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신앙적으로 좋은 종교요, 철학으로도 심오한 진리가 있다. 필자는 수행포교초기, 어느 큰 스님 법석에서 ‘장자의 네 부인’ 이야기를 들었는데 재미있고 인상이 깊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것은 <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의 한 대목이었다. 그 요지를 보면 어느 장자에게 네 부인이 있었다. 첫째 부인에게는 귀한 옷도 사주고 아끼며 끔찍히 사랑했다. 둘째 부인도 귀중하게 돌보며 사랑했고 셋째는 볼 때는 아끼나 그저 그렇게 지냈는데 넷째 부인에게는 무관심과 냉대로 대했다. 장자가 어느날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면서 네 명의 부인들을 각각 만나 동행해 줄 것을 간청했다. 끔직히 사랑하고 잘해준 첫째와 둘째 부인이 응당 같이 가겠다고 나설 줄 알았으나 두 부인은 정색을 하며 같이 못간다고 냉정하게 거절했다. 셋째 부인은 동리밖까지만 따라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동안 냉대했던 넷째 부인은 어디든지 같이 가겠다고 했다. 장자는 평소에 넷째 부인을 깊이 사랑하지 않고 소홀히 대한 것을 절실히 후회했다. 여기서 장자는 우리 모든 사람을, 먼 길을 떠난다는 것은 죽음을 뜻하며 첫째 부인은 육체를, 둘째 부인은 재물을, 셋째 부인은 가족이나 친지, 넷째 부인은 마음공부를 비유한 것이다. 평소에 사람들은 육체를 호사스럽게 가꾸고 끔찍하게 아끼며 재물을 좋아하지만 결국 죽을때 가지고 가는 것은 평소에 해놓은 마음공부라는 것을 비유한 이야기이다. 비유란 이처럼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부처님의 가르침은 언제나 이러한 생활속의 쉬운 비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향을 쌌던 종이는 향내가 나고 생선을 묶었던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난다는 이야기나 출가수행자가 처와 자식의 연을 끊지 못해 집으로 가려하자 ‘지붕잇기를 촘촘히 잘하면 비가 와도 새지 않듯이 뜻을 단속해 그대로 하면 음탕한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가르침, 아들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에게 부모와 자식의 인연이란 마치 한 여관에 머문 나그네들이 아침이 되면 일어나 각자 자신의 길로 떠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등의 비유는 평소 내가 군부대나 교도소 등에서 설법할 때 많이 인용하는 이야기들이다. 어린이나 학생 법회 때는 신통력의 비유나 수행자의 비유를 들어 호기심을 일으켜 경전을 한번 읽어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법구비유경>은 설법이나 글을 쓸 때 너무나 좋은 소재가 되고 있다. 나는 설법할 때 이 경의 설화를 설명해주고 그 핵심 게송을 대중과 함께 꼭 복창한다. 대중들과 함께 큰 소리로 읽으면서 <법구비유경>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신도들의 마음에 아로새겨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다. 덕진/울산 정토사 주지
그러나 심오하고 방대하기 때문에 확실히 이해하기도, 뜻이 완연히 드러나게 가르치기도 쉽지가 않다. 필자는 특히 어린이나 학생, 불교입문자에게 설법을 자주 하는데 간결하고 쉬운 법구경을 많이 인용한다.
이와같이 재미있고 인상적인 비유가 가득한 <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은 한역 <법구경>의 게송 가운데 3분의 2를 그대로 옮겨와서 그것이 설해지게 된 인연과 핵심 교훈을 구체적 비유를 들어서 알기쉽고 흥미롭게 설한 경이다.
법구 설화마다 문답형식으로 엮어져 그 본말을 확실히 하여서 <법구본말경(法句本末經)> 또는 <법유경(法喩經)>이라고도 한다. 내용의 갖가지 비유적 이야기는 가히 환상적인 인도인의 상상력이 창작해낸 풍부한 비유담으로 비유문학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은 전 4권 40품으로 엮어져 있고 각 품마다 한가지 이상 다섯가지나 여섯가지의 비유를 들고 있다. 이 경은 서기 290~306년에 법거와 법림에 의해 한역되었고 고려대장경 1020에 있으며 동국역경원 한글대장경 신판 20번에 있다.
혹 우울할 때나 좌절이 생길 때 이 경을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어느새 마음이 가뿐해지고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생겨남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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