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없는가르침 88

이승과 저승

세존께서 죽림정사에 계실 때이다. 쿤다라는 이름의 돼지잡이 백정이 있었다. 그는 마흔 다섯 살의 중년남자였다. 한창 흉년일 때 그는 수레에 쌀을 가득 싣고는 시골로 가서 싼 값에 돼지새끼들을 거두어 오곤 했다. 그의 집 뒷켠 허술한 돼지움막 속에서는 어린 돼지새끼들이 오물과 배설물들을 뒤집어쓰고 먹고 자고 있었다. 쿤다는 돼지가 잘 자라면 이렇게 도살했다. 돼지를 기둥에 꽁꽁 묶고는 육모 방망이로 때려잡는 것이었다. 살코기를 부풀게하고 연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는 턱을 벌려 젖히고 칼로 자갈을 물리고 입 속으로는 펄펄 끓는 물을 부어넣었다. 물은 돼지의 뱃속으로 들어가 똥물을 씻어 항문으로 쏟아내는 것이다. 항문에서 나오는 물이 맑아지면 이번에는 끓는 물을 돼지의 등에다 쏟아 검은 털가죽을 벗겨냈다..

위없는 가르침 2020.08.09

육조단경

1. 실상을 본다. 본성이 어떠한가에 대한 논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끊임이 없이 있어왔다. 이에 대해 대체로 선하다고 하는 주장이 많지만 악으로 보는 사람도 없지 않고, 中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육조단경에서는 자성은 원래 공하다고 본다. 공하다는 것은 어떻게 규정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것은 선도 악도 아니며, 더럽지도 깨끗하지도 않으며, 고저장단도 없다. 生(생)한 바도 없거니와 생한 바가 없으므로 滅(멸)할 바도 없다. 본래 淸靜(청정)하다고 한 것도 더럽다는 말의 상대 개념이 아니라 空(공)하다는 뜻이다. 또한 공하다고 하는 것은 공한 모습도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자성을 佛性이라고 한다. ​ 그러나 어떤 因이 주어지면 그에 맞게 결과를 낸다. 그러므로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아니다. 맑은 거울이 ..

위없는 가르침 2020.08.02

지혜로운 자는 괴로워하지 않는다.

지혜로운 자는 괴로워하지 않는다 어느 법우님이 말했다. 우리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더 이상 여자로 보지 말라는 것이다. 나이 든 사람에 대하여 여자로 보다는 사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법우님은 “우리는 사람이야!”라고 말한다. 사람이기는 남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남성성은 점차 약화되고 여성화 되어 간다. 여성 역시 나이가 들면 점차 남성화 되어 간다. 나이가 든 노부부를 보면 알 수 있다. 등이 굽을 정도로 늙었을 때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사람’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사람을 오온으로 본다면 사람보다는 오온(五蘊)이 나을 듯 하다. 부처님은 우리 몸과 마음을 다섯 가지로 분석하여 설명했다. 색, 수,..

위없는 가르침 2020.07.19

악마는 내 마음 속에도

악마는 내 마음 속에도 미인이라도 화내는 모습을 보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시기와 질투 하는 모습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영화 백설공주에서 계모왕비는 미녀이다. 미녀가 화를 내는 모습을 보았을 때 마녀(魔女)처럼 보인다. 마녀는 다름 아닌 악마의 다른 이름이다. 남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제아무리 미남이라도 분노하는 분노하는 모습을 보면 악마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마음의 거울이 있다면 분노를 먹고 사는 존재가 있다. 야차(yakkha)는 분노의 대명사와 같다. 그래서일까 이미지가 매우 추악하고 흉폭하다. 상윳따니까야 ‘추악한 용모의 경’(S11.22)에 야차와 제석천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야차가 제석천이 앉는 자리에 앉았다. 이를 본 삼십삼천의 신들은 화가 머리 끝까지 올랐다. 그런데 신들..

