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다섯 가지 바라밀을 행한 뒤에야 반야바라밀을 행하는가? 아니면 한두 가지 바라밀을 행하여도 반야바라밀을 얻을 수 있는가? |
[답] 모든 바라밀에는 두 종류가 있으니, 하나는 한 바라밀에서 서로 맞음에 따라 행하면 모든 바라밀이 구족하는 것이요, 또한 하나는 때에 따라 바라밀을 행하면 많은 쪽으로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비유하건대 4대(大)가 서로 화합해서 여의지 않으나 많은 쪽으로 이름을 붙이는 경우와 같다. |
서로 응함에 따라 행하면 다섯 가지 바라밀이 구족하다 함은 다섯 가지 바라밀을 여의지 않고서 반야바라밀을 얻는 것이요, 때에 따라 이름을 얻는다 함은 혹 한 원인으로 인하여 한꺼번에 반야바라밀을 얻는 것이니, 어떤 사람 |
[724 / 2071] 쪽 |
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보시하면 이럴 때에 보시의 모습을 구하여도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으며, 항상함도 아니요 무상함도 아니며, 있음도 아니요 없음 등도 아니니, 마치 보시를 깨뜨리는 대목에서 말한 것과 같다. |
보시의 실상으로 인하여 모든 법도 그러한 줄을 아나니, 이것이 보시로 인하여 반야바라밀을 얻는다 한다. |
혹 계행을 지니어 중생을 괴롭히지 않으면 마음에 후회가 없거니와 만일 상을 취하여 집착하는 생각을 내면 다툼을 일으킨다.
이 사람이 전에는 중생을 괴롭히지 않았지만 법에 대하여 미워하거나 사랑하려는 생각이 있으므로 중생에게 화를 낸다. |
그러므로 중생들을 괴롭히지 않으려면 모든 법의 평등함을 행하여야 한다. |
만일 죄와 죄아님을 분별하면 시라(羅)바라밀을 행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죄를 미워하고 죄아님을 사랑하면 마음이 저절로 교만해져 다시 중생의 길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살은 죄 있는 자가 죄 없는 자를 보되 마음에 미움도 사랑도 없나니, 이렇게 관하는 이는 시라바라밀만을 행하여도 반야바라밀을 얻는 것이라 한다. |
보살은 이렇게 생각한다. |
‘법인(法忍)30)을 얻지 못하면 영원히 참는 법이 아니다. 중생들은 핍박이 없으면 능히 참지만 고통이 절실하게 닥쳐오면 참지 못한다. 비유하건대 매를 견디지 못해 죽음으로 뛰어드는 것과도 같다. 이런 까닭에 법인을 내어야 한다. 때리는 이도 없고, 꾸짖는 이도 없고, 받는 이도 없다. 다만 전생으로 부터의 뒤바뀐 과보의 인연 때문에 받는다 할 뿐이다.’ |
이럴 때에는 참는 일ㆍ참는 법을 분별하지 않은 채 끝까지 공함[畢竟空]에 깊이 들어가나니, 이런 까닭에 법인이라 한다.
이 법인을 얻으면 영원히 중생들을 꾸짖거나 괴롭히지 않나니, 법인과 서로 맞는 지혜를 반야바라밀이라 한다. |
30) 범어로는 dharma-kṣānti. 법의 지혜를 얻기 전에 일어나는 결정된 마음을 가리킨다. |
[725 / 2071] 쪽 |
정진은 항상 모든 좋은 법 안에서 모든 좋은 법을 성취케 한다. 만일 지혜로써 모든 법을 분별하고 대중하면 법성을 통달하나니, 이럴 때에 정진이 지혜를 도와서 성취케 한다.
또한 정진의 실상은 몸과 마음을 여읜 것이어서 여실히 동요치 않는 것임을 알면 이런 정진은 능히 반야바라밀을 내거니와 다른 정진은 환(幻) 같고 꿈과 같아서 거짓되어 진실치 않다. 그러므로 말하지 않는다. |
만일 깊은 마음으로 생각을 거두면 모든 법의 진실한 모습을 여실하게 보나니,
모든 법의 진실한 모습이란 보거나 듣거나 생각하는 알음알이[知]로는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
그것은 왜냐하면 6정(情)과 6진(塵)은 모두가 거짓된 인연의 과보이며, 여기에서 알아진 것, 보여진 것 역시 모두가 허망하기 때문이다.
이런 허망한 알음알이는 도무지 믿을 수 없나니,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부처님께서 아승기겁에 얻으신 실상의 지혜뿐이다. |
이러한 지혜로써 선정에 의하여 한결같은 마음으로 모든 법의 실상을 관하면 이것이 선정에서 반야바라밀이 생기는 것이라 한다. |
혹은 다섯 가지 바라밀을 여의고 다만 듣고 읽고 외우고 생각하고 헤아리기만 하여도 모든 법의 실상을 통달하나니, 이러한 방편지혜에서 반야바라밀이 나기도 하고, 둘 또는 셋 또는 네 가지 바라밀에서 반야바라밀이 생기기도 한다.
이는 마치 하나의 진리[一諦]만을 듣고도 도과(道果)를 이루는 이가 있고, 혹은 둘이나 셋이나 네 가지 진리를 듣고 도과를 이루는 이가 있는 것과 같다. |
어떤 사람은 고제에 대하여 미혹이 많으므로 고제를 말해 주면 도를 얻는다. 나머지 3제도 그러하여 어떤 이는 4제에 모두 미혹하므로 4제를 다 말해 주어 도를 얻게 한다. |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시기를 “그대들이 탐욕을 끊는다면 나는 그대들이 아나함(阿那含)을 얻으리라고 보증한다” 하셨으니, 만일 탐욕을 끊으면 성냄과 어리석음도 모두 끊어짐을 아는 것이다. |
6바라밀도 그와 같아서 간탐(慳貪)이 많은 것을 깨뜨리기 위하여 보시의 법을 말하면 나머지 악도 끊어짐을 알게 된다. 갖가지 악을 깨뜨리기 위한 까닭에 6바라밀을 갖추어 말하는 것이다. |
[726 / 2071] 쪽 |
그러므로 혹은 하나씩 행하기도 하고 혹은 합해서 행하기도 하나니, 모든 사람들을 두루 위하기 때문에 6바라밀을 말하는 것이요, 어느 한 사람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다. |
또한 보살은 온갖 법을 행하지 않고 온갖 법을 얻지 못함으로써 반야바라밀을 얻는다. 그것은 왜냐하면 모든 행(行)은 모두가 허망하여 진실치 않기 때문이다.
혹은 가깝게 허물이 있기도 하고, 혹은 멀리 허물이 있기도 하나니, 착하지 못한 법은 가깝게 허물이 있고, 착한 법은 오랜 뒤에 다르게 친해졌을 때 집착하면 근심과 고통이 생긴다. 이것이 멀리 허물이 있다는 것이다. |
비유하건대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에 똑같이 독약이 섞기면, 나쁜 음식은 먹는 즉시에 기분이 나쁘고 좋은 음식은 먹을 때에는 좋지만 나중에는 모두 생명을 빼앗기 때문에 두 가지를 모두 먹지 말아야 한다. |
착한 법과 나쁜 법 등 모든 행도 이와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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