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절언절려(絶言絶慮) 무처불통(無處不通) : 말이 끊어지고 생각이 끊어지면 통하지 못할 곳이 없느니라.
말이 끊어진 절언(絶言)이란 말은 말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말이 끊어졌다고 한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다음 순간에 또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지의 자리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심지의 자리가 있다고 해도 틀리고 없다고 해도 틀리며,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고 해도 틀리고 무엇이라 입만 열면 틀리니 무엇이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음을 깨닫고 묵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절언이다.
그리고 생각이 끊어진 곳, 절려된 곳은 곧 무념에 든 곳이다. 무념에 든 곳은 곧 무상삼매에 든 것이고, 무상삼매에서는 나는 사라지고 법계와 하나가 된 것이니 시간과 공간 개념이 사라진다. 시공과 하나가 되었으니 통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했다.
우리들의 수행목적이 무처불통을 얻는데 있고, 무처불통은 말이 끊어지고 생각이 끊어진 데 있다고 했다.
생각할 수 있고 말로 할 수 있는 것은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 있다 없다 등으로 표현되는데 이러한 표현은 나름대로 개념화된 것이다.
개념화된 것은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제행무상의 법칙에 따라 기복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절언절려는 말과 생각이 끊어진 자리이니, 무슨 생각이나 말로 표현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말씀이니 적정한 자리 혹은 해탈한 자리이다.
적정한 자리에서는 아무리 작은 생각이 일어나도 움직이는 것이므로 고요함에 위배된다. 고요함 속에 있으려면 절언절려가 되어야만 한다.
절언절려할 수 있는 것은 무념무상에 들은 것이고, 무념무상에 들게 되면 해탈하여 적정에 든 것을 의미함으로 불생불멸 속에 있는 것이다.
이를 무상삼매라 한다.
일체, 즉 시공이 하나가 된 자리이니 불생불멸하는 본래의 자리이고 무처불통, 즉 통할 수 없는 곳이 없는 대도에 든 것이다.
절언절려
무처불통
말이 끊어지고 생각이 끊어지면
통하지 못할 데가 없다.
부처님은 금강경에서
‘무상위종 ’, 즉 상 없음을 종으로 삼으라고 하셨습니다.
상이 없다는 것은 말이 끊어지고 생각이 끊어졌다는 뜻입니다.
상이란 모든 변견입니다.
간택, 증애, 순역, 위순, 취사, 유공, 지동의 범주에서 말하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집착이나 분별이 끊어지면 통하지 아니하는 곳이 없다는 말입니다.
다른 말로 ‘방치하라’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굳이 애써 생각을 내어 붙잡지 말라는 것입니다.
때로는 우리 삶도 어느 정도 방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하는 기술 생각하는 방법”
말을 하되 감정이 들어있지 않고, 생각을 하되 감정을 얹지 말며, 말을 듣되 감정으로 듣지 말고, 상대의 생각을 감정으로 읽지 말라.
절언절려 무처불통, 말과 생각이 끊어지면 어느 곳 인들 통하지 않으리오. 어제 설명한 “다언다려 전불상응.”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서로 응하지 못하게 된다는 해석과 반대되는 구절이다. 말과 생각이 끊어지면 분별함이 없으므로, 어느 때 어느 곳이든 걸림이 없이 자유롭게 된다는 뜻이다.
어제도 설명했듯이, 말과 생각을 어떻게 끊을 수 있다는 것인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본래 뜻은,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 라는 말과 생각은 얼마든지 하되, 즐겁고 괴로운 고락의 감정을 얹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감정을 어떻게 막을 수 있다는 것이냐라고 항변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겠으나, 기쁘고 슬픈, 즐겁고 괴로운 감정이 들어가게 되면 말과 생각이 자유로울 수가 없으며, 걸림이 많아진다는 말이다.
같은 말이라도 고운 말이 있고 거친 말이 있듯이, 또, 즐거운 생각과 괴로운 생각이 있듯이, 말과 생각에 감정이 들어 있으면 고락의 감정이 죽 끓듯이 마음을 평화롭게 할 수 없게 되니, 결국 시비와 고락의 인과로 인하여 늘 편안할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행자는 물리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 묵언수행을 할 때가 많고, 참선을 통하여 생각을 비우기 위해 치열하게 정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가능하면 말과 생각을 덜 하는 것이 고락의 인과를 막을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이 되며, 조금 더 나아가면 말과 생각은 얼마든지 하되, 좋고 나쁜, 옳고 그른 분별심을 갖지 않는 것이 좋으며, 더더욱 높은 단계는, 좋다 싫다, 옳다 그르다라는 구별은 하면서도, 기분이 좋고 나쁜, 즐겁고 괴로운 직접적인 감정이 얹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수승한 방법이 되겠다.
그래서 말을 하되 무심하게 말을 하고, 생각을 하되 무심한 가운데 생각을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는데,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나, 상대의 생각을 읽으면서 감정을 얹어서 듣지 않아야 하며, 상대의 생각을 감정을 얹어서 읽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말을 하거나 상대의 말을 듣거나, 내가 생각을 하거나, 상대의 생각을 읽을 때, 고락의 분별된 감정을 얹지 않도록 해야 하고, 있는 그대로 말을 하고 말을 듣고, 있는 그대로 생각하고 생각을 읽어야 하느니, 절대적으로 고락의 감정을 얹어서 선악 시비를 하게 되면 괴로움의 과보를 받게 된다.
어떤 사람이 글에 의지해서 이치로 해석하기를, 말을 끊으면 말길이 끊어지고, 생각을 끊으면 마음 갈 곳이 없어진다. 말길이 끊어지면 고요하게 비추어지고, 마음 갈 곳이 없어지면 훤히 비추이되 고요하다. 이런 경지에 이르게 되면 모든 선은 한꺼번에 뚫리게 된다. 또 옛사람이 이르기를, 쉬고 쉬어서 입가에 백태가 끼고, 혀끝에 풀이 자라게 하라. 고 했다. 매우 비현실적이지만 가장 현실적이기도 한 것이니, 말과 생각에 감정을 얹지 않으려면, 기도, 참선, 보시, 정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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