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요법경

선비요법경(禪秘要法經)

수선님 2018. 5. 27. 13:05

 

선비요법경(禪秘要法經)


3권. K-798(19-919). T-613(15-242). 후진(後秦) 시대(A.D. 402∼412) 번역. [역] 구마라집(鳩摩羅什). [약] 선비요법(禪秘要法). [별] 선경비요법(禪經秘要法).


여러 가지 관법(觀法) 즉 계념법(繫念法)을 설하고 있다. 먼저 일반적인 관법을 보이고, 이어서 부정관(不淨觀) 백골관(白骨觀)으로부터 풍대관(風大觀)에 이르는 30종의 관법과 별종의 4대(大) 관법을 설하고, 이와 같은 관법이 점차로 쇠퇴하게 될 것을 예언한다.

 

설법은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에 걸쳐 서로 다른 시간에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선비요법경(禪秘要法經)★제 上 권◀

후진(後秦)구마라집(鳩滅什) 등 한역

№ -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큰 비구의 무리 1,250인과 함께 왕사성(王舍城)의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 머무르셨다. 또 대덕(大德) 성문(聲聞)과 사리불(舍利弗)과 대목건련(大目揵連)과 마하(摩訶) 가섭(迦葉)과 마하 가전연(迦旃延) 등이 있었다.
이 때 왕사성 중에는 마하 가치라난타(迦絺羅難陀)라고 하는 한 비구가 있었는데, 총명하고 슬기로우며 지혜가 많았다. 부처님 계시는 곳에 와 이르러서는 부처님께 예배하고 부처님을 일곱 번 돌았다.
이 때 세존께서는 묵연(默然)히 깊은 선정(禪定)에 들어 말씀이 없으셨다. 그 때 가치라난타는 부처님께서 정(定)에 드신 것을 보고, 곧 사리불에게도 가서 머리 숙여 절하고 말하였다.
"대덕(大德) 사리불이시여, 오직 원하오니 저를 위하여 법요(法要)를 자세히 설하여 주십시오."
이 때 사리불은 곧 그를 위하여 4제(諦)를 설하고 뜻과 취지를 한 번, 나아가 일곱 번까지 분별하였다. 그 때 가치라난타는 마음의 의혹이 아직도 깨이지 않아, 이와 같이 나아가 두루 5백의 성문(聲聞)의 발에 절하고 법요를 설하기를 청하였다. 여러 성문들도 또한 각각 그를 위하여 네 가지 진리[四眞諦]를 일곱 번 설하였다.
그 때 가치라난타의 마음은 역시 깨이지를 않았으므로, 다시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돌아와 부처님께 예배하였다. 세존께서는 선정에서 일어나 가치라난타가 부처님의 발에 정례하고 눈물을 비오듯 흘리면서 세존께 권청(勸請)하기를 '오직 원하옵나니 저를 위하여 정법(正法)의 바퀴를 굴려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을 보셨다.
이 때 세존께서는 또 그를 위하여 네 가지 진리의 법을 자세히 설하시기를 한 차례, 나아가 일곱 차례 하셨다. 그러나 가치라난타는 아직도 여전히 깨닫지를 못하였다. 5백의 천자(天子)는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 법안정(法眼淨)을 얻었으며, 곧 하늘의 꽃을 가지고 부처님께 공양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지금 가치라난타 비구로 인하여 기쁘게 법의 이익을 얻고, 법을 보고, 법답게 수다원(須陀洹)을 이루었습니다."
그 때 가치라난타는 여러 하늘의 말을 듣고서 마음에 부끄러움을 품고 슬피 흐느끼면서 말 없이 몸을 들어 땅에 던졌는데 태산(泰山)이 무너지는 것과 같았다. 즉 부처님 앞에서 사체(四體)를 땅에 엎드리고, 부처님을 향하여 참회하였다.
이 때 아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정돈하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높이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가치라난타 비구는 무슨 인연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지혜가 많아 사비타론(四毘陀論)과 위세기경(違世羈經)과 일월성신(日月星辰)과 모든 기예(技藝)에 통달하지 않음이 없습니까? 또 무슨 죄가 있어서 출가(出家)한 이래, 많은 세월을 지났음에도 부처님의 법의 맛[法味]에 있어서 홀로 맛보지를 못합니까? 여래 세존께서 친히 그를 위하여 설법하셨는데도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귀머거리인 사람처럼 듣지도 못하고 얻지도 못합니다. 불법(佛法)의 대장(大將)을 수순하며 법륜(法輪)을 굴리는 자의 수가 5백이나 있어 그를 위하여 설법을 하여도 역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직 원하오니 천존(天尊 : 世尊)이시여, 저를 위하여 분별하시어 이 비구의 지나온 옛날 인연을 설하여 주십시오."

 

№ -2

아난이 물을 때 부처님께서 곧 미소를 지으시자 입안으로부터 오색(五色)의 빛이 나와 부처님을 일곱 번 맴돌고서 다시 정수리로 들어갔다.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분명하게 들어라. 분명하게 듣고서 이를 잘 생각[思念]하여라. 나는 마땅히 너를 위하여 분별해서 해설하리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듣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가치라난타 비구는 과거 아득히 멀고 오래된[久遠] 수없는 겁(劫)의 때에 불세존이 있었는데, 연등(然燈) 여래(如來)·응공(應供)·정변지(正遍知)·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이라고 이름하였다.
그 부처의 법 가운데 아순난타(阿純難陀)라는 한 비구가 있었는데, 총명하고 지혜가 많았으나, 지혜가 많은 까닭에 교만하고 방일하였고, 또 4념처(念處)를 닦지 않았다. 법신(法身)이 무너지고 목숨이 다하여 흑암지옥(黑闇地獄)에 떨어졌다. 지옥에서 나와서는 용과 코끼리 중에 태어나고, 5백의 몸을 받는 동안 항상 용의 왕이 되고, 5백의 몸을 받는 동안 항상 코끼리의 왕이 되었다. 축생(畜生)의 몸을 버리고서는, 전에 출가하여 계를 지켰던 힘[持戒力]으로 인하여 천상(天上)에 태어남을 얻었다. 천상에서 목숨을 마치고는 인간으로 와서 태어났다. 전에 받았던 몸으로 삼장(三藏)의 경을 독송하였던 까닭에 지금 부처를 만날 수가 있었지만, 전에 방일하여 4념처를 닦지 아니한 까닭에 지금의 몸으로는 깨닫지를 못한다."
이 때 가치라난타는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길게 무릎을 꿇고서[長跪]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오직 원하오니 천존(天尊)께서는 저에게 계념(繫念)을 가르쳐 주십시오."
이 때 부처님께서는 가치라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분명하게 들어라. 분명하게 듣고 이를 잘 생각[思念]하여라. 너는 오늘 기쁘게도 여래에게 흐트러진 마음의 도둑을 없애는 감로(甘露)의 정법(正法)을 물었다. 3세(世)의 모든 부처는 번뇌를 치료하는 약으로 일체의 모든 방일의 문을 닫고 널리 사람과 하늘을 위하여 8정도(正道)를 연다. 너는 잘 밝게 관하여 마음을 어지럽게 하지 말아라."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설하실 때 대중 가운데 50의 마하라 비구(摩訶羅此丘)가 있어서 또 아난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지금 방일함을 없애는 법을 설하시고자 합니다. 우리들도 수순하여 이 일을 배우고자 합니다. 존자(尊者)여, 오직 원하오니, 우리를 위하여 부처님께 아뢰어 주십시오."
이 말을 할 때 부처님께서는 이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오직 너희만을 위함이 아니다. 역시 미래의 모든 방일한 자까지 위하고자, 나는 지금 이 가란죽원(迦蘭竹園)에서 가치라난타 비구를 위해 계념법(繫念法)을 설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가치라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의 말을 받고서 삼가며 잊는 일이 없어야 한다. 너는 오늘부터 사문의 법[沙門法]6)을 닦아라.
사문의 법이란, 마땅히 조용한 곳에 니사단(尼師壇)7)을 깔고, 결가부좌(結跏趺坐)하고, 의복을 단정히 하고, 몸을 바르게 하고 단정하게 앉아,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왼손을 오른손 위에 대고, 눈을 감고, 혀로 턱을 받치고, 마음을 정(定)에 머물게 하여 분산(分散)하지 않게 하여야 한다. 먼저 마땅히 계념(繫念)하여 왼쪽 다리의 엄지발가락 위에 대야 한다. 발가락의 반 마디를 밝게 관하여 여드름[皰]이 일어나는 생각을 짓고, 밝게 관하여 극히 명료하게 하며, 그러한 뒤에 여드름이 무너지는 생각을 짓는다. 발가락의 반 마디를 보고 극히 희고 깨끗하게 하여 흰 빛[白光]이 있음과 같게 한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다음으로는 한 마디를 관한다. 살[肉]을 쪼개 없애도록 하여 발가락의 한 마디를 보고, 극히 명료하게 하여 흰 빛이 있음과 같이 한다."

 

№ -3

부처님께서 가치라난타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은 것을 계념법(繫念法)이라고 이름한다."
가치라난타는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서 환희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한 마디를 관하고 나서 다음으로 두 마디를 관한다. 두 마디를 관하고 나서 다음으로 세 마디를 관한다. 세 마디를 관하고 나면 마음을 점차 크게 넓혀서 마땅히 다섯 마디를 관한다. 다리의 다섯 마디를 보고 흰 빛이 있음과 같이 하면 흰 뼈가 분명해진다. 이와 같이 마음을 묶어서 다섯 마디를 밝게 관하여 마음이 분주히 흩어지지 않게 한다. 만약 분주히 흩어지면 거두어 잡아서 돌아오게 한다. 앞에서 반 마디를 염함[念]과 같이 생각[念想]이 이루어질 때 몸은 따뜻하고 마음의 열(熱)은 내린다. 이 생각[想]을 얻을 때를 계심(繫心)에 머문다고 이름한다.
마음이 이미 머물기를 마치고, 또 마땅히 생각을 일으켜야 한다. 발등[足趺]의 살을 양쪽으로 헤쳐서 발등의 뼈를 보되, 매우 명료하게 한다. 발등의 뼈의 희기가 흰 눈[珂雪]과 같음을 본다. 이 생각을 이루기를 마치고는 다음으로 복사뼈[踝骨]를 관한다. 살[肉]을 양쪽에서 헤쳐서 또 복사뼈가 지극히 흰 것을 본다. 다음으로 정강이뼈를 관한다. 살이 벗겨져 나가게 하여서 스스로 정강이뼈가 희고 매우 흰 것을 본다. 다음으로 무릎의 뼈가 또한 희고 밝아 분명하다고 관한다. 다음으로 볼기의 뼈가 또한 지극히 희다고 관한다. 다음으로 갈비뼈를 관하되, 살이 하나하나의 갈비 사이에서 양쪽에서 벗겨져 떨어져 나가는 것을 생각하고, 오직 갈비뼈만이 희기가 흰눈[珂雪]과 같음을 본다. 내지 등뼈를 보고 극히 분명하게 한다. 다음으로 어깨뼈를 관하되, 어깨의 살을 칼로 베어냄과 같이 생각하고, 어깨로부터 팔꿈치에 이르고, 팔꿈치로부터 손바닥에 이르고, 손바닥으로부터 손가락 끝에 이른다. 모두 살을 양쪽에서 헤치게 하여 반신(半身)의 백골(白骨)을 본다.
반신의 백골을 보기를 마치고서 다음으로 머리의 가죽을 관한다. 머리의 가죽을 보고 나서 다음으로 엷은 껍질을 관한다. 엷은 껍질을 관(觀)하고 나서 다음으로 막(膜)을 관한다. 막을 관하고 나서 다음으로 뇌(腦 : 골)를 관한다. 뇌를 관하고 나서 다음으로 비계[肪]를 관한다. 비계를 관하고 나서 다음으로 인후(咽喉)를 관한다. 인후를 관하고 나서 다음으로 패수(肺腧)를 관한다. 패수를 관하고 나서 심장과 허파[肺]와 간(肝)과 대장(大腸)과 소장(小腸)과 지라[脾]와 콩팥과 생장(生藏)과 숙장(熱藏)을 본다. 40호(戶)의 벌레가 생장 속에 있고, 한 호(戶)는 80억(億)의 작은 벌레가 차지하고 있다.
하나하나의 벌레는 모든 맥(脈)에서 생겨 알을 낳고 젖을 낸다. 무릇 3억(億)이 있는데 생장(生藏)을 지니고 있다. 하나하나의 벌레는 마흔아홉의 머리가 있다. 그 머리의 끝은 가늘기가 마치 바늘 끝과 같다. 이 여러 벌레들의 20호는 곧 화충(火蟲)으로서 화정(火精)으로부터 생긴다. 20호는 풍정(風精)으로서 바람의 기운(氣運)에서 생긴다. 이 여러 벌레들은 모든 맥을 들고나면서 자재(自在)하게 유희한다. 화충(火蟲)은 바람을 움직이고, 풍충(風蟲)은 불을 움직이고, 다시 서로 호흡(呼吸)함으로서 생장(生藏)을 익힌다[熟]. 위 아래로 왕복하기를 무려 일곱 번 거듭한다.
이 여러 벌레들에는 각각 일곱 개의 눈이 있다. 눈은 모두가 불을 낸다. 또 일곱 개의 몸이 있다. 불을 빨아들여 몸을 움직이고 그로써 생장을 익힌다. 생장을 익히기를 마치면 각각 다시 뛰어서 되돌아가 모든 맥 속으로 들어간다.
또 40호(戶)의 벌레가 있다. 한 호에 3억의 작은 벌레를 거느리고 있는데 몸의 붉기가 불과 같다. 벌레에는 열두 개의 머리가 있고 머리에는 네 개의 입이 있고, 입에 숙장(熱藏)을 가졌다. 맥 사이의 흐르는 피를 모두 관하여 볼 수 있게 한다.

 

№ -4

이 일을 보기를 마치면, 또 여러 벌레가 인후(咽喉)로부터 나오는 것을 본다. 또 소장(小腸)과 허파와 간과 지라와 콩팥이 모두 흘러서 대장(大腸) 속으로 들어가고 인후로부터 나와서는 앞의 땅에 떨어진다고 관한다.
이 생각을 이루기를 마치고 곧 앞의 땅을 본다. 똥과 오줌과 더러운 냄새, 그리고 여러 회충(蚘蟲)이 다시 서로 얽히고 묶이고, 여러 벌레의 입 속으로부터 고름과 피가 흘러나와 더러운 것이 가득 찬다.
이 생각을 이루기를 마치면, 스스로 자기의 몸이 눈사람과 같이 희고 마디마디는 서로 버티고 있음을 본다. 만약 누렇고 검은 것을 보면 마땅히 새삼스럽게 잘못을 뉘우쳐야 한다. 이미 잘못 뉘우치기를 마치고, 스스로 자기의 몸이 뼈 위에 가죽을 낳고, 가죽을 남김없이 벗겨 모아서 앞 땅에 두면 점점 길고 커져서 발다라(鉢多羅)와 같고, 또 다시 길고 커져서는 독[瓮堈]과 같고, 나아가 커져서는 건달바루(乾闥婆樓)와 같음을 본다. 혹은 크고, 혹은 작은 것이 마음에 따라서 자재하다. 또 점점 더 자라서는 마치 큰 산과 같다. 그리하여 여러 벌레가 있어서 이 산을 쪼아먹고 고름과 피를 흘러낸다. 수없는 벌레가 있어 고름 속에 논다. 또 가죽의 산을 봄에 점점 썩고 무너져 다만 적게 있을 뿐이다. 여러 벌레가 다투어 먹는다.
네 야차(夜叉)가 있는데 갑자기 땅에서 나와, 눈에서 불을 뿜고, 혀는 독사와 같은데 머리는 여섯 개가 있고, 머리는 각각 서로 다르다. 첫째는 산과 같고, 둘째는 고양이와 같고, 셋째는 호랑이와 같고, 넷째는 이리와 같고, 다섯째는 개와 같고, 여섯째는 쥐와 같다.
또 그 두 손은 마치 원숭이와 같고, 그 열 손가락 끝에는 하나하나마다 모두 머리가 네 개인 독사가 있다. 첫째는 물을 비 오듯 뿌리고, 둘째는 흙을 비 오듯 뿌리고, 셋째는 돌을 비 오듯 뿌리고, 넷째는 불을 비 오듯 뿌린다. 또 그 왼쪽 다리는 구반다귀(鳩槃茶鬼)를 닮았고, 오른쪽 다리는 비사사귀(毘舍闍鬼 : 吸血鬼)를 닮았다. 추악한 모양을 나타내어 매우 무섭고 두렵다. 그 때 네 야차는 하나하나가 아홉 가지 주검을 지고서 차례를 따라 행렬을 짓고 수행하는 자의 앞에 머문다."
부처님께서 가치라난타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을 부정(不淨)한 생각[相想]의 최초의 경계라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말씀을 지니고 삼가 잊어버리지 말아라. 미래의 중생을 위하여 펴고, 널리 이 감로(甘露)의 법과 3승(乘)의 거룩한 종자를 자세히 설하여라."
그 때 가치라난타는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설하심을 듣고 하나하나를 밝게 관하여 90일이 지나도 마음[心想]이 움직이지 않았다.
7월 15일에 이르러 승가의 자자(自恣)14)가 끝났다. 그 때 여러 비구는 세존께 예배하고서 각각 쉴 곳으로 돌아갔다. 가치라난타는 그 날 오후[後分]에 차례로 네 가지 사문(沙門)의 과위(果位)를 닦아서 얻고, 세 가지 밝음[三明]과 여섯 가지 신통[六通]을 모두 남김없이 구족하고, 마음에 크게 환희하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에야 사유(思惟)로 인한 까닭에, 정수(正受)를 인한 까닭에, 삼매(三昧)를 인한 까닭에 낳는 분(分)이 이미 다하여 다음의 존재[後有]를 받지 아니하고 여도(如道 : 진리의 길)의 진실을 알았고 결정코 반드시 청정한 범행(梵行)을 성취함을 얻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법은 곧 감로(甘露)의 그릇입니다. 이를 받아서 쓰는 자는 감로의 맛을 먹습니다. 오직 원하오니 천존(天尊)이시여, 거듭 위하여 자세히 설하여 주십시오."
이 때 세존께서는 가치라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진실을 살펴서 이 법을 얻으면, 네 뜻에 따라서 열여덟 가지 신변(神變)을 지어야 한다."

 

№ -5


그 때 가치라난타는 서서 공중에 머물러 뜻에 따라 자재하게 열여덟 가지 변화를 지었다. 그 때 여러 비구는 가치라난타가 아만심(我慢心)이 많음에도 오히려 능히 조복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수순하여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고, 여러 기관[諸根 : 六根]에 따르지 아니하고서 아라한을 이룬 것을 보았다.
이 때 모임 가운데 1,500명의 비구가 있었다. 마음이 흩어진 많은 자들은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모두가 환희 하였으며, 곧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차례로 법을 받았다.
이 때 세존께서는 이 교만한 비구 가치라난타로 인하여 처음으로 생각을 집중하는 법을 세우고 여러 사부대중(四部大衆)에게 말씀하셨다.
"혹은 비구와, 혹은 비구니, 혹은 우바새·우바이가 지금 이후부터 무위(無爲)의 도를 구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생각을 집중하여 마음을 한 곳에 전념하여야 한다.
만약 이 마음으로 하여금 6근(根)을 이리 저리 부산하게 뛰어다니게 하여 마치 원숭이와 같아서 부끄러워함이 없으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사람은 곧 전타라(旃陀羅)로서 현성(賢聖)의 종자가 아니다. 마음이 고르고 순하지가 않고, 아비지옥의 옥졸(獄卒)이 항상 이 사람을 부린다. 이와 같은 악인(惡人)은 많은 겁 중에서 득도(得度)할 연유가 없다. 이 마음이 혼란한 도둑은 삼계(三界)의 종자를 낳고, 이 마음에 의지하고 인하여 3악도(惡道)에 떨어진다."
그 때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 환희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 마하가치라난타 비구가 부정관(不淨觀)을 인하여 해탈을 얻었는지 아닌지를 보았다. 너는 잘 받아 지니어 대중을 위해서 자세히 설하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네,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셨다.
"분명하게 들어라. 분명하게 듣고 이를 잘 사념(思念)하여라. 두 번째 관(觀)이란, 생각[念]을 이마 위에 집중하고 이마 안에 손톱만한 크기를 밝게 관하여 삼가 생각을 옮기지 말아라. 이와 같이 이마를 관하여 마음으로 하여금 안주(安住)하게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을 내지 않는다. 오직 이마 위를 생각한다. 그런 뒤, 스스로 두골(頭骨)을 관한다. 두골의 희기가 파리(頗梨)의 색과 같음을 보고 이와 같이 점차 온몸이 백골(白骨)로서 교연(皎然)하여 희고 맑으며, 신체가 완전히 마디마디가 서로 버팀을 본다. 또 앞의 땅의 여러 가지 더러운 것[不淨聚]이 앞에서 설한 바와 같음을 본다. 부정(不淨)한 생각이 이루어질 때 삼가 몸을 버리지 말라.
마땅히 역관(易觀)을 가르쳐야 한다. 역관법(易觀法)이란 모든 마디 사이에 흰 빛이 흘러나와 그 밝음이 치성함이 마치 설산(雪山)과 같음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면 앞에 쌓인 더러운 것을 야차(夜叉)가 흡수(吸收)해 간다.
또 마땅히 생각해야 한다. 앞에 한 골인(骨人)을 지어서 극히 희게 한다. 이 생각을 이루기를 마치고, 다음으로 두 골인을 생각한다. 두 골인 보고 나서는 세 골인을 본다. 세 골인을 보고 나서는 네 골인을 본다. 네 골인을 보고 나서는 다섯 골인을 본다. 이와 같이 나아가 열 골인을 본다. 열 골인을 보고 나서는 스무 골인을 본다. 스무 골인 보고 나서는 서른 골인을 본다. 서른 골인을 보고 나서는 마흔 골인을 본다. 마흔 골인을 보고 나서는 한 방안을 본다. 그 안에 가득 찬 골인(骨人)은 앞뒤와 좌우로 줄을 짓고 서로 마주하고서 각각 오른손을 들어 수행하는 자를 향한다.
이 때 수행하는 자는 점점 넓고 크게 한 뜰 안을 본다. 그 안에 가득 찬 골인은 행마다 서로 마주보고, 희기가 흰 눈[珂雪]과 같다. 각각 오른손을 들어서 수행하는 자를 향한다.

 

№ -6


또 마음이 넓고 커져서 1경(頃)의 땅을 본다. 그 안에 가득 찬 골인은 행마다 서로 마주하고 각각 오른손을 들고서 수행하는 자를 향한다. 마음이 점차 광대해져 한 유순(由旬)을 본다.
그 안에 가득 찬 골인은 행마다 서로 마주하고 각각 오른손을 들고서 수행하는 자를 향한다. 한 유순 보기를 마치고서 나아가 백 유순을 본다. 그 안에 가득 찬 골인은 행마다 서로 마주하고 각각 오른손을 들고서 수행하는 자를 향한다.
백 유순을 보기를 마치고는 나아가 염부제(閻浮提)를 본다. 그 안에 가득 찬 골인은 행마다 서로 마주하고 각각 오른손을 들고서 수행하는 자를 향한다.
한 염부제를 보기를 마치고는 다음으로 불바제(弗婆提)를 본다. 그 안에 가득 찬 골인은 행마다 서로 마주하고 각각 오른손을 들고서 수행하는 자를 향한다.
불바제를 보기를 마치고는 다음으로 구야니(瞿耶尼)를 본다. 그 안에 가득 찬 골인은 행마다 서로 마주하고 각각 오른손을 들고 수행하는 자를 향한다.
구야니 보기를 마치고는 울단월(鬱單越)를 본다. 그 안에 가득 찬 골인은 행마다 서로 마주하고 각각 오른손을 들어 수행하는 자를 향한다. 사천하(四天下)의 안에 가득 찬 골인을 보기를 마치면 몸과 마음이 안온하여 놀라움과 두려움의 생각이 없다.
마음이 점점 넓고 커져서 백(百)의 염부제를 본다. 그 안에 가득 찬 뼈만의 사람은 행마다 서로 마주하고, 각각 오른손을 들어 행자를 향한다. 백의 염부제 보기를 마치고는 백의 불바제를 본다. 그 안에 가득 찬 골인(骨人) 은 행마다 서로 마주하고 각각 오른손을 들고서 수행하는 자를 향한다. 백의 불바제를 보기를 마치고는 다음으로 백의 구야니를 본다. 그 안에 가득 찬 골인은 행마다 서로 마주하고 각각 오른손을 들어 수행하는 자를 향한다. 백의 구야니 보기를 마치고는 다음으로 백의 울단월을 본다. 그 안에 가득 찬 골인은 행마다 서로 마주하고 각각 오른손을 들어서 수행하는 자를 향한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면 몸과 마음이 안락하여 놀라움과 두려움의 생각이 없다. 마음과 생각이 날카롭기 때문에 사바세계(沙婆世界)를 본다. 그 안에 가득 찬 골인은 모두가 두 팔을 내리고 열 손가락을 펴 일체를 단정하게 하고 서서 수행하는 자를 향한다.
그 때 수행하는 자는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정(定)에서 나오거나 정에 들 때, 항상 골인(骨人)을 본다. 산과 강과 석벽(石壁)의 일체의 세상 일 모두가 남김없이 변화하여 마치 골인과 같다.
이 때에 수행하는 자는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네 방면(方面)에서 네 개의 큰 물을 본다. 이 흐름은 매우 빠르고, 빛깔이 젖과 같이 희다. 여러 골인이 흐름을 따라서 침몰하는 것을 본다. 이 생각을 이룰 때, 또 다시 참회하고, 다만 깨끗한 물이 공중에 솟음을 본다. 또 마땅히 생각을 일으키어 물로 하여금 평안하고 고요하게 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셨다.
"이를 범부(凡夫)의 마음과 생각의 백골백광용출삼매(白骨白光涌出三昧)라고 이름한다. 또 범부의 심해생사경계상(心海生死境界相)이라고 이름한다. 나는 지금 가치라난타를 인하여 너와, 그리고 미래의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이 백골백광용출삼매문(白骨白光涌出三昧門)을 설하는 것은 어지러운 마음을 잡고 생사의 바다를 건너게 하기 위해서이다. 너는 마땅히 받아 지니어 삼가 잊거나 잃지 말아야 한다."
이 때 세존께서는 이 말씀을 설하시고 나서 곧 백광삼매(白光三昧)를 나타내셨다. 하나하나의 모양은 모두 아난으로 하여금 그것을 다 보고 얻게 하였다.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이를 백골관(白骨觀)의 최초의 경계라고 이름한다.

 

№ -7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생각 이루기를 마치면, 다시 나머지 생각을 가르칠 것이다. 나머지 생각을 가르치는 것이란, 마땅히 스스로 몸을 관하여 한 백골인(白骨人)이 되고, 극히 희고 맑게 하여 머리를 거꾸로 하여 곤골(臗骨) 속에 들어가게 하며, 마음을 한 곳으로 맑게 하여 지극히 분명하게 한다. 이 생각을 이루기를 마치고 몸의 사면(四面)을 관하면 둘러싼 사방(四方)에 모두 골인이 있다. 이 생각을 이루기를 마치고서 곧 앞의 땅에 한 백골(白骨)의 사람을 짓는데 자기의 몸과 비슷하다.
또 머리를 거꾸로 하여 곤골(臗骨) 속에 드는 생각을 이루기를 마치고, 다음으로 마땅히 둘을 생각해야 한다. 둘을 생각하기를 이룬 다음에 마땅히 셋을 생각해야 한다. 셋을 생각함을 이룬 다음에 마땅히 넷을 생각해야 한다. 넷을 생각함을 이룬 다음에는 마땅히 다섯을 생각해야 한다. 다섯을 생각함을 이룬 다음에 나아가 열을 생각함에 이른다. 이와 같이 한 방안에 가득하여 여러 골인(骨人) 모두 다 머리를 거꾸로 하여 관골 안에 드는 것을 본다. 한 방안을 보기를 마치고는 나아가 백의 방안을 보기에 이른다. 이 여러 골인은 모두 다 머리를 거꾸로 하고 곤골 속으로 든다. 백의 방을 보기를 마치고 한 유순(由旬)을 본다. 그 안에 가득 찬 골인(骨人)은 모두 다 머리를 거꾸로 하고 곤골 속으로 든다. 한 유순을 보기를 마치고, 나아가 무량한 모든 백골인(白骨人)을 본다. 모두 다 머리를 거꾸로 하고 곤골(臗骨) 속으로 들어간다.
이 생각을 이루기를 마치고서 여러 골인이 다 각각 종횡으로 앞의 땅에 있음을 본다. 혹은 머리가 깨어진 것을 보고, 혹은 이마가 깨어진 것을 보고, 혹은 전도된 것을 보고, 혹은 구부러진 것[繚戾]을 보고, 혹은 허리가 꺾인 것을 보고, 혹은 늘어난 다리를 보고, 혹은 줄어든 다리를 보고, 혹은 다리의 뼈가 나뉘어 이분(二分)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혹은 두골(頭骨)이 거꾸로 가슴속에 있는 것을 보고, 혹은 두골이 누웠다 일어났다 하며, 당기고 줄이고 하며 분란이 종횡함을 본다. 모두가 앞 땅에 위 아래로 널리 퍼져 있고, 한 방안에도 가득하다.
이 생각을 이루기를 마치고서, 나아가 무량하고 무변한 여러 백골인(白骨人)이 종횡으로 분란하고, 혹은 크고 혹은 작고, 혹은 깨어지고 혹은 완전함을 본다. 이와 같은 뭇 일은 모두 마땅히 마음을 머물고 밝게 관하여 지극히 분명하게 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셨다.
"이 때 수행하는 자는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 마땅히 스스로 사유(思惟)하여야 한다. 앞에서는 뼈가 완전히 갖추어진 것이 지금은 깨어지고 흩어져 종횡으로 분란(紛亂)하여 기록할 수가 없다. 이 백골의 몸은 아직도 고정됨이 없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의 몸도 또한 무아(無我)이다. 이를 밝게 관하여 마치고서 마땅히 스스로 사유하기를 '종횡으로 잡란(雜亂)하는 여러 뼈가 있으니, 참으로 어느 곳에 나와 남의 몸이 있는가'라고 하여야 한다. 이 때 수행하는 자는 무아를 사유하여 몸과 뜻이 태연하여 안온하고 쾌락하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생각을 이루기를 마치고서 또 마땅히 다시 마음을 넓고 크게 한다. 그 수행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 염부제에 종횡으로 흩어진 뼈를 보게 하고, 여러 뼈 밖으로 큰불이 사면을 둘러싸고 일어나서, 불꽃과 불꽃이 서로 이어져서 모든 흩어진 뼈를 태우는 것을 보고, 모든 골인의 마디마디에서 불이 일어남을 본다.
이와 같은 불의 모양은 혹은 무리져 있는 불이고, 마치 흐르는 물과 같고, 밝은 불길은 치성하여 모든 뼈 사이를 흐른다. 혹은 무리진 불이 있어 마치 큰산과 같고, 사면으로부터 온다. 이 생각을 이루기를 마치면 지극히 크게 놀라고 두려워한다.
정(定)에서 나올 때, 몸이 익고 뜨거우면 도리어 마땅히 마음을 거두어 잡고서 앞에서 뼈를 관함과 같이, 하나의 백골인(白骨人)을 관하여 매우 명료하게 하여야 한다.
이 때 수행하는 자는 정(定)에 들 때, 스스로 일으키지 못하므로 반드시 마땅히 손가락을 튀겨야 한다. 그런 뒤에 일으킬 수가 있다. 이 생각을 이루면 마땅히 스스로 생각[念]을 일으켜 이 말을 하여야 한다.
'나는 전세(前世)에서 무수한 겁 동안 열뇌(熱惱)의 법을 지어 업연(業 緣)에 끄달렸던 까닭에 지금 이 불이 일어남을 본 것이다.'
또 마땅히 생각[念]하여야 한다.

