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없는 가르침

<방편(方便, 산스크리트어 upaya)>

수선님 2022. 12. 25. 13:13

<방편(方便산스크리트어 upaya)>

 

불교에는 방편(方便)’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어찌 보면 불교 전부가 방편이라고 할 수 있다

<화엄경>이 현묘한 이치를 드러내지만 역시 방편이다

<화엄경>이 내용을 담는 그릇일 뿐 이치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화엄경>만 그런 것이 아니다어떤 고준한 조사 스님들의 법어라 하더라도 역시 말씀이고 문자이기 때문에 방편이다

그렇다고 방편이라고 해서 시시하게 함부로 취급할 일이 아니다방편은 방편대로의 큰 덕을 가졌기 때문이다.

 

방편(方便)’이란 산스크리트어 우파야(upāya-)를 번역한 말이다

방편이라고 한역한 산스크리트어 우파야(upāya)’는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수단접근하다도달하다는 뜻의 말이다.

 

방편은 초기 논장 <구사론등에도 등장하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한 개념이었다

그러다가 대승불교가 흥기한 이후깨달음을 얻었으나 일체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자기 자신 또한 중생계에 남겠다는 보살의 중생 구제 서원과 맞물리면서 거의 모든 대승경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다양하게 해석됐다

 

기본적인 개념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그 소질에 따라 임시로 행하는 편의적인 수단과 방법상황에 따라 행하는 일시적인 수단과 방법중생을 깨달음으로 인도하기 위해 일시적인 교묘한 수단과 방법으로 설한 가르침 등의 의미가 있다.

 

방편이란 편리한 방법교묘한 방법이란 말로서 중생의 근기(根機)에 맞게 여러 가지 가르침으로 중생을 교화한다는 의미이다

중생 각자의 상황과 기질에 맞는 최선의 방법과 수단을 통해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접근하다’, ‘도달하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대기설법(對機說法), 차제설법(次第說法)과 같은 맥락의 말이다

 

<해심밀경>의 ()바라밀다품이나 <성유식론(成唯識論)>에서는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 등의 육바라밀에 이어 방편(方便), (), (), ()를 더해 10바라밀을 구성하면서 방편을 하나의 독립된 개념으로 다루었다

 

일반적으로 이 추가된 4종의 바라밀은 육바라밀을 돕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방편은 보시지계인욕을원은 정진을역은 선정을지는 반야바라밀을 보조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10바라밀의 구성은 <화엄경> ‘십지품(十地品)’에서처럼 10을 완전한 숫자로 보고 육바라밀을 확충한 것으로대승의 초기 경전부터 이어온 육바라밀에 방편을 하나의 독립된 개념으로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기존에 나타났던 방편의 여러 의미를 총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중생제도에 목적을 둔 대승의 가르침에서는 방편을 중요시해 설법하는 장소와 상대에 따라 갖가지 방편이 설명되고 있다

다만 중생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절대선(絶對善)이어야 방편이라 말할 수 있다

옳은 수단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방편은 진실한 목적을 전제한 도구라야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진실에 들어가는 길이 열려 있지 않으면 방편이라 할 수 없다.

 

방편은 쓰임에 따라 여러 뜻으로 해석되므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보자

첫째, ‘()’은 방법, ‘(便)’은 편리를 뜻하며일체중생마다 다른 본래적 성질과 능력즉 기류근기(機類根機 根性)에 부합하는 방법을 편리하게 쓰는 일을 뜻한다

 

또 ()’은 방정한 이치, ‘(便)’은 교묘한 말로 해석돼중생에 맞추어 방정한 이치를 교묘한 말로 전하는 일을 말한다

또 이를 위해 교화의 편법을 강구하는 일을 뜻한다

특히 중생 제도에 목적을 둔 대승불교에서는 방편을 중요시해경전에 따로 방편품(方便品)’을 두는 예가 많다

특히 <법화경>의 방편품은 유명하다

<법화경>에서는 방편을 열어서 진실을 나타내는 것이 큰 테마가 돼있다

방편품에서는 삼승(三乘)이 일승(一乘)을 위한 방편이라고 했다

또 이 방편을 중시해 보살의 실천수행의 덕목인 육바라밀에 더해 방편바라밀(方便波羅蜜)이 설정되기도 했다

 

둘째지혜(智慧)ㆍ자비(慈悲)ㆍ방편(方便)이라는 3()의 하나에 들어간다

방은 정직을 말하며편은 나를 돌보지 않는 것을 뜻하고일체중생을 가련히 여겨 자신의 이익을 돌보지 않는 일을 방편이라 했다.

