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대지도론 283. ★ 부정관, 시체관, 죽음관의 효과

수선님 2019. 7. 28. 12:59

대지도론 283. ★ 부정관, 시체관, 죽음관의 효과

 

 

 

 

[문] 무상(無常)32) 등의 열 가지 생각[十想]은 어떤 일을 없애기 위하여 말하는 것인가?

[답] 이것 역시 음욕 등의 3독(毒)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문] 만일 그렇다면 이 두 가지 모양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답] 아홉 가지 모양은 아직 선정을 얻지 못한 채 음욕에 가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고,

열 가지 생각은 음욕 등 3독을 없애는 것이다.

아홉 가지 모양은 마치 도적을 포박하는 것과 같고 열 가지 생각은 마치 죽이는 것과 같다.

아홉 가지 모양은 처음 배우는 이를 위해서이고, 열 가지 생각은 이미 성취한 이를 위해서이다.

또 이 열 가지 생각 중 부정상(不淨想)으로 아홉 가지 모양을 포섭한다.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열 가지 생각 중에 부정상과 식부정상(食不淨想)33)과 세간불가락상(世間不可樂想)34)으로 아홉 가지 모양을 포섭한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열 가지 생각과 아홉 가지 모양은 똑같이 탐욕을 여의기 위해서이고 다 함께 열반을 위해서이다.

그것은 왜냐하면, 처음의 사상(死相)은 움직이고 말을 하다가 잠깐 사이에 홀연히 죽게 되어 몸이 부풀어 오르고 썩어 문드러지고 나뉘어 흩어지면서 저마다 변하고 달라지니 이것이 바로 무상(無常)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 법을 드러내 본다면 무상으로 파괴될 때는 바로 그것이 고통이다.

만일 무상함이 고통이라면 자재(自在, svatantra)함을 얻을 이가 없나니, 이것이 곧 무아(無我)이다.

청정하지 않으면서 무상하고 괴로우면서 무아라면 곧 즐거울 수가 없으니, 몸을 관함을 이와 같이 한다.

32) 범어로는 anityasaṁjñā.
33) 범어로는 āhāre pratikūlasṁjñā.
34) 범어로는 sarvaloke `nabhiratisaṁjñā.
[823 / 2071] 쪽
음식이 비록 입에 있을지라도 뇌의 점액[涏]이 흘러내려 침과 화합하여 맛을 이루고 삼키거나 토하거나 다름이 없이 뱃속으로 내러가니, 이것이 바로 식부정상(食不淨想)이다.

이 아홉 가지 모양으로 몸을 관할 때에 무상하여 변하고 달라지면서 생각 생각마다 모두 다 소멸하면 바로 그것이 사상(死想)35)이고, 이 아홉 가지 모양으로써 세간의 쾌락을 싫어하여 번뇌가 끊어져서 곧 안온하고 고요히 사라짐[寂滅]을 알게 되나니, 이것이 곧 단상(斷想)36)이다.

 

이 아홉 가지 모양으로써 모든 번뇌를 막으면 그것이 곧 이상(離想)37)이고, 이 아홉 가지 모양으로써 세간을 싫어하는 까닭에 이 다섯 가지 무리[五衆]가 소멸하여 다시는 생기지 않고 이곳이 안온해짐을 아나니, 그것이 곧 진상(盡想)38)이다.”

또 아홉 가지 모양은 원인[因]이 되고 열 가지 생각은 결과[果]가 된다.

그러므로 아홉 가지 모양을 먼저 들고 열 가지 생각을 나중에 말한 것이다.

또 아홉 가지 모양은 바깥 문[外門]이 되고 열 가지 생각은 안 문[內門]이 된다.

그러므로 경에서 말씀하시기를 “두 가지는 감로의 문[甘露門]39)이 되는데, 첫째는 부정의 문[不淨門]이요, 둘째는 안나반나(安那般那)40)의 문이다”라고 했다.

 

 

 

 

이 아홉 가지 모양은 사람들에게 일곱 가지의 염착(染著)을 없애 준다.