 

№ -8

 

'이와 같은 불은 4대(大)로부터 있게 되고, 나의 몸은 공적(空寂)하여 4대는 주인이 없다. 이 크고 사나운 불은 바르지 못하고 공(空)으로부터 일어난다. 나의 몸이나 남의 몸도 남김없이 모두가 역시 공(空)하다. 이와 같은 불은 망상(妄想)으로부터 생긴다. 어찌 타는 것이겠는가. 나의 몸과 불은, 둘 다 무상(無常)하다.' "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수행하는 자는 마땅히 지극한 마음으로 이와 같은 법을 밝게 관하여야 한다. 공을 관하면 불도 없고 또한 뭇 뼈도 없다. 이 관을 지으면 두려움이 없다. 몸과 뜻이 편안함이 전보다도 배를 더한다."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환희하고 받들어 행하였다.
이렇게 생각을 이루는 것을, '두 번째 백골(白骨)을 관하는 것이 끝났다'라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두 번째 백골을 관하는 것을 마치면, 마땅히 또다시 생각을 집중하는 법[繫念法]을 가르쳐야 한다. 생각을 집중하는 법이란, 먼저 마땅히 마음을 집중하여 왼발의 엄지발가락 위에 놓아야 한다. 한마음으로 발의 엄지발가락을 밝게 관하여 살이 푸르고 검게 부풀어오르게 함이 마치 햇빛이 살을 태움과 같이 하고, 점점 무릎에 이르고, 나아가 볼기[臗]에 이른다. 왼발 관하기를 마치고는, 그 오른발 관하기를 또한 이와 같이 한다.
오른발 관하기를 마치고는, 다음으로 마땅히 옆구리를 관해야 한다. 등에 이르고, 목덜미에 이르고, 이마에 이르고, 머리에 이르고, 얼굴에 이르고, 가슴에 이른다. 온몸의 마디[支節]와 모든 몸의 부분, 모두가 또한 매우 검기가 마치 햇빛이 피부를 태움과 같이 하고, 더러운 것이 흘러 넘침이 마치 똥오줌이 쌓이는 것과 같이, 내 몸을 밝게 관하여 매우 분명하게 한다.
하나를 생각하고 나서는, 또 마땅히 둘을 생각해야 한다. 둘을 생각하고 나서는, 또 마땅히 셋을 생각해야 한다. 셋을 생각하고 나서는, 또 마땅히 넷을 생각해야 한다. 넷을 생각하고 나서는, 또 마땅히 다섯을 생각해야 한다. 다섯을 생각하고 나서는, 또 마땅히 열을 생각해야 한다.
열을 생각하고 나서는 한 방안을 보고, 그 안에 가득 찬 검은 것은 마치 햇빛이 피부를 태운 것과 같고, 오줌과 똥이 쌓인 것과 같으며, 모든 부정(不淨)한 사람의 행렬이 종횡하여 한 방안에 가득하다. 한 방안을 보고 나서는 또 두 방을 본다. 두 방을 보고 나서는, 나아가 무량하고 수없이 많은 부정한 사람이 4유(維)와 위아래로 모두 다 사바세계에 충만한 것을 본다.
이 생각을 이루고 나서 수행하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한다.
'나는 전세(前世)에서 음욕(婬欲)을 탐하고 어리석어서 스스로 깨달아 알지 못하고, 한창 나이에 방일하여 색정(色情)에 탐착하여 부끄러워함이 없이 빛깔[色]·소리[聲]·냄새[香]·맛[味]·감촉[觸]·법(法)을 쫓아다녔다. 이제 내 몸을 관하니 더러운 것이 넘쳐흐른다. 남의 몸도 이와 같다. 어찌 사랑하고 즐길 것인가.'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매우 자기의 몸을 싫어하고 부끄럽게 여기며 스스로 꾸짖는다. 정(定)에서 나올 때, 여러 가지 음식을 똥과 오줌의 국물과 같이 보아 매우 미워하고 싫어한다.
다음으로는 관을 바꾸는 것을 가르친다. 관을 바꾸는 법[易觀法]이란, 마땅히 다시 상념(想念)을 일으켜야 한다. 상념이 이루어졌을 때, 그 몸의 밖을 보면, 여러 부정(不淨)한 것 사이에, 사면(四面)을 빙 둘러싸서 홀연히 불길이 일어나니, 타는 때의 불길과 같고 그 빛깔이 아주 희어서 마치 야생마가 가는 것과 같이 모든 부정한 것을 비춘다. 이 때 수행하는 자는 이 일 보기를 마치고는 마땅히 크게 기뻐한다. 환희 하는 까닭으로 해서 몸과 마음이 가볍고 부드럽고, 그 마음은 명랑하고 쾌락함이 항상 더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을 세 번째 참괴자책관(慙愧自責觀)이라고 이름한다."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 환희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이렇게 생각을 이루는 것을 '세 번째 진니참괴관(津膩慚愧觀)이 끝났다'고 이름한다.

 

№ -9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생각을 이루고 나서 마땅히 또다시 생각을 집중하는 것[繫念坐 : 禪 觀法]을 가르쳐야 한다. 뜻을 왼쪽 다리의 엄지발가락 위에 머물게 하고, 다리의 엄지발가락의 마디를 밝게 관하여 봉창(膖脹)의 생각을 일으킨다. 봉창을 보고 나서는 썩어서 무너지는 생각을 일으킨다. 썩어서 무너지는 것을 보고 나서는 푸르고 검고 붉고 흰 온갖 피고름의 생각을 일으킨다. 이 온갖 피고름은 매우 더러운 냄새가 나서 참고 견디기가 어렵다. 이와 같이 점점 무릎에 이르고, 볼기[臗]에 이르러 모두 곪아서 부풀어오르고 썩어 무너지고 부정(不淨)하게 한다.
왼쪽 다리 관하기를 마치고서 오른쪽 다리도 또한 그와 같이 한다. 이와 같이 점차로 옆구리에 이르고, 등에 이르고, 목덜미[頸]에 이르고, 목[項]에 이르고, 머리에 이르고, 얼굴에 이르고, 가슴에 이르러, 온몸의 지체와 마디 일체가 곪아 부풀어서 모두 다 썩어서 무너지고, 푸르고 검고 붉고 흰 온갖 고름이 흘러내려, 나쁘고 뒤섞인 더러운 냄새를 견딜 수 없는 곳이다.
하나를 생각하고 나서 또다시 둘을 생각한다. 둘을 생각하고 나서는 또다시 셋을 생각한다. 셋을 생각하고 나서는 또다시 넷을 생각한다. 넷을 생각하고 나서는 또다시 다섯을 생각한다. 다섯을 생각하고 나서는 나아가 열을 생각한다. 열을 생각하고 나서는 한 방안을 본다. 위 아래로 널리 퍼져 있는 곪아서 부풀어 오른 모든 사람은 모두 다 썩어서 무너지고, 푸르고 검고 붉고 흰 온갖 피고름이 흘러내려, 뒤섞인 더러운 냄새를 참고 견딜 수 없다.
또 마땅히 다시 한 유순(由旬)을 생각해야 한다. 한 유순을 생각하고 나서, 나아가 백 유순을 생각한다. 백 유순을 생각하고 나서, 나아가 삼천대천세계를 본다. 위 아래로 두루 둘러싸고 땅과 허공에 가득 차서 곪아서 부풀고 썩어서 무너져, 푸르고 검고 붉고 흰 온갖 고름이 흘러내려 잡되고 더러운 것이 가득 차서 견딜 수가 없는 곳이다."
부처님께서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셨다.
"이 때 수행하는 자가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스스로 자기의 몸도 부정(不淨)이 가득 찬 것을 보고, 남의 몸도 또한 이와 같다고 관한다. 마땅히 생각하여야 한다.
'나의 이 몸이란 것은 매우 근심스럽고 싫어해야 하는 것이다. 온갖 부정한 것이 많고 가득 차 있다.'
이것을 밝게 관하여 마치고서 생사의 근심을 두려워하고, 그 마음을 견고히 하여 깊이 인과를 믿고, 정(定)에서 나올 때나, 정에 들 때에 항상 부정을 보고 싫어하여 이 몸을 떠나 버리고자 한다.
이 생각을 할 때 스스로 자기의 몸을 보면 온몸의 가죽과 살이 마치 가을 잎이 지는 것과 같고, 살은 땅에 떨어져 앞의 땅에 있음을 본다. 곧 마음을 크게 움직여, 마음에 놀라움과 두려움이 생겨 몸과 마음이 떨리고 요동쳐서 스스로 평안하지를 못한다. 신기(身氣)의 괴로움[熱惱]이 마치 열병을 앓는 사람이 목마름 때문에 핍박을 받음과 같다. 정(定)에서 나올 때는 마치 사람이 여름 날 너른 들판을 가다가 목마르고 물이 없어 몸이 극도로 피로함과 같다.
이 생각을 이루고 나서, 내지 식사할 때에 먹을 것 보기를 부풀은 주검과 같이 하고, 마시는 장(漿)을 보기를 마치 피고름처럼 한다. 이 생각을 이루고 나서 매우 몸을 싫어하고, 몸의 안과 몸의 밖에서 깨끗한 것을 구하여도 얻지 못한다고 관한다."
부처님께서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셨다.
"또 다시 마땅히 가르쳐서 그로 하여금 역관(易觀)하게 하여야 한다. 몸을 버려서 황당하게 얻는 것이 없게 하지 않아야 한다. 역관법(易觀法)이란, 마땅히 더럽고 냄새나는 것 밖의 먼 곳에서 하나의 깨끗한 것을 짓는다. 거기에 마음을 집중하여 하나의 깨끗한 물건을 생각하게 하고 마음과 눈이 명료하여 곧 가서 취하고자 한다. 이와 같이 점차로 보는 것이 넓고 멀어지면, 여러 가지 부정한 것 밖에 깨끗한 땅이 있는데 유리로 된 땅과 같다. 이 깨끗한 곳을 보고서 곧 가고자 한다. 전변하여 또 넓고 멀어지면 뜻을 달하지 못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이와 같이 수행하는 사람에게는 마땅히 가르쳐서 이 말을 해야 한다.
'네가 보는 것은 곧 부정(不淨)한 생각이다. 이 부정한 생각이어서 잡되고 더러운 물건인 것이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생각은 뒤바뀜[顚倒]으로부터 일어난다. 모두가 전세(前世)의 뒤바뀐[顚倒] 행(行) 때문에 이 몸을얻은 것이다.

 

№ -10


이와 같은 몸은 종자와 근본까지가 모두 부정(不淨)하다. 너는 지금 진실로 이 부정을 보는가, 보지 않는가? 비록 부정을 본다 하여도 밖에서 깨끗함을 본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깨끗함과 깨끗하지 않은 것은 오래 머물러 있지 않는다. 여러 근(根)을 따라 쫓아다닌다. 기억하고 생각해 보면 곧 이 부정한 몸은 여러 인연에 속한다. 반연과 합하면 곧 있고, 반연을 떠나면 곧 없다. 이때 보는 것도 역시 반연의 생각에 속한다. 생각이 이루어지면 곧 있고, 생각이 무너지면 곧 없다.
이와 같은 생각은 다섯 가지 정(情)으로부터 나와서 다시 네 마음 속으로 들어간다. 모든 탐욕의 인연에 의하여 이 생각이 있는 것이다. 이 부정한 생각은 오지만 오는 곳이 없고, 가도 이르는 곳이 없다. 너는 마땅히 하나하나의 부정(不淨)을 밝게 관하라. 그와 나를 구하여 찾아도 알 수 없다. 세존은 나와 남이 모두가 공적(空寂)하다고 설하신다. 하물며 부정이겠는가."
이와 같이 여러 가지로 그 마음을 꾸짖어 가르쳐서 공(空)을 관하게 하고, 머리털과 손톱과 치아가 모두 다 무(無)임을 보고, 활연히 모든 부정한 물건을 버리고, 앞에서와 같이 뜻을 머물게 하여 다시 골인을 관하여야 한다."
부처님께서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말을 지니고, 삼가 이 부정관(不淨觀)과 역상법(易想法)을 잊지[忘失] 말아라."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환희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이 생각이 이루어진 때를 '네 번째 봉창(膖脹)·농혈(膿血)과 역상관(易想觀)이 끝났다'라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생각을 이루고 나서, 다음으로 마땅히 다시 생각을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단정히 앉아서 바르게 받아서 오른쪽 다리의 엄지발가락 위를 밝게 관하되 발가락 위의 가죽을 나뉘어서 통하도록 하고 얇은 가죽과 두꺼운 가죽의 안팎이 비치게 한다. 그 얇은 가죽 안에 하나의 얇은 막(膜)이 있다. 또 마땅히 분명히 밝게 관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점점 무릎에 이르고 볼기[臗]에 이른다. 왼쪽 다리도 그와 같이 한다. 허리에 이르고, 등에 이르고, 목덜미에 이르고, 목에 이르고, 머리에 이르고, 얼굴에 이르고, 가슴에 이르고, 온몸이 모두 그러하다. 얇은 가죽과 두꺼운 가죽의 안팎이 서로 비치고 나뉘어서 통하고자 한다. 마치 불리는[被吹] 것과 같이 그 가죽은 팽창하여 분명히 말할 수 없다.
몸의 모든 털 속, 하나하나의 털 구멍에 백천(百千)의 무량한 온갖 고름과 잡된 액체가 있다. 마치 빗방울과 같이 털구멍에서 나와 빠르기는 우박과 같다. 안팎이 함께 흘러서 피고름이 가득 차서 넘친다. 깨끗하지 못함이 극에 이르러 참아내기가 어렵다. 마치 고름의 못과 같고 피의 못과 같다. 온갖 벌레가 그 안에 가득하다.
이 생각을 이루고 나서는 마땅히 가슴속을 관하여야 한다. 온몸이 곧 벌레로서, 마치 벌레가 쌓인 것과 같다. 또 마땅히 다시 왼쪽 다리의 엄지발가락을 관하여야 한다. 가슴과 배가 불러 터져 무너지고, 푸른[靑] 고름과 누런 고름과 붉은[赤] 고름과 검은 고름과 빨간[紅] 고름과 녹색[綠] 고름과 흰 고름이 썩어 무너져 서로 섞이고 오줌똥과도 섞인다. 또 온갖 벌레가 있는데 그 속에서 놀며, 더럽고 나쁜 냄새가 나는 곳이어서 참고 견딜 수가 없다.
이 몸을 싫어하여 모든 욕심을 탐하지 않고 생(生)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생각이 이루어졌을 때, 대야차(大夜叉)를 본다. 몸은 큰산과 같고 머리털은 얽히고 설켜서 가시나무가 우거진 숲과 같다. 눈은 예순 개가 있는데 마치 번개 빛과 같다. 입은 마흔 개가 있는데 입에 두 개의 송곳니가 있어 모두가 위로 솟아 나왔고 마치 불깃대[火幢]와 같다. 혀는 검수(劍樹)와 비슷한데 내밀면 무릎까지 이른다. 손에 무쇠 몽둥이를 들었고, 몽둥이는 도산(刀山)과 비슷하고, 사람을 내리칠 듯하다. 이와 같은 자는 그 수가 하나가 아니라 수없이 많다. 이 일을 볼 때 매우 크게 놀라고 두려워 몸과 마음이 모두 떨린다.
이와 같은 모양은 모두가 그 전의 몸으로 금한 계를 깨뜨려 범한 모든 악의 근본이다. 무아(無我)를 나라고 헤아리고, 무상(無常)을 항상하다고 헤아리며, 부정(不淨)을 깨끗하다고 헤아려 방일하고 물들어 집착하여, 모든 욕망을 탐하여 받아서 괴로움의 법 가운데서 삿되게도 즐겁다는 생각을 내고, 공(空)의 법 중에서 전도된 생각을 일으키고, 부정한 몸에 대하여 깨끗 하다는 생각을 일으키고, 사명(邪命)으로 자활(自活)하여 무상을 헤아리지 못한다.

 

№ -11

이 생각을 이룰 때, 또 마땅히 다시 가르쳐야 한다. 너는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말라. 이와 같은 야차는 곧 너의 나쁜 마음의 맹렬한 독의 경계로서 여섯 가지 요소[六大]로부터 일어나고 여섯 가지 요소의 이루는 바이다. 너는 지금 마땅히 여섯 가지 요소를 분명하게 관하여야 한다. 이 여섯 가지 요소란 지(地)·수(水)·화(火)·풍(風)·식(識)·공(空)이다.
이와 같은 것 하나하나를 너는 마땅히 분명하게 살펴야 한다. 너는 몸을 곧 땅이라 하겠는가, 물이라 하겠는가, 불이라 하겠는가, 바람이라 하겠는가, 알음알이[識]라 하겠는가, 공(空)이라 하겠는가?
이와 같이 낱낱이 이 몸은 어떠한 요소로부터 일어나고 어떠한 요소로부터 흩어지는가를 분명히 관하라. 여섯 가지 요소[六大]에는 주인이 없고, 몸도 역시 무아(無我)이다.
네가 어찌 야차를 두려워하겠는가. 너의 심상(心想)이 오지만 오는 곳이 없고 가지만 이르는 곳이 없음과 같이, 야차를 보는 것도 또한 이와 같다. 다만 뜻을 편안히 하여 앉아라. 설사 야차가 와서 너를 때리면 환희하고 참고 받아서 무아(無我)를 분명하게 관하라. 무아의 법 중에는 놀라움과 두려움의 생각이 없다. 다만 마땅히 바른 마음으로 결가부좌를 하라. 부정(不淨)과 야차를 분명히 관하여 하나를 지어 이루면 또 마땅히 둘을 지어라. 이와 같이 점차적으로 해서 나아가 무량하고, 낱낱이 분명하게 관하여 모두를 분명하게 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관박피부정법(觀薄皮不淨法)을 잘 받아 지니어 삼가 잊어버리지 말아라."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서 환희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이 생각이 이루어진 때를 '다섯 번째 관박피부정법(觀薄皮不淨法)이 끝났다'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생각을 이루기를 마치면 또 마땅히 다시 오른쪽 다리의 엄지발가락 위에 생각을 집중해야 한다. 마땅히 다리의 엄지발가락을 분명히 관하되 다리를 부풀어오르게 한다. 다리에서 머리까지 이른다. 바람을 불어넣은 가죽 주머니와 같이 부풀어올라 새까맣게 되고 푸른 어혈은 견디기 어려우며, 그 안에 가득 찬 백충(白蟲 : 寸白蟲)은 멥쌀의 낱알과 같다. 벌레에는 네 개의 머리가 있고 꿈틀거리면서 서로 찧고 다시 서로 쪼아먹는다.
피부와 살과 골수에는 모두 온갖 벌레가 생기고, 모든 오장(五臟)을 벌레가 다 먹어버리고, 오직 두꺼운 가죽만이 그 뼈의 밖에 있다. 그 가죽이 두껍고 얇기는 마치 누인 명주[繒練]와 같다. 온갖 벌레가 들고나서, 마치 대나무 잎을 뚫은 것과 같고, 안팎으로 이어서 그 가죽을 뚫고자 한다.
눈 속은 종기가 심하게 화끈거리고, 무수한 벌레가 있어 눈을 뚫고 나오려 하고, 눈두덩 사이로 나온다. 몸의 아홉 구멍도 또한 이와 같다. 모든 벌레는 이때, 두꺼운 가죽에서 나와 얇은 가죽 속으로 들어가고, 가죽은 마침내 다 뚫리어 벌레가 모두 땅에 떨어진다. 그 수는 숱하게 많아서 헤아릴 수가 없다.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를 짓고, 마치 벌레의 산과 같고, 수행하는 자의 앞에 있으면서 다시 서로 쪼아먹고, 혹은 서로 휘감는다.

 
이 때 수행하는 자는 숱하게 많은 벌레 보기를 마치고서, 또 마땅히 생각을 집중하여 하나의 벌레를 분명히 관해야 한다. 이 하나의 벌레로 하여금 모든 벌레를 다 쪼아먹게 하고, 이미 벌레를 쪼아먹은 뒤에는 하나의 벌레만이 홀로 있게 된다. 그 마음은 점차로 크게 되어, 그 하나의 벌레를 봄에 크기가 개와 같아서 신체는 괴롭고 둔하며, 코는 굽어서 뿔과 같아 수행하는 자의 앞에서 냄새를 맡으며, 그 눈은 새빨갛게 되어 불타는 무쇠의 구슬과 같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매우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여, 마땅히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나의 몸은 어찌하여 홀연히 이러하고, 이와 같은 일을 짓는가. 조금 전에 온갖 벌레를 보니 다시 서로 쪼아먹었고, 지금 이 벌레를 보니 형체가 추악한데, 어찌 매우 두려워할 것인가.'

 

 № -12


이 생각을 이룰 때, 마땅히 스스로 몸을 관하여야 한다. 나의 이 온갖 벌레는 본래 없는 것으로서 지금은 있다. 이미 있지만 도리어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부정(不淨)은 심상(心想)에서 생긴다. 오지만 오는 곳이 없고, 가지만 이르는 곳이 없다. 또한 이는 내[我]가 아니며, 또 이는 남[他]도 아니다.
이와 같은 몸은 여섯 가지 요소[六大]가 화합(和合)한 인연으로 이를 이룬다. 여섯 가지 요소가 흩어져 없어지면 몸도 역시 항상함이 없다. 앞에서는 온갖 벌레가 오나 쫓아오는 곳이 없었고, 가도 이르는 곳이 없었다. 나의 몸은 벌레의 쌓임으로서 마땅히 무슨 실(實)이 있겠는가. 벌레도 또 주인이 없고 나도 또한 내가 없다. 이러한 사유(思惟)를 할 때, 벌레를 보는 눈은 마땅히 점차적으로 작아져야 한다. 이 일 보기를 마치고 나면 몸과 마음이 고르고 기뻐서 활연히 안락해짐이 전보다 몇 배를 더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즐겨 이 후피충취관법(厚皮蟲聚觀法)을 받아 지니고 삼가 잊어버리지 말라."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서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이 생각을 이루고 나면 '여섯 번째 후피충취관(厚皮蟲聚觀)이 끝났다'라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또 마땅히 뜻을 머물러 한 곳에 생각을 집중하여 오른발의 엄지발가락 위를 분명히 관하여 발에서부터 머리에 이르러야 한다. 이를 잘 분명하게 관하여 마땅히 가죽과 살로 하여금 모두를 다하도록 하여야 한다. 장(腸)과 위(胃)와 배와 간과 폐와 심장과 비(脾)와 신(腎)과 모든 오장이 남김 없이 땅에 떨어지고, 다만 근골(筋骨)이 있는데 함께 서로 이어져 남은 막(膜)과 뼈에 부으니, 그 빛깔은 극히 붉고, 혹은 앙금이나 진흙과 같고, 혹은 흐린 물과 같다. 흐린 물의 생각을 지어, 지니고 써서[持用] 가죽을 씻고, 발에서 머리에 이르도록 모두 이와 같이 하라.


스스로 자기의 몸을 관하여 지극히 분명하게 하고, 자기의 몸을 관하기를 마치고서는 눈앞의 땅에서 또 하나의 몸을 지어 앞에 서 있게 하고, 이와 같 이 다름이 없게 한다. 하나를 생각하는 것을 이미 이루면, 또 마땅히 둘을 생각해야 한다. 둘을 생각하기를 이미 이루면 또 마땅히 셋을 생각하여야 한다. 셋을 생각하기를 이미 이루면 또 마땅히 넷을 생각하여야 한다. 넷을 생각하기를 이미 이루면, 또 마땅히 다섯을 생각하여야 한다. 다섯을 생각하기를 이미 이루면, 나아가 열을 생각한다. 열을 생각하기를 이미 이루면, 한 방안을 본다. 주변과 상하의 안에 가득함이 모두 이러하다. 붉은 빛의 골인(骨人)과 혹은 앙금과 진흙 빛을 한 자가 있고, 혹은 흐린 물로써 가죽을 씻은 흐린 물빛을 한 자가 있다.


이와 같이 많아지고 점점 광대해져 1유순(由旬) 가득함을 생각하고, 1유순을 생각하고 나서 2유순을 생각하고, 2유순을 생각하고 나서 점점 광대해져 백 유순을 생각하고, 백 유순을 생각하고 나서 나아가 삼천대천세계를 본다. 그 가운데에 붉은 빛의 골인과, 혹은 앙금과 진흙 빛을 한 자와, 혹은 흐린 물로써 가죽을 씻은 흐린 물빛을 한 자가 가득하니, 주변과 상하와 종횡으로 가득 찼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 붉은 빛의 모양을 분명하게 관하여 삼가 잃어버리지 말아라."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서 환희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이 생각이 이루어질 때를 '일곱 번째 극적이니탁수세피잡상(極赤淤泥濁水洗皮雜想)이 끝났다'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또 마땅히 다시 마음을 집중하여 뜻을 머물게 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왼쪽발의 엄지발가락을 관하여 발부터 머리에까지 이르고, 새로 죽은 사람과 같이 그 빛깔은 여위어서 누렇다. 마땅히 자기의 몸을 관하기를 또한 이와 같이 하라. 여위어서 누런 것을 이미 보고서는 마땅히 황색(黃色)을 변하여 푸르고 붉게 하여야 한다.
이 생각을 이룰 때, 앞의 땅에 한 죽은 사람이 있는데 그 빛깔이 누렇고 붉은 것을 본다. 하나를 보고 나서 둘을 보고, 둘을 보고 나서 셋을 보고, 셋을 보고 나서 넷을 보고, 넷을 보고 나서 다섯을 보고, 다섯을 보고 나서 심상(心想)은 날카로워진다. 이 까닭에 항상 자기의 몸을 보기를 새로 죽은 사람과 같이 한다. 이와 같은 생각을 이루고서 모든 사람이 염부제(閻浮提)에 가득한 새로 죽은 사람과 같음을 본다.

 

№ -13

이 생각을 이미 이루고 나서, 변하여 또 크고 넓혀서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 가운데 가득한 새로 죽은 사람을 본다. 스스로 자기의 몸과 그로써 남의 몸을 보는 것이 평등하여 다름이 없다. 이 생각을 이룰 때, 마음의 뜻이 그치고 탐욕이 변하여 엷어진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새로운 죽음의 생각을 잘 분명하게 관하여 삼가 잃어버리지 말라."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서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이 생각을 이룰 때를 '여덟 번째 신사상(新死想)이 끝났다'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또 마땅히 다시 생각을 집중하여 뜻을 머무르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왼발의 엄지발가락 위를 분명히 관하여 발부터 머리에까지 이르고, 마음으로 하여금 흩어지지 않게 하고, 몸의 모든 뼈를 하나하나 분명하게 보고, 함께 서로 버티고, 또 서로 이어져서 파괴하는 자가 없고, 털과 머리털과 손톱과 이가 모두 구족하여 교연(皎然)하고 대단히 희다.
자기의 몸을 보기를 마치고서 왕복해서 반복하여 생각해서 희고 깨끗해지도록 한다. 하나의 몸을 생각하고 나서 또 두 몸을 생각하고, 두 몸을 생각하고 나서 다시 세 몸을 생각하고, 세 몸을 생각하고 나서는 다시 네 몸을 생각하고, 네 몸을 생각하고 나서는 다시 다섯 몸을 생각하고 나아가 열에 이른다.
열 몸을 생각하기를 마치고서 하나의 방안을 봄에 주변과 상하가 모두 이 골인(骨人)이고, 털과 머리털과 손톱과 이가 모두 다 구족(具足)하였고, 흰 것 가운데 희어서 흰 눈[珂雪]과 같이 희다. 한 방[室]을 보고 나서 다시 백 개의 방을 본다. 백 개의 방을 보고 나서 한 염부제(閻浮提)를 본다. 한 염부제를 보고 나서, 나아가 삼천대천세계를 본다. 그 안에 가득한 골인(骨人)은 털과 머리털과 손톱과 이를 모두 다 갖추었고, 그 빛깔은 매우 희니,마치 흰 눈[珂雪]과 같이 희다. 이 생각을 이룰 때, 마음과 뜻이 고요하여 환희 함이 평소보다 배를 더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구신골상(具身骨想)을 분명하게 잘 관하여 삼가 잃어버리지 말아라."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서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이 생각을 이룰 때를 '아홉 번째 구신상(具身想)이 끝났다'라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또 마땅히 다시 마음을 집중하여 뜻을 머무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오른발의 엄지발가락의 두 마디 사이를 분명하게 관하여 마음으로 하여금 오로지 머물게 하여 뜻이 나누어지고 흩어지지 않게 하고, 두 마디를 관하여 서로 떠나게 하고, 오직 한 각(角)만이 서로 지탱하게 한다. 두 마디를 관하기를 마치고서 발에서 머리에까지 이르고, 모두 이와 같이 되게 하고, 마디마디를 각각 풀어, 오직 각(角)만이 서로 버티게 한다. 머리에서 발에 이르기까지 363마디가 있다. 하나하나를 분명히 관하여 마디마디를 각각 풀리게 하고, 만약 부족하면 마음을 안정하여 분명히 관하고 마디마디를 각각 풀리게 하여 오직 각(角)만이 서로 지탱하게 한다.
자기의 몸을 관하고 나서는 마땅히 남의 몸을 관하여야 한다. 하나를 관하여 보고 나서 둘을 관하여 보고, 둘을 관하고 나서 셋을 관하여 보고, 셋을 관하고 나서 넷을 관하여 보고, 넷을 관하고 나서 다섯을 관하여 보고, 다섯을 관하고 나서, 나아가 한량없는 모든 백골인(白骨人)의 마디마디를 각각 풀고, 오직 각(角)만이 서로 지탱함을 관하여 본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다시 사방의 골인(骨人)들이 많음을 또한 이와 같음을 본다.
이 관(觀)을 얻을 때, 마땅히 자연히 보되, 모든 골인 이외는 마치 고요하고 맑은 큰 바다와 같아 그 마음도 밝고 날카로워 갖가지 온갖 빛이 네 주변을 둘러싼 것을 본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면 마음과 뜻이 자연히 안온하고 쾌락하여서 몸과 마음이 청정하여 근심과 기쁨의 생각이 없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마디마디를 푸는 생각을 잘 분명하게 관하여 삼가 잃어버리지 말아라."

 

№ -14


아난은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서 환희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이 관을 얻는 것을 '열 번째 절절해관(節節解觀)이 끝났다'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셨다.
"이 생각을 이루고 나서 또 마땅히 다시 생각을 집중하여 뜻을 머물게 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오른발의 엄지발가락의 두 마디 사이를 분명하게 관하여 마디로 하여금 서로 떠나게 함이 세 발가락만큼 하고, 흰빛의 생각을 지어서 지니고 써서 의지하게 한다.
만약 밤에 앉을 때는 달빛의 생각을 짓고, 만약 낮에 앉을 때는 햇빛의 생각을 짓고, 모든 뼈를 이어서 유지하여 풀리고 흩어지지 않게 하고, 발에서 머리에 이르는 363마디 모두가 서로 떨어지게 함이 세 개의 발가락만큼 하고, 흰 빛으로써 유지하여 흩어지고 떨어지게 하지 않는다. 낮에 앉을 때는 햇빛으로써 유지하고, 만약 밤에 앉을 때는 달빛으로써 유지한다. 모든 마디의 사이를 관하여 모두가 흰 빛으로써 유지하여 흩어지고 떨어지게 하지 않는다. 낮에 앉을 때는 햇빛으로써 유지하고, 만약 밤에 앉을 때는 달빛으로써 유지한다. 모든 마디의 사이를 관하여 모두가 흰빛을 내게 한다.
이 관을 얻을 때, 마땅히 자연히 햇빛 중에서 하나의 키가 여섯 길인 부처를 보아야 한다. 둥근 빛은 1심(尋)23)이며, 좌우 상하로 또한 각각 1심(尋)이다. 몸체는 금빛으로서 온몸에 광명(光明)이 있고 불꽃은 빛나고 단정하여서 32상(相) 80종호(種好) 모두가 병연(炳然)24)하다. 하나하나의 상호를 분명하게 볼 수 있음이 부처가 세간에 있음과 같아서 동등하여 다름이 없다.
만약 이를 볼 때는 삼가 예(禮)를 짓지 말아라. 다만 마땅히 뜻을 안정시키고 모든 법을 분명하게 관하여야 한다. 마땅히 이러한 생각을 하여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법의 오고 감이 없음을 설하신다. 일체의 성품의 모양도 모두가 또한 공적(空寂)하다. 모든 부처님과 여래는 곧 해탈(解脫身)이다. 해탈신이란 곧 이 진여(眞如)이다. 진여의 법 중에는 봄[見]도 없고 얻음도 없다.'
이 생각을 지을 때에 자연히 마땅히 일체의 모든 부처를 보아야 한다. 부처를 보는 까닭으로 해서 마음과 뜻이 태연하며 고요하고 편안하며 쾌락하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 빛이 흐르는 백골(白骨)을 분명히 관하여 삼가 잃어버리지 말아라."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서 환희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이 관을 얻는 것을 '열한 번째 백골유광관(白骨流光觀)이 끝났다'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관을 얻기를 마치고서 또 마땅히 다시 마음을 집중하여 뜻을 머물게 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등골뼈를 분명히 관하여 등골뼈 사이에서 안정된 마음의 힘을 가져 하나의 높은 대[高臺]의 생각을 짓는다. 스스로 자기의 몸이, 마치 백옥(白玉)의 사람이 결가부좌(結跏趺坐)를 하고 백골(白骨)의 빛으로써 널리 일체를 비춤과 같다고 관한다.
이 관을 지을 때, 매우 분명하게 한다. 이 대(臺)에 앉기를 마치고 나면, 신통(神通)을 얻은 사람이 수미산(須彌山)의 꼭대기에 머물러 사방을 관하여 보는 데 장애가 없음과 같고, 스스로 예전의 몸을 봄에 밝고 밝아 분명하다. 모든 골인을 봄에 희기가 흰 눈[珂雪]과 같고, 행행(行行)이 서로 향하여 신체가 완전히 갖추어져 있어 하나도 결함이 없고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하다. 이것을 '백광(白光)의 생각을 이룬다'고 이름한다.
다음으로 세로의 뼈도 또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함을 본다. 또 가로의 뼈도 역시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함을 본다. 푸른빛의 골인(骨人)의 행행(行行)이 서로 향하여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함을 본다. 또 검은빛의 골인의 행함이 서로 향하여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함을 본다.
또 창자가 썩어서 부풀은 사람의 행함이 서로 향하여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함을 본다. 또 곪은 문둥이를 본다. 또 피고름을 몸에 바른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함을 본다. 또 썩어 문드러져서 온몸에서 벌레가 나오는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함을 본다. 또 얇은 가죽으로 몸을 덮은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함을 본다. 또 가죽과 뼈가 서로 떨어진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함을 본다. 또 붉기가 피와 같은 빛깔을 한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함을 본다. 또 흐린 물의 빛깔을 한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함을 본다. 또 앙금과 진흙의 빛깔을 한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함을 본다. 또 백골인(白骨人)의 털과 머리털과 손톱과 이가 함께 서로 이어져서 유지하여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함을 본다.

