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

[스크랩] 73. 淸風匝地有何極 - 푸른 바람 두루 불어…

수선님 2018. 4. 22. 12:58

푸른 바람 두루 불어 다함이 없네 - 벽암록(碧巖錄)

 

 

"푸른 바람 두루 불어 다함이 없네(淸風地有何極)"에서 '잡()'자는 '잡()'의 속자로 '돌다', '두루'의 뜻이므로, '잡지(地)'는 드넓은 대지 어디에나 두루 가득함을 의미합니다. 청풍은 어디에나 불어오는 존재이므로 특별히 요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유하극(有何極)'은 한정도 차별도 없음을 의미합니다. 푸른 바람은 어느 집이건 평등하게 불어옵니다. 진리는 아낌없이 주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절망에 빠져 슬퍼할 때가 적지 않지만,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의 눈만 있으면 언제나 진리의 한복판에 앉아 있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원통히 여길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가장 가까운 곳이 가장 멀리 느껴집니다.

 

예컨대 여러분이 어느 거리에 살고 있다면, 집에서 50미터 쯤을 상정해서 거리에 늘어선 상점의 종류를 말해 보십시오. ㅇㅇ상점, 다음 xx상점, 그 옆은 ㅁㅁ상점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날마다 오기는 길이라도 일일이 헤아리기가 힘들 것입니다. 상점은 주의를 끌기 위해 간판을 걸고 잇지만, 유심히 보지 않으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점포는 바로 '잡지(地)'와 같아 거리 어디서나 자기르 알리고 있습니다. 담배를 즐겨 피는 사람은 담뱃가게 간판이 눈에 잘 뜨입니다. 배가 고플 때는 국수집 간판이 곧 시선을 끕니다.

 

그것은 무한하게 무차별로 널려 잇으면서 뭇사람들의 눈과 귀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가로막는 원인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자아의식(自我意識) - 편협되고 강한 자아 그것입니다. 그런 건 알고도 남아, 아니 바빠서 거들떠볼 사이가 없어, 하는 오만한 아집이 눈을 가리는 것입니다.

 

"극락은 무한한 저쪽에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아득히 먼 거리가 아니라, 아집의 깊이를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무한은 가장 가까운 거리이기도 합니다. 자아의식을 불식하면 최단거리가 됩니다. 이 최단거레에 부처님의 마음, 순수한 인간성이 존재합니다.

 

언제나 푸른 바람이 불고 잇으므로, 몸과 마음에 티끌이 있을 리 없습니다. 이것이 "청풍잡지유하극(淸風地有何極)"의 뜻입니다. 

 

松原泰道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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