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대지도론 282. ★ 구상(九相) - 부정관, 시체관 : 음욕을 끊는게 가장 수승하다.

수선님 2019. 7. 28. 12:58

대지도론 282. ★ 구상(九相) - 부정관, 시체관 :

음욕을 끊는게 가장 수승하다.

 

 

35. 초품 중 구상(九相)의 뜻을 풀이함

 

 

[經] 9상(相), 곧 창상(脹相)․괴상(壞相)․혈도상(血途相)․농란상(膿爛相)․청상(靑相)․담상(噉相)․산상(散相)․골상(骨相)․소상(燒相)[을 구족해야 하느니라.]

 

[論] [문] 마땅히 먼저 아홉 가지 모양[九相]을 익혀 탐욕을 없앤 후에 모든 선정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어째서 모든 선정을 말씀한 뒤에 비로소 아홉 가지 모양을 말씀하시는가?

[답] 먼저 과보(果報)를 설명하여 수행하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기쁘게 만드는 것이다.

9상은 비록 부정하지만 사람들은 그 과보를 탐하기 때문에 반드시 익히고 행하게 된다.

[문] 수행하는 이는 어떻게 이 창상(脹相) 등의 아홉 가지 일을 관하는가?

[답] 수행하는 이는 먼저 계율을 지녀 청정해지고 마음에 뉘우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쉬이 관법(觀法)을 받아 음욕 등 모든 번뇌의 도둑을 깨뜨릴 수 있다.

사람이 처음 죽는 날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직하는 말을 하고 숨을 멈추어 갑자기 죽게 되면 온 집안

사람들이 놀라 슬피 통곡하면서 하늘을 보고 울부짖으며 하는 말이 “갑자기 어디로 가시기에 숨이

끊어지고 몸이 차지면서 의식이 없는가”라고 한다.

[818 / 2071] 쪽

이것은 참으로 두려운 일이며 면할 수 있는 경우를 보지 못한다.

비유하건대 마치 겁(劫)이 다하여 불이 탈 때에는 빠짐없이 모두 다 태워버리는 것과 같다.

이러한 게송이 있다.

죽음이 다가오면 빈부(貧富)가 없고
부지런히 닦을 선악(善惡)도 없으며
귀한 이도 없고 천한 이도 없으니

늙은이건 젊은이건 면할 이가 없다.

빌고 간청해도 구제될 수 없고
속임수를 써도 여의치 못하며
막고 겨루어도 벗어날 수 없으니

어디서도 면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죽음의 법을 일컬어 은혜와 사람을 영원히 여의는 곳이라 하나니, 온갖 생명이 있는 이라면 죽음을

싫어한다. 그러나 그것을 싫어한다 하더라도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이는 없다.

우리의 몸도 오래지 않아서 당연히 이렇게 나무나 돌과 같이 되면서 의식이 없어질 것이다.

우리는 이제 5욕(欲)을 탐착하면서 죽음이 다가온 것도 모르고 있다가 소나 양과 같이 죽어서는 안 된다.

소나 양이나 날짐승․길짐승은 비록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뛰놀고 울고 지저거리면서 스스로 그것을

깨닫지 못하지만 우리는 이미 사람의 몸을 얻어 좋고 나쁨을 분별할 줄 알므로 마땅히 죽지 않는

감로(甘露)29)의 법을 구해야 한다.

다음과 같이 설한다.

29) 범어로는 amṛta. ‘불사(不死)’라는 뜻이다.
[819 / 2071] 쪽

6정(情)의 몸 완전히 갖추어지고

지혜의 거울 밝고 날카로워도

도법(道法)을 구하지 않으면

헛되어 몸과 지혜를 받은 것이다.

 

날짐승․길짐승도 욕락(欲樂)에 대하여는
제멋대로 구는 것 모두 알지만
도(道)를 위하고
선행을 닦는 방편을 알지 못한다.

이미 사람의 몸을 얻고도
거리낌 없이 제멋대로 행동하고
착한 일 닦을 줄 모른다면
그것은 짐승과 무엇이 다르랴.
3악도(惡道)에 있는 중생은
도업(道業)을 닦을 수가 없지만
이미 이러한 사람 몸 받았으니

마땅히 자신의 이익에 힘써야 한다.

수행하는 이는 죽은 시체 곁으로 다가가 그 죽은 시체가 부풀어서 마치 가죽 주머니에 바람을 담아 놓은 것 같고 본래의 모습과 다름을 보고는 마음에 싫어함과 두려움을 내면서

“나의 몸도 역시 이렇게 되어서 이런 법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리라. 몸속에서는 식(識)이 주인이 되어 이 몸을 부리면서 보고 듣고 말하고 죄를 짓고 복을 지으며 이것을 스스로 귀히 여겼으나, 이제는 어디로 가버린 것인가.

지금은 빈 집만이 남았을 뿐이구나. 이 몸은 매력적인 긴 눈과 우뚝한 코며 편편한 이마와 두둑한 눈썹 등 이 같은 아름다움이 사람들의 마음을 반하게 했으리라. 그런데 지금은 부풀어 오른 모습을 볼 뿐이니 그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을까. 남녀의 모습조차 분간할 수 없구나

라고 한다.

[820 / 2071] 쪽

이렇게 관하고 나서는 집착과 욕심을 꾸짖는다.

이 냄새나는 부풀은 똥주머니는 참으로 멀리해야 할 것이거늘 탐착할 것이 무엇이냐.

죽은 시체는 바람과 더운 열에 부풀어서 크게 째지고 문드러져서 땅에 뒹굴고

5장(藏)에서는 똥․오줌과 피고름이 흘러나와 추한 모습을 드러내놓고 있다.