전통 밀교에서도 방편을 중시하는데인도어로 밀교를 뜻하는 금강승(金剛乘, Vajra-yana)는 실재와 현상을 자기 한 몸에 융합하는 즉신성불을 목표로 한다

이 융합이 바로 각각 실재와 현상으로 대비되는 반야와 방편의 통일즉 공()과 자비행(慈悲行)의 일치로 구현된다

셋째진리에 이르기 위해 그 전에 닦는 가행(加行)을 의미한다

천태종에서는 바른 수행에 앞서 갖춰야 할 것으로 각각 5가지의 갖출 것경계할 것버릴 것조절할 것행할 것을 담은 25방편을 두고 있다.

따라서 수행의 각 방법마다 거기에 알맞은 방편이 있어야 한다예를 들면수식관(數息觀)에서는 숫자를 세는 것이 방편이고념념상속법(念念相續法중 주력법(呪力法)에서는 「옴마니 반메훔」을 외는 것이 방편이 되며화두 의심법에서는 ()”자 화두를 드는 것이 방편이 된다

 

방편이란 각 수행의 방법마다 직접적인 수행을 가능케 해 주는 도구를 말한다.

그래서 방편이 좋아야 수행이 쉬워지고 수행 시 만나게 되는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길 수 있다그러면 우리가 방편을 선택할 때 어떤 기준이 필요할까

 

수행의 방법에 따라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한 가지는방편은 반드시 번뇌(煩惱)와 무기(無記)를 동시에 제거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조건이 갖추어 지지 못하면 방편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므로 수행의 진전이 없을 뿐 아니라 잘못하면 사마외도(邪魔外道)가 되기 쉽다

 

예를 들면어떤 스님은 중생들을 가르치면서 번뇌가 일어나면 주인공[=불성(佛性)]에게 맡겨라라고 가르친다

이렇게 하면 번뇌는 조금씩 사라질 수 있을지 몰라도 무기를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깊은 잠을 잘 때는 누구에게 맡긴단 말인가

이 같은 방법으로 공부를 하다 보면 번뇌는 많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무기를 조장하게 되므로 엄청난 과보를 받게 된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예가 있을 수 있다다시 한 번 강조해 이야기하면 방편은 반드시 번뇌와 무기를 동시에 제거할 수 있어야 한다이 조건에 부합되지 않는 방편을 주면 잘못된 길이다

※념념상속법(念念相續法)---이 방법은 공부가 관법(觀法)의 수준을 넘어선 수행인에게 주로 시키게 되는데념념상속법(念念相續法)은 어떤 한 가지 번뇌를 생각생각 이어지게 함으로써 무기에 빠지지 않고 다른 번뇌가 일어날 틈을 안 주는 공부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우리는 추번뇌(麤煩惱거친 번뇌)를 없앨 수가 있으며 이 방법을 분류하면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염불법(念佛法)이다부처님의 명호들예를 들면 관세음보살아미타불지장보살 등등 중의 하나만을 생각생각 이어지게 함으로써 무기에 빠지지 않고 다른 번뇌가 일어날 틈을 안 주는 방법이다

둘째 주력법(呪力法)이다부처님께서 설하신 진언들예를 들면 「옴마니 반메훔」,「옴 치림」「옴 살바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신묘장구 대다라니들 중의 하나만을 선택해 그것만을 생각생각 이어지게 함으로써 무기에 빠지지 않고 다른 번뇌가 일어날 틈을 안 주는 방법이다

