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찬라야불품(羼羅耶佛品)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먼 옛날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그 명호는 찬라야불(羼羅耶佛)ㆍ달살아갈(怛薩阿竭)ㆍ아라하(阿羅訶)ㆍ삼야삼불(三耶三佛)6)이다. 세간에서 가장 존귀하고 세간을 편안하게 하며 경에도 매우 밝아 천상천하에서 그 명호를 천중천(天中天)이라 하였다.
이때 장자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수달(須達)이었다. 그는 2만 인과 더불어 찬라야부처님 처소로 찾아가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장자의 아들인 수달은 찬라야부처님께 이 삼매에 대하여 여쭈었고, 찬라야부처님은 장자의 아들인 수달의 마음을 알고 곧 이 삼매를 설하셨다. 장자의 아들 수달은 이 삼매를 듣고 나서 크게 환희하여 모두 독송수지하고 사문이 되어 이 삼매 구하기를 8만 년 동안 하였다.
이때 장자의 아들인 수달은 부처님을 따라 매우 많은 경을 들었으며, 무수한 부처님을 좇아 경을 들어 그 지혜가 대단히 높고 밝았다. 장자의 아들인 수달은 그 후 수명이 다하여 도리천에 태어났으며, 그 후 다시 천상에서 내려와 세간에 태어났다.
이때 오랜 겁 전에 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그 명호는 술사파제(術闍波提)ㆍ달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7)이며, 그 부처님은 왕족 출신이었다. 이때 장자의 아들인 수달은 다시 그 부처님 처소에서 이 삼매를 듣고 그것을 구하였다.
6) 찬라야(羼羅耶)는 ‘무외왕(無畏王)’, 달살아갈(怛薩阿竭)은 ‘여래(如來)’, 아라하(阿羅訶)는 ‘응공(應供)’, 삼야삼불(三耶三佛)은 ‘정변지(正遍知)’로 한역한다. 따라서 ‘무외왕불(無畏王佛) 여래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로 한역할 수 있다.
7) 술사파제(術闍波提)는 ‘전덕(電德)’으로 한역한다.
이때 오랜 겁 전에 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그 명호는 뇌비라야(賴毘羅耶)ㆍ달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이며, 그 부처님은 바라문종족이셨다. 이때 장자의 아들인 수달은 다시 그 부처님 처소에서 이 삼매를 수지하며 8만 4천 년 동안 이 삼매를 구하였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장자의 아들인 수달은 그 후 8만 겁이 지난 후에 부처가 되었고 그 명호는 제화갈라(提和竭羅)였다. 이때 장자의 아들인 수달은 인품이 고명하고 용맹스러웠으며 지혜는 매우 광대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삼매를 보았느냐? 발타화여, 공덕이 이와 같아 사람들이 불도를 성취하게 한다.
만약 보살이 이 삼매를 얻으려고 하면 마땅히 배워서 외우고 지니며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지켜야 한다.
이와 같이 하는 자는 머지않아 불도를 이루리라. 너희들은 알겠느냐?
발타화여, 이 삼매는 보살의 눈이며, 모든 보살의 어머니이며, 모든 보살이 우러러 귀의할[歸仰] 곳이며, 모든 보살이 출생하는 곳이니, 너는 알겠느냐?
발타화여, 이 삼매는 어둠을 없애고 온 세상을 밝힌다. 너는 알겠느냐?
발타화여, 이 보살의 삼매는 모든 부처님의 보고이며, 모든 부처님의 땅이며, 진귀한 보배를 지닌 바다의 샘이며, 무량공덕의 성(城)이며, 명철한 이익을 얻는 경이니, 당장 이 삼매가 나온 바를 알아야 한다.
이와 같이 이로부터 부처가 나오는 것이니, 이 경을 들으면 분명히 4의지(意止)8)에 서게 된다.
무엇이 4의지인가?
8) 4념처(念處)라고도 한다. 신(身)·수(受)·심(心)·법(法)의 네 가지를 면밀히 관찰해 부정·고·무상·무아를 체득하는 것을 말한다.
첫째, 자신의 몸을 관하고 타인의 몸을 관하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관하고 타인의 몸을 관하면 본래 몸은 없는 것이다.
둘째, 자신의 괴로움을 관하고 타인의 괴로움을 관하는 것이다.
자신의 괴로움을 관하고 타인의 괴로움을 관하면 본래 괴로움은 없는 것이다.
셋째, 자신의 뜻을 관하고 타인의 뜻을 관하는 것이다.
자신의 뜻을 관하고 타인의 뜻을 관하면 본래 뜻은 없는 것이다.
넷째, 자신의 법을 관하고 타인의 법을 관하는 것이다.
