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은 내가 만든다
스승은 내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고자 많은 가르침을 베푼다.
그러나 어리석은 제자는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나는 아직 배운 게 없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믿는 마음이 있을 때 비로소 스승도 있다.
마조스님은 좌선해서 어떻게 성불하느냐는
스승의 질문을 받고 자기 생각에 모순이 있음을 깨달았다.
꼭 대단한 능력이 있어야만 스승이 되는게 아니다.
내가 그를 믿으면 그는 곧 내 스승이 된다.
나무토막도 굳은 믿음으로 대하면 부처가 될 수 있고,
아무리 훌륭한 분이라도 내가 믿는 마음을 일으키지 못하면
그는 나에게 아무 능력도 영험도 없는 존재일 뿐이다.
나무로 만든 불상도 내가 부처님 앞에 서 있듯
진실한 마음을 내면 영험이 생기거늘,
하물며 사람 앞에서 지극하게 내 마음을 돌이킨다면
그 영험이 얼마나 크겠는가.
살아 있는 사람 앞에서 그 분을 부처님이라 생각하고
내 마음 한 번 돌이키면 그 영험은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처럼 영험이 무량하고
결과가 확실한 행위를 하려 하지 않는다.
돌부처 앞에서는 엎드려 절하면서
부모 앞에서 남편 앞에서 아내 앞에서 자식 앞에서
절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돌멩이도 부처라 여기면서 그들을 부처라
여기지 못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돌멩이로 만든 불상이라도 내가 진정 부처라 믿고 절하면서
한마음 돌이키면 결국 자신을 위한 복덕이 되는데,
어찌 아내나 남편,
부모나 자식에게 머리 숙이고
내 마음 돌아보는 수행을 하는데 공덕이 없겠는가
'여기를 파면 물이 나온다' 고 스승이 일러주면
제자는 응당 삽을 가져와서 파야 한다.
그러나 공부가 안 된 제자는 땅 팔 생각은 안 하고
'여기 파면 정말 물이 나옵니까?'
'정말 나옵니까?'
하고 물으러 다니기에 바쁘다.
여기를 파면 물이 나온다는 스승의 말을 믿는다면
바로 땅을 파기 시작해서 물이 나올 때까지
파내려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조금 파다가 물이 안 나오니
스승의 말을 의심하면서
그 자리가 맞느냐고 스승에게 또 물으러 간다.
이런 믿음으로는 아무런 영험이 있을 수 없다.
스승에게 물어놓고도 스승을 믿지 못하고
그 말씀대로 행동하지 않는 이 모순을 봐야 한다.
스승에 대한 믿음이 없으니 자꾸만 묻게 되고,
스승의 말씀대로 좇아 행동을 해도 이내 회의가 오고
의심이 생겨 일을 그만두니 물은 얻지 못하고
공연히 구덩이만 여기저기 파놓는 고생만 할 뿐이다.
- 법륜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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