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어찌하여야 능히 이 세 가지 모습을 멸하는가? |
[답] 이 세 가지 모습은 모두가 인연 화합에 의하여 생겨나는 까닭에 자성(自性)이 없고, 자성이 없기 때문에 이 세 가지가 거짓되고 실체가 없어서 쉽게 멸할 수 있다. |
또한 이 색을 분별하건대 조각조각 깨지고 흩어져서 나중에는 모두 없어진다. |
이런 까닭에 뒤에만 없는 듯하나 지금에도 없거늘 중생들이 뒤바뀐 까닭에 화합된 색에 대하여 한 모습이라거나 다른 모습을 취하고, 마음이 색의 모습에 집착한다. |
그러니 “나는 지금 어리석은 사람을 따라서 배울 것이 아니라 진실한 일을 구해야 하리라”고 해야 하나니, 진실한 일 가운데는 한 모습이라거나 다른 모습이라 할 것이 없다. |
다시 수행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
‘내가 만일 모든 법을 제거해서 여읜다면 이익을 얻음이 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먼저 재물과 처자를 버리고 출가하여 청정하게 계행을 지니면 마음이 평온해져 겁내거나 두려울 것이 없으며, 모든 욕망과 온갖 삿되고 착하지 못한 법을 여의고 기쁨과 즐거움이 생하는 초선(初禪)을 얻으리라. 다시 각(覺)과 관(觀)을 여의고 내적으로 청정해진 까닭에 제2선에서의 커다란 기쁨과 즐거움을 얻으며, 다시 이 기쁨을 여의면 제3선의 경지이니 모든 즐거움 가운데 으뜸이 되리라. 다시 이러한 즐거움을 여의고 생각[念]이 무관심으로 청정해진 제4선을 얻으나, 이러한 4선을 버리고 마땅히 다시 묘한 선정을 얻어야 하리라. 이런 까닭에 이 색의 모습을 초월하고, 대함이 있는 모습을 멸해 다른 모습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
부처님께서는 세 종류의 색(色)을 말씀하셨다.
곧 어떤 색은 볼 수도 있고 대할 수도 있고[可見有對], 어떤 색은 볼 수는 없으나 대할 수는 있고[不可見有對], 어떤 색은 대할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다[不可見無對]. |
여기에서 “색상을 초월한다” 함은 볼 수도 있고 대할 수도 있는 색이요, “대할 수 있는 모습을 멸한다” 함은 볼 수는 없으나 대할 수는 있는 색이요, “다른 모습을 생각하지 않는다” 함은 볼 수도 없고 대할 수도 없는 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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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다시 눈으로 색의 무너짐을 보기 때문에 색을 초월한다 하고, 귀의 소리ㆍ코의 냄새ㆍ혀의 맛ㆍ몸의 촉감이 무너지기 때문에 대상이 있는 모습을 초월한다 하고, 두 종류의 나머지 색 및 무교색(無敎色)21)에 대해 갖가지로 분별하기 때문에 다른 모습이라 한다. |
이와 같이 관찰해서 색계 가운데 물드는 일을 떠나 무변허공처(無邊虛空處)를 얻는다. |
3무색을 얻는 인연과 방법은 「선바라밀품」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
이 4무색에서 하나는 항상 유루이거니와 나머지 셋은 지금 분별해야 하리라. |
허공처는 유루이기도 하고 혹은 무루이기도 하다. |
유루라 함은 허공처에 속하는 유루의 4중(衆)이요, 무루라 함은 허공처에 속하는 무루의 4중이니, 식처와 무소유처도 이와 같다. |
모두가 다 유위의 선(禪)이니, 유루의 허공처는 유보(有報)이고 무기(無記)이며, 무루의 허공처는 무보(無報)이다. 식처․무소유처도 이와 같다. |
선(善)한 비유상비무상처는 유보이며, 무기의 비유상비무상처는 무보이다. |
선한 4무색정은 닦을 수 있는 것이며, 무기의 4무색정은 닦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숨어 없어진다 함은 때[垢]가 있음이요, 숨어 없어지지 않는다 함은 때가 없음이다. |
하나가 셋 가운데 있으니, 유루라 함은 있는 것이요, 무루라 함은 있지 않는 것이다. |
4무색정에 속하는 마음과 마음에 속하는 법은 서로 응하는 원인이요, 마음과 서로 응하지 않는 모든 행은 서로 응하는 원인이 아니다. |
선한 법이면서도 4무색 안의 것이 아닌 것도 있고, 4무색 안의 것이면서도 선법이 아닌 것도 있다. |
21) 범어로는 avijñapti-rūpa.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는 물질적 존재를 말한다. 무작색(無作色)ㆍ무표색(無表色)이라고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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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법이면서 4무색 안의 것인 것도 있고, 선법도 아니고 4무색 안의 것이 아닌 것도 있다. |