 

№ -15


다음으로 363마디를 풀어서 오직 각(角)만이 서로 지탱하게 한다. 이와 같은 골인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함을 본다.
다음으로 마디마디가 양쪽을 향하여 풀리고 떠나서 서로 떠나감이 세 발가락만한 사이에 흰 빛을 한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함을 본다.
다음으로 백골이 흩어진 사람은 오직 흰 빛[白光]만이 있어 함께 서로 잇고 유지하여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함을 본다.
이와 같이 마땅히 숱하게 많은 백골인(白骨人)을 보는데, 그 수를 말할 수 없다.
이 관을 얻을 때, 마땅히 생각[想念]을 일으켜야 한다.
'나의 이 몸은 4대(大)로부터 일어나 가지와 잎과 종자, 나아가 이와 같은 부정(不淨)이 매우 크니 싫어해야 한다. 이와 같은 경계는 나의 마음에서 일어난다. 심상(心想)이 곧 이루어지면 생각함도 아니고 보는 것도 아니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상(想)은 곧 거짓 관견(觀見)으로서 허망한 견(見)에서 일어나고 온갖 인연에 속한다. 나는 지금 마땅히 모든 법의 인연을 관하리라.
어떤 것을 모든 법의 인연이라고 하는가. 모든 법의 인연이란 4대(大)로부터 일어난다. 4대란 지(地)·수(水)·화(火)·풍(風)이다. 또 마땅히 관하리라. 이 바람[風大]은 사방에서 일어난다. 그 하나하나의 바람은 마치 큰 뱀과 같아 각각 네 개의 머리가 있어 위에 둘이고 아래에 둘이 있고, 숱하게 많은 귓속 모두가 이 바람을 낸다.'
이 관을 이룰 때, 바람은 변하여 불이 되고, 하나하나의 독사(毒蛇)는 온갖 화산(火山)을 토해내고, 그 산은 높고 험하여 매우 두렵다. 여러 야차가 있는데 화산 속에 머물면서 몸을 움직여 불을 들이마시고 털구멍으로 바람을 낸다.
이와 같이 변하는 상태가 한 방에 두루 가득 찬다. 하나의 방에 가득 차고 나면 또 두 방에 가득 차고, 두 방에 가득 차고 나면 점점 넓고 커져서 한 유순(由旬)에 가득 찬다. 한 유순에 가득 차고 나면 두 유순에 가득 차고, 두 유순에 가득 차고 나면 세 유순에 가득 차고, 세 유순에 가득 차고 나면 또 다시 넓고 커져서 염부제(閻浮提)에 가득 찬다.
여러 야차(夜叉)가 화산 속에 있으면서 불을 삼키고 산(山)을 지며 털구멍에서 바람을 내고, 두려워서 두루 분주하게 뛰어다녀 염부제에 두루함을 본다. 또 놀란 야차는 수행하는 자를 핍박한다.
이 일을 볼 때, 마음이 크게 놀라고 두려우면 역관법(易觀法)을 구한다. 역관법(易觀法)이란, 우선 불상(佛像)을 관함이다. 여러 불빛의 끝에서 각각 1길 6척(尺)의 불상을 생각한다. 이 생각을 할 때, 불은 점점 스러져 연꽃으로 변한다. 수많은 화산은 진금(眞金)의 더미와 같아 안팎이 비쳐 보이고, 여러 야차귀(夜叉鬼)는 백옥(白玉)의 사람과 닮았다. 오직 바람[風大]만이 있어서 돌고 돌아 모든 연꽃을 분다. 무수한 화불(化佛)이 공중에 머물러 서서 대광명(大光明)을 놓으니, 마치 금강산(金剛山)과 같다. 이 때 모든 바람은 고요해져서 움직이지 않는다.
이 때 네 마리 독사는 입 속에서 물을 토하는데, 그 물은 5색(色)이고, 하나의 상(床)에 두루 가득 찬다. 하나의 상에 가득 차고 나면 또 두 개의 상에 가득 차고, 두 개의 상에 가득 차고 나면 다음에 세 개의 상에 가득 찬다. 이와 같이 해서 나아가 한 방에 가득 찬다. 하나의 방에 가득 차고 나면 다음에 두 개의 방에 가득 차고, 두 개의 방에 가득 차고 나면 다음에 세 개의 방에 가득 찬다. 이와 같이 해서 나아가 열 개의 방에 가득 찬다. 물이 열 개의 방에 가득 차고 나서 5색(色)의 물을 보면 빛깔마다 그 안에 각각 흰 빛이 있으니, 마치 파리당(頗梨幢)과 같다. 열네 겹으로 마디마디 모두가 하늘에 흰 물을 솟아 내뿜고 공중에 머물러 있다.
이 생각을 이룰 때, 수행하는 자가 몸 안을 보면 심장 안에 하나의 독룡 (毒龍)이 있다. 용은 여섯 개의 머리가 있고 심장을 일곱 겹으로 칭칭 감았다. 두 개의 머리에서는 물을 토하고, 두 개의 머리에서는 불을 토하고, 두 개의 머리에서는 돌을 토한다. 귓속에서 바람을 내고, 몸의 여러 털구멍은 각각 아흔아홉의 독사(毒蛇)를 낳는다. 이와 같은 여러 뱀은 머리가 위에 둘, 아래 둘이다. 모든 용은 물을 토하고 발 밑으로도 내보내어, 흰 물에 흘러 들게 한다.

№ -16

이와 같이 점점 한 유순에 가득 차고, 모두가 이 일을 본다. 한 유순에 가득 차고 나면 또 두 유순에 가득 차며, 두 유순에 가득 차고 나면 세 유순에 가득 찬다. 이와 같이 해서 나아가 염부제에 가득 찬다. 염부제에 가득 차고 나면, 이 때 독룡은 배꼽으로부터 나와서 점점 위를 향하여 눈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눈으로부터 나와서 정수리 위에 머문다.
이 때 모든 물 속에 하나의 큰 나무가 있는데 가지의 잎은 네 잎으로 일체를 두루 덮는다. 이와 같은 독룡은 나의 몸을 떠나지 않고 혀를 나무 위로 드러낸다. 이 용의 혀 위에는 8백의 귀(鬼)가 있고, 혹은 귀신(鬼神)이 있다. 머리 위에는 산을 이고 두 손은 뱀과 같고, 두 다리는 개와 닮았다. 또 귀신이 있는데, 머리는 용의 머리와 닮았고 온몸의 털구멍에 백천(百千)의 눈이 있고 눈 속에서는 불을 낸다. 이빨은 도산(刀山)과 같고 서서히 돌아 땅에 달렸다.
또 여러 귀(鬼)가 있는데 하나하나 귀(鬼)의 형상마다 아흔아홉의 머리가 있고, 각각 아흔아홉의 손이 있다. 그 머리의 형상은 지극히 추악하니, 개와 야간(野干)을 닮았고, 살쾡이를 닮았으며, 고양이를 닮았고, 여우를 닮았으며, 쥐를 닮았다. 이 여러 귀(鬼)의 목에는 각각 원숭이를 졌다. 이 여러 악귀(惡鬼)는 물 속에 놀고, 혹은 나무에 올라 달리고 뛰고 희롱한다. 야차귀(夜叉鬼)가 있는데 머리 위에서 불이 일어난다. 그 여러 원숭이는 물로 불을 없애나, 제지하지를 못하여 드디어 불이 더 크게 치솟는다. 이렇게 해서 사나운 불은 그 물 속의 파리당(頗梨幢)가에서 홀연히 치성하게 되고, 파리당을 태움이 진금(眞金)을 녹임과 같으며, 불길과 불길은 서로 이어져 몸을 열 겹 맴돌고, 행자 위에 머물러 있음이 진금의 덮개와 같다. 여러 비단 그물이 있는데 나무 위에 이 진금의 덮개를 세 겹으로 가득하게 덮었다.
이 때 지하(地下)에는 홀연히 네 마리 큰 악귀가 있다. 백천(百千)의 귀가 있는데 귀에서 물과 불을 낸다. 몸의 털구멍으로부터 온갖 가느다란 티끌을 비 오듯 뿌리고, 입안에서는 바람을 토하여 세계에 가득 차게 한다.
8만 4천의 여러 나찰귀(羅刹鬼)가 있는데 두 개의 이가 위로 솟았고, 높이는 1유순(由旬)이다. 몸의 털구멍에서 벽력과 같이 불이 일어난다. 이와 같은 많은 무리가 물 속을 뛰어다니며 희롱한다. 또 호랑이와 이리와 사자와 승냥이와 표범과 새와 짐승이 있는데, 화산(火山)으로부터 나와서 물 속에서 논다.
이 일을 볼 때, 사바세계에 가득 찬 하나 하나의 골인(骨人)은 각각 오른 손을 든다. 그 때 여러 나찰은 손에 철차(鐵叉)를 쥐고 여러 골인을 들어올려 한 곳에 모아서 쌓는다. 이 때 또 아홉 가지 빛깔의 골인이 있는데 줄줄이 서로 이어져 행자가 있는 곳으로 온다. 이 같이 숱하게 많은 백천(百千)의 경계는 모두 다 설할 수 없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생각을 이룰 때를 사대관(四大觀)이라고 이름한다. 너는 잘 받아 지니어 삼가 잃어버리지 말라."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이 생각이 이루어진 때를, 열두 번째인 지대관(地大觀)·화대관(火大觀)·풍대관(風大觀)·수대관(水大觀)이라고 이름한다. 또 98사(使)의 경계라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생각을 이루고 나서, 또 마땅히 다시 생각을 집중하여 뜻을 머물게 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허리 속의 등골뼈를 분명하게 관하여 모든 등골의 뼈가 흰 눈[珂雪]과 같이 희다고 생각한다. 등골의 뼈를 보기를 마치고서는 온몸의 뼈의 마디마디가 서로 버티는 것을 보고, 전전(轉轉)하여 다시 밝고 깨끗하여 희기가 파리(頗梨)와 같다. 하나하나의 뼈를 보면 가지와 마디와 크고 작은 것 하나하나가 모두 밝아 파리경(頗梨鏡)과 같다. 화대(火大)와 풍대(風大)와 수대(水大)와 지대(地大)의 이 여러 경계가 모두 이 한 마디[節] 속에서 나타난다.

 

№ -17


이 생각이 이루어졌을 때, 아래쪽[下方]의 땅을 보면, 상(床) 밑에서 점점 따라서 열린다. 하나의 상 밑의 땅을 보기를 마치면 또 두 개의 상 밑의 땅을 본다. 두 개의 상 밑의 땅을 보고 나서는 또 세 개의 상 밑의 땅을 본다. 세 개의 상 밑의 땅을 보고 나서는 점차로 한 방안을 본다. 하나의 방안을 보고 나서는 다음에 두 개의 방안을 본다. 두 개의 방안을 보고 나서는 점차로 세 개의 방안을 본다. 세 개의 방안을 보고 나서는 또 하나의 뜰 안의 땅을 보고, 점점 따라서 열린다.
이 일을 볼 때, 마땅히 분명하게 관하여야 한다. 나아가 아래쪽으로 장애됨이 없고, 아래쪽의 풍륜(風輪) 속에서 여러 바람이 일어난다. 아까의 여러 야차는 모두가 이 바람을 마신다. 이 바람을 들여 마시기를 다하면 몸의 모든 털구멍에서 구반다(鳩槃茶)25)를 낳는다. 하나하나의 구반다는 여러 산의 불을 토하고, 대천세계(大千世界)에 가득 찬다.
이 여러 산 사이에 홀연히 헤아릴 수 없는 묘녀(妙女)들이 북을 치고 가야금을 타고 노래 부르며 행자 앞에 이른다. 나찰은 또 와서 다투어 이들을 취하여 먹는다. 행자는 보고 나서는 매우 크게 놀라고 두려워 스스로 지탱하지를 못한다. 정(定)에서 나올 때, 항상 마음의 통증을 앓고 정수리의 뼈가 깨어지는 것 같다. 마음을 거두어 잡고 정(定)에 들면 앞에서와 같이 4대(大)의 경계를 다 본다. 이 경계를 보고 나서는, 4대의 정(定)의 힘 때문에 자기의 신체(身體)를 보니, 마치 옥인(玉人)처럼 희다. 마디마디 위에 불이 일어나고, 마디마디 아래로는 물이 흐르고, 귓속에서 바람이 나오고 눈 속에서 돌이 비 오듯한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면 그 앞의 땅에 열 마리의 완사(蚖蛇)26)가 있다. 그 몸은 길고 커서 5백 유순이다. 천이백의 발이 있는데 발은 독룡(毒龍)과 비슷하고, 몸에서는 물과 불을 내뿜으며 서서히 땅을 돈다. 이 생각이 이루어질 때, 다만 마땅히 지극한 마음으로 전의 죄를 참회해야 한다. 정(定)에서 나올 때, 많은 말을 하지 말라. 다만 식사 때를 제외하고는 고요하고 조용한 곳에서 일심으로 생각을 집중하라. 또 마땅히 참회하고서 소(酥)로 된 약을 먹어야 한다. 그러한 뒤에 마땅히 이 관법(觀法)을 다스려야 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관을 두 번째 사대관(四大觀)이라고 이름한다. 너는 잘 받아 지니어 삼가 잃어버리지 말아라."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서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이 생각이 이루어질 때를 '열세 번째인 결사근본관(結使根本觀)이 끝났다'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생각을 이루고 나서 마땅히 다시 역관(易觀)하게 한다. 역관법(易觀法)이란, 불이 크게 움직일 때 마땅히 산의 생각[想]을 일으키는 것이고, 마땅히 여러 산을 생각하는 것이다. 마치 얼음과 서리가 불 때문에 녹는 것과 같이, 이와 같이 사나운 불은 매우 크게 치성한다. 불이 치성할 때 몸은 뜨겁게 찐다.
또 다시 용(龍)을 생각한다. 온갖 돌이 비 오듯 내려서 사나운 불을 덮는다. 또 마땅히 돌을 생각하되, 깨뜨려서 티끌과 같게 한다. 용은 또 바람을 토하여 모든 작은 티끌을 모아 쌓아서 산을 이룬다. 무량한 숲과 나무와 가지 덩굴과 풀 덩굴, 모두가 자연히 생긴다. 이 때 맑은 물은 5색(色)을 구족하여 여러 가시나무 사이를 흐른다. 이와 같이 모든 물은 산꼭대기 위에 머물러 마치 얼음이 쌓인 것과 같이 응연(凝然)하여 움직이지 않는다.
이 생각을 이루기를 마치면 열네 번째 역관법(易觀法)이라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로서 삼매를 바로 받은 자가 있으면, 너는 마땅히 이 역관법(易觀法)을 가르쳐서 삼가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여라. 이 사대관(四大觀)을 만약 얻은 자가 있으면, 부처님은 소(酥)와 고기 등으로 된 약을 먹는 것을 허락한다. 나의 지금 이 몸이 만약 고기를 먹지 못하면 발광(發狂)하여 죽는다 할 때, 그 살을 먹을 때는 씻어서 맛을 없게 하고, 마땅히 흉년에 자식의 살을 먹는 것과 같은 생각을 해야 한다.
이러한 까닭에 부처님은 사위국(舍衛國)에서 여러 비구에게 말하기를 '선(禪)을 닦기 위한 까닭으로 세 가지 청정한 고기를 먹을 수가 있다'고 하였다."

 

№ -18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서 환희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역관(易觀)을 가르치고 나서 또 마땅히 다시 앞에서와 같이 생각을 집중하여 뜻에 머물게 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등골의 뼈를 분명히 관하여 희고 깨끗하게 하고, 앞의 것을 능가함이 몇 배이다. 두 마디 사이에서 밝고 깨끗한 까닭으로 해서 온갖 더럽고 나쁜 일을 볼 수가 있다.
이 생각을 이룰 때, 마땅히 스스로의 몸을 관하여 하나의 골인(骨人)이 되게 한다. 마디마디의 속이 희고 깨끗하여 밝게 나타나게 하면 파리경(頗梨鏡)과 같아서 염부제(閻浮提) 중의 일체의 골인과 사대관(四大觀)의 온갖 경계가 모두 한 마디 안에서 나타난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면, 모든 골인이 동쪽으로부터 와서 행자(行者)를 향하여 줄줄이 이으니, 그 수는 작은 티끌[微塵]과 같다. 이와 같이 동쪽으로 사바세계에 가득 찬 모든 백골인(白骨人)이 다 줄줄이 서로 잇고 와서 행자를 향한다. 남쪽과 서쪽과 북쪽과 사유(四維)와 상하(上下)도 또한 이와 같다. 또 푸른 빛깔의 골인이 있는데 줄줄이 서로 이어 와서 행자를 향하고 염부제에 가득 차고 점점 넓고 커져서, 나아가 동쪽으로 사바세계에 가득 찬다. 남쪽과 서쪽과 북쪽과 사유와 상하도 또한 이와 같다.
또 진흙 빛깔의 골인이 있는데 줄줄이 서로 이어 와서 행자를 향하고 염부제에 가득 차고 점점 넓고 커져서, 나아가 동쪽으로 사바세계에 가득 찬다. 남쪽과 서쪽과 북쪽과 사유와 상하도 또한 이와 같다.
또 흐린 물 빛깔의 골인이 있는데 줄줄이 서로 이어 와서 행자를 향하고, 염부제에 가득 차고 점점 넓고 커져서, 나아가 동쪽으로 사바세계에 가득 찬다. 남쪽과 서쪽과 북쪽과 사유와 상하도 또한 이와 같다.
또 붉은 빛깔[赤色]의 골인이 있는데 줄줄이 서로 이어와서 행자를 향하고, 염부제에 가득 차고 점점 넓고 커져서, 나아가 동쪽으로 사바세계에 가득 찬다. 남쪽과 서쪽과 북쪽과 사유와 상하도 또한 이와 같다.
또 붉은 빛깔[紅色]의 골인이 있는데 줄줄이 서로 이어 와서 행자를 향하고, 염부제에 가득 차고 점점 넓고 커져서, 나아가 동쪽으로 사바세계에 가득 찬다. 남쪽과 서쪽과 북쪽과 사유와 상하도 또한 이와 같다.
또 피고름을 몸에 칠한 골인이 있는데 줄줄이 서로 이어 와서 행자를 향하고, 염부제에 가득 차고 점점 넓고 커져서, 나아가 동쪽으로 사바세계에 가득 찬다. 남쪽과 서쪽과 북쪽과 사유와 상하도 또한 이와 같다.
또 황색(黃色)의 골인이 있는데 줄줄이 서로 이어와서 행자를 향하고 염부제에 가득 차고 점점 넓고 커져서, 나아가 동쪽으로 사바세계에 가득 찬다. 남쪽과 서쪽과 북쪽과 사유와 상하도 또한 이와 같다.
또 녹색(綠色)의 골인이 있는데 줄줄이 서로 이어와서 행자를 향하고 염부제에 가득 차고 점점 넓고 커져서, 나아가 동쪽으로 사바세계에 가득 찬다. 남쪽과 서쪽과 북쪽과 사유와 상하도 또한 이와 같다.
또 자색(紫色)의 골인이 있는데 줄줄이 서로 이어 와서 행자를 향하고 염부제에 가득 차고 점점 넓고 커져서, 나아가 동쪽으로 사바세계에 가득 찬다. 남쪽과 서쪽과 북쪽과 사유와 상하가 또한 이와 같다.
또 나리창(那利瘡)의 빛깔을 한 골인이 있는데 여러 마디 사이에서 두 마디는 열여섯 빛깔의 여러 가지 악하고 잡된 고름을 흘려내면서 줄줄이 서로 이어 와서 행자를 향하고 염부제에 가득 차고 점점 넓고 커져서, 나아가 동쪽으로 사바세계에 가득 찬다. 남쪽과 서쪽과 북쪽과 사유와 상하가 또한 이와 같다.
이 생각을 이룰 때 행자는 놀라고 두려워하며, 여러 야차가 와서 자기를 씹어먹으려 함을 본다. 그 때 또 마땅히 여러 골인을 보아야 한다. 마디마디에서 불이 일어나고 불꽃은 서로 이어져서 사바세계에 두루 가득 찬다. 또 골인의 정수리 위에서 온갖 물이 솟아 나와 파리당(頗梨幢)과 같음을 본다. 또 골인의 머리 위에 일체의 뭇 불이 화하여 돌산[石山] 이루는 것을 본다. 이 때 많은 용이 귀로부터 많은 바람을 내고 불을 불어서 산을 움직인다. 이 때 모든 산은 공중에 머물러 돌면서 도자기 굽는 이의 바퀴와 같아서 나누어지거나 걸림이 없다. 이 일을 보고 나면 지극히 크게 놀라고 두려워한다. 놀라고 두려워하는 까닭에 1억(億)의 귀신[鬼]이 산을 지고서 불을 토하며, 각각 다른 형상을 하고 그 곳에 와서 이른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 -19


"만약 어떤 비구가 바른 생각에 안주(安住)하여 방일하지 않음을 닦고 이 일을 볼 때면, 마땅히 모든 법의 공관(空觀)과 무아관(無我觀)을 가르쳐야 한다. 정(定)에서 나올 때는 또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여 지혜로운 이가 있는 곳에 이르러 매우 깊은 공(空)의 뜻을 묻게 하여야 한다. 공의 뜻을 듣기를 마치면 마땅히 스스로 관하여야 한다. 나의 몸은 부모의 부정(不淨)이 화합함에 인(因)하고 근육을 감고 피를 바르고, 36물(物)27)의 드러난 더러운 부정(不淨)은 모든 업연(業緣)에 속하고 무명(無明)으로부터 일어난다. 지금 이 몸은 하나도 사랑할 것도 없고, 낡고 썩은 물건과 같다고 관한다. 이 사유(思惟)를 지을 때, 여러 골인이 모두 와서 나에게 핍박하면 마땅히 오른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여러 골인을 튀기고, 이러한 생각을 해야 한다.
'이와 같은 골인은 허망한 생각으로 해서 굳게 분별하여 나타난다. 나의 몸도 또한 같다. 4대(大)로부터 생하고 6입(入)28)의 촌락(村落)이 함께 사는 곳인데, 하물며 여러 뼈의 허망함에서 나오는 것이겠는가.'
이 생각을 할 때, 여러 백골인(白骨人)이 부서지고 흩어짐은 티끌과 같고, 쌓이고 모여 땅에 있음은 백설(白雪)의 산과 같다. 하나의 큰 이무기가 수많은 여러 가지 빛깔의 골인을 눈 깜짝할 사이에 삼켜버린다. 백설의 산 위에는 한 백옥인(白玉人)이 있다. 신체가 단정하고 높이는 36유순이며, 목은 붉기가 불과 같고 눈에는 흰 빛[白光]이 있다.
그 때 모든 흰 물과 파리당(頗梨幢)은 모두가 다 자연히 백옥인의 정수리로 들어간다. 용과 귀신[鬼]과 뱀과 이무기와 원숭이와 사자와 여우와 고양이 따위는 모두가 남김없이 놀라서 달아난다. 큰불을 두려워하는 까닭에 나무를 찾아서 오르내린다. 몸의 모든 털구멍의 아흔아홉의 뱀은 다 나무 위에 있다.
이 때 독룡(毒龍)은 서서히 돌면서 나무를 휘감는다. 또 검은 코끼리가 나무 밑에 서 있는 것을 본다. 이 일을 볼 때, 마땅히 깊은 마음으로 여섯 때[六時]29)에 참회해야 한다. 많은 말을 즐기지 않고 조용한 곳[空閑處]에 있으면서 모든 법의 공(空)을 생각한다.
'모든 법의 공(空) 속에는 땅도 없고, 물도 없고, 또 바람도 불도 없다. 색(色)은 곧 전도(顚倒)로서 환법(幻法)으로부터 생한다. 느낌[受]은 곧 인연으로서 모든 업(業)으로부터 생한다. 생각[想]은 전도(顚倒)라 하니, 이는 머물지 않는 법이다. 알음알이[識]는 불견(不見)이라고 하니, 모든 업연(業緣)에 속하여 탐애(貪愛)의 씨를 낳는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로 이 몸을 분명히 관한다. 지대(地大)는 공견(空見)으로부터 있으며, 공견도 또한 공인데 어찌 굳은 상(想)을 땅이라 하겠는가. 이와 같이 추리하고 분석하면 어느 것이 곧 땅이겠는가. 이 관을 짓기를 마치는 것을 바깥 땅을 관한다[觀外地]고 이름한다. 하나하나를 분명히 관함에 지대(地大)에 주인공은 없다.
이 생각을 지을 때, 백골(白骨)의 산을 본다. 또 다시 부서지고 무너짐이 마치 가는 티끌과 같고, 오직 골인이 가는 티끌 사이에 있다. 모든 흰 빛[白光]은 서로 이어져 있고, 흰 빛 사이에서 또 여러 가지로 네 가지 빛의 광명을 낸다. 광명의 사이에서 또 사나운 불길을 일으켜 모든 야차를 태운다.
그 때, 모든 야차는 불이 가까이 오자 모두 뛰어가 나무 위로 오른다. 미처 나무 위에 오르지 못한 것을 검은 코끼리가 짓밟는다. 야차는 불에서 나와 검은 코끼리의 다리를 태운다. 이 때 검은 코끼리는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는데 사자가 울부짖는 소리와 같다. 고(苦)와 공(空)과 무상(無常)과 무아(無我)를 연설하고, 또 이 몸은 곧 썩고 무너지는 법으로서 오래지 않아 마땅히 멸한다고 설한다. 검은 코끼리는 설하기를 마치고서 야차와 싸운다.

 

№ -20


야차는 커다란 철차(鐵叉)로 검은 코끼리의 심장을 찌른다. 검은 코끼리는 또 울부짖으니 주위의 땅이 진동한다. 이 때 큰 나무의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잎이 일시에 흔들리고, 용은 또 불을 토하여 이 나무를 태우고자 한다. 모든 뱀은 놀라 각각 아흔아홉의 머리를 뻗어서 이 나무를 구한다.
이 때 야차는 또 다시 놀라 일어나서 커다란 돌을 들어 검은 코끼리에게 던지려 한다. 검은 코끼리는 곧 앞으로 나아가 코로써 돌을 받아 나무 위에 던져 놓는다. 나무 위에 놓인 돌의 모양이 도산(刀山)과 같다. 이 야차는 몸을 떨고 크게 뛰어올라, 몸의 모든 털구멍으로부터 수많은 독룡(毒龍)을 낸다. 용은 네 개의 머리가 있는데 수많은 연기와 불을 내뿜어 매우 무섭다.
이 생각을 이룰 때, 스스로 자기의 몸을 보면 몸 안의 마음이 있는 곳은 깊기가 우물[坑井]과 같다. 그 우물 속에는 뱀이 있어 독을 내뿜으며 오르내리며 우물 위에 나타난다. 마니주(摩尼珠)가 열네 가닥의 실로 묶여서 허공에 걸려 있다. 그 때 그 독사(毒蛇)는 입을 들어 그 구슬을 빨아드리려 하나 끝내 얻지 못한다. 잃어버리고 땅에서 절름거리며 미혹하고 번민하여 아는 바가 없다. 이 때 입의 불은 돌아와 정수리 속으로 들어간다. 행자는 이 일을 보면 마땅히 참회하고 뜻에 맞게 걸식(乞食)하여 4대(大)를 조화롭게 하고 지극히 안온하게 하여야 한다. 마땅히 숨은 집[密屋]에 새소리도 없는 곳에 앉아야 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비구와 비구니와 우바새와 우바이로서 이 관을 얻으면 지대관(地大觀)을 얻었다고 이름한다. 마땅히 부지런히 생각을 집중하여 삼가고 방일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방일하지 않음을 닦으면 흐르는 물보다 빠르게 마땅히 으뜸가는 법을 얻을 것이다. 또 비록 게으르다 하여도 이미 3도(塗)30)의 나쁜 길을 버리고, 몸을 다른 세상에 버리며, 도솔천에 태어나 미륵을 만난다. 이 때문에 미륵은 고(苦)와 공(空)과 무상(無常) 등의 법을 설하고, 행자는 활연히 뜻을 알고 아나함과(阿那含果)31)를 이룬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지대관법(地大觀法)을 분명하게 받아 삼가 잃어버리지 말아라. 미래세(未來世)의 일체 중생을 위하여 널리 펴고 자세히 설하라."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서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이 관을 얻으면 '열네 번째인 지대관이 끝났다'고 이름한다. 또 '4대(大)의 모양을 분별한다'고도 이름한다. 또 '5음(陰)의 성긴 상(相)을 본다'고 이름한다. 지혜 있는 자는 또한 능히 스스로 결사(結使)32)의 많고 적음을 안다. 4념처(念處) 가운데 신념처(身念處)라고 이름하나, 오직 몸의 밖을 볼 뿐 몸의 안은 보지 못한다. 신념처의 경계를 넷으로 나눈 것 가운데, 이것은 그 맨 처음의 것이다. 이 관을 얻으면 몸과 마음이 기쁘고 즐거워 다툼이 적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생각을 이루고 나서 다음으로 마땅히 다시 몸밖의 불을 관하여야 한다. 그 불은 인연을 따라서 있으니, 연(緣)이 있으면 곧 일어나고 연을 떠나면 곧 없어진다. 이와 같이 뭇 불은 오지만 쫓아오는 곳이 없고 가지만 이르는 곳도 없으며, 황홀히 변화하여 없어지고, 끝내는 잠시도 머물지 않는다. 이 사유(思想)를 지을 때, 밖의 불은 곧 없어지고 또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또 마땅히 사유하여야 한다.
'밖의 모든 물 등인 강하(江河)와 못과 흐르는 물은 이 모두가 용(龍)의 힘으로 변화하여 이루어지는 것인데, 나는 지금 어찌하여 제멋대로 이 물을 보는가. 이 모든 물 등은 오지만 쫓아오는 곳이 없고 가지만 이르는 곳이 없다. 이 사유를 지을 때, 밖의 물은 나타나지 않는다. 또 마땅히 생각[念]을 일으켜야 한다.
'이 바람은 허공과 합하여, 모든 용의 울부짖음이며, 인연을 빌려서 있다. 이와 같은 생각은 역시 안에 있지 않고 또 밖에도 있지 않으며 중간에도 있지 않다. 전도(顚倒)한 마음 때문에 제멋대로 이 일을 보는 것이다.'
이 사유를 지을 때, 밖의 바람은 일어나지 않는다. 또 마땅히 다시 생각을 집중하여 몸 안의 등골뼈를 사유하여야 한다. 몸 안의 뼈가 흰 눈[珂雪]과같이 희고, 하나하나의 마디 사이에 36물(物)이 더럽고 부정(不淨)하여 모두가 안에 나타남을 본다.