 

<금강경6분에 뗏목(벌筏)의 비유가 있다속세의 강을 건너기 위해서 뗏목을 이용하는 것인데속세의 번뇌에서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 대자유를 얻은 후에는그 뗏목에서 내려서 자유의 경지로 들어가야 한다

뗏목(방편)에 미련이 있어 뗏목에 머무르면 안 된다

여기에서 자유의 경지는해탈구원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 뗏목이 부처님의 가르침일 수도 있고 예수의 가르침일 수도 있다

부처님이나 예수에게도 속박 되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불가의 가르침은, '부처를 죽여라'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불교의 진솔하고 심오한 가르침이다물론 이 말을 할 만한 사람은 극히 일부일 것이다

이 말을 이해하는 것과 그런 경지에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엄밀한 의미에서종교의 모든 가르침은 하나의 방편 그 때 그 때의 심리적 처방이라 하겠다

따라서 깨달은 후에는 모든 방편에서 벗어나야 되는 것이다.

그리고 선교방편(善巧方便)은 중생을 교화하는 불ㆍ보살의 방편이 매우 교묘하고 훌륭한 것을 말한다천만방편 혹은 무량방편과 같은 뜻이다

부처님의 중생 교화 방법인 동시에보살이 깨달음[菩提]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행해야 하는 것이다

 

<해의보살소문경(海意菩薩所問經)> 14에서, “보살은 모든 곳에서 항상 선교방편을 닦고 익혀야 한다왜냐하면선교방편이란 곧 보살의 보리(菩提)이니 만일 선교방편이 없다면 보리는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고 했다선교방편의 완성은 곧 방편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살의 선교방편이란 중생 교화[化他]의 방법일 뿐 아니라 스스로 깨달음을 이루기 위한[自行수단이 된다

중생을 인도하는 수단으로서 세간에 작용하는 지혜즉 방편지의 작용을 선교방편(善巧方便, upaya-kausalya)이라 한다

 

또 <보살지지경(菩薩地持經)> 7 ‘방편처보리품에는 보살의 교묘한 방편[善巧方便]을 다음과 같이 12가지로 말한다그 중 앞의 6가지는 보살이 안으로 불법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고뒤의 6가지는 밖으로 중생을 이끌기 위한 것이다

① 자비의 마음으로 일체 중생을 돌보며 생각함

② 생사(生死)나 유위법(有爲法등의 제행(諸行)을 여실히 분명하게 알아서 싫어하고 떠나려는 마음[厭離心]을 일으킴

③ 무상보리(無上菩提)를 구하는 지혜

④ 중생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생사를 버리고 여읨

⑤ 번뇌에 물들지 않는 마음[無染心]으로 생사의 쳇바퀴에 편안히 머무름

⑥ 부처의 지혜를 구하는 마음으로 치열하게 정진함

⑦ 중생으로 하여금 작은 선법[少善]을 보리와 일체의 덕에 회향하도록 함

⑧ 중생으로 하여금 삿됨을 버리고 바른 법으로 돌아가게 하며작은 법을 버리고 큰 법으로 돌아가게 함

⑨ 법을 파괴한 중생으로 하여금 그 난폭함을 없애고 교화해 신심을 내도록 함

⑩ 중생 가운데 머물며믿음이 없는 이에게는 불교에 대한 바른 믿음을 내도록 이해시킴

⑪ 이미 믿음이 있는 이에게는 실천행을 일으켜 성취하도록 함

⑫ 이미 보리심을 낸 이에게는 해탈을 얻어서 불과(佛果)를 증득하도록 함

 

<법화경> ‘비유품(譬喩品)’에 삼계화택(三界火宅)이라고 불난 집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삼계(三界=欲界色界無色界)라 하고 그 속에 사는 중생을 철모르고 뛰노는 아이들로 비유했다.