선한 법이면서도 4무색이 아니라 함은 일체의 색중(色衆)과 4무색이 포섭하지 못하는 선한 4중(衆) 및 지혜의 연이 다한 것이다. |
4무색 가운데 있으면서도 선법이 아니라 함은 무기(無記)의 4무색이다. |
선한 법이기도 하고 4무색이기도 하다 함은 선한 4무색이다. |
선한 법도 아니고 4무색도 아니라 함은 일체의 선하지 못한 5중과 무기의 색중, 그리고 4무색이 포섭하지 못하는 무기의 4중과 허공 및 지혜의 인연이 다하지 않는 것이다. |
선하지 않은 법에 서로 포섭되지 않는다. |
무기법이면서도 4무색이 아닌 것도 있고, 4무색이면서도 무기법이 아닌 것도 있으며, 무기법이기도 하고 4무색이기도 한 것이 있으며, 무기법도 아니고 4무색도 아닌 것도 있다. |
무기법이면서도 4무색이 아닌 것이라 함은 무기의 색중 및 4무색에 포섭되지 않는 무기의 4중, 허공 및 지혜의 연이 다하지 않은 것이다. |
4무색 가운데 있으면서도 무기법이 아니라 함은 선한 4무색이다. |
무기이기도 하고 4무색이기도 하다 함은 무기의 4무색이다. |
무기의 법도 아니고 4무색도 아니라 함은 선하지 못한 5중과 선한 색중과 무색에 속하지 않는 선한 4중 및 지혜의 연이 다한 것이다. |
혹은 누(漏)이면서 4무색이 아니거나, 혹은 4무색이면서 누가 아니거나, 혹은 누이기도 하고 4무색이거나, 혹은 누도 아니고 4무색도 아니다. |
누이면서 4무색이 아니라 함은 한 누와 두 누의 일 부분이다. |
4무색이면서 누가 아니라 함은 누에 속하지 않는 4무색이다. |
누이기도 하고 4무색이기도 하다 함은 두 누의 일부분이다. |
누도 아니요 4무색도 아니라 함은 색중 및 누와 무색에 속하지 않는 4중과 무위의 법이다. |
혹은 유루이면서 4무색이 아니거나, 혹은 4무색이면서 유루가 아니거나, 혹은 유루이면서 4무색이거나, 혹은 유루도 아니고 4무색도 아니기도 하다. |
유루이면서 4무색이 아니라 함은 유루의 색중과 무색에 속하지 않는 유루의 4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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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무색이면서 유루가 아니라 함은 3무색계의 일부분이다. |
유루이기도 하고 4무색이기도 하다 함은 1무색 및 3무색의 일부분이다. |
유루도 아니고 4무색도 아니라 함은 무루의 색중과 무색에 속하지 않는 무루의 4중 및 3무위이다. |
혹은 무루이면서 4무색이 아니거나, 혹은 4무색이면서 무루가 아니거나, 혹은 무루이면서 4무색이거나, 혹은 무루도 아니고 4무색도 아니기도 하다. |
무루이면서 4무색이 아니라 함은 무루의 색중과 무색에 속하지 않은 무루의 4중과 3무위이다. |
4무색이면서 무루가 아니라 함은 1무색과 3무색의 일부분이다. |
무루이기도 하고 4무색이기도 하다는 것은 3무색의 일부분이다. |
무루도 아니고 4무색도 아니라 함은 유루의 색중과 무색계에 속하지 않은 유루의 4중이다. |
허공처는 혹은 견제(見諦)에서 끊고, 혹은 사유(思惟)로써 끓고, 혹은 끊지 않는다. |
견제에서 끊는다 함은 믿음으로 행하고 법답게 행하는[信行法行] 사람이 견제의 지혜[見諦忍]를 써서 끊는 것이다. 무엇을 끊는가 하면, 곧 28사(使) 및 28사에 상응하는 허공처와 여기에서 일어나는 마음에 서로 응하지 않는 여러 행들이다. |
사유에서 끊는다 함은 견도의 법을 배운 이가 사유(思惟)를 써서 끊는 것이다. 무엇을 끊는가 하면, 곧 사유로써 끊는 3사(使) 및 이에 상응하는 허공처와 여기에서 일어나는 마음에 서로 응하지 않는 모든 행과 무구(無垢) 유루인 허공처이다. |
끊지 않는다 함은 무루의 허공처이다. 식처와 무소유처 역시 이와 같다. |
비유상비무상처는 혹은 견제에서 끊고 혹은 사유에서 끊는다. |
견제에서 끊는다 함은 믿음으로 행하고 법답게 행하는 사람이 견제의 지혜를 써서 끊는 것이다. 무엇을 끊는가 하면, 곧 28사 및 이에 상응하는 비유상비무상처와 여기에서 일어나는 마음에 서로 응하지 않는 모든 행이다. |
사유에서 끊는다 함은 견도를 배운 이가 사유를 써서 끊는 것이다. 무엇을 끊는가 하면, 곧 3사 및 이에 상응하는 비유상비무상처와 여기에서 일어나는 마음에 서로 응하지 않는 모든 행과 무구의 비유상비무상처이다. |
[803 / 2071] 쪽 |
4무색에 속하는 것으로서 마음과 서로 응하지 않는 모든 행은 마음도 아니고 마음에 속하는 법도 아니고 마음과 서로 응하는 것도 아니다. 느낌[受衆]과 생각[想衆] 및 이와 상응하는 지어감[行衆]이니, 이 마음에 속하는 법은 또한 마음과 서로 응하는 마음․뜻․의식․독심(獨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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