 

№ -21


혹은 몸의 가죽을 보면 마치 가죽 주머니와 같고, 모든 부정(不淨)이 가득하여 무량한 표저(瘭疽)33)와 백천(百千)의 악성(惡性)인 종기가 모두 그 안에 있어 온갖 고름을 흘러내고 방울방울이 끊이지 않는다. 마땅히 골인의 머리 위에 지극히 싫어하는 병을 생기게 한다.
혹은 몸 안을 보면, 오장(五臟)이 모두 내달려 대장(大腸) 속에 든다. 대장은 팽창하여 썩어서 문드러지고 견디기가 어렵다. 이 때 행자는 선정의 힘 때문에 정(定)에서 나오고 정에 들면서 일체의 사람과 자기의 몸이 부정취(不定聚)와 같음을 본다. 모든 여인(女人)의 몸은 벌레나 개와 같아 더럽고 나쁘고 깨끗하지 않음을 보니, 자연히 색상(色想)을 탐하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생각을 이룰 때를 열네 번째인 관외사대(觀外四大)라고 이름한다. 또 점차로 공을 관하고 배우고 아는 것이라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부처의 말씀을 지니고 삼가 잃어버리지 말아라."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생각을 이루고 나서 또 다시 마땅히 생각을 집중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몸 안의 지대(地大)를 분명하게 관하여라. 몸 안의 지대란, 뼈와 이와 손톱과 머리털과 장(腸)과 위(胃)와 배와 간과 심장과 허파인, 여러 가지 견실(堅實)한 것 모두가 지대(地大)이다.
정기(精氣)가 이루어진 밖의 지대는 무상한 까닭에 이것을 아나, 비유하면 대지(大地)와 같다. 두 개의 해가 뜰 때 대지는 타서 마르고, 세 개의 해가 뜰 때면 강하(江河)와 못[池]과 늪이 모두 다 마르고, 네 개의 해가 뜰 때면 큰 바다의 3분의 2가 적어지고, 다섯 개의 해가 뜰 때면 큰 바다는 모두가 말라버리고, 여섯 개의 해가 뜰 때면 대지에 불이 일고, 일곱 개의 해가 뜰 때면 대지가 불에 타서 다한다. 밖의 땅까지도 더욱 이와 같이 기세(氣勢)를 오래 지탱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몸 안의 땅이 어찌 또 굳고 튼튼하겠는가.
이 때 행자는 마땅히 스스로 사유하여야 한다.
'지금의 내 이 몸의 머리털은 곧 나인가, 손톱은 곧 나인가, 뼈는 곧 나인가, 몸의 여러 5장(臟)을 곧 나라고 할 것인가?'
이와 같이 몸의 모든 지체(支體)와 마디를 분명하게 관하면 도무지 나[我]란 있지 않다. 스스로 뼈를 관하여 하나하나 분명히 관함에, 이 뼈는 어느 곳으로부터 생겼는가. 부모(父母)가 화합하여 붉고 흰 정기가 화합할 때, 젖과 같은 때, 물거품과 같은 때, 이와 같이 해서 가라라(歌羅邏)34)의 때, 안부타(安浮陀)35) 때와 같이, 이와 같은 모든 때에 있어 어느 곳에 뼈가 있는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뼈는 본래 없는 것으로 지금은 있고, 이미 있지만 다시 없게 된다. 이 뼈는 허공의 상(相)과 같다. 밖의 땅도 무상하고 안의 땅도 또한 같다.
이 사유를 지을 때, 자기의 몸을 분명히 관함에, 일체의 모든 뼈는 자연히 깨어 흩어져 마치 가는 티끌과 같다. 정(定)에 들어 뼈를 관하되, 다만 뼈가 있던 곳[處]을 볼 뿐, 뼈의 상(相)은 보지 않는다. 정에서 나와 몸을 보아도 앞과 같아 다름이 없다.
또 마땅히 몸 안의 모든 불을 관해야 한다.
'(몸 안의 모든 불은) 밖의 불을 쫓아서 있고 밖의 불은 무상하여 잠시도 정지(停止)하여 있는 일이 없다. 지금 내 몸의 불은 무엇을 연유하여 오래도록 뜨거운가.'
이 관을 지을 때, 모든 뼈의 위를 관함에 일체의 불빛은 다 없어져서 나타나지 않는다.
또 마땅히 다시 몸 안의 모든 물을 관해야 한다.
'나의 이 온갖 모든 물은 밖의 물을 인하여 있다. 밖의 물은 무상하여 기세를 오래 지탱하지 못한다. 안의 물도 또한 이와 같다. 연(緣)을 빌어서 있는데 어느 곳에 물과 깨끗하지 않은 덩어리가 있겠는가.

№ -22

밖의 바람은 무상하여 기세를 오래도록 지탱하지 못한다. 인연을 쫓아 생하고 다시 반연을 따라 없어진다. 지금 나의 몸 안에 있는 모든 바람은 거짓으로 잠시 합성(合成)하여 굳은 기관(機關)이 된 것이다. 어디에 바람이 있겠는가. 망상(妄想)으로부터 일어난, 이는 전도된 소견이다.'
이 사유를 지을 때, 몸의 안을 보지 않는다. 모든 용(龍)의 귓속에서 나는 모든 바람은 다 없어지고 나타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로 분명하게 스스로 사유하면, 어느 곳에 사람과 땅과 물과 불과 바람이 있겠는가. 이 땅을 관함에 이는 썩어 무너지는 법이며, 이 불을 관함에 마치 허깨비[幻]와 같고, 또 이 바람을 관함에 전도(顚倒)로부터 일어난다. 이 물을 관함에 허망한 생각으로부터 나타난다.
이 관을 지을 때, 행자가 몸을 봄에 마치 파초(芭蕉) 속에 굳은 열매가 없음과 같고, 혹은 스스로 마음을 봄에 물 위에 거품과 같고, 모든 바깥 소리를 들음에 마치 골짜기의 소리와 같다. 이 관을 지을 때, 모든 뼈 위의 일체의 불빛을 보고, 흰 빛의 물을 보고, 모든 용의 바람을 봄에, 모두 한 곳에 있다. 몸의 고요함[靜寂]을 관하여 몸의 상(相)을 알지 못한다. 몸과 마음이 안온하여 고요하고 편안하며 기쁘고 즐겁다. 이와 같은 경계를 열다섯 번째인 사대관(四大觀)이 끝났다고 이름한다."

 

★선비요법경(禪秘要法經)★제 中 권◀

      후진(後秦)구마라집(鳩滅什) 등 한역

№ -1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지순(至純)한 마음으로 이 4대(大)의 관법(觀法)을 받아 지니어 삼가 잃어버리는 일이 없고, 미래세의 일체 중생을 위하여 마땅히 널리 연설하여야 한다."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이 관을 지을 때, 공(空)을 관하는 것을 배우기 때문에 몸이 비고[虛] 마음이 피로하면 마땅히 소(酥)와 모든 보약(補藥)을 먹어야 한다. 깊은 선정(禪定)에서 마땅히 보상관(補想觀)을 지어야 한다. 보상관이란, 먼저 스스로의 몸을 관하고, 가죽과 가죽을 서로 뒤집기를 마치 파초(芭蕉)와 같이 한다. 그런 뒤에 마음을 평안하게 하여 스스로 정수리 위의 생각을 연다.
또 마땅히 석제환인(釋提桓因)과 세상을 지키는 대범천왕(大梵天王)의 모든 하늘을 부지런히 정진시켜 금병(金甁)을 가지고 하늘의 약(藥)을 채우게 해야 한다. 석제환인은 왼쪽에 있고 세상을 지키는 모든 하늘은 오른쪽에 있으면서 하늘 약을 가지고 정수리에 붓고 온몸에 가득 차 넘치게 한다. 밤과 낮, 여섯 때[六時]로 항상 이 생각을 짓는다.
만약 정에서 나올 때 모든 보약(補藥)을 구하여 좋은 음식을 먹으면 항상 앉는 것도 안온하여 쾌락함이 항상 배로 더한다. 이 보신(補身)을 닦아 세 달이 지나고 나서, 그런 뒤에 다시 그 나은 경계를 염하면 선정의 힘 때문에모든 하늘이 환희 한다.
그 때 석제환인은 매우 깊은 공(空)과 무아(無我)의 법을 설하고 행자(行者)를 찬탄하여 얼굴을 숙여 공경하고 절을 한다. 하늘 약을 먹은 까닭으로 정(定)에서 나올 때, 얼굴의 색이 고르고 빛나서 신체가 윤택함이 고유(膏油)를 바른 것과 같다."
이 일을 보면 열여섯 번째인 4대관(大觀)이 끝났다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생각을 이루기를 마치고 또 마땅히 다시 생각을 집중하여 뜻을 머물게 하여 밖의 색을 관하게 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일체의 색은 어느 곳으로부터 오는가 하는 이 관을 지을 때 밖의 5색(色)을 봄에, 5색의 빛[光]과 같이 자기의 몸을 둘러싼다.
이 생각이 나타날 때, 스스로 몸의 가슴을 관한다. 가슴의 뼈가 점점 밝고 깨끗해져서 파리경(頗梨鏡)과 같아 밝게 나타나서 사랑하게 된다. 또 밖의 색을 봄에 하나하나의 뭇 색의 밝기가 햇빛[日光]과 같다.
이 관을 얻을 때, 사방에 자연히 네 마리 검은 코끼리가 나온다. 검은 코끼리가 크게 울부짖고 뭇 색을 짓밟아 없앤다. 이와 같이 뭇 색이 땅에 있는 것은 없어지고, 허공 중에서는 검고 누렇게 되어 사랑할 만하고 배로 더하여 또 항상 뛰어나다. 이 때 큰 코끼리는 코로 나무를 감고, 네 마리 코끼리가 네 방면으로부터 이 나무를 뽑고자 하지만 움직여 넘어뜨리지 못한다. 또 네 마리의 코끼리가 있는데 코로 나무를 감지만 역시 움직이지를 못한다.
이 때 행자는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정에서 나올 때, 마땅히 조용한 곳에서, 혹은 무덤 사이에 있고, 혹은 나무 밑에 있고, 혹은 아란야(阿蘭若)1)의 곳에서 몸을 덮고 감추어서 마땅히 정적(靜寂)하게 하고, 다시 좋은 약을 구하여 내 몸을 보(補)해야 한다. 위와 같이 몸을 보하는 약의 법을 닦고 익혀 또 세 달을 지내고, 일심으로 정진하여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마음이 방일하지 않고, 받은 계를 범하겠다는 마음[犯心]을 일으키지 않고, 낮과 밤의 여섯 때에 모든 죄를 참회하라. 또 다시 몸이 무아(無我)이고 공(空)임을 사유함이 앞의 경계와 같고, 하나하나를 분명하게 관하여 지극히 명료하게 하라.

 

№ -2


이 생각을 이룰 때, 가슴의 뼈가 점차로 밝아짐이 마치 신구(神球)와 같아, 안과 밖이 비쳐 보인다. 마음 속의 독사는 또 다시 몸을 날려 공중에 올라 머물러 있고, 입 속에 불이 있고, 마니주(摩尼珠)를 삼키려 하지만 끝내 얻지를 못한다. 앞에서와 같이 잃어버려서 스스로 땅에 던지고, 몸과 마음이 미혹하고 번민한다. 사방을 바라봄에, 이 때 모든 코끼리는 또 다시 분주히 다투어와서 나무 있는 곳에 이른다.
그 때 여러 야차와 나찰과 악한 짐승과 모든 용과 뱀들이 일시에 독을 내뿜어 검은 코끼리와 싸운다. 이 때 검은 코끼리는 코로 나무를 휘감고 소리를 지르며 당긴다. 코끼리가 나무를 당길 때, 모든 용과 야차는 독을 내뿜으며 앞으로 나아와 싸우며 아예 쉬지를 않는다.
이 때 지하(地下)에 한 마리 사자가 있는데 두 눈은 밝고 빛나서 마치 금강(金剛)과 같다. 홀연히 뛰어나와 모든 용과 싸운다. 이 때 모든 용은 공중으로 뛰어올라 머문다. 코끼리가 나무를 당기고 끝내 쉬지 않기 때문에 땅이 점점 움직인다.
이 때 행자는 땅이 움직일 때, 마땅히 이 땅을 관하여야 한다.
'공(空)을 쫓아 있을 뿐 견실(堅實)한 법이 아니다. 이와 같이 땅은 건달바(乾達婆 : 신기루)의 성과 같고 야마(野馬)가 뛰어감과 같다. 허망으로부터 나온다. 무슨 인연으로 움직이는가.'
이 사유를 할 때, 스스로 자기의 몸을 봄에, 가슴의 뼈와 내지 얼굴의 뼈가 점점 밝고 깨끗해져서 모든 세간의 일체의 존재가 남김없이 모두 명료하게 보인다. 이 관을 얻을 때는 밝은 거울을 잡고 스스로의 얼굴을 보는 것 같다.
행자는 이 때 몸밖의 일체의 온갖 색(色)과 모든 부정(不淨)을 본다. 또 몸 안의 일체의 부정을 본다. 이 생각을 이룰 때를 열일곱 번째인 신념처관(身念處觀)이라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신념처(身念處)와 관정(灌頂)의 장구(章句)를 잘 받아 지니어삼가 잃어버리는 일이 없게 하고, 감로(甘露)의 법문(法門)을 열어 미래세의 일체 중생을 위하여 마땅히 널리 연설하여야 한다."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서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생각을 이루고 나서, 또 마땅히 생각을 집중하고 사유하여 얼굴의 뼈를 분명히 관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스스로 얼굴의 뼈를 봄에, 백옥(白玉)의 거울과 같다. 안과 밖이 모두 깨끗하고, 깨끗하기가 밝은 거울[明鏡]과 같다. 점점 넓고 커져서 온몸의 뼈를 봄에 희기가 파리경(頗梨鏡)2)과 같아 안팎이 모두 맑고, 일체의 온갖 색이 모두 그 안에 나타난다. 잠깐 동안 몸을 보아도 백옥(白玉)의 사람과 같다. 또 맑고 깨끗하기가 비유리(毘琉瑠)3)와 같아 겉과 안이 모두 비었다[空]. 일체의 온갖 색이 다 그 안에 나타난다.
또 자기의 몸이 백은(白銀)의 사람과 같다고 본다. 다만 얇은 가죽이 있는데, 그 가죽은 매우 가늘고 얇아서 천겁패(天劫貝)보다도 얇아 안팎이 서로 비쳐 보인다. 또 자기의 몸이 염부단금(閻浮檀金)4)의 사람과 같아 안과 밖이 모두 공함을 본다. 또 자기의 몸이 금강(金剛)의 사람과 같음을 본다.
이 땅을 볼 때, 검은 코끼리는 배(倍)로 많아지는데, 코로 나무를 휘감아 제 몸의 힘을 다하나 움직이게 하지 못한다. 이 때 모든 코끼리가 울부짖는 소리에 진동하며 대지(大地)가 몹시 놀라 움직인다. 대지가 움직일 때, 금강산(金剛山)이 아래쪽[下方] 땅으로부터 나와 행자의 앞에 머문다.
이 때 행자는 이미 사방에 금강산이 있음을 본다. 또 눈앞의 땅이 마치 금강(金剛)과 같음을 본다. 또 모든 용이 나무를 찾아 오르내리며 금강주(金剛珠)를 토함을 본다. 나무는 이윽고 견고해져서 코끼리가 움직이게 할 수 없다. 오직 5색의 물이 나무 위로부터 나와서 나뭇가지 위쪽으로 흐르고, 나무 끝으로부터 나뭇잎 사이 아래로 흐르고, 나아가 나무 줄기에도 역시 흘러 금강산 사이에 퍼지고 흩어져 가득 고여 대지에 가득 찬다. 금강지(金剛地)아래와 나아가 금강산(金剛山)에 이 5색의 물은 5색의 빛을 나투고, 혹은 위로부터, 혹은 아래로 유행(遊行)하여 항상함이 없다.

 

№ -3


이 때 검은 코끼리가 금강산으로부터 나와서 이 물을 마시고자 한다. 모든 용은 독을 내뿜어 큰 코끼리와 싸운다. 이 때 모든 뱀은 용의 귓속으로 들어가 힘을 합하여 기세를 돋우어 함께 검은 코끼리와 싸운다. 이 때 검은 코끼리는 힘을 다하며 짓밟으나 역시 어찌하지 못한다.
이 일을 볼 때, 모든 물의 광명은 다 기악(伎樂 : 音樂)을 울린다. 혹은 변화함이 있어 모양이 천녀(天女)와 같고 노래를 부르고 기예(伎藝)를 지으니 매우 사랑할[愛樂] 만하다. 이 여자는 단정하여 천상(天上)·인간과 비할 바 없고, 그 지어내는 즐겁고 묘한 음성은 도리천(忉利天) 위에서도 역시 이에 비할 바가 없다. 이와 같이 화녀(化女)가 여러 가지 기술을 짓는데 그 수가 억천만(億千萬)으로 모두 말할 수는 없다.
이 일을 볼 때, 삼가 따라 집착하지 말아라. 마땅히 마음을 집중하여 앞의 부정(不淨)을 염(念)해야 하다. 정에서 나올 때, 마땅히 지혜로운 이를 찾아서 매우 깊은 공(空)의 뜻을 물어야 한다. 이 때 지혜로운 자는 마땅히 행자를 위하여 무아(無我)와 공을 설해야 한다.
이 때 행자는 또 마땅히 생각을 집중하기를 앞에서와 같이 하고, 스스로 몸의 뼈를 관하여야 한다. 스스로 가슴의 뼈가 밝고 깨끗하며 사랑할 만함을 보아도 일체의 부정(不淨)이 모두가 그 안에 나타난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마땅히 스스로 사유하여야 한다.
'나의 지금과 같음은, 머리털은 곧 나인가, 뼈는 곧 나인가, 손톱은 곧 나인가, 이는 곧 나인가, 색(色)은 곧 나인가, 느낌[受]은 곧 나인가, 생각[想]은 곧 나인가, 의식[識]은 곧 나인가? 하나하나를 분명하게 관함에, 무명(無明)은 곧 나인가, 지어감[行]은 곧 나인가, 의식[識]는 곧 나인가, 이름과 물질[名色]은 곧 나인가, 6입(入)은 곧 나인가, 접촉[觸]은 곧 나인가, 느낌[受]은 곧 나인가, 애욕[愛]은 곧 나인가, 취함[取]은 곧 나인가, 존재[有]는 곧 나인가, 태어남[生]은 곧 나인가, 늙음과 죽음[老死]은 곧 나인가?
만약 죽음이 곧 나라고 한다면 모든 벌레가 쪼아먹어 흩어져 없어지고 무 너질 때, 나는 곧 어느 곳에 있는가. 만약 태어남[生]이 곧 나라면 생각마다 머물지 아니하고, 이 태어남 가운데에 항상 머무른다는 생각이 없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태어남도 역시 나가 아니다. 만약 머리가 곧 나라면, 두골(頭骨)은 여덟 조각이니 그 흩어진 것마다 각각 다르다. 뇌(腦) 속에 벌레가 생기니, 이 머리 속을 관함에 실로 나는 없다.
만약 눈이 곧 나라면, 눈 속에 실제[實]가 없다. 땅과 물이 합하고, 불을 빌어서 밝음을 만들고 바람을 빌어서 움직이고 돈다. 흩어져 없어지고 무너질 때는 까마귀와 까치가 모두 와서 이를 먹고, 곪은 곳의 구더기를 여러 벌레가 함께 쪼아먹는 다고, 이 눈을 분명히 관하여야 한다.
만약 마음이 곧 나라고 하면 바람의 힘에 굴려져[轉] 잠시도 정지해 있는 때가 없다. 또 여섯 용이 있는데 이 마음 속에 온통 무량한 독이 있어 마음을 근본이라고 한다. 이 여러 가지 독과 마음의 성품을 살핌에 모두가 공(空)을 쫓아 있고, 망상(妄想)으로 해서 나라고 이름한다.
이와 같이 모든 법, 지(地)·수(水)·화(火)·풍(風)·색(色)·향(香)·미(味)·촉(觸)과 12연(緣)을 하나하나 분명하게 살펴도 어느 곳에 내가 있는가. 몸을 관하여도 내가 없는데 어찌하여 나에게 속한 것이 있겠는가.
나에게 속한 것이라 함은, 청색(靑色)은 곧 나이며, 황색(黃色)은 곧 나이며, 적색(赤色)은 곧 나이며, 백색(白色)은 곧 나이며, 흑색(黑色)은 곧 나라고 하는 것이다. 이 5색은 사랑하는 것을 쫓아서 있고 묶이고 집착해서 그를 따라 생하고, 음욕(婬欲)에 물들어 늙음과 죽음의 강[河]에서 나고, 은애(恩愛)의 도둑을 쫓아 일어나 어리석은 미혹을 쫓아서 본다. 이와 같은 온갖 색(色)은 실로 내가 아니다. 미혹하여 집착한 중생은 제멋대로 나라고 말하고, 허망한 소견의 중생은 또 나에게 속한 것이라고 말한다. 일체는 허깨비[幻]와 같은데 어느 곳에 내가 있겠는가. 환법(幻法) 중에 어찌 나에게 속함이 있겠는가.'
이 사유를 지을 때, 스스로 몸의 뼈를 보면 밝고 깨끗하며 사랑할 만하다. 일체 세간에서 희유하게 보는 이 일이 모두가 그 안에 나타난다. 또 자기의 몸이 비유리(毘琉璃)의 사람과 같아 안과 밖이 모두 비었음을 본다. 사람이 유리당(琉璃幢)을 이고서 우러러 공중을 보면 일체의 모두가 보이는 것과 같다.

 

 №-4

이 때 행자는 자신의 몸 안과 몸 밖에서 공(空)을 관하기 때문에 무아(無我)의 법을 배운다. 스스로 자기의 몸을 봄에, 두 다리는 유리의 통(筒)과 같다. 또 아래쪽으로 일체 세간의 희유하게 보는 일을 본다.
이 생각을 이룰 때, 행자의 앞의 땅은 밝고 깨끗하며 사랑할 만하고 비유리(毘琉璃)와 같이 끝까지 비쳐 보인다. 지계(持戒)를 갖춘 자는 땅의 맑고 깨끗함이 범왕(梵王)의 궁전과 같음을 본다. 위의를 갖추지 않고서 깨끗한 땅을 보아도 마치 수정(水精)과 같다.
이 생각을 이룰 때, 무량한 백천(百千)의 무수한 야차와 나찰이 있다. 모두가 땅에서 나와 손에 백양(白羊)의 뿔과 거북의 등과 흰 돌을 쥐고 금강산(金剛山)을 친다. 또 여러 귀신이 있는데 손에는 철퇴를 잡고서 금강산을 친다.
이 때 산 위에 다섯 귀신이 있다. 머리가 천 개이며 손이 천 개이며, 손에는 천 개의 칼을 쥐고 나찰과 싸운다. 독사와 독룡 모두 다 독을 토하면서 이 산을 둘러싼다.
또 여러 여자가 있는데 고운 노래를 부르고 여러 가지 변화를 지어서 이 산을 지키고 돕는다. 만약 이 일을 보면 마땅히 일심으로 관하여야 한다. 여러 여자가 나타날 때, 마땅히 이 여자를 관하기를, 마치 그림의 병 속에 더러운 냄새가 가득한 부정(不淨)한 그릇과 같이 보아야 한다. 허망으로부터 나와서 오는 인(因)도 없고 가는 곳도 없다. 이와 같은 모양은 곧 나의 숙세(宿世)의 악업과 죄의 인연 때문에 이 여자를 보는 것이다. 이 여자는 곧 나의 망상이다. 무수한 세상에서 탐애(貪愛)한 인연으로 해서 허망을 쫓아서 보는 것이다. 마땅히 지극한 마음으로 무아(無我)의 법을 관하여야 한다.
'나의 몸은 무아(無我)이다. 남의 몸도 역시 그러하다. 지금 이 보는 것은 여러 가지 인연에 속하고, 나는 원하지도 않고 구하지도 않는다. 내가 이 몸을 관함에 무상(無常)하고 썩고 무너져 역시 나에 속함도 없다. 어느 곳에 사람과 그리고 중생이 있겠는가.'
이 사유를 짓기를 마치고 일심으로 공(空)과 무아(無我)의 법을 분명히관하여야 한다. 무아를 관할 때, 위쪽의 유리(琉璃)의 땅 끝에 네 큰 귀신이 있는데 자연히 와서 이르러 금강산을 짊어진다. 그 때 모든 야차와 나찰은 또 이 귀신을 도와서 금강의 산을 깨트린다. 그 때 금강의 산은 점점 기울고 무너져서, 많은 때를 지나서는 물이 깊어져서 모두 다하면 오직 금강(金剛)의 땅만이 있다.
이 때 모든 코끼리와 모든 악귀(惡鬼)는 힘을 모아서 나무를 뽑고자 하나 굳건하여 움직이기 어렵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또 다시 환희하고, 모든 죄를 참회하라. 참회를 마치고서 앞에서와 같이 생각을 집중해서 유리의 사람을 관한다. 유리의 땅 위, 사방에 네 연꽃이 나온다. 그 꽃은 금색이며, 또 천 개의 잎이 있고 금강을 대(臺)로 하였다. 하나의 금상(金像)이 있는데 결가부좌하고 몸의 상(相)이 구족하여 광명이 모자람이 없고 동쪽에 있다. 남쪽과 서쪽과 북쪽도 또한 이와 같다.
또 스스로 유리의 몸을 봄에 점점 더 다시 밝고 깨끗하며 안과 밖이 환히 통하여 모든 장애가 없다. 몸의 안과 몸의 바깥 중에 화불(化佛)이 가득하다. 이 모든 화불은 각각 광명을 놓으니, 그 빛은 미묘하여 억천의 해와 같이 밝고 빛나고 단엄(端嚴)하며 모든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가득하다. 그 중에 화불이 가득하다. 하나하나의 화불은 32상(相)과 80종수형호(種隨形好)가 있다. 하나하나의 상호(相好)는 각각 천의 빛을 발하고, 그 광명은 치성하기가 백천(百千)의 해와 달을 합한 것과 같다. 하나하나의 빛 사이에는 무수한 불(佛)이 있고, 이와 같이 점점 다시 증가하니 그 수를 알 수 없다. 하나하나의 불꽃 사이에는 다시 무수한 화불(化佛)이 배로 있고, 이 모든 화불은 빙글빙글 돌고 서서히 굴러서 유리(琉璃)의 사람 몸 속으로 들어간다.
이 때 스스로 자기의 몸을 봄에, 7보(寶)의 산과 같이 높게 드러나 보인다. 또 다시 장엄하게 나타나서 여러 보배로 된 수미산(須彌山)과 같고, 산은 비치어 나타나서 금강의 땅 위에 있다. 그 때 금강의 땅은 또 다시 밝게 나타남이 염마천(焰摩天)의 자감마니주(紫紺摩尼珠)와 같다. 몸이 구르면[轉] 또 밝고 깨끗하여 무수한 모든 부처님의 광명과 같고, 화(化)하여 보배의 대(臺)가 되어 또 유리의 사람의 정수리로 들어간다.

 

№ -5


또 앞의 땅을 보면 철위산(鐵圍山)이 있는데 그 안에 가득 찬 모든 부처님은 결가부좌하고 연화대(蓮華臺)에 계시다. 땅과 허공의 중간에 모자람이 없이 하나하나의 화불(化佛)의 몸은 세계에 가득 찬다. 이 모든 화불은 서로 방해하지 않는다. 굳게 둘러싼 모든 산[鐵圍諸山]5)을 봄에 깨끗하기가 유리와 같아 장애 하는 생각이 없다. 염부제를 봄에 산과 강과 석벽(石壁)과 수목(樹木)과 가시덩굴 모두가 곧 여러 미묘한 모든 화불이다. 마음이 점점 넓고 커져서 삼천대천세계를 봄에 허공과 땅은 일체가 모두 곧 미묘한 불상(佛像)이다.
이 때 행자는 오직 무아(無我)를 관하고, 삼가 마음을 일으키어 불상을 쫓아 따르지 말아야 한다. 또 마땅히 사유해야 한다.
'내가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건대, 모든 부처님과 여래(如來)에게 두 가지 몸이 있다. 첫째는 생신(生身)6)이며, 둘째는 법신(法身)이다. 지금 내가 보는 것은 이미 법신이 아니며, 또 생신도 아니다. 이는 가상(仮想)의 견(見)으로서 허망으로부터 일어난다. 모든 부처는 오지 않고, 나도 또한 가지 않는다. 어찌 이 곳에 홀연히 불상이 나오겠는가.'
이 말을 할 때, 다만 마땅히 스스로 자기의 몸의 무아(無我)를 관하고 삼가 모든 화불의 상을 쫓아 따르는 일이 없어야 한다.
또 마땅히 분명하게 관하여야 한다.
'지금 나의 이 몸은 전에 부정(不淨)하여 아홉 개의 구멍으로 고름을 흘리고 근육이 얽혀 있고 피를 발랐으며, 생장(生藏)과 숙장(熱藏)과 대소변(大小便)과 8만 호(戶)의 벌레가 있다. 하나하나의 벌레는 또 80억의 작은 벌레로 권속을 삼는다. 이와 같은 몸에 마땅히 무슨 깨끗함이 있겠는가.'
이 사유를 지을 때, 스스로 자기의 몸을 마치 가죽 자루와 같이 본다. 정(定)에서 나와 또 몸 안을 봄에 뼈는 없고 몸의 가죽은 자루와 같다. 또 남의 몸을 관함에 마치 가죽 자루와 같다.
이 일을 볼 때, 마땅히 지혜로운 이를 찾아가 모든 괴로움의 법을 물어야 한다. 괴로움의 법을 듣기를 마치고 나서 이 몸은 모든 인연에 속하고, 마땅히 생(生)의 괴로움이 있음을 분명하게 관한다. 이미 생을 받고 나서 근심하고 슬퍼하고 고뇌(苦惱)하며, 은혜 입은 이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원수와 미워하는 이를 만나니, 이와 같은 여러 가지가 곧 세간(世間)의 괴로움의 법이다. 지금의 나의 이 몸은 오래지 않아서 썩고 무너지며, 괴로움의 그물 속에 있으면서 생(生)과 사(死)의 종자에 속한다. 나의 몸은 바람의 칼[風刀 : 風大]인 여러 도둑을 따르고 쫓으니, 아비지옥의 사나운 불길이 치성하여 마땅히 나를 태운다. 낙타와 나귀와 돼지와 개의 모든 축생과 그리고 여러 짐승의 모든 나쁜 모양을 나는 다 받아 경험하였으니, 이와 같은 모든 괴로움을 이름하여 '밖의 괴로움[外苦]'이라고 한다.
'지금 나의 몸 안에 4대(大)의 독룡(毒龍)과 무수한 독사(毒蛇)가 있다. 하나하나의 뱀은 아흔아홉 개의 머리가 있다. 나찰악귀(羅刹惡鬼)와 구반다(鳩槃茶)와 모든 악귀들이 나의 마음에 모여 머물러 있다. 이와 같은 몸과 마음은 극히 부정하다고 한다. 이는 폐악(弊惡)의 모임이며 삼계(三界)의 종자로서 싹이 끊이지 않는다. 어찌 지금 내가 부정함 중에서 깨끗한 생각을 내고, 허망한 것에서 금강의 생각을 짓고, 부처가 없는 곳에서 불상(佛像)의 생각을 짓지 아니하겠는가. 일체 세간의 모든 행(行)의 성상(性相)은 모두 다 무상(無常)하여 오래지 않아서 마멸(磨滅)한다. 나의 이 몸과 같은 것은 손가락을 튀기는 사이와 같아서 또 마땅히 썩고 무너진다. 이 허망한 상(想)으로 해서 부정(不淨) 중에서 거짓으로 깨끗함을 본다.'
이 사유(思惟)를 지을 때, 스스로 자기의 몸을 보면 깨끗하기가 유리와 같고 가죽 주머니의 모든 모양은 자연히 변하여 없어져서 몸과 나를 관하여도 끝내 얻지를 못한다.
다만 사방을 봄에, 여러 검은 코끼리가 있어 앞의 땅을 짓밟는다. 앞땅의 금강은 모두가 깨어지고 부서진다. 땅의 나무 뿌리를 봄에, 나아가 아래쪽 뿌리들이 매우 많아 수를 헤아릴 수가 없다.
이 때 검은 코끼리는 앞에서와 같이 코로 나무를 휘감는다. 한량없는 모든 용과 모든 야차는 또 검은 코끼리와 싸운다. 미친 코끼리는 모든 귀신을 차고 밟으니, 땅에서 절름거리고 너무 괴로워 기절한다. 허공 중에 여러 귀신이 있는데 그 수가 매우 많고 손에는 칼[刀輪]을 잡고 검은 코끼리를 도와서이 나무를 뽑고자 한다.

