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핵심은 사성제이며 중도 즉 팔정도를 떠난 불교는 존재할 수 없다. 법산/대구 동화사
사성제를 기초교리로 가볍게 여기는 경향도 없지 않지만 그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이 크다. 일본에서는 이미 네 종류의 팔리대장경(남전대장경)이 나왔고 대만에서도 완간돼 원시경전의 이해를 넓히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팔리어원전 없이 몇몇 학자들의 손에 그 작업이 맡겨져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생애 마지막 발원으로 동화사 몇 분 스님들과 함께 영국 팔리성전협회본과 미얀마 삼장협회본을 저본으로 일역의 남전대장경과 팔리영역본을 참고하여 원시경전을 역경하고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대념처경(大念處經)>은 원시경전 중의 하나로 욕심을 비롯한 일체 번뇌를 생각 속에서 지워버리고 생의 참뜻을 깨우치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대념처경>은 60권으로 구성돼 있는 <중아함경> 권26에 나와 있는 경전으로 4세기말에 인도출신의 학승 구담승가제파가 번역한 것이다.
이 경전은 <사념처경> 또는 <염처경>이라고도 하는데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바른 마음챙김(正念)으로 대상을 관찰하는 것을 가르치는 경전이라는 뜻이다. 이와 같은 내용은 <대념처경>의 팔리어 원 제목 ‘마하 삿띠팟타나 숫타(Maha-satipattana-stutta)’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삿띠팟타나의 ‘삿띠’는 정념의 바른 마음챙김 혹은 바른 알아차림을 의미하며, ‘팟타나’는 몸, 느낌, 마음, 법 등 마음생김의 네 대상에 굳건하고 면밀하게 뿌리 내리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즉 마음챙김이 그 대상 속에 파고들어 지속적으로 면밀하게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어느날 부처님이 자신이 아직 불도를 원만히 이루지 못했던 때의 일을 여러 비구들 앞에서 이야기하면서 욕심이 없고 성내지 않고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만 열반에 들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명상 속에서 온갖 잡념을 제거하는 것이 삶의 참뜻을 알고 인생의 일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조건이라고 설교하는 것이 이 경전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대념처경>에는 제행무상, 일체개고, 제법무아 등 삼법인이 잘 나타나 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생노병사를 비롯한 여덟가지의 괴로움을 겪는다. 이런 고통들은 한낱 생멸의 자연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고통의 특성을 이해하게 되면 더 이상 끄달리거나 집착하지 않고 감각을 탐닉하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또 우리 몸에서 순간순간 일어나고 사라지는 일체의 덧없음의 진리를 깨닫고 마음을 비우라고 가르친다.
<대념처경>의 실천은 부처님이 직접 수행하면서 생사윤회를 벗어나는 열반을 성취하셨고 그 뒤를 따르는 많은 제자들을 깨달음으로 제도한 불교수행의 핵심인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삶의 목표와 방향을 어떤 식으로든 세우고 살아간다. 그러나 대부분 현상에만 집착할 뿐 정작 제대로 알고 도달해야 할 인생의 가장 큰 몫인 ‘마음’에 대해서는 아무런 목표의식도 없다. 목표의식이 없으니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대념처경>은 바로 이런 우리들에게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명백히 가르쳐준다. 마음을 간추려 내면의 세계를 보면 나와 남이 없고 모자람이나 넘침도 없다. 오로지 시공이 초월된 세계의 모자람없는 충만함만이 있을 뿐이다. 이 경은 버리고 비우는 공부를 통해 맛볼 수 있는 진공묘유(眞空妙有)의 세계를 잘 그려보이고 있다.
혼탁하고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려면 굳은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의지와 노력은 막연한 다짐으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무엇을 어떻게 채우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삶의 근본을 깨닫고 자기를 바로 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념처경>을 권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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