깨달으신 부처님(아버지)의 눈으로 보니 그대로 두면 모두가 다 타 죽을 것이 분명해 불이 났으니 빨리 나오라 했으나 아이들은 듣지 아니하니방편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양이나 사슴이 끄는 좋은 장난감 마차가 있으니 나오라고 아이들을 꼬여 냈다.

아이들이 나와 보니 좋은 장난감(마차)은 보이지 않았다아버지(부처님)는 아이들(중생)에게 지금 놀고 있던 집(자기중심적이고 자기 이익을 위주로 사는 삶)이 불난 집에 있는 것과 같고급히 불러낸 것은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했다.

거짓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욕심에서 의도적으로 출발하고방편은 만인의 이익을 위한 거룩한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다

부처님이나 예수공자나 노자 같은 성인의 가르침은어리석은 중생이 깨달아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방편(方便)이나 비유(比喩)로 설()하신 것이다.

 

'프로드리히 니이체'는 이런 경전들을 '거룩한 허언(虛言)' 또는 '훌륭한 거짓말'이라 표현했는데그 거짓말 속에 거룩함과 훌륭함이 들어 있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아직도 대개의 종교인들은 경전이나 성경에 나오는 방편이나 비유를 사실로 믿고위대한 신()의 능력이 있는 줄 알고그 능력이 나에게 나타나기를 바라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경전에서 양이나 사슴의 수레가 있다고 한 것은 편안히 타고 갈 것을 암시함인데 혼자 깨달아 가지 말고 모두가 다 깨달아 함께 큰 배(大乘)로 괴로움의 강을 건너 평화와 행복이 충만한 정토(淨土)로 가자는 뜻이 담겨있다방편에 관련된 다음의 말들을 이해함이 좋을 것이다

 

• 방편바라밀(方便婆羅蜜)---대승불교 가르침은 흔히 6바라밀로 설명되지만 제7바라밀로 방편바라밀을 이야기하기도 한다방편바라밀이란 한량없는 지혜로 뛰어난 방법과 교묘한 수단에 의해중생들 하나하나의 병폐와 원하는 바에 따라 근기에 맞춰 사람들을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것을 말한다따라서 선교(善巧)방편의 완성은 곧 방편바라밀을 행하는 것이다

 

• 방편불(方便佛)---석가모니 부처님 한 분으로부터 파생된 분신불(分身佛)을 방편불이라 한다모든 부처님은 대우주의 본체이시고 본불(本佛)이신 석가여래를 도와주는 방편불 곧 분신불이다

<법화경> ‘방편품에서 부처님은 “(여러 부처들은일체중생 구제를 목적으로 하고 중생의 근기에 따라 부처님 입으로부터 출행시킨 방편불이다.”라고 하셨다

흔히 삼존불이라 해서 비로자나불노사나불석가모니불이렇게 셋으로 나누어 생각하는데실은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다작용일 뿐이다불리불가(不離不可큰 하나이다절대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과거칠불(過去七佛)의 경우도 마찬가지다흔히 과거칠불은 석가모니 부처님보다 먼저 성불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그것은 잘못된 것이다석가모니 부처님만이 우주법계 최초의 부처님-시성정각불(始成正覺佛)이시다과거칠불아미타불약사여래 등 모든 부처는 모두 본불 석가모니 부처님의 입으로부터 탄생한 분신불방편불이다

 

• 방편시설(方便施設)---여기서 시설이란 흔히 일반사회에서 갖가지 공사현장에 설치하는 그런 시설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내기 위한 가설이란 말이다같은 말이지만 사회적 통념과 불교에서의 개념 사이에 다르게 나타나는 단어의 하나이다

불교에서는 진리 그 자체를 직접 표현하기 힘들 때 깨달음을 향해 가는 간접적 수단을 방편(方便)이라 한다부처님이 바라는 인간주의적 바른 종교가 세상에 행해지기 위해서는 깨닫기 어렵다는 문제가 어떻게라도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됐다부처님은 이 문제에 골몰해 마침내 하나의 묘안을 발견하게 된다그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중생들의 깨닫는 능력()’을 점진적으로 성숙시켜 가서 마침내 최상의 깨달음을 얻게 한다는 방법이다이런 방법론을 불교에서는 방편시설(方便施設)이라고 부른다. <법화경>에 의하면 성문승⋅연각승⋅보살승의 삼승(三乘)은 부처가 중생을 깨달음으로 이끌기 위해 임시로 세운 방편시설(方便施設)로서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며궁극적으로는 하나의 가르침인 일불승(一佛乘)에 귀착된다고 한다.