 

№ -6

이와 같이 하기를 많은 때를 지나 나무의 한 뿌리가 움직인다. 이 나무가 움직일 때, 행자가 스스로 승상(繩床)7) 아래의 땅을 보면 자연히 진동한다. 날마다 이와 같이 해서 90일을 채운다. 이와 같이 해서 마땅히 좋고 맛있는 음식과 온갖 보약을 빌어 이로써 신체를 보(補)하고, 안온하고 단정하게 앉아 또 앞의 법과 같이 해야 한다. 앞의 경계와 같이 첫 경계로부터 하나하나를 분명하게 관하여 왕복해서 반복하고, 열여섯 번의 반복을 거쳐서 매우 밝고 맑게 하라. 이미 밝고 맑게 하기를 마치고 나서, 또 다시 생각을 집중하여 몸의 고(苦)와 공(空)과 무상(無常)과 무아(無我)를 관하면 남김없이 모두가 공하다. 이 사유를 지을 때, 몸을 관하나 몸을 보지 아니하고, 나를 관하나 나를 보지 아니하고, 마음을 관하나 마음을 보지 아니한다.
이 때 홀연히 이 대지와 산하(山河)와 석벽(石壁)의 모두가 다 무(無)임을 본다. 정(定)에서 나올 때, 마치 어리석고 취한 사람과 같이 마땅히 지순한 마음으로 참회의 법을 닦고, 도지(塗地)에 예배하고, 이 관을 내버려야 한다. 예배할 때 아직 머리를 들지 않을 무렵, 자연히 여래의 참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여래는 손으로 머리를 만지며 법자(法子)에게 찬탄하여 말한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너는 지금 모든 부처의 공법(空法)을 잘 관하였다.'
부처의 모습을 봄으로써 마음은 크게 환희하고 다시 깨어남을 얻는다.
이 때 존자 마하빈두로(摩訶賓頭盧)8)는 5백의 아라한과 함께 날아와 그 앞에 이르러 널리 위하여 매우 깊은 공법(空法)을 설한다. 5백의 성문비구(聲聞比丘)를 본 까닭에 마음이 크게 환희하여, 머리를 조아려 참회한다. 또 존자 사리불과 마하 목건련과 라야나(羅夜那)와, 그리고 1,250의 성문의 모습을 본다.
이 때에 또 석가모니 부처님의 모습을 본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모습을 보고 나서, 다시 과거의 여섯 부처님의 모습을 본다. 이 때 모든 부처님의 모습은 파리경(頗梨鏡)과 같이 밝게 보인다. 각각 오른손을 뻗어 행자의 정수리를 만지며 모든 부처님·여래는 스스로 이름[名字]을 설하신다.
첫째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곧 비바시(毘婆尸)이다' 하고, 둘째 부처님께서는 '나는 곧 시기(尸棄)이다'라고 말씀하시고, 셋째 부처님께서는 '나는 곧 비사(毘舍)이다'라고 말씀하시고, 넷째 부처님께서는 '나는 곧 구루손(拘樓孫)이다'라고 말씀하시고, 다섯째 부처님께서는 '나는 곧 가나함모니(迦那含牟尼)이다'라고 말씀하시고, 여섯째 부처님께서는 '나는 곧 가섭비(迦葉毘)이다'라고 말씀하신다. 일곱째 부처님께서는 '나는 곧 석가모니 부처이며, 곧 너의 화상(和上 : 스승)이다. 너는 공법(空法)을 관하라. 나는 와서 너를 위하여 증명(證明)이 된다. 여섯의 불세존이 눈앞에 나타나 지견(知見)을 증명한다'라고 말씀하신다.
부처님께서 이 말을 설하실 때, 부처님의 색신(色身)을 보면 밝고 분명하다. 또 여섯 부처님을 보아도 밝고 분명하다. 이 때 일곱 부처님께서는 각각 미간(眉間)의 백호(白豪)에서 대인의 상[大人相]의 빛을 발하고, 광명은 크게 커져서 사바세계와 유리(瑠璃)의 몸을 비추어 모두가 밝게 나타나게 한다.
이 때 모든 부처님께서는 이 상(相)이 나타날 때, 몸의 모든 털구멍으로부터 대광명(大光明)을 놓으신다. 화불(化佛)이 무수하게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가득 찬다. 땅과 허공은 순전한 황금색이다. 이 여러 세존(世尊) 가운데 날아다니시는 분이 계시고, 그 중에는 열여덟 가지 변화[十八變]9)를 짓는 분이 계시고, 그 중에는 경행(徑行)하는 분이 계시고, 그 중에는 깊은 선정(禪定)에 든 분이 계시고, 그 중에는 묵연(默然)하게 안주(安住)하는 분이 계시고, 그 중에는 대광명을 놓는 분이 계시다. 오직 대화상(大和尙)인 석가모니 부처만이 행자를 위하여 네 가지 진리를 설하시고, 고(苦)·공(空)·무상(無常)·무아(無我)와 모든 법공(法空)의 뜻을 분별하신다.
과거의 여섯 부처님께서도 또 다시 12인연(因緣)을 분별하고, 혹은 또 37도품(道品)10)을 연설하여 거룩한 행(行)을 찬탄하신다.


№ -7

이 때 행자는 부처님을 보고 법을 듣고 마음에 환희가 생겨서 때를 맞추어 스스로 사유한다.
'모든 불세존께서는 두 가지 몸이 있다. 지금 내가 보는 것은 부처님의 색신(色身)을 보는 것이다. 여래의 해탈지견(解脫知見)11)의 오분법신(五分法身)12)을 보는 것은 아니다.'
이 사유를 지을 때, 또 다시 겸손하고 정중하게 참회하기를 게으르지 않고, 밤과 낮, 여섯 때에 항상 삼매를 닦고, 마땅히 이 생각을 해야 한다.
'이 색신은 허깨비[幻]와 같고 꿈과 같고 불꽃과 같으며 불이 돌면서 이루어지는 불바퀴와 같고, 건달바(乾闥婆)의 성(城)과 같고 부르는 소리의 메아리와 같다. 이 까닭에 부처님께서는 일체의 유위법(有爲法)13)을 꿈과 허깨비과 물거품과 그림자와 같고 이슬과 같고, 또 번개와 같다고 설하셨다. 이와 같은 모든 법 등을 나는 지금 하나하나 분명히 관하여 지극히 명료하게 해야 한다.'
이 생각을 할 때, 화불(化佛)은 나타나지 않는다. 만약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또 다시 공(空)을 관하라. 공을 관함으로 해서 화불은 곧 사라진다. 오직 일곱 부처님만이 있다. 이 때 일곱 부처님께서는 모든 성문(聲聞)과 권속(眷屬)과 대중과, 행자를 위하여 널리 37조도법(助道法)을 설하신다. 이 법을 듣기를 마치면 몸과 마음이 환희 한다.
또 다시 고(苦)와 공(空)과 무상(無常)과 무아(無我) 등의 법을 분명히 관하여라. 이 관을 지을 때, 미친 코끼리는 크게 울부짖으며 나무를 당겨서 움직이게 한다.
나무가 처음으로 움직일 때, 한 택지(宅地)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는 것을 본다. 또 야차가 있는데 검은 코끼리를 찔러 죽인다. 수많은 검은 코끼리가 죽어서 땅에 쓰러져 있고, 오래지 않아서 썩어 문드러진다. 흰 고름과 검은 고름과 푸른 고름과 누런 고름과 녹색 고름과 자색 고름과 붉은 고름과 붉은 피가 흘러서 땅을 더럽힌다. 또 말똥을 굴리는 많은 벌레가 있는데 그 위에 모여서 논다. 또 여러 벌레가 눈에서 불을 내어 말똥을 굴리는 벌레를 태워 죽인다.
이 때 아래쪽의 금강의 땅에 다섯 개의 금강륜(金剛輪)이 있고, 다섯 금강의 사람이 있는데, 그 바퀴 사이에 있다. 오른손에는 금강검(金剛劍)을 쥐고 왼손에는 금강저(金剛杵)를 쥐었으며, 금강저로는 땅을 치고 금강검으로는 나무를 짜른다.
이 일을 볼 때, 대지는 잠시 움직이고, 성(城) 안의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는 것을 본다. 하나의 성을 보고 나서 또 두 개의 성을 본다. 점점 확대해서 1유자나(踰闍那 : 1由旬)를 본다. 1유자나를 보고 나서 또 다시 확대하여 널리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땅이 움직이는 것을 본다. 움직일 때, 동쪽이 솟아오르면 서쪽이 내려앉고, 서쪽이 솟아오르면 동쪽이 내려앉으며, 남쪽이 솟아오르면 북쪽이 내려앉고, 북쪽이 솟아오르면 남쪽이 내려앉으며, 중앙이 솟아오르면 가장자리가 내려앉고, 가장자리가 솟아오르면 중앙이 내려앉는다. 이 땅이 움직일 때, 큰 나무의 뿌리와 나아가 금강의 세계[金剛際]를 본다.
그 때 금강인(金剛人)이 칼로 이를 쳐서 나무의 뿌리를 끓는다. 나무의 뿌리가 끓길 때, 모든 용과 모든 뱀은 모두가 다 불꽃을 토하며 나무를 찾아 올라간다. 이 때 또 수많은 나찰(羅刹)이 있는데 장작을 나무 위에 쌓는다. 그 때 금강인이 금강저로 나뭇가지를 쳐서 꺾는다. 이 나무를 칠 때, 하나의 금강저 나아가 팔만 사천의 금강저가 나뭇가지를 사방에서 꺾는다. 이 때 금강저의 끝에서 자연히 불이 나와 이 나무를 다 태운다. 오직 수심(樹心)만이 마치 금강추(金剛錐)와 같아 삼계(三界)의 꼭대기로부터 아래로는 금강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기울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이 때 행자가 이 관(觀)을 얻을 때, 정(定)에서 나와 편안하고 즐겁다. 정에서 나오고 정에 들 때, 마음은 항상 고요하여 근심과 기쁜 생각이 없다. 또 부지런히 정진하여 낮과 밤으로 쉬지 아니하고 정진한 까닭에 세존 석가모니께서 과거 여섯 부처님과 함께 마땅히 그 앞에 나타나 그를 위하여 매우 깊은 공삼매(空三昧)14)와 무원삼매(無願三昧)15)와 무작삼매(無作三昧)16)를 설하신다. 듣고 나서는 환희하고 부처의 가르침에 수순하여 공법(空法)을 분명하게 관함이 마치 큰물이 흐르는 것과 같고, 오래지 않아서 마땅히 아라한(阿羅漢)의 도를 얻는다."

 

№ -8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부정(不淨)한 생각을 관하는 것은 곧 큰 감로(甘露)로서 음욕(婬欲)을 탐하는 것을 없애고 능히 중생의 번뇌의 마음 병을 없앤다. 너는 잘 받아 지니어 삼가 잃어버리지 말아라. 만약 부처가 멸도(滅度)한 뒤에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가 이 감로관정성법(甘露灌頂聖法)을 듣고, 능히 모든 뿌리[根 : 五管]를 거두어 지극한 마음으로 생각을 집중하여 몸은 나누어지나 마음은 흩어지지 아니함을 분명하게 관하며, 마음을 머물게 하기를 잠깐 사이[須臾間]만 지나게 해도, 이 사람은 목숨을 마치고 나서 하늘 위에 태어남을 얻는다.
만약 또 어떤 사람이 부처의 가르침에 수순하여 하나의 손톱이나 하나의 손가락에 생각을 집중해 분명히 관하여 마음을 안주(安住)하게 하면, 마땅히 알아라. 이 사람은 끝내 3악도(惡道) 가운데 떨어지지 않는다.
만약 또 어떤 사람이 생각을 집중해 분명하게 관하여 온몸이 백골(白骨)임을 보면 이 사람은 목숨이 다하여 도솔타천(兜率陀天)에 태어나고, 미륵(彌勒)이라고 불리는 일생보처(一生補處)17) 보살을 만나게 된다. 저 하늘을 보기를 마치고 따라서 즐거움을 받고, 미륵이 부처를 이루면 맨 처음으로 법을 듣고서 아라한과(阿羅漢果)와 3명(明) 6통(通)18)을 얻고, 8해탈(解脫)19)을 갖춘다.
만약 또 어떤 사람이 이 부정(不淨)을 관하여 구족함을 얻으면 현재의 이 몸에서 부처님의 진영(眞影)을 보고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모든 괴로움을 다할 수 있게 된다."
이 때 아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단정히 하고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두 손을 맞잡고 길게 무릎을 꿇고[叉手長跪]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법요(法要)를 어떻게 받아 지니며 마땅히 이 법을 무엇이라고 이름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는 관신부정잡예상(觀身不淨雜穢想)이라고 이름한다. 또 파아법관무아공(破我法觀無我空)이라고도 이름한다. 너는 잘 받아 지니어 미래세(未來世)의 어리석고 괴로운 중생 중에 음욕을 탐하는 많은 자를 위하여 마땅히 널리 분별하여야 한다."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설하실 때, 제석천(帝釋天)과 범천(梵天)과 호세천(護世天)과 무수한 천자(天子)들이 하늘의 만다라(曼陀羅) 꽃과 큰 만다라 꽃과 만수사(萬殊沙) 꽃과 큰 만수사 꽃을 가지고 부처님 위와 모든 대중에게 흩뿌리고 부처님의 발에 정례(頂禮)하고 부처님을 찬탄하여 말하였다.
"여래께서 세상에 태어나심은 매우 희유합니다. 지금 능히 교만하고 사견(邪見)을 가진 가치라난타(迦絺羅難陀)를 항복하게 하시고, 또 미래의 음욕을 탐하는 중생을 위하여 감로의 약을 설하시고, 하늘의 종자를 증장(增長)시키어 삼보(三寶)를 끊이지 않게 하십니다. 세존이시여, 훌륭하십니다. 이 법을 기꺼이 설하셨습니다."
용과 귀신과 야차와 건달바 등도 또한 모든 하늘과 함께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존자 아난과 가치라난타와 천의 비구와 무량한 모든 하늘과 8부의 무리[八部衆]20)는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서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고,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 -9

이 관을 얻은 자를 십색부정(十色不淨)이라고 이름하며, 또 분별제충경계(分別諸蟲境界)라고 이름한다. 이는 최초의 부정문(不淨門)이다. 열여덟 가지 방편의 여러 경계의 성품이 있는데 다 말할 수는 없다. 삼매에 들 때, 자연히 얻는다. 이 열여덟 가지 일문(一門)의 관(觀)이 끝났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이 때 세존께서는 1,250인의 비구와 함께 계셨다. 이 때에 모임 가운데 선난제(禪難提)라는 한 비구가 있었다. 깊은 선정(禪定)에 든 지 오래여서 이미 통달하고 아라한을 이루었으며 3명 6통과 8해탈을 갖추었다.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단정하게 하고 손을 마주잡고 무릎을 길게 꿇고서[叉手長跪]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지금의 세간에 계시면서 일체를 이롭게 하고 평안하게 하십니다. 부처님께서 멸도(滅度)하신 뒤에는 부처님께서 계시지 않으므로, 모든 사부중(四部衆)과 업장(業障)이 있는 자가 만일 생각을 집중할 때 경계가 눈앞에 나타나지 아니하고, 이와 같은 번뇌와 일체의 죄와 돌길라(突吉羅)21)와 나아가 무거운 죄를 범하고서도 참회하고자 하지 않는 자는 마땅히 어떻게 이 여러 죄상(罪相)을 없앱니까? 만약 또 어떤 사람이 삿된 견해로 살생했으나 바른 생각을 닦고자 한다면 마땅히 어떻게 그 삿된 견해와 살생의 나쁜 번뇌장(煩惱障)을 없애겠습니까?"
이 말을 하고 나서 큰산이 무너지는 것과 같이 오체(五體)를 땅에 던지고서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직 원하오니 세존이시여, 저를 위하여 해설하시어 미래세의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항상 바른 생각을 얻게 하여 현인과 성인[賢聖]을 여의지 않게 해주십시오."
이 때 세존께서는 마치 인자한 아버지가 그 아들을 안위(安慰)함과 같이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야, 너의 자비를 행하는 마음은 자비와 함께 모두 생한다. 지금 대비(大悲)를 갖추면 무루의 근(根 : 五根)과 힘[力 : 五力]과 깨달음[覺 : 七覺支]과 도(道 : 八正道)를 성취한다. 너는 오늘 미래세의 모든 중생을 위하여 죄를 없애는 법을 물었다. 분명히 듣고 분명히 들어서 이를 잘 사념(思念)하여라."
이 때 세존께서는 곧 이마에서 빛을 놓으셨다. 이 빛은 금색으로서 5백의 화불(化佛)이 있고 부처님을 일곱 번 휘감았으며 기타림(祇陀林 : 祇樹給孤獨園)을 비추고 또 금색을 지었다. 이 모양을 나타내고서는 다시 부처님의 정수리[頂22)骨]로 들어갔다.
이 때 세존께서는 선난제(禪難提)에게 말씀하시고 아난에게 명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미래의 중생의 죄 많은 자들을 구해야 한다. 죄를 없애기 위한 까닭에 가르쳐서 염불(念佛)하게 하여라. 염불한 까닭에 모든 업장(業障)23)과 보장(報障)24)과 번뇌장(煩惱障)25)을 없앤다.
염불(念佛)이란, 마땅히 먼저 단정히 앉아서 두 손을 마주 잡고 눈을 감고 혀를 들어 잇몸을 향하게 하고, 일심으로 생각을 집중해서[繫念] 마음과 마음을 서로 기울여 흩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마음이 이미 안정된 다음에는 마땅히 먼저 상(像 : 佛像)을 관하여야 한다.
상을 관한다[觀像]는 것은 마땅히 상념(想念)을 일으켜 앞의 땅을 관하여 지극히 깨끗하게[白淨] 하는 것이다. 상(相)을 취함에는 장단(長短)이 있다. 사방으로 두 길[丈]을 펴서26) 더욱더 밝고 깨끗하게 하며, 마치 밝은 거울과 같이 하라. 앞의 땅을 보기를 마치고서 왼쪽의 땅을 보고 또 밝고 깨끗하게 하고, 오른쪽 땅을 보고 또 밝고 깨끗하게 하고, 그리고 뒤의 땅을보고서 밝고 깨끗하게 한다. 사방의 땅을 모두 평평하게 하기를 손바닥과 같이 하고, 그 하나하나의 방면으로 각각 두 길의 땅에 대한 생각을 하고 매우 밝고 깨끗하게 한다.

 

№ -10

이미 땅을 밝게 하기를 마치면, 또 마땅히 마음을 거두어 앞의 땅을 관하여야 한다. 연꽃을 생각한다. 그 꽃에는 잎이 천 개인데 7보로 장엄하였다. 또 마땅히 1길 6자의 금상(金像)을 생각하되, 이 금상은 결가부좌하여 연꽃 위에 앉아 있다.
이 상(像)을 보기를 마치면 마땅히 정수리 위의 육계(肉髻)를 분명히 관하여야 한다. 정수리 위의 육계를 봄에, 머리털은 감청색(紺靑色)으로 하나하나의 머리털을 펴면 길이가 1길 3척이나 된다. 또 놓을 때에는 오른쪽으로 돌아 감긴다. 유리(瑠璃)의 빛이 부처님의 정수리 위에 머문다. 이와 같이 하나하나의 구멍에는 하나의 털이 돌면서 나있고, 팔만 사천의 털구멍을 보되 모두가 명료하게 한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다음으로 상의 얼굴을 보면 상의 얼굴이 원만하기가 보름달과 같아 떨치는 빛이 더욱더 빛나서 분제(分齊)가 분명하다. 또 이마가 넓고 평평하고 단정한 미간(眉間)의 백호상(白毫相)을 봄에, 희기가 흰 눈[珂雪]과 같고, 파리주(頗梨珠)와 같으며, 오른쪽으로 돌아 있다[宛轉].
또 상(像)의 코를 봄에 쇠를 녹여서 틀에 부어 만든 살촉과 같고 독수리 왕의 부리와 같아 얼굴을 대표한다. 또 상의 입술을 봄에 빛깔이 붉고 좋아 마치 빈바라(頻婆羅)의 열매와 같다. 다음으로 상의 치아를 관함에 입에 마흔 개의 치아가 있는데 희고 가지런하고 고르다. 치아 위에는 인(印)이 있고 인 가운데에서 빛을 내니, 마치 진주(眞珠)와 같이 희다. 치아 사이의 붉은 색은 붉은 빛을 흘러낸다.
다음으로 상의 목을 관함에 유리의 통[瑠璃筒]과 같고 황금의 얼굴을 밝게 나타낸다. 다음으로 상의 가슴을 봄에 덕자(德字 : 卍字)와 만자(萬子 : 卍字)는 뭇 모양의 인[相印] 중에서 매우 분명하다. 인(印)마다 빛을 내는데 5색이 갖추어졌다.
다음으로 불상(佛像)의 팔을 봄에 코끼리 왕의 코와 같이 유연하여 좋아할 만하다. 다음으로 상의 손을 관함에 열 개의 손가락이 낮게 또는 높게 있어[參差] 그 자리[所]를 잃지 아니하고, 손은 쥐었다 폈다 한다. 손위에 털이 나 있는데 유리의 빛과 같고, 털은 모두 위로 뻗어 있다. 붉은 구리와 같은 손톱이 있고, 손톱 위는 금색이고 손톱 안은 붉은 색이다. 마치 붉은 구리의 산[赤銅山]과 자금(紫金)이 합한 것과 같다. 다음으로 합만(合曼)27)한 손바닥을 봄에 마치 거위의 왕과 같고, 펼 때는 곧 나타나는데 진주의 그물과 비슷하다. 손을 거두어 쥐면 보이지 않는다.
상의 손을 관하기를 마치고서, 다음으로 상의 몸을 관함에 방정(方正)하게 앉아서 안온하기가 진금(眞金)의 산과 같고, 나아가지 않고 물러서지 않으며 복판에 앉아 있다.
또 상의 정강이를 봄에 사슴왕의 장딴지와 같이 고르고 원만하다. 다음으로 발의 복사뼈를 봄에 고르게 차올라 안상(安祥)하고, 발 아래는 연꽃 천 폭(千幅)이 갖추어져 있고, 발 위로는 털이 나서 감색(紺色) 유리와 같다. 털은 모두가 위로 뻗어 올라 있다. 발가락은 단정하고 가지런하나 고르지 아니한 중간을 얻었다. 발톱은 붉은 구릿빛이며, 발가락 끝에는 또 천 폭의 바퀴 모양이 있다. 발가락의 그물 사이는 마치 비단 무늬와 같아, 기러기 왕의 다리와 비슷하다.
이와 같은 모든 것과, 그리고 신광(身光)과 원광(圓光)과 정광(頂光)이 있다. 빛에는 화불(化佛)과 모든 큰 비구의 무리와 화보살(化菩薩)이 있다. 이와 같은 화인(化人)은 화륜(火輪)이 도는 것과 같이 빛을 돌리면서 달린다. 이와 같이 하여 역관(逆觀)은 발로부터 거꾸로 관하여 나아가 정수리의 육계에 이르고, 순관(順觀)은 정수리로부터 발에 이른다.
이와 같이 상을 관하여 마음으로 하여금 분명하게 하여 오로지 하나의 불상만을 본다. 하나의 불상을 보기를 마치고는 또 다시 마땅히 관하여 둘의 불상을 보도록 한다. 둘의 불상을 볼 때, 불상의 몸으로 하여금 유리(瑠璃)가 되게 한다. 여러 색의 빛을 내어 불꽃과 불꽃이 서로 이어 금산(金山)을 태우는 것과 같이 화상(化像)이 무수하다. 둘의 상을 보고 나서 또 셋의 상을 본다. 셋의 상을 보고 나서 또 넷의 상을 본다. 넷의 상을 보고 나서 또 다섯의 상을 본다. 다섯의 상을 보고 나서 나아가 열의 상을 본다.

 

№ -11

열의 상을 보기를 마치고서 마음을 굴려 밝고 날카롭게 하여 염부제를 보고 사해(四海) 안에 가지런하게 한다. 범부의 마음은 좁아서 광대하게 할 수 없다. 만일 광대한 자가 마음을 거두어들여 돌아가게 하여 사해 안에 가지런하게 하고 철위산으로써 경계를 삼은 이 바다 안을 보면, 그 안에 32상(相) 80수형호(隨形好)의 불상(佛像)이 가득하고 모두가 분명하다. 하나하나의 상호(相好)에는 무수한 광명이 있는데, 만약 여러 광명에서 하나하나의 경계가 잡되고 더럽고 깨끗하지 못함을 봄은 죄의 과보로 얻은 것이다.
또 다시 마땅히 일어나 도바(兜婆 : 塔)를 소제하고 땅을 칠하고 깨끗한 산대[籌]28)를 만들어 겸손하고 낮추어 여러 가지 참회를 닦아야 한다.
또 마땅히 마음을 안정하여 한 곳에 정념(正念)하고 앞에서와 같이 상(像)을 관하고, 다른 일을 반연하지 않으며, 상의 미간을 분명하게 관하여라. 상의 미간을 관하고 나서 차례로 그 나머지 모든 상(相)을 관하여 하나하나의 상호를 모두 분명하게 하여라.
만약 분명해지지 않으면 또다시 참회하고, 모든 고역(苦役)을 치르고 그렇게 한 뒤에 마음을 거두어들여서 앞에서와 같이 상을 관하여라. 모든 불상을 보면 신색(身色)이 단정하고, 32상을 모두 다 구족하고, 사해(四海) 안에 가득하여 모두가 꽃 위에 앉았다. 앉은 상을 보기를 마치고 또 다시 생각[念]하여라.
'세존께서 세상에 계시는 동안은 발우를 들고 석장을 지니고서 마을에 들어가 걸식을 하고, 곳곳마다 돌아다니며 교화하고 복으로써 중생을 제도하였다. 내가 오늘 다만 앉은 상[坐像]을 볼 뿐 걸어다니는 상[行像]을 보지 못함은 옛날 무슨 죄가 있었는가?'
이 생각을 하고 나서 또 다시 참회하라. 이미 참회하기를 마치고서 앞에서와 같이 마음을 거두어들여서 생각을 집중하여 상을 관하여라. 상을 관할 때, 여러 앉은 상을 보면 일체가 모두 일어나는데 큰 몸으로 1길 6척이다.
방정(方正)하여 기울지 않고 몸의 모양은 광명을 모두 다 구족하였다. 상이 서있는 것을 보고 나서 또 상이 가는 것을 본다. 발우를 들고 석장을 지녔으며 위의(威儀)는 교화의 집[庠序]29)이다. 모든 하늘과 사람의 무리가 또 모두 둘러싼다.
또 여러 상(像)이 허공에 날아오르고 금색의 광명을 놓고 허공에 가득하여 마치 금의 구름과 같으며, 또 금산(金山)과 비슷하여 상호가 비할 바 없다.
또 여러 상을 봄에 허공에서 열여덟 가지 변화를 짓고 몸 위로는 물을 내고 몸 아래로는 불을 낸다. 혹은 큰 몸을 나타내어 허공 중에 가득하게 크고, 혹은 작게 나타내기를 마치 개자(芥子)만큼 한다. 땅을 밟는 것이 물과 같고, 물을 밟음이 땅과 같고 허공 중에서 동쪽에 솟고 서쪽에 숨으며, 서쪽에 솟고 동쪽에 숨으며, 남쪽에 솟고 북쪽에 숨으며, 북쪽에 솟고 남쪽에 숨고, 복판에 솟고 가장자리에 숨고, 가장자리에 솟고, 복판에 숨으며, 위에 솟고 아래에 숨고, 아래에서 솟고 위에 숨으며, 가고 머물고 앉고 눕는 것이 마음대로 자재한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또 마땅히 생각하여야 한다.
'세존께서 세상에 계실 때는 모든 비구를 가르쳐 오른쪽 옆구리를 붙이고 눕게 하였다. 나는 지금 또 마땅히 모든 상이 눕는 것을 관하리라.'
그리하며 모든 상(像)을 생각하여 보되, 승가리(僧伽梨)를 접어서 오른쪽 팔꿈치를 베게하고 오른쪽 옆구리로 눕고, 옆구리 아래에 자연히 금색의 상(床)이 생기고, 금광전단(金光栴檀)과 여러 가지 색의 온갖 묘한 연꽃으로 자리를 삼고, 위에는 보배의 휘장이 있는데 여러 가지 영락(瓔珞)을 드리웠다.
부처님이 큰 광명을 놓으셔서 보배 휘장 안에 가득 차니, 마치 황금의 꽃[金華]과 같고, 또 별과 달과 같다. 무량한 보배의 광명은 마치 구름덩이와 같고 허공에서 밝게 빛난다. 그 안에 화불(化佛)이 있는데 허공에 가득 하다.

 

№ -12


누워 있는 상을 보기를 마치고서 또 마땅히 생각을 해야 한다.
'과거에 부처님이 계셨는데, 석가모니(釋迦牟尼)라고 이름하였다. 오직 홀로 중생을 교화하시고, 이 세상에 49년 머물러 계시다가 대열반(大涅槃)에 들어 반열반(般涅槃)하셨다. 마치 장작이 다하여 불이 없어짐과 같이 영원히 멸하여 남음이 없다.'
나는 지금 마음에 생각한다.
'생각하는 마음으로 인해 이 많은 상을 본다. 이 많은 상은 오지만 오는 곳도 없고 가지만 이르는 곳도 없다. 내 마음의 생각으로부터 망령되이 이것을 볼뿐이다.'
이 생각을 할 때, 점점 소멸하여 많은 상이 다 없어지고 오직 하나의 상만이 홀로 화대(華臺)에 앉아서 결가부좌하고 있는 것을 본다. 이 상을 분명히 관하여 32상과 80종호를 모두 명료하게 한다.
이 상을 보기를 마치는 것을 관상법(觀象法)이라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선난제(禪難提)에게 말씀하시고, 또 아난에게 명하셨다.
"부처가 멸도(滅度)한 뒤, 만약 비구와 비구니와 우바새와 우바이로서 참회하고자 하는 자와 죄를 없애고자 하는 자는 부처가 비록 있지 않아도 생각을 집중해서 형상을 분명히 관하면 모든 악의 죄업은 속히 청정해짐을 얻는다.
이 상(像)을 관하기를 마치고서 또 다시 마땅히 관하여야 한다. 상의 배꼽으로부터 곧 하나의 광명을 놓는다. 그 광명은 금색으로서 나뉘어서 다섯 갈래가 되니, 하나의 광명은 왼쪽을 비추고, 하나의 광명은 오른쪽을 비추고, 하나의 광명은 앞을 비추고, 하나의 광명은 뒤를 비추고, 하나의 광명은 위를 비춘다. 이와 같은 다섯 광명의 광명마다 그 위에 모두 화불이 있다. 부처의 모양은 차례로 허공 중에 가득 찬다. 이 상(相)을 볼 때, 매우 명료하게 하여라.
또 화불(化佛)이 위로는 범천(梵天)의 세계에 이르고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함을 본다. 삼천대천세계 중에서 금색의 광명은 자금산(紫金山)과 같고 안과 밖이 막힘이 없음을 본다. 이 일을 볼 때, 마음과 뜻이 상쾌하여[快然] 앞의 좌상(坐像)을 봄에 부처님의 진영(眞影)과 같다. 부처님의 모습 보기를 마치고서 또 마땅히 생각[念]을 지어야 한다.
'이는 곧 모습일 뿐이다. 세존의 위력과 지혜는 자재하여 지금 이 일을 지으신다. 나는 지금 마땅히 참 부처님을 분명히 관하여야 한다.'
이 때 이어서 부처님의 몸을 보면 미묘함이 맑은 유리와 같고, 안에 금강(金剛)이 있으며, 금강 안에 자금광(紫金光)이 있어 서로 빛을 발하여 온갖 좋은 모양을 이루고, 32상과 80종호가 마치 무늬[印文]와 같아 병연(炳然)30)하여 밝게 빛나니, 미묘함과 청정함을 모두 말할 수는 없다.
손에 조병(澡甁)31)을 들고 공중에 머물러 서 계신다. 병 안에 물을 채웠는데 감로(甘露)와 같다. 그 물은 5색으로서 다섯 가지의 광명이 청정하기가 마치 유리 구슬과 같아 유연하고 부드러우며 매끄럽다. 행자의 정수리에 부어 몸 안에 가득하다. 행자 스스로 몸 안을 봄에 물이 닿은 곳에 80호(戶)의 벌레는 점점 말라 떨어진다. 벌레가 말라 버리고 나면 신체가 유연(柔軟)하여 마음과 뜻이 쾌락하다.
마땅히 스스로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
'자비의 아버지이신 여래께서 맛이 훌륭한 감로(甘露)의 법수(法水)를 나의 정수리에 부어주신다. 이 관정법(灌頂法)은 반드시 정(定)하여 허(虛)하지가 않다.'
이 때 또 다시 마땅히 상념(想念)을 일으켜야 한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를 위하여 설법해 주십시오.'
죄업을 없애는 것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는 것이다. 부처님의 설법이란 4념처(念處)를 설하고, 4정근(正勤)을 설하며, 4여의족(如意足)32)을 설하고, 5근(根)과 5력(力)을 설하고, 7각지(覺支)를 설하고 8성도(聖道)를 설하는 것이다. 이 서른일곱 가지 법을 하나하나 분별하여 행자를 위하여 설한다. 이 법을 설하기를 마치고서 또 고(苦)·공(空)·무상(無常)·무아(無我)를 관하는 것을 가르친다. 이 법을 가르치기를 마치고서 부처님을 보는 까닭에 묘법(妙法)을 들을 수가 있게 되어 마음과 뜻이 열림이 마치 물의 흐름에 따르는 것과 같아 오래지 않아서 역시 아라한(阿羅漢)의 도를 이룬다.