위없는 가르침 2020.07.19

재가불자의 조건

불교에서 말하는 재가신자(우바이. 우바새)란 어떤 사람들이며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참다운 재가 신자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가르침을 담은 경전이 있다. 빠알리어 니까야에는 [앙굿따라니까야 A.25, 마하나마경]이며 같은 내용으로 [잡하함경 929. 일체사경(一切事經)]이 있다. 간단하게 내용을 알아보자. 하마나마라는 재가신자가 붓다를 찾아와 재가불자란 어떤 사람인가라고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하신 것이다. "세존이시여, 어떤 사람을 가리켜 재가신자라 합니까?" "집에서 청정하게 살면서 '목숨을 마칠 때 까지 삼보에 귀의하는 우바새(우바이)가 되겠습니다. 이를 증명하여 주십시오' 라고 다짐한 사람들을 말한다." "세존이여, 어떤 것을 모든 우바이(우바새)가 원만하게 조건을 갖춘 것이라고 합니까?" "마하나마..

위없는 가르침 2020.07.19

[空] 모든 법의 실상은 공이다.

제법(諸法)의 실상을 관찰해야 하니 제법의 실상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일체 모든 것[一切法]이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왜냐면 일체법은 자성이 공(空)이어서 중생도 없고 개아(個我)도 없으며, 또한 일체법은 환상[幻]과 같고 꿈과 같으며, 메아리와 같고 그림자와 같으며 아지랑이 같고, 허깨비와 같기 때문이다. 《대품마하반야바라밀경》 제27권 상제품, 불광출판부, 505쪽 일체의 유위법은 별같고 그늘같고 등불같고 허깨비같고 이슬같고 거품같고 꿈같고 번개같고 구름같으니 마땅히 그와 같이 보아야 한다. 《금강반야바라밀경》 한글장243책 149쪽. 유마의 빈 방 문수사리가 물었다. “거사님, 이 방은 무슨 까닭으로 텅 비어 있으며 시자도 없습니까?” 유마힐이 답하였다. “공(空)하기 때문에 텅 ..

위없는 가르침 2020.07.19

[空] 공을 실천하는 보살

보살은 능히 일체 중생을 대신하여 모든 고뇌를 받고 또한 다시 일체의 복된 일과 모든 중생을 버리기 때문에 보살이라 한다. 《승사유범천소문경》제4권, 한글장244책 509쪽 인간의 것이든 천상의 것이든 욕락을 떠난 것이든 세간에 있는 온갖 즐거움의 도구는 모두 보살에게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보살도를 실천할 때에 육바라밀다에 머물러서 스스로 보시를 실천하고, 또한 보시로써 중생의 이익을 성취시켜 주고, 나아가 스스로 반야바라밀다를 향하여 가서 또한 이 반야바라밀다로써 중생의 이익을 성취시켜 주기 때문이다. 사리불아, 이러한 까닭에 보사마하살은 모든 중생들을 안락케 하기 위하여 세상에 출현한다고 하는 것이다. 《마하반야바라밀경》 제2권 한글장203책 45쪽. 보살이 육바라밀을 행하..

위없는 가르침 2020.07.19

하이데거와 불교

1. 들어가는 말 아마 대부분 사람들은 ‘산은 산이다’라는 말을 들으면 성철 스님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성철 스님이 처음으로 한 것이 아니라, 옛부터 내려오는 선불교의 유명한 화두이다. 역대 조사들의 어록을 기록한 《속전등록(續傳燈錄)》(大正藏 51, 614c)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청원 유신(靑原 惟信) 선사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이 노승이 30년 전 참선을 하기 이전에는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 것(山是山 水是水)’으로 보였다. 그러던 것이 그 뒤 어진 스님을 만나 깨침의 문턱에 들어서고 보니, 이제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더라(山不是山 水不是水).’ 그러나 마침내 진실로 깨치고 보니, ‘산은 역시 산이고, 물은 역시 물이더라(山祗是山 水祗是水)’. 그대들이여, 이 ..

위없는 가르침 2020.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