역시 목숨을 잃게 됩니다.

그녀는 그 일을 저에게 말하기 위해 왔습니다.

저는 불쌍한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아직 순서가 되지 않은 자를 다음에 오도록 바꿀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어미 사슴을 돌려보내 구해주지 않는다면, 이는 목석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저의 몸은 영원하지 않고, 결코 죽음을 면할 수가 없습니다.

고액을 불쌍히 여겨 구해준다면 그 공덕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이 경우 누군가 자비가 없다면, 이는 호랑이나 승냥이와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게송을 읊었다.

  
[629 / 2071] 쪽
  나는 실로 이 축생이고 금수이니
  인간의 머리를 한 사슴이라 불리리라.
  그대는 비록 사슴의 몸을 하고 있건만
  사슴의 머리를 한 인간이라 불리리라.
  
  도리에서 본다면 결코
  모양을 보고 인간이라 할 것 아니니,
  비록 짐승이라도 자비롭다면
  실로 이것이 인간이라네.
  
  오늘부터 나는
  일체의 고기를 삼가리니
  두려움 없도록 베풀고
  그대의 마음 편안케 해 주리라.
  
  사슴들은 안온을 얻고, 왕은 인자함과 신임을 얻게 되었다.

 

 

 

 

 

아주 오랜 세월 이전에는 동물과 사람이 직접 대화가 가능함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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