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다언다려(多言多慮) 전부상응(轉不相應) :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상응치 못하느니라. 말이 많고 생각이 많이 움직이면 대도와 상응치 못한다. 대도는 말에 있는 것도 아니요 생각에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대도는 불생불멸하는 마음이라 고요히 있는 것인데 말이나 생각을 많이 하게 되면 그 생각과 말에 가려져 대도가 눈앞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상응하지 않는다고 했다. 앞 게송(14 게송) 종공배공에서 설명했듯이 공을 생각으로 만들어가려고 하면 오히려 공을 등지게 된다.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말을 많이 하고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대개 가상하여 생각하고 말을 하는데, 그 가상은 어디까지나 가상이지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과 잘 맞지 않는 생각을 많이 하고 말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들의 말과 생각이 현실과 잘 맞는다면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에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본질을 바로 볼 수 있는 눈은 말이나 생각으로 열리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다언다려
전불상응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더욱 상응하지 못한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지나치게
고민과 걱정만 더하고 앉아 있으면 일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또한 말이 많아도 진정성이 떨어집니다.
진실과 멀어지기 때문에 구차한 변명만 늘어나게 됩니다.
이것이다, 저것이다, 분별하고 시비하면
결국 양변에 떨어져 지극한 도와는 더욱 멀어집니다.
청매 선사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내무실덕 (內無實德)
외의무익 (外儀無益)
안으로 실다운 덕이 없으면
밖으로 위의를 세워도 이익이 없다.
“생각과 말, 감정의 파도를 어찌할까.”
생각이 많으면 생각으로 괴롭고/ 말이 많으면 말로서 힘들어 진다.// 다만 생각을 하되 고락 감정을 얹지 말고/ 말을 하되 분별 감정을 얹지 말라.
다언다려 전불상응,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서로 응하지 못하게 된다. 말이 많고 생각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고락의 등차가 심하다는 뜻이다. 생각 하나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그런 생각에 의해 말을 하는 것이니, 말이 많아진다는 것 또한 그 말에 따라 웃고 우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생각과 말이 많아지면 웃고 우는 고락도 그만큼 많아지는 것이니, 말이 많을수록, 생각이 많을수록 번뇌가 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더더욱 도와는 많이 벌어진다는 뜻이 되겠다.
여기서 전불상응 즉, 서로 응하지 못한다는 것은 고락의 과보가 없는 상태 즉, 성불이나 해탈, 마음에 고통이 없는 적멸한 피안에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어제의 명상 설명에서, 언어도단 심행처멸, 말로서도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으로도 알지 못한다. 또 불립문자, 문자로도 알 수 없으며, 사교입선, 가르침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으니, 분별이 끊어진 선으로 들어가야 된다는 말이 바로 “다언다려 전불상응”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오늘도 조계종단 즉, 총무원과 전국의 스님과 관심있는 불자들이 매우 긴박하게 움직이는 풍전등화같은 날을 보내면서 그 가운데 태풍의 눈처럼 서있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현실적, 현상적으로 볼 때, 크나큰 사건의 중심에 서서 역사의 내용을 가름하는 중대한 책무를 감당하고는 있으나, 마음은 늘 분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려 하며, 매사에 끄달리지 않는 나 자신의 내공을 시험하고 있는 중이다.
어떻든 중요한 것은 눈과 귀로 느끼고 있는 현상에 대해, 좋고 싫은, 옳고 그른 분별심으로 바라보는 습習을 무조건 버려야 한다. 마음의 바다가 출렁이는 모습이 분별심이라면, 거기에 좋다 싫다, 옳다 그르다라고 하는 파도가 크면 클수록 마음은 더욱 출렁이게 되어 괴롭기 때문이다.
마음을 바다로 비유한다면, 좋고 싫은 감정의 파도를 줄여야 마음의 바다가 잔잔하여 편안하게 되는 것이므로, 어떤 경우가 되었든 생각으로 나오는 감정과, 말에서 묻어 나오는 감정을 놓고 또 놓고 방하착해야 한다. 더불어 기도와 참선, 보시와 정진을 함께 한다면 금상첨화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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