자신의 법을 관하고 타인의 법을 관하면 본래 법은 없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이 삼매를 누가 믿을 것인가? 오직 달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과 아유월치(阿惟越致)와 아라한만이 믿을 뿐이다. 어리석고 미혹한 마음의 소유자는 현재 부처님께서 앞에 서 계시는 삼매[現在佛前立三昧]를 멀리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법으로 마땅히 부처님을 염하며 마땅히 부처님을 친견하려 하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이 보살은 마땅히 부처님을 염하고 부처님을 친견해야 하며, 마땅히 경을 들어야 하지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부처님은 본래 없으며, 이 법도 인연하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본래 공하여 있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각각 법을 염함을 행하지만 이 법 가운데에는 취할 바도 없고 이 법 가운데에는 집착할 바도 없으므로 공과 같이 매우 청정하다.
이 법은 사람들 생각의 대상이 되지만 분명히 있는 바가 없다. 있는 바가 없는 이 법은 거짓 인연이므로 공적하여 열반과 같다. 이 법은 있는 바가 없기 때문에 본래 이 법은 없으며, 온 곳도 없고 역시 갈 곳도 없다. 사람 또한 본래 없으며 이 법은 집착하지 않는 자에게는 가까이 있고 집착하는 자에게는 멀리 있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이 삼매를 지키는 자들은 생각[想]으로 생각 없음[無想]에 들어가 부처님을 친견하고 부처님을 염하며 깨달음을 지켜 경을 듣고 법을 염하나, 깨달음을 고수하여 나를 염해서도 안 되고 법에 집착해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깨달음을 지킴이 있기 때문이다.
발타화여, 깨달음을 지킴이 있으면 부처님을 친견하지 못하며, 집착하는 바가 털끝만큼이라도 있으면 법을 얻지 못한다. 바라는 것이 있어 타인에게 베풀면 그것은 바른 베풂이 되지 못하고, 바라는 것이 있어 계를 지키면 그건 부정한 것이 된다. 법을 탐하면 열반을 얻지 못하며, 경 가운데 아첨함이 있으면 고명함이 되지 못한다.
대중 모임 가운데에 있어서 즐거워하거나 다른 도에 대해 기뻐함이 있다면 마침내 한 가지도 얻지 못한다. 탐욕 가운데 있으면 염하기 어려우며, 성냄이 있다면 능히 인욕하지 못하고, 미워하는 바가 있으면 타인의 훌륭한 점을 설하지 못한다.
아라한(阿羅漢)의 도(道)만을 잘 구하는 자는 이러한 견해를 얻지 못하여 현재불실재전립삼매(現在佛悉在前立三昧) 가운데 온 바가 없는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 법락(法樂)을 생하여 그 가운데 서며 집착하는 것이 있어서 공(空)을 얻지 못하니, 보살은 끝내 이 경지를 얻지 못하여 간탐(慳貪)하게 된다.
해태심이 있으면 도를 얻지 못하고, 음욕과 질투가 있으면 관에 들지 못하며,
염하는 바가 있으면 삼매에 들지 못한다.”
부처님께서 이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러한 공덕 헤아릴 수 없어
계 받들어 구족하니 허물없고
청정한 그 마음 번뇌 여의어
이 삼매 행해 이와 같음 얻으리라.
가령 이 삼매 가진 이 있으면
지혜는 넓고 커 모자람이 없으며
널리 통달한 모든 뜻 항상 잊지 않으니
공덕의 행이 밝은 달 같으리라.
가령 이 삼매 가진 이 있으면
깨달은 뜻 알려 해도 다 알 수 없고
무량의 도법 훤히 아니
무수한 모든 하늘 그 덕 옹호하네.
가령 이 삼매 가진 이 있으면
항상 스스로 면전에서 무수한 부처님 친견하고
무량한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을 듣게 되며
바로 능히 수지하고 염하여 널리 행하네.
가령 이 삼매 가진 이 있으면
악한 죄 쓰라린 고뇌 모두 없애니
세상을 불쌍히 여기는 모든 부처님
다 같이 이 보살을 찬탄하네.
만약 보살이
미래 무수한 불세존을 친견하려면
한 마음으로 기뻐하며 정법에 머물러
마땅히 이 삼매 배우고 외워야 하네.
그처럼 이 삼매 가진 이 있으면
그 공덕과 복 헤아릴 수 없으며
사람 몸 받음이 가장 으뜸이니
초월한 출가로 걸식 행하네.
만약 말법에 이 경 얻는 이 있으면
공덕과 이익 가장 으뜸이고
그 복 얻음에 다함이 없으니
이 삼매 머무름에 이와 같음 얻으리라.
무인아제님의 블로그 http://blog.daum.net/moonceo/952 에서 복사한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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