 

• 방편지(方便智)---방편이란 수단을 의미한다그런데 수단이란 그것 자체로는 의미가 없고올바른 목적을 이룰 때에 그 가치가 인정되는 것이다불교에서는 실천관(實踐觀)으로 두타정진인욕선정과 같은 여러 가지 수행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며이들 모두가 깨달음의 세계로 가는 방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불교에서 방편은 깨달음이라는 목적을 이룰 때 그 가치가 인정되는 것이다따라서 방편지란 부처님께서 중생의 근기에 응해서 분별해서 법을 설하는 중생교화의 지혜를 말한다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데 거기에도 여러 가지 분별을 할 일이 있을 때 이에 필요한 수단으로서의 지식이란 말이다

 

• <대승의장(大乘義章)> 15에는 4가지 방편을 서술하고 있다. <대승의장>은 중국 수나라시대 혜원(慧遠, 523592)이 지은 불교용어를 실은 일종의 불교사전인데여기에 방편에 대한 것이 실려 있다

① 진취방편(進趣方便― 깨달음을 향해 가기 위한 준비단계

② 권교방편(權巧方便― 부처님이 중생을 인도하기 위해 일시적인 적절한 조처.

③ 시조방편(施造方便― 십바라밀 중의 하나인 방편바라밀처럼 목적과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정교하고 적합한 수단을 강구하는 것

④ 집성방편(集成方便― 일체의 모든 존재는 그 본질이 모두 같아 하나에 일체를 갖추고 있으며하나 중에 일체가 있고일체가 그대로 하나에서 정교하게 서로 융합해 이루어지듯 여러 상이 모여 이루어진 상태

 

※ 선교방편(善巧方便― 중생을 인도하는 수단으로서 세간에 작용하는 지혜즉 방편지의 작용을 선교방편(善巧方便)이라 하며이상의 용례에서 보는 권교방편과 시조방편에 해당한다. 4[四智중에서는 성소작지를 체로 삼으며 방편선교선권(善權)방편선방편이라고도 한다모든 교설은 언어와 문자에 의해 세상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방편시설(方便施說)에 지나지 않는데그 중에서도 깨달음을 직접 설해 진실한 의도를 나타낸 것을 진실한 가르침이라 하고진실로 인도하기 위해 상대에 따라 다양하게 보여 주고 불법을 배워 중생을 선도하는 지침으로 삼게 한다

 

그리하여 방편(方便)이란 중생을 깨달음으로 인도하기 위해 일시적인 수단으로 설한 가르침이다천태 대사 지의(天台智顗, 538~597)는 세 가지 방편을 설했다

① 법용방편(法用方便― 방()은 법()이고 편(便)은 용()으로 부처님의 교화방법이다.

② 능통방편(能通方便― 깨달음에 이르는 문진실에 들어가는 문이란 말이다

③ 비묘방편(秘妙方便― 방()은 비()이고 편(便)은 묘()로써 부처님의 출현하신 일대사인연을 밝히지 않고 설하신 것은 비()라 하고 그것을 밝혀 설함을 묘()라고 한다그러므로 <법화경>의 방편품만이 비묘방편이라서 일반적인 방편과는 구별한다

 

또 <화엄경「광명각품(光明覺品9」에 있는 ‘8. 방편의 덕에 나오는 문수보살 게송에는 증지방편(證智方便), 적용방편(寂用方便), 시겁방편(時劫方便), 난사방편(難思方便), 회향방편(廻向方便등을 말하고 있다

 

• 증지방편이란 증득해 아는 방편을 말한다부처님이 설법한 그 설법 내용에 다 따라간다부처님이 <화엄경>을 설했으면 <화엄경>을 보고, <법화경>을 설했으면 <법화경>을 보고, <금강경>을 설했으면 <금강경>에 들어가서 그 의미를 참구하고 따라가는 것을 말한다.