 

№ -13


업장이 무거운 자는 부처님께서 입을 움직이시는 것을 보고서 설법을 듣지 않으니, 마치 귀머거리와 같아 듣고 아는 것이 없다. 이 때 마땅히 또 다시 참회하여야 한다. 이윽고 참회하기를 마치면 오체(五體)를 땅에 던져 부처님에 대하여 흐느껴 울고, 많은 시간을 지나면서 온갖 공덕을 닦고, 그러한 뒤에 부처님의 설법을 듣는다.
설법을 듣는다 하여도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또 세존께서 조병(澡甁)의 물을 행자의 정수리에 붓는다. 물의 색은 변하여 순수한 금강의 색이 되고, 정수리 위로부터 들어가 그 색은 청(靑)·황(黃)·적(赤)·백(白)으로 각각 달라진다. 온갖 더럽고 잡된 상(相)이 그 안에 나타난다. 물은 정수리 위로부터 들어가 곧 바로 몸 안을 내려가 발뒤꿈치로 나와서 땅 속으로 흘러든다. 그 때 그 땅은 곧 변하여 광명이 되고, 크기가 한 길 가량이며, 내려가서 땅 속에 든다.
이와 같이 점점 곧고 깊게 들어가 물의 세계에 이른다. 물의 세계에 이르고 나면 마땅히 또 뜻을 지어서 이 광명을 따라 떠나야 한다. 또 이 물을 관함에 물의 아래는 순수하게 비어 있다. 마땅히 또 다시 관하여야 한다. 그 비어 있는 아래에 감색(紺色) 유리의 땅이 있고, 유리의 땅 아래에 금색(金色)의 땅이 있고, 금색의 땅 아래에 금강(金剛)의 땅이 있고, 금강의 땅 아래에 또 허공이 보인다. 이 허공을 봄에 활연하여 큰 허공은 모두가 소유함이 없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또 다시 마음을 거두어들여 앞에서와 같이 하나의 불상을 관하여야 한다. 이 때 저 부처의 광명은 더욱더 빛나니, 모두 설할 수가 없다. 또 조병(澡甁)의 물을 들어 행자의 정수리에 붓는다. 물의 모양과 광명은 앞에서 설한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일곱 번을 한다."
부처님께서 선난제(禪難提)에게 말씀하셨다.
"이를 관상삼매(觀像三昧)라고 이름하고, 또 염불정(念佛定)이라고 이름하며, 또 제죄업(除罪業)이라고 이름한다. 이어서 구파계(救破戒)라고 이름하며, 금한 계율을 깨트린 자로 하여금 선정(禪定)을 잃지 않게 한다."
부처님께서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관불삼매(觀佛三昧)의 관정법(灌頂法)을 잘 받아 지니어 미래세의 일체 중생을 위하여 마땅히 널리 분별하여라."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설하실 때, 존자 선난제와 모든 하늘의 무리와 1,250의 비구는 모두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 세존께서는 오늘 모든 중생으로서 마음이 흩어진 많은 자를 위하여 죄를 없애는 법을 설하셨습니다. 오직 원하오니 세존이시여, 다시 감로(甘露)를 여시어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께서 멸하신 뒤에 열반의 길을 얻게 하여 주십시오."
선난제 비구는 부처님께서 이 관불삼매(觀佛三昧)를 설하시는 것을 듣고서 몸과 마음이 환희 하여 때에 응해서 곧 무량한 삼매의 문(門)을 얻고, 활연히 뜻을 이해하여 아라한을 이루었으며, 3명(明)과 6통(通)을 모두 남김없이 구족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생각을 이루는 것을 열아홉 번째 관불삼매(觀佛三昧)라고 이름하고, 또 관정법(灌頂法)이라고 이름한다. 너는 잘 받아 지니고 삼가 잃어버리지 말며, 미래세의 일체 중생을 위하여 분별하여 널리 설하라."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설하실 때, 모든 비구의 무리는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서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음욕(淫欲)을 탐함이 많은 자는 이와 같은 관불삼매를 얻는다 하여도 일에 있어서 이익이 없고 현성(賢聖)의 도과(道果)를 얻지 못한다. 마땅히 다시 스스로 자기의 몸을 관하게 하여야 한다.
앞의 법과 같이 다시 골인(骨人)을 짓게 하여 교연(皎然)하여 크게 희게 함이 마치 설산(雪山)과 같아야 한다. 또 마땅히 생각을 집중해서 뜻을 머물게 하여 배꼽 속에 있게 해야 한다. 혹은 허리 속에 두고, 숨이 들고나는 것을 따른다. 하나를 세고 둘을 따르며, 혹은 둘을 세고 셋을 따르며, 혹은 셋을 세고 넷을 따르며, 혹은 넷을 세고 다섯을 따르며, 혹은 다섯을 세고 여섯을 따르며, 혹은 여섯을 세고 일곱을 따르며, 혹은 일곱을 세고 여덟을 따르며, 혹은 여덟을 세고 아홉을 따르며, 혹은 아홉을 세고 열을 따른다. 끝나면 다시 시작한다. 숨을 따라서 반복하여 열에 이르고, 다시 세는 것을 버리고서 그친다. 이 때 마음과 뜻이 고요하고 무위(無爲)하여 스스로 몸의 가죽을 보면 마치 자루와 같다.

 

№ -14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몸의 뼈를 보지 못하고 마음의 곳[心處]을 보지 못하면, 이 때 다시 마땅히 생각을 일으키게 한다. 또 몸 안의 마음과 뜻과 신체의 지체와 마디를 백옥인(白玉人)과 같게 한다. 이윽고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또 마땅히 생각을 집중해서 허리 속과 등골뼈의 큰 마디 위에 두고 마음을 흩어지지 않게 하여야 한다.
이 때 또 자연히 몸의 위를 보아야 한다. 하나의 밝은 상(相)이 있는데 크기는 동전(銅錢)만 하다. 점점 확대하여 마가(摩伽 : 鯨)의 큰 고기와 같다. 두루 운집(雲集)하여 흰 구름과 비슷하다. 흰 구름 안에 흰 광명이 있는데 파리(頗梨)의 거울과 같다. 광명은 점점 커져서 온몸이 밝게 드러난다. 또 흰 광명이 있는데, 둥글고 정등(正等)하여 마치 수레바퀴와 같고, 안과 밖이 함께 밝아서 밝기가 해보다 뛰어나다.
이 일을 볼 때, 또 다시 앞에서와 같이 하나를 세고 둘을 따르며, 혹은 둘을 세고 셋을 따르며, 혹은 셋을 세고 넷을 따르며, 혹은 넷을 세고 다섯을 따르며, 혹은 다섯을 세고 여섯을 따르며, 혹은 여섯을 세고 일곱을 따르며, 혹은 일곱을 세고 여덟을 따르며, 혹은 여덟을 세고 아홉을 따르며, 혹은 아홉을 세고 열을 따른다. 혹은 단수(單數)로 하고, 혹은 복수(複數)로 하여 닦는데 길고 짧은 것은 뜻에 따른다.
이와 같이 생각을 집중해서 비밀한 곳에 있으면서 마음을 흩어지지 않게 한다. 또 마땅히 생각을 집중해서 앞에서와 같이 다시 허리 속의 큰 마디를 관하여야 한다. 큰 마디를 관할 때, 마음은 정(定)하여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또 스스로 몸을 보면, 다시 점점 더 밝고 성하여 앞에서보다 뛰어남이 몇 배이며, 큰 동전만 하다.
더욱더 정진하여 이윽고 다시 몸을 보면 밝기는 몇 배로 증장(增長)하고 물병으로 물을 붓는 것과 같고, 세간의 밝은 물건으로는 비유할 것이 없다.
이 밝음을 보기를 마치고서 더욱더 부지런히 정진하여 마음을 게으르게[懈怠] 하지 않는다.
또 이 밝음을 봄에, 가슴 앞에 있는 밝은 거울과 같다. 이 밝음을 볼 때,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여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해야 한다. 은근하고 부지런하여 멈추지 않으면 이윽고 이 밝음을 볼 것이며, 다시 더 더욱 늘어나고 치성하니, 모든 하늘의 보배 구슬을 가지고도 비유할 수가 없다.
그 밝음은 청정하여 온갖 티나 더러움이 없고 일곱 가지 빛깔이 있다. 광명마다 7보(寶)의 빛깔이 가슴에서 나와 밝음 속으로 들어간다. 이 모양이 나타날 때, 드디어 크게 환희하고 자연히 기쁘고 즐거워 마음은 지극히 안온하니, 사물(事物)에 비유할 바가 없다.
또 다시 정진하여 마음이 게으르지 아니하고 쉬지 않으면, 광명이 구름과 같아 몸을 일곱 겹으로 휘감고, 그 하나하나의 광명은 변화하여 광명의 바퀴를 이룸을 본다. 광명의 바퀴 중에서는 자연히 12인연(因緣)의 근본 모양을 본다. 만약 정진하지 않고 게으르며 나태하여 가벼운 계율과 나아가 돌길라죄(突吉羅罪)를 범하면 광명을 보아도 곧 검고, 마치 장벽과 같다. 혹은 이 광명이 마치 재와 숯과 같음을 본다. 또 이 광명이 썩고 낡은 옷과 같음을 본다. 뜻이 방종하여 작은 죄를 가볍게 여기는 까닭에 현성(賢聖)의 무루(無漏) 광명을 막는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부정관(不淨觀)의 관정법문(觀頂法門)은 모든 현성의 종자이다. 모든 비구와 비구니와 우바이와 우바새에게 말하여라. 만약 모든 현성의 법을 닦고자 하는 자가 있으면 모든 법의 고(苦)·공(空)·무상(無常)·무아(無我)·인연(因緣)을 분명히 관하고, 수식(數息)33)을 배움과 같이 마음을 산란하지 않게 하며, 마땅히 부지런히 계를 지니어 일심으로 거두어 지니어야 한다. 작은 죄 가운데도 마땅히 정중하고 부끄럽게 여기고 참회하여야 한다. 나아가 작은 죄도 삼가 감추지 말아야 한다. 만약 죄를 감추면 모든 광명을 봄이 썩은 나무와 같다. 이 일을 볼 때는 곧 계를 범함을 안다. 또 다시부끄럽게 여기고 참회하여 스스로 꾸짖어서 소도파(掃兜婆)를 땅에 바르고 모든 괴로운 일을 하고, 또 마땅히 스승과 어른과 부모를 공양하고 공경해야 한다. 스승과 부모를 부처님과 같이 생각하고 지극하게 공경하여라. 또 스승과 부모를 쫓아 널리 서원을 구하여 이렇게 말한다.

 

№ -15


'나는 지금 스승과 어른과 부모를 공양하오니 이 공덕으로 해서 원컨대 제가 세세(世世)에 항상 해탈을 얻도록 하여 지이다.'
이와 같이 참회하고 공덕을 닦기를 마치고서 앞에서와 같이 숨을 세고서 다시 이 광명을 보면 밝고 빛나 사랑할 만하니, 앞에서와 같아 다름이 없다.
또 다시 마땅히 생각을 집중해서 허리 속의 큰 마디를 분명히 관하여야 한다. 생각과 마음이 안정하여 나누어지고 흩어지는 뜻이 없다.
만약 산란한 마음이 있으면, 다시 마땅히 스스로 꾸짖어 부끄럽게 여기고 참회하여야 한다. 이미 참회하기를 마치고서 다시 배꼽의 광명을 보면 일곱 가지 빛깔을 구족하여 마치 일곱 가지 보배와 같다. 마땅히 이 광명을 합하여 하나의 광명이 되게 하니, 선명하고 희어서 사랑할 만하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 앞에서와 같이 다시 생각을 집중해서 사유(思惟)하게 한다. 백골(白骨)의 사람을 관함에 희기가 흰 눈[珂雪]과 같다. 이미 백골의 사람을 보기를 마치고서 또 마땅히 다시 가르쳐야 한다. 생각을 집중해서 뜻을 머물게 하여 골인(骨人)의 정수리에 두고, 골인의 정수리를 보면 자연히 광명을 발한다.
그 광명은 크게 치성하여 불의 빛깔과 같다. 길고 짧고 거칠고 가늘고 바르고 함께 찌르는 등, 그 정수리 위로부터 전도(顚倒)하여 아래로 드리워 정수리의 뼈 속으로 들어간다. 정수리의 뼈로부터 나와서 목의 뼈 속으로 들어간다. 목의 뼈로부터 나와서 가슴의 뼈 속으로 들어간다. 가슴의 뼈로부터 나와서 다시 배꼽 속으로 들어간다. 배꼽 속으로부터 나와서 곧 등골뼈의 큰 마디 속으로 들어간다. 큰 마디 속으로 들어가고 나서 광명은 곧 사라진다. 광명이 이미 사라지면, 때를 응하여 곧 자연히 하나의 큰 광명 구름이 있는데, 온갖 보배로 장엄하고 보배의 꽃은 청정하다.
빛깔 중에 가장 훌륭한 것 안에 부처님이 한 분 계시는데 석가모니(釋迦牟尼)라고 이름한다. 광명이 구족하여 32상(相)과 80종수형호(種隨形好)가 있다. 하나하나의 상호(相好)는 천의 광명을 놓는다. 이 광명은 크게 성하여 억천만(億千萬)의 해와 같이 밝게 빛나며 매우 뜨겁다. 그 부처님께서는 또 네 가지 진리의 법[四眞諦法]을 설하고, 광명의 모양은 병연(炳然)하며, 행자의 앞에 머물러 손으로 머리를 만진다.
화불(化佛)은 또 가르쳐 말한다.
'너는 예전의 몸일 때, 탐욕과 진에(瞋恚)와 어리석음의 인연으로 모든 악을 따라 쫓아다녔고 무명이 가리웠기 때문에 너로 하여금 세세에 태어나고 죽는 몸을 받게 하였다. 너는 지금 마땅히 네 몸 안의 모든 병들고 피폐한 일과 몸밖의 모든 불의 일체가 변하여 없어지는 것을 관하여야 한다.'
이 말을 마치고서 앞에서와 같이 다시 부정관법(不淨觀法)을 가르친다. 몸의 모든 벌레 모두가 말라 떨어짐을 본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또 마땅히 불을 일으켜 모든 벌레를 태워 죽여야 한다. 벌레가 이미 죽으면, 다시 스스로의 몸을 봄에 흰 파리(頗梨)와 같아 자연히 선명하고 희다.
흰 뼈를 보기를 마치고 머리로부터 광명을 낸다. 그 광명의 크고 작고 성기고 가는 것은 창[矟]과 같다. 길이가 한 길 다섯 자이다.
또 마땅히 생각을 지어서 머리를 거꾸로 향하게 해야 한다. 또 마땅히 뜻을 지어서 머리를 거꾸로 향하게 하고, 몸을 모두 거꾸로 하여 머리로 등골뼈를 버티고 배꼽의 큰 마디와 상대가 되게 한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 또 마땅히 분명하게 관하여 백골의 사람으로 하여금 광명과 같은 빛깔이 되게 해야 한다. 이미 같은 빛깔이 되게 하기를 마치고 그 광명의 끝을 보면 여러 가지 빛깔의 열매가 있다. 이 열매를 보기를 마치고 다시 뭇 광명이 열매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을 본다. 흰 빛깔의 광명이 있는데 그 광명은 크게 성하여 흰 보배의 구름과 같다.
이 모든 골인(骨人)은 그 빛깔이 선명하고 희어서 광명과 다름이 없다. 또 모든 뼈가 꺾이고 부러져서 떨어지는 것을 본다. 혹은 머리가 땅에 떨어지는 자가 있고, 혹은 뼈마디가 각각 나뉘어 흩어지는 것이 있고, 혹은 온몸의 흰 뼈가 마치 사나운 바람이 비와 눈을 불어제치는 것과 같다. 모이고 흩어짐이 정해지지 않으니, 비유하면 번개를 끌어당기는 것과 같아, 따라서 나타나고 따라서 없어진다.

 

№ -16


이 모든 골인은 땅에 떨어져서 무리를 이루어 마치 둔덕이 쌓인 것과 같고, 썩은 톱밥이 한 곳에 모여 쌓인 것과 같다. 행자가 스스로 둔덕 위를 관함에, 자연의 기운이 나와서 허공에 이르니, 마치 안개와 구름과 같다. 그 빛깔은 선명하고 희어서 허공에 가득 차고, 오른쪽으로 돌아 서서히 굴러서 또 다시 구름처럼 모여 한 곳에 함께 있다.
이 일을 볼 때, 또 마땅히 하나의 골인의 생각을 지어야 한다. 이 골인의 몸에 아홉 가지 빛깔이 있음을 본다. 아홉 개의 획(劃)34)이 분명하고 하나하나의 획 중에는 아홉 가지 빛깔의 골인이 있고, 그 빛깔은 선명해서 모두 다 말할 수가 없다. 하나하나의 골인은 또 마땅히 모두 신체를 구족하게 하여 앞의 골인 중에 나타나 방해하고 걸리지 않게 하여야 한다.
이 관을 짓기를 마치고 또 마땅히 스스로 관하여야 한다. 하나하나의 빛깔이 마치 유리와 같아 모든 장애와 가림이 없고, 그 빛깔 중에 아흔아홉 가지 빛깔이 있고 그 하나하나의 빛깔에는 또 아홉 가지 빛깔의 수많은 골인이 있다. 이 여러 골인에게 여러 가지 모양이 있다. 그 성품은 같지 않아서 서로 방해하거나 걸리지 않는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여 일체의 악을 없애야 한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면 앞에 모인 광명의 구름은 마치 흙으로 빚은 그릇과 같이 와서 그 몸에 들어간다. 배꼽으로부터 들어가고, 이미 배꼽에 들기를 마치면 등골뼈 속으로 들어간다. 등골뼈에 들어가기를 마치면 스스로 자기의 몸을 봄에, 본래와 다름이 없고 몸이 회복[平復]35)되어 예전과 같다. 정(定)에 나오거나 정에 들어갈 때에 수식(數息)을 하기 때문에 항상 위의 일을 본다.
이 일을 볼 때, 또 마땅히 다시 생각을 집중해서 뜻을 머물게 하여 본래의 배꼽의 광명 속에 두고 마음으로 하여금 흩어지지 않게 하여라. 이 때 마음과 뜻은 지극히 안온하다. 이미 안온하여지면, 또 마땅히 스스로 모든 성인의 해탈을 분명하게 살펴 분별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이 때 또 마땅히 과거의 일곱 부처님은 그를 위하여 설법하는 것을 본다.
설법이란 네 가지 진리[四眞諦]의 설함이며, 다섯 가지 느낌과 쌓임의 공(空)과 나의 것이 없음을 설하는 것이다.
이 때 모든 부처님은 모든 현성(賢聖)과 항상 행자(行者) 앞에 이르러 여러 가지 법을 가르치고, 또 공(空)·무아(無我)·무작(無作)·무원(無願) 삼매를 관하는 것을 가르치며 법자(法子)에게 말한다.
'너는 지금 마땅히 분명하게 관하여라. 색(色)·성(聲)·향(香)·미(味)·촉(觸) 모두 다 무상하여 오래도록 설 수가 없고, 황홀하여 번개와 같아 즉시 변하여 없어진다. 또한 허깨비[幻]와 같고, 아지랑이[野馬]와 같으며, 더운 때의 불꽃과 같고, 건달바성(乾闥婆城)과 같으며, 꿈에서 보는 것과 같아 깨달으면 있는 곳을 알 수 없고, 돌을 쳐서 빛을 보는 것과 같아 잠깐 사이에 변하여 없어지며, 새가 하늘을 나는 것과 같이 자취를 찾을 수가 없다. 부르는 소리의 메아리와 같아 응답하는 자가 없다. 너는 지금 마땅히 이와 같은 관을 지어야 한다.'
삼계(三界)는 허깨비와 같고 또 변화(變化)와 같다. 이로서 곧 일체의 몸 안과 몸밖을 봄에 공(空)하고 소유함이 없어 새가 허공을 날아 의지할 곳이 없음과 같고, 마음은 삼계를 뛰어 넘는다. 모든 세간을 관하면 수미산(須彌山)과 큰 바다도 모두가 오래도록 머무르지 못하고, 또한 환화(幻化)와 같다. 스스로 자기의 몸을 관함에 몸의 모양[身相]을 보지 않는다. 그리고 곧 이 생각을 한다.
'세계는 무상하여 삼계는 불안하다. 일체는 모두 공하니 어느 곳에 몸이 있겠는가.'
따라서 눈의 상대되는 경계인 이 모든 색욕(色欲)과 그리고 모든 여인(女人)은 전도로부터 일어나서 삿되게 사랑할 만한 것이라고 본다. 실로 이는 빠르게 썩고 무너지는 법이다. 무릇 여색(女色)은 마치 가쇄(枷鎖)36)와 같아 사람의 의식과 정신을 피로하게 한다. 어리석은 지아비는 사랑하고 집착하여 싫어하고 만족함을 모르며, 스스로 빠져나가지를 못한다. 수갑을 면하지 못하고 가쇄(枷鎖)를 끊지 못한다. 행자는 이미 법상(法相)을 알고 법의공적(空寂)함을 안다.

 

№ -17


'이 모든 색욕(色欲)은 마치 원수나 도둑과 같은데 어찌 연모하고 아쉬워하겠는가. 또 감옥과 같아 견고하고 밀폐되어 있어 버리기 어렵다. 나는 지금 공을 관하여 삼계를 싫어하여 멀리 떠난다. 세간을 관함에, 물 위의 물거품과 같고 이는 순간 없어진다. 마음에 여러 가지 생각이 없고 세간의 법은 무거운 병이 쌓인 것임을 안다. 범부는 미혹하여 죽음에 이르러도 깨닫지 못하고, 뭇 괴로움을 알지 못하며, 좋아하여 집착하는 것을 면하기 어려워 정(情)을 삿되게 행하여 미치고 혹란(惑亂)함이 이르지 않는 곳이 없다.
내가 지금 이 여색에 미치고 혹란함을 관함에, 부르는 소리의 메아리와 같고, 또 거울에 비친 모양과 같아 찾고 구하여도 얻을 수가 없다. 이 여색을 관함에 어느 곳에 있다 하겠는가. 망령된 견해의 쇠하게 함과 해침이 모든 범부를 속이고 해를 입힘이 더욱더 많다.
지금 이 색(色)을 관함에, 마치 미친 꽃이 바람을 따라 떨어짐[零落]과 같아 나오지만 좇아오는 곳이 없고 가나 또한 이르는 곳이 없다. 실(實)이 없음에도 현혹되어 어리석은 남자는 즐겨 집착한다.
지금 이 색을 관함에, 일체가 무상하다. 훌륭한 의사는 문둥병 환자를 치료하는 것과 같이, 지금 내가 고(苦)·공(空)·무상(無常)을 관하여 이 색상(色相)을 보니 모두가 견실(堅實)함이 없다. 모든 범부를 생각함에 매우 가엾고 가슴 아프다. 이 색에 애착하여 귀중하게 여겨 싫어함이 없고, 어리석어 미혹되어 집착하고 탐하여 달게 여겨 즐겨함이 끝이 없고, 모든 은혜와 사랑 때문에 종[奴僕]이 되고, 욕망의 창이 자기를 찔러 아픔은 마음 속까지를 뚫고, 은혜와 사랑의 가쇄(枷鎖)는 그 몸을 붙들어 묶는다.'
이와 같이 생각하기를 마치고, 다시 일체를 관하면 모두가 공적(空寂)하다. 이 모든 음욕(淫欲)과 모든 색정(色情)의 양태(樣態)는 모두가 5음(陰)과 4대(大)로부터 생겨난다. 5음은 주인이 없고 4대는 나[我]가 없고 성품과 모양은 함께 공한데 무엇을 연유해서 있겠는가.
이 관을 지을 때 지혜가 밝게 드러나고, 몸을 보면 크게 밝음이 마니주(摩尼珠)와 같고 장애됨이 없으며 금강정(金剛精)과 같다. 푸르고 희어 밝고 밝아서, 마치 사슴이 사냥꾼의 위험한 포위를 뚫고서 괴로움을 벗어남과 같다. 5음을 관함에, 성품과 모양이 모두 깨끗하다. 6대(大)를 관함에, 새가 높이 날아 몸을 의지할 곳이 없음과 같다. 색(色)으로 된 갈고리를 삼켰어도 우러러 제도함을 얻고, 모든 여색을 떠나 다시 정(情)을 일으키지 않고, 자연히 모든 음욕의 바다를 벗어난다. 일체의 번뇌[結使]는 마치 수많은 물고기가 다투어 쫓아가다가 어두운 구덩이에 떨어짐과 같고, 무명과 늙음과 죽음은 지혜의 불을 태우는 것이다. 색을 관함에, 잡되고 더럽고 추악하며 깨끗하지 못하다. 마치 환혹(幻惑)과 같아 잠시도 멈추는 일이 없다. 길이 색(色)에 물드는 것을 여의고, 색에 묶이지 말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로서 음욕을 탐함이 많은 자가 있으면 먼저 부처를 관하게 하여 모든 죄를 여의게 하고, 그런 뒤에 마땅히 다시 생각을 집중하여 마음을 흩어지지 않게 한다. 마음이 흩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른바 숨을 세는 것[數息]이다. 이 숨을 세는 법은 곧 음욕을 탐하는 데 대한 약으로서 위없는 법왕(法王)이 행하는 곳이다. 너는 잘 받아 지니어 삼가 잃어버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 생각을 이루는 것을 스무 번째 수식관(數息觀)이 끝났다고 이름한다."
이 때 존자 아난과 선난제, 그리고 모든 비구는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서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에 계시면서 여러 곳을 다니시며 교화하셨는데 다라(多羅) 마을에 이르셨다. 마을에 이르고 나서 1,250명의 비구와 함께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셨다. 걸식하고 돌아와서는 나무 밑에 머물러 발을 씻고 나서 의발(衣鉢)을 거두시고 니사단(尼師壇 : 坐具)을 펴고 결가부좌하셨다.
이 때 무리 가운데 한 비구가 있었는데 가전연(迦栴延)이라고 이름하였다. 그에게 반직가(槃直迦)라는 한 제자가 있었다. 그는 출가하여 8백 일의 많은 때 동안 하나의 게(偈)만을 독송하여 통달함[通利]이 없었다. 밤낮 여섯 때로 항상 이 말을 외우며, 악을 그치고 선을 행하여 수행에 게으르지 않았다. 그러나 다만 이 말만 외워 결국 깨달음을 얻지 못하였다.

 

№ -18


이 때 존자 가전연이 그의 도력(道力)을 다하여 제자에게 가르쳤으나 얻게 하지를 못하였다. 곧 부처님 계시는 곳에 이르러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시어 이익 됨이 많았습니다. 하늘과 사람을 이롭게 하시고 평안하게 하셨으며 널리 일체를 제도하셨습니다. 오직 저의 제자만이홀로 아직껏 은혜를 입지 못하였습니다. 오직 원하오니 천존(天尊 : 世尊)께서는 저를 위하여 깨달음을 열어주시어 해탈을 얻게 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가전연에게 말씀하셨다.
"분명하게 들어라. 분명하게 듣고 이를 잘 사념(思念)하여라. 여래는 지금 마땅히 너를 위하여 지난 옛날의 인연을 설하리라."
가전연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즐거이 듣기를 원하옵니다."
부처님께서 가전연에게 말씀하셨다.
"지난 과거 91겁(劫)에 불세존이 있었는데, 비바시(毘婆尸) 여래(如來)·응공(應供)·정변지(正遍知)·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이라고 이름하였다.
그 부처님은 세간에 나와 중생을 교화하고 사람을 제도함을 두루 마치고 반열반(般涅槃)에서 멸도(滅度)하셨다. 부처님 멸도 후에 한 비구가 있었는데, 총명하고 지혜가 많아 삼장(三藏)을 독송하면서 스스로 믿고 교만하여 산란하고 방일(放逸)하였다. 따라서 배우고자 하는 자가 있어도 허락하여 가르치지 않았다. 오로지 어리석음으로 해서 스스로 높이 받들고 정념(正念)을 닦지 않았다.
목숨이 다한 뒤에 흑암(黑闍)지옥에 떨어졌다. 91겁이 지나도록 항상 어두운 곳에 있으면서 어리석고 몽매하고 무지하였다. 그러나 전에 출가한 공덕의 힘 때문에 지옥에서 나와 천상(天上)에 태어남을 얻었다. 천상에 태어났다 하여도 천궁(天宮)의 광명과, 그리고 모든 공구(供具)까지도 모두가 검고 어두워 모든 하늘에게서 천대를 받았다. 하지만 삼장을 독송했던 까닭에 천상의 목숨이 끝나고 염부제(閻浮提)에 태어나서 부처님 세상을 만날수 있었으나, 전에 스스로를 높이 받들었기 때문에 부처님을 만났다 하여도 법상(法相)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나는 지금 마땅히 여러 가지 방편을 설하여 생각을 집중하는 법을 가르치리라."
이 때 가전연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오직 원하옵니다. 여래께서 이 어리석은 반직가 비구와 미래세(未來世)의 모든 어리석고 생각이 산란한 중생을 위하여 바른 관법(觀法)을 설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반직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오늘부터 항상 조용한 곳에 머물러 일심으로 단정히 앉아 차수(叉手)하고 눈을 감고 몸과 입과 뜻을 거두어들여 삼가 방일(放逸)하지 말아라. 너는 방일함으로 인하여 많은 겁(劫) 동안 오래도록 괴로움을 받았다. 너는 나의 말을 따라서 모든 법을 분명히 관하여라."
이 때 반직가는 부처님의 말씀을 따라 단정히 앉아서 마음을 집중하였다.
부처님께서 반직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마땅히 엄지발가락의 마디를 분명하게 관하여야 한다. 마음이 옮겨가지 않게 하고 발가락 마디 위에서 점차로 부르터 일어나게 하고, 또 종기[膖脹]가 나게 한다. 또 마땅히 뜻으로써 이 종기를 점차 크게 하여 콩알만하게 한다. 마땅히 뜻으로써 종기를 썩어 무너지게 하고, 가죽과 살을 헤쳐서 누런 고름이 흘러나오게 하고, 누런 고름 사이에서 피가 많이 흐르게[滂滂] 한다. 한 마디 위의 살갗이 썩어 다하고서 오른 발가락 마디의 희기가 흰 눈[珂雪]과 같음을 본다.
한 마디를 보기를 마치고서 오른 다리로부터 점차로 확대하여, 나아가 몸의 반이 종기가 나 썩어 무너지게 해서, 누런 피고름이 흘러 반신(半身)의 살과 가죽의 모두를 둘로 헤치니, 오직 반신의 뼈만이 빛나 매우 희다.
반신을 보기를 마치고서 또 온몸을 본다. 모두 종기가 나서 다 이미 썩어 무너져 피고름이니 싫어할 만하고, 모든 잡된 벌레가 그 속에 노는 것을 본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가 역시 앞에서와 같다.
하나를 보고 나서 다시 둘을 본다. 둘을 보고 나서 다시 셋을 본다. 셋을 보고 나서 다시 넷을 본다. 넷을 보고 나서 다시 다섯을 본다. 다섯을 보고나서, 나아가 열을 본다. 열을 보고 나서 마음을 점차 확대하여 하나의 방안을 본다. 하나의 방안을 보고 나서, 나아가 하나의 천하(天下)를 본다. 하나의 천하를 보고 나서, 만약 넓으면 다시 거두어들여 돌이켜서 앞에서의 관과 같이 한다.

 

№ -19

한 차례 관하기를 마치면 또 마땅히 생각[想]을 옮겨 생각[念]을 집중하고 코끝을 분명하게 관해야 한다. 코끝을 관하기를 마치고서 마음이 분산(分散)되지 않게 해야 한다. 만약 분산되지 않으면 앞에서 뼈를 관함과 같이, 다시 마땅히 스스로 몸의 살과 가죽을 생각해야 한다.
'모두가 부모(父母)가 화합해서 부정한 정기(精氣)가 함께 합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이와 같이 몸이란 종자(種子)이니, 부정(不淨)하다.'
다음으로 또 마땅히 생각을 집중하여 치아[齒]를 관하여야 한다.
'사람의 몸 가운데서 오직 이 이만이 희다. 나의 이 몸의 뼈도 치아와 같이 희다.'
마음과 생각이 날카롭기 때문에 치아가 길고 커져서 마치 신체와 같음을 본다.
이 때 또 마땅히 생각을 옮겨서 다시 이마 위를 관해야 한다. 이마 위의 흰 뼈를 흰 눈과 같이 희게 한다. 만약 희어지지 않으면 마땅히 다시 역관(易觀)으로써 아홉 가지 생각[九想]을 지어야 한다. 자세히 설하면 아홉 가지 생각의 관법(九想觀法)37)과 같다.
이 관을 지을 때, 만약 근성(根性)이 둔한 자는 한 달이 지나고 90일에 이르도록 이 일을 분명히 관하고, 그런 뒤에 그 쪽을 본다. 만약 근성이 날카로운 자는 한 생각[念]에 곧 본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또 다시 허리속의 큰 마디의 백골(白骨)을 관한다. 보기를 마치고서 곧 앞에서와 같이 마땅히 여러 가지 빛깔의 골인(骨人)을 관하여야 한다.
이 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마땅히 다시 자심관(慈心觀)38)을 가르쳐야 한다. 자심관이란, 자세히 설하면 자삼매(慈三昧)와 같다. 자심(慈心)을 가르치기를 마치고서 또 다시 백골을 관하게 한다. 만약 다른 일을 보아도 삼가 따라서 떨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다만 이 마음으로 하여금 분명하게 하여 백골인(白骨人)을 흰 눈의 산과 같이 보아라. 만약 다른 일을 보고서 마음을 일으키면 없애기 위해 마땅히 이 생각을 해야 한다.
'여래 세존께서는 나에게 뼈를 관하는 것을 가르쳐 주신다. 어찌하여 다른 생각의 경계(境界)가 있겠는가. 나는 지금 마땅히 일심으로 뼈를 관해야 한다.'
백골을 보기를 마치고서 마음을 맑고 고요하게 하여 모든 바깥 생각[外想]이 없으면 널리 삼천대천세계 안에 가득한 골인(骨人)을 본다. 이 골인을 보기를 마치고서 하나하나 모두 없애기를 앞에서 괴로움을 관함과 같이 한다."
이 때 반직가 비구는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설하시는 것을 듣고서 하나하나를 분명하게 관하여 마음을 흩어지지 않게 하고 분명하게 하여, 때를 응하여 곧 아라한도(阿羅漢道)를 얻고, 3명 6통과 8해탈(解脫)을 갖추고, 스스로 전생[宿命]을 생각하여 익힌 3장(藏)을 분명하게 하고 또한 그르침이 없었다.
이 때 세존께서는 이 어리석고 교만한[貢高] 반직가 비구로 인해서 이 청정관(淸淨觀)의 백골법(白骨法)을 제정하시고, 부처님께서는 가전연에게 말씀하셨다.
"이 반직가와 같이 어리석은 비구도 오히려 생각을 집중함으로써 아라한을 이룬다. 하물며 어찌 지혜로운 자가 선(禪)을 닦지 않겠는가."
이 때 세존께서는 이 일을 보시고 나서 게송으로 설하셨다.

