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283. ★ 부정관, 시체관, 죽음관의 효과
[문] 무상(無常)32) 등의 열 가지 생각[十想]은 어떤 일을 없애기 위하여 말하는 것인가? |
[답] 이것 역시 음욕 등의 3독(毒)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
[문] 만일 그렇다면 이 두 가지 모양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
[답] 아홉 가지 모양은 아직 선정을 얻지 못한 채 음욕에 가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고, 열 가지 생각은 음욕 등 3독을 없애는 것이다.
아홉 가지 모양은 마치 도적을 포박하는 것과 같고 열 가지 생각은 마치 죽이는 것과 같다. 아홉 가지 모양은 처음 배우는 이를 위해서이고, 열 가지 생각은 이미 성취한 이를 위해서이다. |
또 이 열 가지 생각 중 부정상(不淨想)으로 아홉 가지 모양을 포섭한다.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열 가지 생각 중에 부정상과 식부정상(食不淨想)33)과 세간불가락상(世間不可樂想)34)으로 아홉 가지 모양을 포섭한다”고 했다. |
또 어떤 사람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열 가지 생각과 아홉 가지 모양은 똑같이 탐욕을 여의기 위해서이고 다 함께 열반을 위해서이다.
그것은 왜냐하면, 처음의 사상(死相)은 움직이고 말을 하다가 잠깐 사이에 홀연히 죽게 되어 몸이 부풀어 오르고 썩어 문드러지고 나뉘어 흩어지면서 저마다 변하고 달라지니 이것이 바로 무상(無常)이기 때문이다. |
만일 이 법을 드러내 본다면 무상으로 파괴될 때는 바로 그것이 고통이다. 만일 무상함이 고통이라면 자재(自在, svatantra)함을 얻을 이가 없나니, 이것이 곧 무아(無我)이다.
청정하지 않으면서 무상하고 괴로우면서 무아라면 곧 즐거울 수가 없으니, 몸을 관함을 이와 같이 한다. |
32) 범어로는 anityasaṁjñā. |
33) 범어로는 āhāre pratikūlasṁjñā. |
34) 범어로는 sarvaloke `nabhiratisaṁjñā. |
[823 / 2071] 쪽 |
음식이 비록 입에 있을지라도 뇌의 점액[涏]이 흘러내려 침과 화합하여 맛을 이루고 삼키거나 토하거나 다름이 없이 뱃속으로 내러가니, 이것이 바로 식부정상(食不淨想)이다. |
이 아홉 가지 모양으로 몸을 관할 때에 무상하여 변하고 달라지면서 생각 생각마다 모두 다 소멸하면 바로 그것이 사상(死想)35)이고, 이 아홉 가지 모양으로써 세간의 쾌락을 싫어하여 번뇌가 끊어져서 곧 안온하고 고요히 사라짐[寂滅]을 알게 되나니, 이것이 곧 단상(斷想)36)이다. |
이 아홉 가지 모양으로써 모든 번뇌를 막으면 그것이 곧 이상(離想)37)이고, 이 아홉 가지 모양으로써 세간을 싫어하는 까닭에 이 다섯 가지 무리[五衆]가 소멸하여 다시는 생기지 않고 이곳이 안온해짐을 아나니, 그것이 곧 진상(盡想)38)이다.” |
또 아홉 가지 모양은 원인[因]이 되고 열 가지 생각은 결과[果]가 된다. 그러므로 아홉 가지 모양을 먼저 들고 열 가지 생각을 나중에 말한 것이다. |
또 아홉 가지 모양은 바깥 문[外門]이 되고 열 가지 생각은 안 문[內門]이 된다.
그러므로 경에서 말씀하시기를 “두 가지는 감로의 문[甘露門]39)이 되는데, 첫째는 부정의 문[不淨門]이요, 둘째는 안나반나(安那般那)40)의 문이다”라고 했다. |
이 아홉 가지 모양은 사람들에게 일곱 가지의 염착(染著)을 없애 준다.
