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부처님께서 4무량의 공덕을 말씀하시기를 “인자한 마음을 잘 닦고 능숙히 닦으면 복이 변정천(遍淨天)16)에 이르고[極],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잘 닦고 능숙히 닦으면 복이 공처(空處)에 이르고, 기뻐하는 마음을 잘 닦고 능숙하게 닦으면 복이 식처(識處)에 이르고, 버리는 마음을 잘 닦고 능숙하게 닦으면 복이 무소유처(無所有處)에 이른다” 하셨거늘 어찌하여 앞에서는 “자의 과보로 범천에 태어난다”고 하셨는가? |
[답] 부처님들의 가르침은 헤아리기 어려우니, 제도해야 할 중생들에 따라 그처럼 말씀하신다. |
15) 대승경전 mahāyānasūtra. |
16) 범어로는 śubhakṛtsnāḥ-devaḥ. 색계의 하늘로, 제3선의 경지에 배대되는 하늘이다. |
[797 / 2071] 쪽 |
자정(慈定)에서 일어나서 제3선으로 회향하기는 쉽다. 또한 비정(悲定)에서 일어나서 허공처(虛空處)로 향하거나, 희정(喜定)에서 일어나서 식처에 들어가거나, 사정(捨定)에서 일어나서 무소유처에 들어가기가 쉽다. |
또한 자심으로써 중생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얻기를 원한다면 이 과보로 스스로도 응당 즐거움을 받아야 하는데, 삼계 안에서는 변정천이 가장 즐거우므로 말하기를 “복이 변정천에 이른다” 했다. |
비심으로써 중생들의 늙고 병들음과 잔인하고 해로운 고행을 하는 자를 보아 이렇게 연민의 마음을 일으킨다. |
‘어찌하여야 괴로움을 여의게 할까. 만일 안의 괴로움을 제해 주면 밖의 괴로움이 다시 오고, 만일 밖의 괴로움을 제해 주면 안의 괴로움이 다시 오는구나.’ |
수행자는 다시 생각하기를 ‘몸이 있으면 반드시 괴로움이 있으니, 오직 몸이 없어야 괴로움이 없으리라. 허공이 능히 물질[色]을 깨뜨리리라’ 한다. 그러므로 복이 공처에 이른다 하는 것이다. |
희심으로써 중생들에게 마음(心)과 의식[識]의 즐거움을 주고자 한다. 마음과 의식이 즐거움이란, 마음이 몸에서 떠나기를 마치 새가 조롱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 |
허공처의 마음은 비록 몸은 벗어났으나 아직도 마음이 허공에 매여 있거니와 식처(識處)는 한량이 없으니, 일체법 가운데에 모두 마음과 의식이 있어 의식이 자재하고 끝이 없음을 얻게 된다. |
이런 까닭에 기뻐함의 복은 식처에 이른다 했다. |
사심이란 중생에 대한 괴로움과 즐거움을 버리는 것이니, 괴로움과 즐거움을 버리는 까닭에 참된 버림의 상태[捨法]를 얻는다. 이른바 무소유처(無所有處)17)이다. |
이런 까닭에 버리는 마음의 복은 무소유처에 이른다 하는 것이다. |
이와 같이 4무량은 다만 성인만이 얻는 바로서 범부의 경지는 아니다. |
또한 부처님께서는 미래 세상의 제자들이 둔근이기 때문에 분별하여 모든 법에 집착되고 4무량의 모습을 착각하여 “이 4무량심은 중생이 반연이기에 유루일 뿐이요, 다만 욕계만을 반연하므로 무색계에는 없다. 왜냐하면 무색계는 욕계를 반연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할 것을 아신다. |
17) 범어로는 ākiñcanyāyatanaṃ. |
[798 / 2071] 쪽 |
이러한 사람들의 망견을 끊기 위하여 4무량심을 무색계 가운데에서 말씀하신 것이다. |
부처님으로서는 4무량심이 시방의 중생을 두루 반연하기 때문에 무색계에서도 반연할 수 있는 것이다. |
예컨대 무진의보살(無盡意菩薩)은 질문 가운데서 말하기를 “자(慈)에 세 종류가 있으니, 중생을 대상으로 삼는 것[衆生緣]과 법을 대상으로 삼는 것[法緣]과 대상이 없는 것[無緣]이다”고 했으며, 어떤 논사는 말하기를 “중생을 대상으로 삼는다 함은 유루요, 대상이 없다 함은 무루요, 법을 대상으로 삼는다 함은 유루이기도 하고 무루이기도 하다”고 했다. |
이와 같이 갖가지로 4무량심을 간략히 설명했다. |
4무색정(無色定)이라 함은 허공처(虛空處)․식처(識處)․무소유처(無所有處)․비유상비무상처(非有想非無想處)이다. |
이 4무색에 세 종류가 있으니, 첫째는 유구(有垢)18)요, 둘째는 생득(生得)19)이요, 셋째는 행득(行得)20)이다. |
유구란, 무색계에 속하는 서른한 가지 번뇌[結] 및 이 번뇌에서 일어나는 마음과 상응하는 행을 포함한다. |
생득이란, 이 4무색정을 행한 업보의 인연 때문에 무색계에 태어나서 은몰하지 않는 무기(無記)의 사중(四衆)을 얻게 되는 것이다. |
행득이란, 이 색이 추악하고, 중한 고통이고, 늙고, 병들고, 살해되는 등 갖가지 고뇌의 인연이며, 마치 중병 같고, 종기 같고, 독한 가시 같아 모두가 거짓되고 헛된 표현이니 마땅히 제거해야 한다고 관찰한다. |
이렇게 생각한 뒤에 일체의 색상(色相)을 초월하고 일체의 유대상(有對相)을 멸하고, 일체의 다른 상[異相]을 생각하지 않아 가없는 허공처에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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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범어로는 samala. 혹은 saha-malena. 티끌을 지니고 있는 것을 말한다. |
19) 범어로는 utpatti-lābhika. 선천적으로 갖추어져 있는 것을 말한다. |
20) 범어로는 bhāvana-lābhika. 수행에 의해 얻어진 것을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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