 

№ -20

선(禪)은 감로(甘露)의 법이며
정심(定心)39)으로써 모든 악을 없앤다.
지혜는 모든 어리석음을 없애고
길이 후유(後有 : 後生)를 받지 않는다.

어리석은 반직가(槃直迦)까지도
오히려 정심(定心)을 얻거늘
어찌 하물며 지혜로운 자가
생각을 집중하는 수행을 부지런히 하지 않겠는가.

이 때 세존께서는 가전연에게 말씀하시고, 아난에게 명하셨다.
"너는 지금 마땅히 부처님의 말을 받아 지니어 이 묘법(妙法)으로써 널리 중생을 제도해야 한다. 만약 후세의 어리석은 중생과 교만하고 스스로 높이는 사악(邪惡)한 중생으로서 좌선을 하고자 하는 자가 있으면, 처음 가치라난타(迦絺羅難陀)의 관법(觀法)으로부터 선난제(禪難提)의 관상법(觀像法)에 이르고, 또 마땅히 이 반직가 비구가 관한 법을 배워야 하다.
그런 뒤에 스스로 자기의 몸을 관하고 모든 백골을 보면 흰 눈[珂雪]과 같이 희다. 그 때 골인은 다시 와서 몸으로 들어가고 모두 백골의 흐르는 빛이 흩어져 없어짐을 본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면 행자는 자연히 마음과 뜻이 화평하여 기쁘고, 편안하고 고요하여 무위(無爲)하다. 정(定)에서 나올 때, 정수리 위는 따뜻하고 몸의 털구멍 속으로부터는 항상 여러 가지 향을 낸다. 정에서 나오거나 정에 들어도 항상 묘법(妙法)을 듣고, 이어서 또 스스로 보면 신체가 따뜻하며, 기쁘고 즐거워 쾌락하고, 얼굴의 모양이 빛나고 화평하며, 항상 적게 자고 몸에 괴로움과 병이 없다.
이 난법(暖法)40)을 얻으면, 항상 스스로 깨달아 알아, 마음을 낮추고 따뜻하며 마음이 항상 안락하다.
만약 후세 사람이 선을 배우고자 하면, 처음 부정(不淨)으로부터, 나아가 이 법에 이른다. 이 관을 얻는 것을 화난법(和暖法)이라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부처가 멸도(滅度)한 뒤, 만약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로서 흐린 세간 가운데서 정수(正受)41)의 사유(思惟)를 배우고자 하는 자는 처음 생각을 집중하여 부정(不淨)을 관하는 것으로부터, 나아가 이 법에 이른다. 이것을 난법(暖法)이라고 이름한다. 만약 이 법을 얻으면 스물한 번째 난법관(暖法觀)이 끝났다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 가전연이 물은 난법을 지니고 삼가 잃어버리지 말아라."
이 때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후세(後世)의 중생으로 만약 이 삼매를 능히 받아 지니는 자가 있어 일심으로 안은(安隱)하여 난법을 얻으면, 이 사람은 어떻게 마땅히 스스로 깨달아 압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모든 번뇌[結使]의 상(相)을 분명히 관하여 처음 부정(不淨)으로부터 나아가 이 법에 이르면, 스스로 몸과 마음이 모두 다 따뜻하고 마음과 마음으로 상속하여 모든 괴로움과 성냄이 없고, 얼굴의 빛이 화평하고 빛남을 깨닫는다. 이를 난법이라고 이름한다.
또 다음으로 아난아, 만약 행자가 난법을 얻기를 마치면 다음으로 마땅히 다시 생각을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모든 백골 사이에 있고 모두가 흰 빛이다. 흰 빛을 볼 때, 백골이 흩어져 없어진다. 만약 다른 경계가 지금 앞에 있으면 또 마땅히 마음을 거두어 잡고 다시 흰 빛을 관해야 한다. 모든 흰 빛을 보면 불꽃과 불꽃이 서로 이어서 세계에 두루 가득하다. 스스로 자기의 몸을 관함에 또 다시 밝고 깨끗하여 파리(頗梨)나 설산(雪山)으로도 비할 수 없다. 스스로 골인을 봄에 각각 섞이고 흩어진다. 이 관을 지을 때, 정심(定心)을 오래 가게 하여라. 마음이 이미 오래되었으면 마땅히 스스로 정수리 위를 보아야 한다. 큰 광명이 있는데 마치 화광(火光)과 같다. 뇌(腦)가 있는 곳에서 나온다."

№ -21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이 일을 보면, 곧 마땅히 다시 머리로부터 발에 이르고, 반복해서 왕복하기를 무려 열네 번을 해야 한다. 이 관을 짓기를 마치면 정(定)에서 나오고 정에 들어도 항상 정수리 위에서 불이 나오니, 진금(眞金)의 빛과 같다. 몸의 털구멍 속에서도 또한 황금의 빛이 나오니, 속금(粟金)42)을 뿌리는 것과 같다. 몸과 마음이 안락하니, 마치 자금(紫金)의 광명과 같다. 다시 정수리로 들어가는 것을 본다. 이를 정법(頂法)43)이라고 이름한다. 만약 행자가 이 관을 얻을 때 능히 정관(頂觀)을 얻는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정관법(頂觀法)을 잘 받아 지니어 미래의 일체 중생을 위하여 널리 설하라."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서 환희 하여 받들어`행하였다.
이 관을 얻는 것을 스물두 번째 관정법(觀頂法)이 끝났다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생각을 이루기를 마치면 또 마땅히 다시 생각을 집중해서 모든 백골을 관하여야 한다. 모든 흩어진 모든 뼈를 마치 바람이 눈을 불어 모아 두는 것과 같이 한 곳에 두고 자연히 쌓여서 희기가 설산(雪山)과 같게 하라. 만약 이 일을 보면 도(道)를 얻는 것이 어렵지 않다.
만약 전생(前生)의 몸으로 계를 범한 자나, 지금의 몸으로 계를 범한 자가 있으면, 흩어진 뼈가 쌓여 마치 재[灰]와 흙과 같음을 본다. 혹은 그 위에 여러 가지 검은 물건을 본다. 또 마땅히 참회하고 지혜로운 자를 향하여 스스로 자기의 잘못을 이야기하여야 한다. 참회하기를 마치고서 뼈가 쌓인 것을 보면 크게 흰 광명이 있어 곧 무색계(無色界)에 이른다. 정(定)에서 나오거나 정에 들어도 항상 안락함을 얻어, 본래 사랑하고 즐겁던 것은 점점 희미해져 없어진다.
또 마땅히 다시 관하여야 한다. 앞에서와 같이 반복하여 다시 살펴 아홉 개의 구멍에서 흐르는 고름과 부정한 것을 모두 명료하게 하여 마음에 의혹과 뉘우침이 없어야 한다. 또 마땅히 앞에서와 같이 뼈 사이에 불을 내어 모든 부정(不淨)을 태워야 한다. 부정이 다하면 금의 광명이 흘러 나와 다시 정수리에 들어간다. 이 광명이 정수리에 들어갈 때, 신체는 쾌락하여 비유할 것이 없다. 이 관을 얻는 것을 스물세 번째 관조정법(觀助頂法)의 방편이 끝났다고 이름한다.
또 마땅히 다시 생각을 집중해서 뜻을 머물게 하여야 한다. 스스로 자기의 몸을 관함에 마치 풀 다발과 같다. 정에서 나올 때 또한 자기의 몸을 보면, 마치 파초와 같이 가죽과 가죽이 서로 겹쳤다. 또 마땅히 스스로 많은 파초의 잎이 마치 가죽 주머니와 같음을 관하여야 한다. 몸 안은 공기와 같아 역시 뼈를 볼 수 없다. 정에서 나오거나 정에 들어갈 때도 항상 이 일을 본다.
신체가 약하면 또 마땅히 다시 가르쳐서 스스로 몸을 관하게 하여라. 다시 모아서 하나를 이룸이 마치 마른 풀의 다발과 같다. 몸이 굳세고 단단함을 보고, 이미 굳세고 단단한 것을 보면 또 마땅히 타락죽[酥]을 먹어야 한다. 음식을 적당하게 조절하고, 그런 뒤에 몸을 관하면 도리어 빈 주머니와 같다.
불이 안에서부터 이 몸을 다 태운다. 몸을 다 태우고 나서 정에 들어갈 때, 항상 화광(火光)을 본다. 화광을 관하기를 마치고서 사방에 일체의 불이 일어남을 본다. 정에서 나오거나 정에 들어가도 몸은 뜨거워 불과 같고, 이 불은 팔 다리의 큰 마디에서 일어남을 본다. 모든 털구멍 속에서 불이 나온다. 정에서 나올 때도 역시 스스로 몸을 보면, 큰 불덩이와 같고 신체는 찌고 더워서 스스로 지탱하지를 못한다.
이 때 사방에 대화산(大火山)이 있다. 모두가 와서 집합하여 행자 앞에 있다. 스스로 자기의 몸을 보면 많은 불과 합한다. 이를 화상(火想)이라고 이름한다. 또 마땅히 불로 하여금 몸을 태우게 하여 모두 다하게 한다. 불이 타기를 마치면, 정에 들어갈 때에 몸을 관함에 몸은 없고, 몸이 불 때문에 남김없이 다 타버렸음을 본다. 불이 다 타고나면 자연히 몸 안에 나[我]가 없음을 알게 된다. 일체의 번뇌도 모두가 남김 없이 같으니, 모두 말할 수는없다. 이를 화상진실화대(火想眞實火大)라고 이름하며, 스물네 번째 화대관(火大觀)이 끝났다."

 

№ -22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화대무아관(火大無我觀)을 잘 받아 지녀라. 이 화대관(火大觀)은 지혜의 불이라고 이름하며, 모든 번뇌를 태운다. 너는 잘 받아 지니어 미래세의 모든 중생을 위하여 마땅히 널리 펴고 연설해야 한다."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행자가 화대관을 얻기를 마치면, 다시 마땅히 생각을 집중해서 사유하게 하여야 한다. 코끝에 생각을 집중하여[繫念] 다시 '이 불은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가'라고 관하게 하여야 한다. 이 불을 관할 때, 스스로 자기의 몸을 관하면 모두 내[我]가 없다. 이미 내가 없으면 불은 자연히 소멸된다. 또 마땅히 생각해야 한다.
'나의 몸은 무아(無我)로서 4대(大)는 주인이 없다. 이 모든 번뇌와 그리고 번뇌의 근본은 전도로부터 일어난다. 전도(顚倒)도 또한 공(空)이니, 어찌하여 이 공법(空法) 중에서 삿되게 몸의 불을 보겠는가.'
이 관을 지을 때, 불과 나를 구하고 찾을 것이 없다. 이를 화대무아관(火大無我觀)이라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화대관을 잘 받아 지니어 미래세의 일체 중생을 위하여 마땅히 널리 분별하고 펴서 해설하라."
아난은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이를 스물다섯 번째 관(觀)이 끝났다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불이 없어짐을 볼 때, 먼저 코에서부터 없어지고, 그런 뒤에 몸에서 일시에 함께 없어진다. 몸 안의 마음의 불인 여든여덟 가지 번뇌[八十八結]44)도 또한 함께 없어짐을 얻는다. 몸 안은 청량하여 조화롭고, 깊이 스스로 깨달아 분명하게 무아(無我)를 결정(決定)하고, 정에서 나오거나 정에 들어가도 항상 몸 안에 나의 아(我)가 없음을 안다. 이를 '멸무아관(滅無我觀)이 끝났다'라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또 마땅히 다시 관정법(灌頂法)을 관하게 하여야 한다. 관정을 관한다고 함은, 스스로 자기의 몸을 유리(琉璃)의 광명처럼 보고, 삼계(三界)를 뛰어난다. 진실한 부처[眞佛]가 있음을 봄에, 조병(澡甁)의 물을 정수리에 부어 물이 몸 안에 가득 찬다. 몸에 가득 차고 나면 팔 다리의 마디에도 가득 차고, 배꼽 속으로부터 흘러나와서 앞 땅에 있다. 부처는 항상 물을 붓는다.
이 때 세존은 관정을 마치고서 곧 사라져 나타나지 않는다. 배꼽 속으로부터 물이 나오니 마치 유리와 같다. 그 빛깔은 감(紺)유리의 광명과 같고, 광명의 기운은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가득 찬다. 물이 나와 다하고 나면, 또 마땅히 다시 생각을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원하오니 불세존께서는 다시 저를 위하여 관정해 주십시오.'
이 때 몸은 자연히 공기와 같아 아주 크고 매우 넓어서 삼계를 뛰어남을 본다. 물이 정수리로부터 들어가는 것을 본다. 몸이 아주 커져서 물과 참으로 같아져서 물 속에 가득함을 본다. 또 스스로 배꼽을 보면 마치 연꽃과 같고, 샘이 솟아 흘러 나와서 그 몸을 가득 채우고 몸을 휘감으니, 마치 못과 같다. 여러 가지 연꽃이 있는데 하나하나의 연꽃에 일곱 가지 빛깔의 광명이 있다. 그 광명은 고(苦)·공(空)·무상(無常)·무아(無我) 등의 법을 연설하고, 소리는 범음(梵音)45)과 같아 귀[耳根]를 기쁘게 한다.
이 상(相)이 나타날 때, 또 마땅히 다시 손을 맞잡고[叉手] 눈을 감고 일심으로 단정히 앉게 한다. 정수리 위부터 스스로의 몸 안을 보되 골상(骨想)은 보지 않는다. 정에서 나오거나 정에 들어갈 때에 스스로 자기의 몸을 보면 유리 항아리와 같다.
또 마땅히 생각을 일으키어 자기의 마음을 4대(大)의 독룡(毒龍)이라고 생각하게 한다. 자기의 마음 안이 마치 털구멍이 열림과 같음을 본다. 여섯 종류의 용이 있는데 하나하나의 용에는 여섯 개의 머리가 있다. 그 머리에서 독을 내뿜으니, 마치 바람과 불과 같으며, 못 속에 가득한 연꽃 위에 있다. 하나하나의 연꽃의 광명은 용의 정수리로 흘러 들어간다. 광명이 정수리로 들어갈 때, 용의 독은 스스로 그치고, 오직 큰 물이 있는데 그 몸 안에 가득 찬다.

 

№ -23


이 생각을 이룰 때를 관칠각화(觀七覺華)라고 이름한다. 이 상(想)을 본다 하여도 깊은 선정(禪定)에는 아직 통달하지 못한다. 또 마땅히 다시 앞에서와 같이 숨을 세는 것을 가르치고 마음으로 하여금 안온하게 하여 아무런 생각이 없어 무념(無念)하게 해야 한다. 이 생각을 이룰 때를 사대상응관(四大相應觀)이라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칠각의사대상응관(七覺意四大相應觀)을 잘 받아 지니어 삼가 잃어버리지 말라. 널리 미래세의 일체중생을 위하여 널리 분별하고 모든 사부대중(四部大衆)을 위하여 펴고 연설하라."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또 마땅히 다시 생각을 집중하여 뜻을 머물게 해서 수대(水大)를 분명히 관해야 한다. 털구멍으로부터 나와서 그 몸에 가득 차고, 정에서 나오거나 정에 들어도 몸을 보면 못과 같다. 그 물은 푸른[綠] 빛깔로서 이와 같은 푸른 물은 산꼭대기의 샘과 같아서 정수리에서 나와 정수리를 따라서 들어간다.
일곱 가지 꽃이 있는데 순수한 금강의 빛깔로서 금빛 광명을 놓는 것을 본다. 그 금색(金色)의 광명 속에 금강의 사람이 있다. 손에 날카로운 칼을 쥐고 앞의 여섯 마리 용을 친다. 또 많은 불이 용의 입으로부터 나와서 불이 온몸을 태우며 많은 물이 마르면 불이 곧 다하여 없어짐을 본다. 물과 불이 다하여 없어지고 나서 스스로 자기의 몸을 보면 점점 크게 희어져서 마치 금강과 같다. 정에서 나오고 정에 들어도 마음과 뜻이 쾌락 하여 마치 타락죽[酥]을 붓는 것과 같고, 제호(醍醐)를 먹는 것과 같아 몸과 마음이 안락하다.
또 마땅히 다시 생각을 집중해서 남을 관하게 해야 한다. 밖의 경계를 관하되 밖의 생각으로써 하는 까닭에 자연히 하나의 나무에 기묘하고 단 열매가 생기는 것을 본다. 그 열매는 네 가지 빛깔로 네 가지 광명을 구족하였다. 이와 같이 열매를 맺는 나무는 유리의 나무와 같고, 일체에 가득하다.
이 나무 보기를 마치면, 널리 모든 4생(生)46)의 중생이 굶주림의 불길에 쫓겨 모두가 와서 걸식함을 본다. 보고 나면 환희 하여 연민 하는 마음이 생긴다. 곧 자심(慈心)을 일으키어 이 걸식하는 자를 보기를 자기 부모(父母)가 커다란 고뇌를 받음과 같이 한다.
'나는 지금 어떻게 해야 마땅히 이를 구제할 수 있는가.'
이 생각을 짓기를 마치고서 곧 스스로의 몸을 관하여 앞에서와 같이 다시 피고름을 만들고, 또 살덩이를 만들어, 이를 가지고 굶주린 자에게 보시하면, 이 모든 아귀(餓鬼)들이 다투어 취하여 먹는다. 이를 먹고 이미 배가 부르면 사방으로 흩어져 분주히 뛰어간다."

★선비요법경(禪秘要法經)★제 下 권◀

      후진(後秦)구마라집(鳩滅什) 등 한역

      № -1


      "이 때 또 마땅히 스스로 자기의 몸과, 그리고 남의 몸을 관하여야 한다.
      '나의 몸이나 남의 몸은 전도로부터 일어나며 실로 나의 것이란 없다. 만약 내가 있다면 어찌하여 홀연히 이 아귀(餓鬼)가 와서 나의 주변에 있음을 보겠는가.'
      이 때 또 한량없는 아귀를 본다. 그 몸은 길고 커서 무량하고 무변하다. 머리는 태산과 같고 목은 가는 머리털과 같고, 굶주림의 불길에 쫓겨서 소리치며 먹을 것을 찾는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마땅히 자심(慈心)을 일으켜 몸을 아귀에게 보시해야 한다. 아귀는 얻자마자 그 몸을 먹고서[囋食] 곧 배가 부른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또 다시 마땅히 수많은 무리의 아귀를 관하게 해야 한다. 모든 아귀를 보면 몸은 네 겹으로 휘감겨 있다. 앞에서와 같이 몸을 모든 아귀가 먹도록 한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 다시 몸을 거두어들여 마음으로 하여금 흩어지지 않게 하여 스스로 자기의 몸이 부정의 모임인 것을 관하게 한다.
      이 관을 지을 때, 스스로의 몸을 살펴보면 피고름의 모든 살이 뭉쳐서 무너지고, 모여서 앞의 땅에 있는데, 모든 중생이 다투어 이를 취하여 먹는다. 이미 이 일을 보고서 또 마땅히 스스로 그 몸을 관해야 한다.
      '몸은 모든 괴로움에서 생하고 모든 괴로움으로 해서 있다. 이는 썩어서무너지는 법으로서 오래지 아니하여 없어지고 아귀에게 먹힌다.'
      이 모양[相]을 지을 때, 갑자기 몸의 안을 보면 심처(心處)에 사나운 불이 있어서 앞의 못 위의 모든 연꽃과 모든 아귀를 태운다. 모든 악의 추한 모양과 못의 물은 모두 홍연(泓然)1)하여 다한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 또 다시 마땅히 자기의 몸을 분명하게 관하게 한다. 앞에서와 같이 완전히 갖추어 몸이 본래의 상태와 같게 되면, 또 마땅히 다시 자기 몸의 모든 털구멍을 관해야 한다. 어진 마음[慈心] 때문에 피가 변하여 젖이 되고, 털구멍으로부터 나와서 땅에 있는데 못과 같이 많은 젖이 가득 차 넘친다. 또 수많은 무리의 아귀가 이 못 위에 이르러도 전생의 죄 때문에 젖을 마시지 못함을 본다.
      이 때 어진 마음으로 아귀를 자식과 같이 보고, 젖을 마시도록 하고자 하나 아귀의 죄 때문에 젖이 변하여 고름이 된다. 그 잠시 동안 또 다시 어진 마음을 내고, 어진 마음 때문에 몸의 털구멍 속으로부터 일체의 젖이 나오는데, 앞에서보다 몇 배를 더한다.
      '모든 아귀는 굶주림의 괴로움에 쫓기는데 어찌 와서 마시지 않는가'라고 생각한다.
      이 때 아귀는 그 모양의 장대(長大)함이 수십 유순(由旬)으로서 발을 들고 발을 내림에 5백의 수레가 내는 소리와 같고, 행자 앞에 와서 이르러 말한다.
      '배고프다. 배고프다.'
      이 때 행자는 곧 어진 마음으로 젖을 보시하여 아귀에게 마시게 한다. 그러나 마실 때 입에 이르면 변화하여 고름이 된다. 다시 고름이 되었다 하나, 행자의 어진 마음 때문에 곧 배를 불리게 된다. 아귀가 배부른 것을 보고 다시 스스로의 몸을 관한다. 즉 스스로의 몸을 보면 발 아래에서 불이 나와 앞의 중생과 그리고 모든 나무를 태우고 홍연(泓然)하여 모두 다한다.
      이 때 만약 수많은 다른 종류를 보면, 또 다시 생각을 집중해서 자기의 몸을 분명하게 관하여야 하고, 마음을 흔들리지 않게 하며 적막(寂寞)하게 하고 생각이 없게 하여라. 이미 생각[念想 : 念相]이 없으면 마땅히 서원(誓願)을 발하여야 한다.

       

      № -2

      '원하옵건대 후세에 태어나 후유(後有)를 받지 아니하고, 세간을 즐거워하지 않을 지이다.'
      이 서원을 한 뒤에, 이어서 앞의 땅을 보면, 마치 유리와 같다. 유리의 아래를 보면, 금색의 물이 있고, 스스로 자기의 몸을 보면 땅과 똑같고, 물의 빛깔과 같다. 그 물은 따뜻하여 물 가운데 나무가 생기니 마치 7보의 나무와 같다. 가지와 잎은 무성하고 위에 네 개의 열매가 있다. 열매의 소리는 방울소리와 같고, 고(苦)·공(空)·무상(無常)·무아(無我)를 연설한다.
      이 소리를 듣기를 마치고서 스스로 자기의 몸을 보면 물 속으로 들어가서 나무 있는 곳으로 나아간다. 분명하게 스스로의 몸을 관하면 정수리 위로부터 물이 나와 유리의 못 안에 가득 차고 홀연히 잠깐 사이에 다시 불이 일어난다. 불 속에 바람이 생겨 마치 유리와 같다.
      또 정수리 위를 보면 정수리로부터 굳고 강해져서 다리에까지 이르니, 마치 금강(金剛)과 같다. 또 불이 일어나서 금강을 다 태우고, 따뜻한 물이 마른다. 이어서 다시 몸을 관하고, 앞에서와 같이 내 몸 안을 보면, 못 안에 홀연히 나무가 있고, 가지와 잎이 갖추어져 있으며, 나무 끝에 열매가 있다. 그 소리는 방울 소리와 같고 고(苦)·공(空)·무상(無常)·무아(無我)·청정(淸淨)의 법을 연설한다. 이와 같은 오묘한 열매는 좋은 음성이 있고 향과 맛이 갖추어져 있다.
      '나는 지금 잘 먹으리라'라는 이 생각 짓기를 마치고서, 곧 우러러 나무에 올라 열매를 따서 이를 먹는데 겨우 열매 하나를 얻는다. 그 맛이 달고 맛이 있어 다른 물건과 비유할 수 없다. 열매 먹기를 마치면 나무가 말라 시드는 것을 본다. 그 나머지 세 개의 열매는 아직도 광명이 있다. 열매를 먹은 뒤에 몸과 마음이 편안하여 근심과 기쁜 생각이 없다.
      스스로 심식(心識)을 관하기를, '이것은 썩어 무너지는 법이다. 따라서 모든 괴로움이 있는 것이다. 모든 괴로움의 근본은 알음알이[識]를 인연으로 한다. 지금 이 알음알이를 관함에 물 위의 거품과 같아 잠시도 머물러 있지 않고, 4대(大)의 주인도 없으며, 몸에 나[我]도 없고 알음알이에 의지함도 없다. 이와 같은 모든 법이 또 칠(七)에 칠을 곱한 마흔아홉 번이다'라고 한다. 심식은 곧 썩고 무너지는 법이라고 분명히 관한다.
      이 때 스스로 자기의 몸을 보면 희기가 흰 눈[珂雪]과 같고 마디마디가 서로 버티고 있다. 또 마땅히 다시 자기의 오른손으로 이 몸을 만진다. 몸은 티끌과 같고, 뼈는 분(粉)과 같이 가루가 되고, 분진지(粉塵地)와 같음을 본다.
      이어서 또 다시 가르친다. 몸을 관하기를 공기와 같이 하여 수식(數息)을 따르고, 몸은 공기 주머니와 같아 잠시도 머물러 있지를 않다.
      또 마땅히 다시 가르쳐야 한다. 이어서 스스로 몸을 관하기를 앞에서와 같이 하며, 다시 하나의 백골인(白骨人)이 되게 한다. 골인을 보기를 마치고서 스스로 자기의 몸을 관하면 앞에서와 같이 다시 흩어진다. 마치 가는 티끌과 같으니, 사람을 가루로 해서 땅에 바르는 것과 같다.
      이어서 땅 위를 보면 푸른색의 골인이 있는데 또 앞에서와 같이 관한다. 이 푸른색의 골인을 가루로 해서 땅에 바른다. 또 다시 몸을 관하기를 푸르고 가는 티끌과 같이 하고, 티끌은 변하여 골인이 된다. 그 뼈는 다 검게 되고, 또 마땅히 앞에서와 같이 가루로써 땅에 바른다.
      또 스스로 몸을 관하면 마치 검은 땅과 같다. 검은 땅 속을 보면 네 마리 검은 뱀이 있는데, 눈은 붉어서 불과 같다. 뱀이 와서 몸을 핍박하고 독을 토하여 해치고자 하지만 해치지를 못한다. 곧 변하여 불이 되어 스스로 자기의 몸을 태운다.
      이 때 공중에 자연의 소리가 있는데 항상 고(苦)·공(空)·무상(無常)·무아(無我) 등의 법을 설한다. 이 일을 볼 때, 하나하나 독사의 여든여덟 개의 머리는 불 때문에 탄다. 이 일을 볼 때, 공중에 자연의 물이 있는데 독사의 몸에 부어 모든 불이 남김없이 없어지고, 여든여덟 개의 머리도 모두 사라진다. 정에서 나올 때 몸은 안락함을 깨달아 편안하고 무위(無爲)하다.
      또 마땅히 다시 가르쳐야 한다. 스스로 자기의 몸을 관하되 높고 크다는 생각[高大想]이 없다. 이어서 다시 몸을 보면 자연히 높고 커서 밝게 볼 수 있어 7보의 산과 같고, 스스로 자기의 마음을 보면 마니주(摩尼珠)와 같다.
      이 때 또 마땅히 앞에서와 같이 공(空)을 관하여야 한다. 공을 관할 때,스스로 자기의 몸이 화평하고 기쁘며, 부드럽고 쾌락하여 비할 바 없음을 깨닫는다. 앞의 연꽃 위의 7보의 빛은 자기의 마음에 흘러들어 마니주 안에 있는데, 가득하기가 열(十)을 넘어서고, 일곱 갈래의 일곱 가지 빛깔을 모두 남김 없이 구족한다.

       

      № -3

      스스로 몸의 공을 관하여 또 여러 생각을 한다. 이 때 정수리 위에 자연히 광명이 있는데, 금빛의 구름과 같고, 또 보배의 덮개와 같다. 빛깔은 또 은(銀)과 같다. 정수리 위로부터 들어가 마니주의 광명 위를 덮는다. 정에서 나오고 정에 들어갈 때도 항상 이 일을 본다. 이 일을 보는 자는 자연히 죽이지 않고, 훔치지 않으며, 삿된 음행(婬行)을 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부처가 멸도(滅度)한 뒤, 4부(部) 제자인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가 이 관을 지으면, 스물여섯 번째 정관(正觀)이라고 이름한다. 또 수다원(須陀洹)의 도를 얻었다고 이름한다. 만약 이 관을 얻으면 반드시 마땅히 진실을 살펴서 몸으로 하여금 자연히 다섯 가지 악을 떠나게 하고, 수다라(修多羅 : 經)에 합하고, 비니(毘尼 : 律)에 거스르지 아니하고, 아비담(阿毘曇 : 論)에 수순해야 한다. 이를 수다원과(須陀洹果)의 상(相)이라고 이름한다."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행자가 이 관을 얻으면 마땅히 비밀히 감추어야 하고 망령되이 선전하지를 말아라. 다만 마땅히 일심으로 부지런히 행하고 정진해야 한다. 부지런히 행하고 정진하기를 마치면 또 마땅히 다시 가르친다. 지대(地大)를 분명히 관하도록 해야 한다. 지대관(地大觀)의 법은 역시 앞에서 설함과 같다.
      지대를 관하기를 마치고서 다음으로 수대(水大)를 관하게 하여야 한다. 수대를 관함이란, 스스로 자기 몸 안의 모든 물을 관하는 것이다. 몸은 유리와 같아 굳세어 깨트리기 어렵다. 만약 자기의 몸이 모두가 남김없이 이 물임을 보면 마땅히 역관(易觀)을 가르쳐야 한다. 또 만약 몸이 남김없이 유리가 되는 것을 보아도 역시 역관을 가르친다. 지대를 관하여 유리 몸으로 하여금 마치 아주 작은 공기와 같게 하고, 물이 눈[眼] 속에서 나타남을 본다. 만약 이 일을 보면 '세미(細微)한 사대관(四大觀)'이라고 이름한다.
      또 마땅히 다시 가르친다. 머리로부터 그 위를 물로 가득 차게 하고, 물이 눈 속으로부터 나와 역시 땅에 떨어지지 않음을 본다. 스스로 자기의 눈이 물 위의 물방울과 같고, 역시 물 속에 가득함을 본다. 만약 이 일을 보면, 머리의 물은 따뜻하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아 조화로움을 얻는다. 만약 물이 따뜻하면 이는 거짓의 관이니, 물의 빛깔이 맑고 깨끗하면, 따뜻하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다.
      다음으로 마땅히 다시 허리로부터 그 위의 물이 따뜻하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음을 관하게 해야 한다. 또 목구멍을 관함에 유리 대롱[琉璃筒]과 같다. 물은 가슴속으로 들어가고 이어서 내려가 배에 이르고, 나아가 허벅다리[▩]와 무릎에 이른다. 팔에 이르게 하지 않고, 물로 하여금 맑게 함이 파리(頗梨)의 정교한 빛깔과 같이 해야 한다. 만약 물이 따뜻함을 깨달으면 곧 이는 참된 관이다.
      이 생각이 이루어지기를 마치면 다시 네 개의 팔 다리의 모든 마디를 통과하여 사무치게 한다. 물이 안에 가득 참이 유리의 그릇을 가지고 물을 채움과 같다. 점점 넓고 커져서 하나의 상(床)에 가득함을 본다. 밖의 사람도 또한 본다. 만약 이 물이 맑고 차가움을 보면, 곧 이는 참다운 물이다. 만약 나머지 다른 상(相)을 보면 진실하다고 이름하지 않는다. 수광삼매(水光三昧)에 들어 점점 넓고 커져서 한 방안에 가득하고 물이 모두 맑고 맑아서 마치 유리의 기운과 같다. 점점 넓고 커져서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가득 찬다.
      이 일을 볼 때, 마땅히 고요한 곳에서 일심으로 편안히 앉아서 모든 동학(同學)에게 말하여 모두가 청정하게 하고 마음이 어지럽고 흐트러지지 않게 해야 한다. 이 때 또 마땅히 물 위에 붉은 불길이 일어남을 보아야 하고, 마땅히 스스로 생각[憶想]하여야 한다.
      '이 물은 어느 곳으로부터 일어나는가. 마땅히 어떻게 하면 다할 수 있는가. 만약 내가 곧 물이라고 말한다면 나의 몸은 무아(無我)이다. 앞에서 이미 무아(無我)를 관하였다. 지금 무(無)의 법 가운데 물은 무엇으로부터 일어나는가.'