 

• 적용방편은 고요한 작용의 방편을 말한다()은 본체 자리다그 본체의 작용을 용()이라고 한다적용(寂用)을 다른 말로 조용(照用)이라고 쓰기도 하고묵조(黙照)라고도 쓴다이때의 묵()은 체가 되고 조()는 작용이 된다

 

• 시겁방편이란 시간의 숫자를 아는 방편을 말한다불교에서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잘 쓴다여기 시겁방편은 시절인연을 잘 이해해서 시간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지혜를 말한다자연현상은 말할 것도 없고사람이 살아가는 일이나 수행하는 일까지도 무엇이든지 다 시절인연에 적용된다.

 

• 난사방편은 생각하기 어려운 방편을 말한다불가사의를 두 자로 표현하면 난사(難思)생각하기 어렵다는 뜻이다불가사의한 경지에 머문 사람의 방편력을 말한다

 

• 회향방편은 회향의 방편을 말한다이것은 비할 데 없이 아는 방편의 힘을 말한다부처님의 지혜 방편을 이렇게 표현한다.

위의 경우 방편이란 말이 가르침 혹은 지혜그런 의미로 쓰이고 있다서두에 방편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에서 나온 그런 의미이다

 

그런데 서양학자들은 동아시아 여러 불교학파들의 극히 상이하고 때로는 상호 모순되기도 하는 견해들을 모두 방편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 이론적으로 배치됨이 없다고 봐야 한다는 일부 불교도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를 꺼린다동아시아 불교가 학문적 엄밀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이유이다

석가의 연기법(緣起法)이나 대승의 공()에 대한 가르침이 시절인연(時節因緣)에 따라 불교라는 같은 이름 아래 그와 정반대인 실체론이나 실재론의 모습으로 제시되더라도 그것은 결국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시된 것이니 문제가 없다는 것과 같은 입장에 이들은 강하게 반대한다그들은 이를 지적으로 정직하지 못한 태도라고 판단한다이것은 학문적으로 무책임한 태도로 여긴다

또 한편 이런 식의 해석은 각각의 다른 불교학설이 모두 정당화되는 이유가 우월의식을 가지고 중생을 내려 보면서 어리석은 자들이 가엾어서 알아듣기 쉬운 가르침으로 살짝 바꾸어 (속여?) 가르쳐 주어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반영한다고 비칠 수도 있어서 서구인들 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비불교도들에게도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다

방편이란 불교의 훌륭한 교육 방법이고 우리 삶을 더 풍부하고 융통성 있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다그러나 불교인들이 이것을 너무 많은 목적을 위해 빈번하게 또 간혹 무절제하게 사용한다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많은 이들이 방편이라는 도구의 존재 이유에 회의를 품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 우려된다

약속은 편한 대로 깨라’ 또는 자유는 무제한의 자유라는 것과 같은 태도가 약속과 자유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모순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듯이방편도 남용하면 사람들이 방편 자체를 신뢰하지 않고 또 거부하게 만드는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어떤 학설을 진지하게 제시해 놓고는 비판에 직면하자, ‘그건 그냥 방편으로 내놓은 것이었을 뿐이야라는 식으로 대응한다면한 두 번이면 모를까 결국 내놓는 주장들이 설득력을 잃게 되고또 더 나아가 방편이라는 도구 자체에 대한 신뢰감도 상실하게 될 것이다그래서 자유와 마찬가지로 방편의 사용 또한 조심스럽게 제어돼야 한다.

------------------------------------------------------------------------------------성불하십시오작성자 아미산(이덕호)

※이 글을 작성함에 많은 분들의 글을 참조하고 인용했음을 밝혀둡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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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방편(方便, 산스크리트어 upaya)|작성자 아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