수행하는 이는 이런 무너지는 모양을 자기 몸에 비추어서

“나도 또한 그와 같아서 모두 이런 물건들로 가득 찼으니 저 시체와 무엇이 다르겠느냐.

나는 심히 미혹되어서 이런 똥주머니인 얇은 가죽에 속아 왔다.

마치 불나방이 불에 뛰어 드는 것과 같으니, 밝은 빛만을 탐하였지 몸이 탈것은 몰랐구나”

라고 한다.

이미 찢어지고 문드러져서 남녀의 모양이 소멸된 것을 보면

자신이 집착하던 것도 역시 모두 그와 같을 것이다.

죽은 시체가 이미 무너져서 피와 살이 더럽혀져 있으며, 혹은 매를 맞아 죽은 이면 시퍼렇게 멍이 들어서 누렇기도 하고 빨갛기도 하며 혹은 햇볕에 그을려 거무튀튀하기도 하다.

모두 이런 모양을 취하여 관한다 하면 집착했던 것이

설령 붉고 희어서 정결하고 단정하다고 해도 이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벌써 시퍼렇게 멍이 들어서 누렇고 붉은색을 띄면 날짐승․길짐승도 파먹지 않는다.

게다가 매장하지 않았으면 오래지 않아 썩어 문드러져서 갖가지의 벌레가 생기게 된다.

수행하는 이가 보고는 이 죽은 시체가 본래 지녔던 아름다운 모양을 생각하면서

“좋은 향을 몸에 바르고 으뜸가는 옷을 입었으며 화려한 비단으로 장식했을 것인데

지금은 악취가 풍기고 썩어 문드러져서 더럽혀져 있으니, 이것이 바로 그의 진실한 모습이요

먼저의 화려한 장식은 모두가 임시로 빌린 것일 것이다”

라고 한다.

만일 태우지도 않고 묻지도 않고 벌판에다 버린다 하면 날짐승․길짐승에 먹히게 되리니,

까마귀는 그의 눈을 후비고 개는 손발을 떼어 먹으며 범과 이리는 배를 갈라서 찢어 갈 것이며

그 나머지는 땅에 여기저시 흩어져서 다 없어진 것도 있고 다 없어지지 않은 것도 있게 된다.

수행하는 이는 보고 나서는 마음에 싫어함을 내면서 생각하기를

“이 시체가 아직 문드러지기 전에는 사람들이 애착하던 곳이었겠지만

지금은 썩어 문드러져서 다시는 본래의 모습은 없고 다만 먹다 남은 찌꺼기만 흩어져 있구나”

라고 한다.

[821 / 2071] 쪽

새나 짐승에게 파 먹힌 곳은 매우 비참하다.

새나 짐승들이 떠난 뒤에는 바람에 날리고 햇볕에 쬐여서 힘줄이 끊어지고 뼈가 떨어져서 저마다

흩어져 있기에 수행하는 이는 생각하기를

“본래 몸의 법을 본다면 서로 화합하여서 몸의 모양이 있게 되고 남자 여자를 모두 분별할 수

있는데 지금은 이미 떨어지고 흩어져서 저마다 다른 곳에 있다.

화합한 법이 사라지면 몸의 모양도 또한 없고 모두 본래의 것과는 다르다.

도대체 애착해야 할 것이 이제 어디에 있는 것인가”

라고 한다.

몸이 이미 흩어져 곳곳에 백골이 널려 있고 새나 짐승들이 먹은 뒤에 흰 뼈만이 남아 있으니,

이 뼈로 된 사람[骨人]을 관하는 것이 바로 골상(骨想)30)이다.

골상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뼈로 된 사람의 힘줄과 뼈가 서로 이어진 것이요,

둘째는 뼈마디가 서로 나뉘어 떨어진 것이다.

힘줄과 뼈가 서로 이어진 모습은 남녀․장단․호색․세골의 모습을 파괴하고,

뼈마디가 나뉘어 떨어진 모습은 중생의 근본 참 모습[實相]을 파괴한다.

다시 골상에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깨끗한 것이고,

둘째는 깨끗하지 않은 것이다.

깨끗하다 함은 오래된 뼈가 희고 깨끗해서 피도 묻지 않고 기름기도 없어서 마치 흰 눈과 같은 것이며,

깨끗하지 않다고 함은 피가 묻고 기름기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다.

수행하는 이가 시체를 버린 숲[屍林] 속에 가면 혹 많은 풀과 나무를 쌓아 놓고 시체를 태울 때에 배가 터지고 눈이 튀어나오며 가죽이 검게 그을려서 몹시 역겹고 두려워할 만한 모양이 되었다가 잠깐 사이에 변해서 다 타버린 재로 되는 것을 보기도 한다.

수행하는 이는 이 소상(燒相)31)을 취하면서 생각하기를

“이 몸이 죽기 전에는 향탕에 목욕하고 꽃으로 장식하며 5욕을 마음대로 누렸을 것인데

이제는 불에 타버렸으니, 날이 시퍼런 병기(兵器)보다 심하구나.

이 시체가 처음 죽을 때에는 형상이 사람과 비슷했었는데

불에 타서 잠깐 사이에 본래의 모양이 모두 없어져 버렸다.

몸이 있는 온갖 것은 모두가 무상한 데로 돌아가고 마니, 나도 역시 그와 같으리라”

고 한다.

30) 범어로는 asthisaṁjñā
31) 범어로는 vidagdhakasaṁjñā.
[822 / 2071] 쪽

이 아홉 가지 모양[九相]은 모든 번뇌를 끊고 음욕을 없애는 데 가장 수승하니,

이 음욕을 없애기 위하여 이 아홉 가지 모양을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