혹 어떤 사람은 적색․백색․적백색․황색․흑색 등의 색에 염착하기도 하며 혹 어떤 사람은 색에는 집착하지 않은 채 다만 부드러운 피부․가는 손가락․긴 눈․두둑한 눈썹 등의 형용에만 염착한다. |
혹 어떤 사람은 용색(容色)에는 염착하지 않고 다만 나아가고 그치고 앉고 일어나고 가고 서고 예배하고 구부리고 우러르고 눈썹을 쳐들고 눈시울을 내리깔고 친근하고 어루만지는 등의 위의(威儀)에만 염착하며,
혹 어떤 사람은 용색이나 위의에는 염착하지 않으면서 다만 부드러운 음성과 아름다운 말씨와 때에 따라 말해 뜻을 맞추고 취지를 받들어 사람의 마음을 능히 감동시키는 언어에만 염착한다. |
35) 범어로는 maraṇasaṁjñā. |
36) 범어로는 prahāṇasaṁjñā. |
37) 범어로는 vairāgyasaṁjñā. |
38) 범어로는 nirodhasaṁjñā. |
39) 범어로는 amṛtadvāra. |
40) 범어 ānāpānasmṛti의 음역어. |
[824 / 2071] 쪽 |
혹 어떤 사람은 용색이나 위의나 부드러운 음성에는 염착하지 않고 다만 매끈하고 부드러운 피부와 살결에만 염착하여 더울 때에는 몸을 시원하게 하고 추울 때에는 몸을 따뜻하게 할 뿐이다. |
혹 어떤 사람은 위의 다섯 가지 일에 모두 염착하기도 하고 혹 어떤 사람은 이 다섯 가지 일에는 염착하지 않고 다만 남녀의 모양에만 염착하기도 한다. |
비록 위의 여섯 가지 탐욕을 얻는다 하더라도 염착할 사람을 얻지도 못하고 여전히 깨닫지도 못한 채 세간에서 소중히 여기던 5락을 버리고 죽음을 따르게 된다. |
사상(死相)은 대부분 위의와 언어에 대한 애착[愛]을 없애주고, 창상(脹相)․괴상(壞相)․담상(噉相)․산상(散相)은 대부분 형용에 대한 애착을 없애준다.
혈도상(血途相)․청어상(靑瘀相)․농란상(膿爛相)은 대부분 색(色)에 대한 욕망을 없애주고, 골상(骨相)․소상(燒相)은 대부분 부드럽고 윤택한 몸에 대한 애착을 없애준다. |
아홉 가지 모양은 여러 가지의 뒤섞인 욕망과 염착할 사람에 대한 애착을 없애주고 담상․산상․골상은 두루 사람에 대한 애착을 없애준다.
먹다 남아 흩어진 흰 뼈에서는 어떤 사람도 염착할 만한 것을 보지 못한다. |
이 아홉 가지 모양으로써 관하여 애착하는 마음을 여의면 성냄과 어리석음도 엷어지게 된다.
청정하지 않은 것 가운데서 청정하다는 뒤바뀐 생각은 어리석음 때문에 이 몸에 붙어 있는 것이니 이제 이 아홉 가지 모양으로써 몸 안을 헤치고 쪼개서 이 몸의 모양을 보면 어리석은 마음이 얇아진다.
어리석은 마음이 얇아지면 탐욕이 얇아지고 탐욕이 얇아지면 성냄도 역시 얇아진다. 그것은 왜냐하면, 사람이란 몸을 탐내는 까닭에 성을 내기 때문이다. |
이제 몸이 청정하지 않다고 관하고 마음으로 싫어하기 때문에 다시는 몸을 탐내지 않으며, 몸을 탐내지 않기 때문에 다시는 성을 내지 않아 3독(毒)이 얇아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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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온갖 98사(使)의 산이 모두 움직여 점차로 그 도(道)에 더욱 나아가서 금강삼매(金剛三昧)41)로써 번뇌[結]의 산을 꺾어 부술 것이다. |
아홉 가지 모양은 비록 이것이 부정관(不淨觀)이라 하더라도 이것에 의지하여 큰 일을 이룩할 수 있다. 비유하건대 마치 큰 바다 가운데 빠진 사람이 악취 나는 시체를 의지하여 건너게 되는 것과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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