혹 어떤 사람은 적색․백색․적백색․황색․흑색 등의 색에 염착하기도 하며 혹 어떤 사람은 색에는 집착하지 않은 채 다만 부드러운 피부․가는 손가락․긴 눈․두둑한 눈썹 등의 형용에만 염착한다.

혹 어떤 사람은 용색(容色)에는 염착하지 않고 다만 나아가고 그치고 앉고 일어나고 가고 서고 예배하고 구부리고 우러르고 눈썹을 쳐들고 눈시울을 내리깔고 친근하고 어루만지는 등의 위의(威儀)에만 염착하며,

혹 어떤 사람은 용색이나 위의에는 염착하지 않으면서 다만 부드러운 음성과 아름다운 말씨와 때에 따라 말해 뜻을 맞추고 취지를 받들어 사람의 마음을 능히 감동시키는 언어에만 염착한다.

35) 범어로는 maraṇasaṁjñā.
36) 범어로는 prahāṇasaṁjñā.
37) 범어로는 vairāgyasaṁjñā.
38) 범어로는 nirodhasaṁjñā.
39) 범어로는 amṛtadvāra.
40) 범어 ānāpānasmṛti의 음역어.
[824 / 2071] 쪽
혹 어떤 사람은 용색이나 위의나 부드러운 음성에는 염착하지 않고 다만 매끈하고 부드러운 피부와 살결에만 염착하여 더울 때에는 몸을 시원하게 하고 추울 때에는 몸을 따뜻하게 할 뿐이다.

혹 어떤 사람은 위의 다섯 가지 일에 모두 염착하기도 하고 혹 어떤 사람은 이 다섯 가지 일에는 염착하지 않고 다만 남녀의 모양에만 염착하기도 한다.

비록 위의 여섯 가지 탐욕을 얻는다 하더라도 염착할 사람을 얻지도 못하고 여전히 깨닫지도 못한 채 세간에서 소중히 여기던 5락을 버리고 죽음을 따르게 된다.

사상(死相)은 대부분 위의와 언어에 대한 애착[愛]을 없애주고,

창상(脹相)․괴상(壞相)․담상(噉相)․산상(散相)은 대부분 형용에 대한 애착을 없애준다.

혈도상(血途相)․청어상(靑瘀相)․농란상(膿爛相)은 대부분 색(色)에 대한 욕망을 없애주고,

골상(骨相)․소상(燒相)은 대부분 부드럽고 윤택한 몸에 대한 애착을 없애준다.

아홉 가지 모양은 여러 가지의 뒤섞인 욕망과 염착할 사람에 대한 애착을 없애주고

담상․산상․골상은 두루 사람에 대한 애착을 없애준다.

먹다 남아 흩어진 흰 뼈에서는 어떤 사람도 염착할 만한 것을 보지 못한다.

이 아홉 가지 모양으로써 관하여 애착하는 마음을 여의면 성냄과 어리석음도 엷어지게 된다.

청정하지 않은 것 가운데서 청정하다는 뒤바뀐 생각은 어리석음 때문에 이 몸에 붙어 있는 것이니

이제 이 아홉 가지 모양으로써 몸 안을 헤치고 쪼개서 이 몸의 모양을 보면 어리석은 마음이 얇아진다.

어리석은 마음이 얇아지면 탐욕이 얇아지고 탐욕이 얇아지면 성냄도 역시 얇아진다.

그것은 왜냐하면, 사람이란 몸을 탐내는 까닭에 성을 내기 때문이다.

이제 몸이 청정하지 않다고 관하고 마음으로 싫어하기 때문에 다시는 몸을 탐내지 않으며,

몸을 탐내지 않기 때문에 다시는 성을 내지 않아 3독(毒)이 얇아진다.

[825 / 2071] 쪽

때문에 온갖 98사(使)의 산이 모두 움직여 점차로 그 도(道)에 더욱 나아가서

금강삼매(金剛三昧)41)로써 번뇌[結]의 산을 꺾어 부술 것이다.

아홉 가지 모양은 비록 이것이 부정관(不淨觀)이라 하더라도 이것에 의지하여 큰 일을 이룩할 수 있다.

비유하건대 마치 큰 바다 가운데 빠진 사람이 악취 나는 시체를 의지하여 건너게 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