       

      № -4

      이 생각을 지을 때, 물의 성품은 공기와 같고, 점점 정수리 위로부터 사라진다. 물이 점점 다하여 오직 몸의 가죽만이 있게 된다. 스스로 자기의 몸을 보면 극히 얇고 가늘게 되어 비유할 물건이 없으니, 마치 티끌의 풀 다발과 같다.
      또 몸의 안에 홀연히 불이 있음을 본다. 몸을 태우고 모든 것을 태운다. 몸을 관하나 없고 영원히 나는 없다. 나와 중생과, 일체의 모든 것은 없다. 이 때 행자는 마음과 뜻이 편안하고 극히 미세하게 되어 비유할 물건이 없다. 이 생각이 이루어질 때, 스물일곱 번째 진무아관(眞無我觀)이라고 이름한다. 또 수대를 없애는 생각[滅水大想]이라고 이름한다. 또 사다함(斯陀含)을 향한다고 이름한다. 그 나머지의 미세한 현성(賢聖)의 법계는 미묘하고 드러내기 어려워 자세히 말할 수는 없다. 행자는 앉을 때 모든 삼매를 닦는다. 무아삼매(無我三昧)를 얻을 때, 마땅히 자연히 부처를 보아야 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 진실한 수대(水大)의 미묘한 경계를 잘 받아 지니어 널리 미래의 모든 중생을 위하여 펴고 자세히 설하여라."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서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관(觀)을 얻기를 마치면, 또 마땅히 다시 수대관법(水大觀法)을 가르쳐야 한다. 이 수대관은 극히 미세하다. 이 수대(水大)와 화대(火大)를 합하게 하여 몸이 마치 공기와 같고 유리의 그림자와 같음을 본다. 배꼽의 네 주변을 관함에 불과 불꽃이 함께 일어난다. 불과 불꽃이 마치 해가 비치는 것과 같음을 본다. 혹은 배꼽 위에 불의 빛이 일어남이 있고, 혹은 코 속으로부터 나오고, 혹은 입 속으로부터 나오고, 귀와 눈으로부터 뜻에 따라 나고 드는 것을 본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면 일체의 불이 털구멍으로부터 나오는 것을 본다. 불이 나온 뒤에 푸른 빛[緣色]의 물이 이어서 불의 뒤를 따른다. 스스로 몸의 안을 봄에, 물이 오르고 불이 내려가기도 하고, 불이 오르고 물이 내려가기도 한다. 몸을 관함에 몸이 없다.
      이 생각이 이루어질 때, 몸의 물과 불을 보면 따뜻하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아 몸과 마음이 고요하고 안주(安住)하여 걸림이 없다. 이를 사다함과(斯陀含果)라고 이름한다. 또 경계의 실상(實相)이라고 이름한다.
      이 일을 볼 때, 정에서 나오거나 정에 들어도 항상 몸을 보지 아니한다. 정에 들 때, 또 물과 불이 바깥 사람의 털구멍으로부터 나와서 털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다. 음욕을 탐함이 많은 자는 불이 정수리 위로부터 들어가 몸의 뿌리[根 : 性器]로 나와, 그런 뒤에 몸에 두루 가득함을 본다. 물도 또한 그러하다.
      또 마땅히 스스로 머리 위의 불이 마치 염부단금(閻浮檀金)2)의 빛이 구름을 덮음과 같음을 관하여야 한다. 혹은 몸 아래를 보면 7보(寶)의 꽃과 같고, 마음 속은 편안하고 고요하며 안온하고 쾌락하며, 세간의 즐거운 일로써는 비유할 바가 없다. 정에서 나올 때도 몸이 역시 안락하여 밖의 중생을 보도록 한다. 이미 선정(禪定)의 삼매가 안온하게 되면 황금 빛, 황금 빛깔의 제석과 모든 하늘이 공경하고 예배하고 동시에 말한다.
      '대덕이시여, 그대는 지금 괴로움이 다하고 결정코 마땅히 사다함과를 이루어야 합니다.'
      듣기를 마치고서 환희 하여 몸으로 선정을 닦아서 마음에 묶임과 걸림이 없고 안온하고 쾌락하여 무아(無我)삼매 가운데에 유희(遊戱)한다. 또 잠시 공삼매문(空三昧門)에 들어가니, 무원(無願)·무작(無作)의 여러 삼매 등이 모두 지금 앞에 있다. 이와 같은 미묘하고 뛰어난 경계는 행자가 앉을 때, 선정 중에서 자연히 분별된다. 만약 근기가 둔한 자에게는 큰 스승이신 세존께서 나타나 설하신다. 부처를 보기 때문에 법을 듣고 환희하며, 때에 응하여 곧 사다함(斯陀含)의 도를 얻는다. 또 마땅히 지극한 마음으로 앞의 관을 거듭 살펴서 스물다섯 번을 거듭하여 극히 명료하게 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스물아홉 번째 수대관(水大觀)을 잘 지니어서 삼가 잃어버리지말라. 이 관을 얻으면 또 사다함이라고 이름하며, 또 선왕래(善往來)라고 이름한다. 지난 숙세(宿世)의 선근(善根)의 업(業)의 인연 때문에 선지식(善知識)과 청정한 법행(法行)을 만나서 너는 곧 마땅히 이 사다함의 도를 얻을 것이다."

      № -5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서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가 이 미묘한 수대관을 얻기를 마치면, 또 마땅히 다시 안온하고 미묘하며 가장 훌륭하고 기특(奇特)한 화대관법(火大觀法)을 가르쳐야 한다. 이 관을 지을 때, 스스로 배꼽 속의 미묘한 불빛을 보는데, 모양은 연꽃과 같다. 그 빛의 광명은 백천만억(百千萬億)의 염부단금(閻浮檀金)을 화합한 것과 같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또 마땅히 다시 몸 안의 불을 관하게 한다. 안의 불을 관할 때, 스스로 마음의 불을 보면, 항상 광명이 있어 백천만억의 밝은 달과 신비로운 구슬을 능가하니, 마음의 광명이 청정함도 또한 이와 같다. 정에서 나오고 정에 들어도 사람이 밝은 불의 구슬을 가지고 가는 것과 같고, 남이 보는 것도 염려하여 두려워하나, 오직 자기 마음속에 명료함이 이와 같으며,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한다.
      점점 커지고 밝아져서 몸이 마치 파리(頗梨)의 밝은 거울과 같음을 보고, 마음이 또 밝은 달과 신비로운 구슬과 같음을 본다.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을 염려하나 다른 사람은 실로 이 일을 보지 못한다. 정에 들 때 마음이 밝기 때문에 삼천대천세계의 커다란 상(相)을 보고 염부제(閻浮提)의 수미산(須彌山)과 큰 바닷물을 보는데 낱낱이 모두가 명료하다. 또 큰 바닷물 속의 마니주왕(摩尼珠王)을 보면 그 마니주왕은 온갖 불을 뿜어낸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면, 이 때 부처는 그를 위하여 널리 9차제정(次第定)3)을 설하는 것을 본다. 9차제정은 9무애(無閡)4)와 8해탈(解脫)과 이와 같은 등의 관(觀)을 미리 받을 필요가 없다. 부처가 앞에 있기 때문에 부처 스스로 설한다.
      그 근기가 날카로운 자는 부처의 설법을 듣고서 9무애도(無碍道) 중에서 때에 따라 곧 아라한의 도를 얻어 아나함(阿那含)의 지위를 초월한다. 마치 좋은 흰 양탄자는 빛깔을 물들이기 쉬운 것과 같다.
      만약 근기가 둔한 자이면, 또 마땅히 다시 풍대관법(風大觀法)을 가르쳐야 한다. 풍대관법이란, 모든 바람을 극히 미세하게 보는 것이다. 그 미세한[細] 것 중에서도 미세한 것은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으나 자세히 말할 수는 없다.
      바람은 또 불을 섞고, 불은 또 바람을 섞는다. 물은 불 속으로 들어가고, 바람은 물 속으로 들어가고, 불은 바람 속으로 들어간다. 바람과 불과 물 등은 각각 털구멍을 따라 여의(如意)하고 자재(自在)하다.
      혹은 또 바람이 열 가지 빛깔을 구족하여 열 가지 보배의 광명과 같으며, 몸의 털구멍으로부터 나와서 정수리 위로 들어가고, 배꼽으로부터 나와서 발 밑으로 들어가며, 일체의 몸의 부분[身分]에서 나와서 미간(眉間)으로 들어가고, 미간으로부터 나와서 일체의 몸의 부분으로 들어간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무량한 경계인 현성(賢聖)의 광명과 현성의 종자(種子)와 모든 현성의 법, 이 모두가 풍대(風大) 속에서 일어나 이 풍대 속으로 들어간다. 이 풍대관(風大觀)은 모양이 미묘한 경계를 구족한다. 오직 아라한만이 능히 널리 분별하니, 자세히 말할 수는 없다. 행자가 앉을 때, 자연히 볼 것이다.
      만약 이 일을 보면 모든 번뇌를 가려내어 아나함을 이룬다. 이 풍대관을 서른 번째 아나함이 상응하는 경계의 상[阿那含相應境界相]이라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아나함이 상응하는 가장 훌륭한 경계인 풍대관법을 받아 지니어 삼가 잃어버리지 말아라."
      이 때 아난은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서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 -6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祈樹給孤獨園)에 서 1,250명의 비구와 함께 계셨다. 이 때 존자 마하 가섭에게 한 제자가 있었다. 이는 왕사대성(王舍大城)의 고행(苦行)하는 니건자(尼犍子)5)의 아들로 아기달다(阿祈達多)라고 이름하였다.존자 마하 가섭을 찾아와 출가하여 도를 배우며 고행을 수행하고 십이두타(十二頭陀)6)를 갖추었고, 다섯 해를 지나서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얻었으나, 더욱 나아가 아라한을 성취하지 못하였다.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섭이 있는 곳에 이르러 의복을 정돈하고 손을 맞잡고[叉手] 합장하고서 마하 가섭에게 정례하고서 말하였다.
      "화상(和上)이시여, 저는 화상을 따라서 부지런히 닦고 정진하기를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하여 이미 다섯 해가 지났습니다. 지금 아나함과(阿那含果)에 머무르나 몸과 마음은 피로하고 게을러서 위없는 해탈로 더 나아가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오직 원하오니 화상께서는 저를 위하여 속히 설하여 주십시오."
      이 때 마하 가섭이 곧 삼매에 들어 비구의 마음을 관하니, 이 비구는 여러 가지 번뇌를 다하지 못하였고, 이로부터 목숨이 다하여 아나함천(阿那含天)에 태어날 것을 알고서 삼매로부터 일어나 말하였다.
      "법자(法子)야, 나는 지금 몸과 마음의 일체가 자재하다. 자재한 삼매에 들어 네가 숙세(宿世)에 소유한 업보를 관하여 보니, 이 몸으로는 나한(羅漢)의 도를 성취할 인연이 없구나."
      아기달다는 이 말을 듣자마자, 눈물을 비 오듯하면서 슬피 울며 말하였다.
      "화상이시여, 지금의 저는 하늘에 태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병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이 구하나 부단히 노력하는 힘[常力]이 없음과 같이, 제가 생사를 두려워함도 또 이와 같습니다."
      이 때 가섭이 말하였다.
      "법자(法子)야,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善男子)야, 무릇 생사의 악을 마치 사나운 불이 일체를 태워 없애는 것과 같이 매우 싫어해야 할 것이다. 내가 너의 근(根)을 관함에 밝게 알 수가 없구나. 또한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와 함께 기타림(祈陀林)에 계신다. 나는 지금 너와 함께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가리라."
      이 때 그 비구는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가섭의 뒤를 따라서 기타림으로 나아가 부처님 계시는 곳에 이르렀다. 불세존을 보니 몸은 황금산과 같았고, 대중 가운데 계시면서 위덕(威德)이 자재하였다.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모두 다 구족하셨다. 부처님께 예배하고, 부처님을 일곱 번 돌고 물러나, 한 쪽에 머물러 무릎을 길게 꿇고 합장하고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제자인 이 아기달다는 제 뒤를 따라서 열두 가지 두타(頭陀)를 닦아 깊은 선정에 머물고 아나함에 이르렀으나 더 나아가 번뇌의 바다를 말리지 못하였습니다. 오직 원하오니 천존(天尊)이시여, 매우 깊은 관정(灌頂) 감로(甘露)의 맑은 해탈행(解脫行)을 설하여 주십시오."
      이 때 세존께서는 아기달다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아기달다야, 이 일을 잘 물었다. 나는 마땅히 너를 위하여 분별하여 해설하리라.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즉 지난 과거의 무수하게 많은 세간[無央數世]에 부처가 있었다. 대광명(大光明) 여래(如來)·응공(應供)·정변지(正遍知)·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이라고 이름하였다. 그 부처는 세간에 나와 세 가지를 나타내어[三種示現]7) 중생을 교화한다.
      사람을 제도하기를 두루 마쳤는데, 상법(像法)8) 중에 하나의 큰 나라가있었다. 바라나(波羅奈)9)라고 이름하였으며, 왕의 이름은 범마달다(梵摩達多)였다. 왕에게는 인욕개(忍辱鎧)라는 태자가 있었는데, 굳게 깊고 깊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을 일으키어 일체종지(一切種智 :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였다. 스스로 살생(殺生)하지 않을 것을 맹세하고서 10선업(善業)을 닦고 6바라밀(波羅蜜)에 있어서 피로해 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없었다.

       

      № -7


      이 때 그 나라에는 일월음(日月音)이라고 하는 한 장자가 있었다. 그는 자재함이 무량하였으나 오직 외아들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아들이 갑자기 열병을 만나 풍대(風大)가 마음에 들어가 광란(狂亂)하고 무지(無智)하여 손에 날카로운 칼을 들고 마을에 뛰어들어 중생을 살해하였다.
      그 때 그 장자는 아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손에 향로(香爐)를 들고 네 성문 밖에 이르러 향을 사르며 꽃을 뿌리고 큰 서원을 발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만약 세간의 신선과 성인과 의사와 주술사(呪術師) 가운데 능히 나의 아들의 미친 병을 구해주는 자가 있으면 소유한 모든 것을 남김없이 바칠 것이다.'
      이 때 태자가 성을 나와 노닐다가 큰 장자가 자애한 마음[慈心]을 닦고 아들을 위하여 원을 구하는 것을 보고서 마음에 환희가 생겨 이렇게 말하였다.
      '이 큰 장자는 자애한 마음을 부지런히 닦아서 널리 일체를 위한다. 그럼에도 장자의 아들은 크고 중한 병을 만났다. 원하옵건대 모든 신선은 반드시 자비를 일으키어 이 곳에 와서 장자의 아들을 구해주십시오.'
      말할 무렵, 광미(光味)라고 이름하는 한 대선인(大仙人)이 설산(雪山)으로부터 허공을 타고 왔는데, 장자가 있는 곳에 이르러 장자에게 말하였다.
      '당신의 아들의 병은 열병으로부터 일어났습니다. 열병을 인하기 때문에 큰 진에(瞋恚)를 내고 심장의 맥이 모두 열려 풍대가 마음에 들어갔습니다. 이 때문에 발광(發狂)을 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병자는 선경(仙經)에서는(풍대가 움직이면 마땅히 성냄이 없는 선남자의 심혈(心血)을 필요로 하며, 그것을 몸에 바른다. 반드시 선인(善人)의 골수[髓]가 필요한데 큰 콩[大豆]과 같이 해서 먹으면 병이 나을 수 있다)라고 설하였습니다.'
      이 때 장자는 선인의 말을 듣고서 곧 길 가운데서 태자에게 정례하고서 아뢰었다.
      '땅과 하늘의 큰 선인께서 제 아들의 병에 대해 말하기를, 마땅히 자애한 마음으로 성냄이 없는 사람의 피와 골수를 쓰면 곧 낫는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 스스로 저의 몸을 찔러서 피를 내어 아들에게 먹이고 뼈를 깨트려서 골을 내어 주어서 먹게 하고자 합니다. 오직 원하오니 태자께서는 이 일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이 때 태자는 말하였다.
      '장자여, 내가 부처님의 말씀을 듣건대, 만약 어떤 중생이 부모를 괴롭게 하면 큰 지옥에 떨어지고 나올 기약이 없다고 한다. 어찌하여 장자는 스스로 신체를 깨트려서 아들을 낫게 하고자 하는가. 잠시 한 순간만을 참아라. 마땅히 장자를 위하여 큰 방편을 지을 것이다.'
      이 때 장자는 태자의 분부를 듣고서 마음이 크게 환희 하여 태자의 발에 절하고서 돌아가 집안에 이르렀다. 그 아들을 코끼리에 싣고서 태자에게 보내었다. 태자가 보고 나서 제호(醍醐)를 그에게 부었다.
      이 때 선인은 태자에게 말하였다.
      '설사 이 약을 이 남자에게 부어 90일을 지난다 해도 끝내는 낫지 못할 것입니다. 반드시 자애한 마음의 성냄이 없는 사람의 피를 얻으십시오.'
      이 때 태자는 속으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 몸을 제외한 그 밖의 다른 중생은 모두가 반드시 성을 낸다. 나는 지금, 이를 위하여 모든 병의 괴로움을 구하고 생사의 목숨을 제도하며, 맹세코 불도(佛道)를 구하여 미래세에서도 만약 성불(成佛)함을 얻는다면, 또 마땅히 이 법신(法身)의 목숨[常命]을 보시하리라.'
      이 맹세를 하고서 곧 몸을 찔러 피를 그 큰 장자의 아들에게 바르고 뼈를 깨트려 골수를 내어서 그에게 주어 먹게 하였다. 장자의 아들은 먹고 나서 병이 나았다.

       

      № -8


      이 때 태자는 뼈가 깨어졌기 때문에 정신을 잃고 땅에 쓰러졌다. 이 때 하늘과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제석천과 범천과 호세사왕과 무수한 천자(天子)가 모두 함께 내려왔다. 태자가 있는 곳에 이르러 태자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몸으로써 병든 중생을 제도하였습니다. 무엇을 구하고자 합니까? 제석천입니까, 마왕(魔王)입니까, 범천입니까, 전륜성왕을 구합니까? 삼계 중에서 무엇을 구하고자 합니까?'
      이 때 태자는 제석천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금 구하는 것은, 삼계 중의 높은 영화도 크고 귀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구하는 것은 원컨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때 제석천은 이 말을 듣고서 태자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지금 몸을 베고 뼈를 깨트려 골수를 내어서 몸이 떨리는데도 탄식하고 원망하지 아니합니까?'
      이 때 태자는 곧 서원을 세웠다.
      '내가 처음 신체를 베고 나아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만약 탄식하고 원망함이 머리털의 크기만큼도 없었다면 나의 신체를 전과 같이 회복되게 하여지이다.'
      이 서원을 마치자 몸이 회복되었는데 전과 같아 다름이 없었다.
      이 때 제석천은 이 일을 보고 나서 태자에게 말하였다.
      '태자의 위덕(威德)은 기이하고 특이하여 비할 바 없습니다. 굳세고 큰 뜻이 있으니 반드시 성불(成佛)함을 얻을 것입니다. 태자께서 성불할 때, 원하오니 먼저 저를 제도하여 주십시오.'
      이 서원을 지을 때, 태자는 잠시 침묵하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원하오니, 내가 성불할 때
      널리 모든 하늘과 사람을 제도하고
      몸과 마음에 걸림이 없어
      널리 일체를 자애(慈愛)하고
      또 그대들을 제도하며
      모든 중생의 종류로 하여금
      모두가 대열반에 머물러
      길이 쾌락을 받게 하여지리다.

      이 때 태자가 게송을 설하고 나자 모든 하늘이 꽃을 비 오듯 뿌려서 공양하였다. 또 무량한 백천의 진귀한 보배를 비 오듯 뿌려서 쌓아 궁궐의 담을 채웠다. 태자는 얻기를 마치고서 이를 가져 보시하고, 보시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모든 바라밀을 닦아서 모두 다 만족하였고 부처가 됨을 얻었다.' "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바라나국의 왕은 나의 아버지 열두단(閱頭檀)이며, 그 때의 월음장자(月音長者)는 지금의 너 마하가섭이며, 그 때의 장자의 아들은 지금의 아기달(阿祈達) 비구이다. 그 때의 인욕개(忍辱鎧) 태자는 지금의 나인 석가모니 부처이다. 그 때의 제석(帝釋)은 지금의 사리불(舍利弗)이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이 아기달 비구는 지난 과거에 풍대가 움직인 까닭에 발광(發狂)하였고 지혜가 없었다. 이 까닭에 지금 4대(大)의 정(定)에 들어가지만 바람의 정(定)에 있어서 마음이 의혹 하여 행하지 않는다. 설사 이 사람이 풍대(風大)의 정에 들어 사대를 관한다 하더라도 머리는 깨어져 일곱 조각으로 나뉘고 심장은 찢어져서 죽게 된다. 마땅히 이 사람으로 하여금 자애한 마음[慈心]을 닦게 해야 한다."
      이 때 세존께서는 아기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마땅히 일체 중생은 모두 다섯 가지 괴로움 때문에 핍박받음을 관하여야 한다. 너는 지금 마땅히 대자심(大慈心)을 일으켜 뭇 괴로움을 벗고자 하고, 색(色)·수(受)·상(想)·행(行)·식(識)은 모두 다 무상하고 괴로움이며 공(空)이고 무아(無我)임을 관하여야 한다."
      아기달은 부처님의 이 같은 말씀을 듣고서 활연히 뜻을 이해하고, 때맞추어 곧 아라한의 도를 얻고, 3명(明)·6통(通)과 8해탈(解脫)을 구족하였다. 곧 부처님 앞에서 몸을 공중으로 솟구쳐 열여덟 가지 신통변화를 지었다.

       

      № -9


      열여덟 가지 변화를 짓고 나서 공중에서 내려와 부처님 발에 정례(頂禮)하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지금 저를 위하여 지난 옛날의 인연을 설하여 주시고, 자애한 마음을 설하여 주시고, 자세히 4제(諦)를 연설하셨습니다. 저는 부처님의 힘으로 인하여, 곧 때맞추어 삼계의 번뇌의 업을 깨뜨리고 아라한을 이루었습니다. 오직 원하오니 천존(天尊)이시여, 미래세의 탁(濁)하고 악한 중생이 악업의 죄 때문에 5탁(濁)의 세계에 태어나고, 이와 같은 중생이 만약 두타행(頭陀行)과 온갖 선정(禪定)을 닦아서 아나함(阿那含)을 얻는다 해도 저와 같이 마음이 의혹 하여 머물러서 행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어떠한 법을 닦아야 괴로운 경계를 떠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기달에게 말씀하셨다.
      "분명하게 들어라. 분명하게 듣고 마땅히 이를 잘 생각해야 한다. 여래는 지금, 너 아기달로 인하여 널리 미래세의 모든 중생을 위해서 아나함부터 아라한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설하리라. 그 중간에 있는 미세한 일체 경계는 마땅히 스스로 분별해야 한다.
      만약 풍병(風病)이 많은 자는 풍대(風大)의 정(定)에 들 때, 풍대를 인하기 때문에 기꺼이 미친 병을 일으키면 마땅히 부처를 관하게 하여야 한다. 부처를 관하게 한다는 것은, 여래의 10력(力)과 4무소외(無所畏)와 18불공법(不共法)과 대자대비(大慈大悲)와 3념처법(念處法)을 관하게 하는 것이다.
      이 법을 관할 때, 자연히 무량한 색신(色身)의 미세하고 묘한 상호를 볼 수 있다. 혹은 여러 부처가 공중에 날아올라 열여덟 가지 신통변화를 짓는다. 혹은 여러 부처의 하나하나의 상호가 널리 무량한 백천의 변화를 나타낸다. 이 일을 볼 때, 마땅히 공경하고 공양하는 마음을 일으키어 향과 꽃의 생각을 지어 널리 모든 부처에게 흩뿌려야 한다. 그렇게 한 뒤에, 또 마땅히 스스로 생각하고서 말해야 한다.
      '지금 내 몸 속의 5음(陰)과 4대(大)는 모두 다 무상하고 생멸(生滅)하며 머물지 않는다. 번뇌의 가지와 줄기와, 그리고 번뇌의 뿌리는 모두가 다 무상하다. 내가 염(念)하는 것은, 부처님의 10력과 4무소외와 18불공법과대자대비를 염한다. 이와 같은 공덕은 색신(色身)을 장엄한다. 마치 보배의 병에 여의보주(如意寶珠)가 가득함과 같다. 보배 구슬의 힘 때문에 이 병은 비치어 꾸며진다. 구슬에 나라는 것도 없고, 병도 또한 머무는 바가 없다. 다만 중생을 위할 뿐이다. 부처님도 또한 이와 같다. 색의 성품도 색의 모양[像]도 없으며 해탈하고 청정하다. 어찌하여 지금 내가 여래의 10력인, 이 처비처력(處非處力)10)과 나아가 누진력(漏盡力)11)과, 18불공법과 대자대비를 분명히 관하지 않겠는가. 어찌하여 다시 무량한 색의 모양[色像]을 보겠는가.'
      이 생각을 하고 나서 진금(眞金)의 상(像)이 사바세계에 가득하여 가고 머물고 앉고 눕는 네 가지 위의(威儀) 중에서 모두 고(苦)·공(空)·무상(無常)·무아(無我)를 설하는 것을 본다. 비록 이 일을 본다 하여도 또 마땅히 생각[意想]을 일으켜야 한다.
      '이 모든 부처님은 모두가 이 계(戒)·정(定)·혜(慧)·해탈(解脫)·해탈지견(解脫知見)·10력·4무소외·18불공법·대자대비·3념처(念處)의 이와 같은 공덕과 함께 합하여 이루어졌는데 어찌 색(色)이 있겠는가.'
      이 생각을 할 때, 하나하나를 분명히 관하여 모든 부처의 몸과 마음을 걸림이 없게 하고, 또 색상(色想)도 없게 한다. 스스로 자기의 몸이 공중의 구름과 같음을 본다. 다섯 가지 수음(受陰)12)이 모든 성품과 모양이 없어 활연히 환희 함을 관한다.
      또 다시 몸을 봄에, 연꽃이 뭉친 것과 같고 두루 싸서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하다. 모든 앉아 있는 부처[坐佛]는 이미 꽃 위에 앉아 있고, 중생을 위하여 깊고 깊은 공(空)·무아(無我)·무원(無願)·무작(無作)·성현(聖賢)의 열네 가지 경계문[十四境界門]13)을 설하는 것을 본다."
      부처님께서 아기달에게 말씀하셨다.

       

      № -10


      "만약 어떤 행자가 이 일을 보기를 마치면 마땅히 불쌍히 여기는 마음[慈心]을 가르쳐야 한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르친다 함은 지옥을 관하게 하는 것이다. 이 때 행자는 곧 열여덟 가지 지옥의 불 수레와 숯불이 이글거리는 화로와 칼의 산과 칼의 나무에게서 괴로움을 받는 중생을 보는데, 이 모두가 자기 전신(前身)의 부모와 종친(宗親)과 권속이며 혹은 스승의 무리이며 여러 선지식이다.
      하나하나의 사람을 보면 아비지옥(阿鼻地獄)의 사나운 불에 몸을 태우고, 혹은 또 어떤 사람은 마디마다 불이 타오르고, 혹은 칼의 나무에 오르고, 혹은 칼의 산을 밟고, 혹은 끓는 가마솥에 던져지고, 혹은 재의 강물에 들어가고, 혹은 끓는 똥을 마시고, 혹은 뜨거운 철환(鐵丸)을 깨물고, 혹은 녹은 구리를 마시고, 혹은 무쇠의 침상에 눕고, 혹은 구리의 기둥을 안고, 혹은 칼의 숲에 들어가 몸을 깨뜨리는 것이 수없다. 혹은 눈을 빼앗는 자가 무수하고, 뜨거운 동환(銅丸)을 가져다가 눈 속에 넣는다.
      혹은 아귀(餓鬼)를 보면, 몸의 모양은 길고 커서 수십 유순(由旬)이고, 불을 깨물고 숯불을 삼키며, 혹은 피고름을 마시는데 변하여 녹은 구리가 되고, 온몸에서 불이 일어나고, 발뒤꿈치에서 구리가 흐른다. 혹은 캄캄한 철위산(鐵圍山)의 사이를 보면, 그 안에 가득한 중생의 상태는 나찰(羅刹)과 같아 서로 깨물고 먹는다. 모든 야차를 보면, 발가벗은 모양이며 검고 야위었으며 두 이가 위로 나와 있고, 머리 위는 불타오르고 있으며, 머리는 소의 머리와 같은데 뿔 끝에서 피를 비 오듯 흘린다.
      또 세간의 호랑이와 이리와 사자 등 온갖 사나운 짐승이 서로 뜯어먹는 것을 본다. 또 일체의 모든 축생이 괴로워함을 보고, 혹은 아수라(阿修羅)가 귀와 코를 찢는 온갖 괴로운 일을 받는 것을 본다. 또 삼계의 일체 중생이 탐욕 때문에 모두가 고뇌(苦惱)를 받는 것을 본다. 무상천(無想天)14)이 마치 번개와 허깨비[幻]와 같아 오래지 아니하여 마땅히 큰 지옥에 떨어짐을 관한다. 간추려 말하면 삼계의 스물다섯 가지 존재[二十五有]15)의 모든 중생은 모두가 3도(塗)에서 고뇌하는 업인 것이다.
      이 때 행자는 삼계에서 괴로움을 받는 중생을 관하는데, 그 마음의 명료함이 손바닥을 관하는 것과 같다. 깊은 자비가 일어나고 연민의 마음이 생긴다. 모든 중생이 전생에 행한 악업 때문에 나쁜 과보를 받는 것을 본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슬피 울며 눈물을 비 오듯 흘린다. 구호(救護)하고자 하여 그 마음의 힘을 다하여도 구제하지 못한다.
      이 때 마음 속에 극히 연민함이 생겨 생사를 싫어하고 오래 머무르기를 바라지 않는다. 마음에 놀라움과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 마치 사람이 칼을 쥐고 와서 자기를 해치고자 함과 같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다시 자비를 일으켜 괴로움을 뽑아버리고자 하지만 이를 어쩌지 못한다. 이 때 행자는 속으로 스스로 생각한다.
      '이 모든 중생은 무명(無明)을 인하고, 무명은 지어감[行]을 반연하고, 지어감은 의식[識]을 반연하고, 의식은 이름과 물질[名色]을 반연하고, 이름과 물질은 6입(入)을 반연하고, 6입은 감촉[觸]을 반연하고, 감촉은 느낌[受]을 반연하고, 느낌은 애욕[愛]을 반연하고, 애욕은 취함[取]을 반연하고, 취함은 존재[有]를 반연하고, 존재는 태어남[生]을 반연하고, 태어남은 늙음과 죽음과 근심과 슬픔과 괴로움과 번민[老死憂悲苦惱]을 반연한다.'
      이 때 행자는 스스로 속으로 생각한다.
      '이 무명은 어느 곳으로부터 와서 알을 품어서 까고 낳아서 삼계에 두루 가득하게 하는가. 이 무명을 관함에, 지대(地大)를 빌려서 성장(成長)함을 얻고, 풍대(風大)에 의해서 동요(動搖)함을 얻고, 지대(地大)를 인하여 몸이 굳어져 무너지지 않는다. 화대(火大)는 비추어 자라게 하고, 물은 온갖 성품을 이룬다.
      이와 같은 동작(動作)이 있으니, 바람의 성품은 머물지 않고, 물의 성품은 따라 흐르며, 불의 성품은 타오르고, 땅의 성품은 굳고 단단하다. 이 4대의 성품은 위로 둘이며, 아래로 둘이고, 여러 방향으로도 역시 둘이다. 동쪽은 색음(色陰)의 성품을 이루고, 남쪽은 수음(受陰)의 성품을 이루고, 서쪽은 상음(想陰)의 성품을 이루고, 북쪽은 행음(行陰)의 성품을 이루고, 윗쪽은 식음(識陰)의 성품을 이룬다.

       

      № -11


      이 다섯 가지 수음(受陰)은 무명에 의하여 있다. 감촉[觸]으로부터 느낌[受]이 생기고, 감촉의 즐기는 인연으로 여러 가지 느낌이 생긴다. 느낌의 인연으로 애욕[愛]과 취함[取]과 존재[有]가 생기고, 존재의 인연으로 삼계에 태어난다. 아흔여덟 가지 번뇌와, 모든 번뇌의 업이 중생을 묶고 얽어서 나올 기약이 없다. 이와 같이 모든 업은 무명으로부터 있게 된다. 어리석음에 의해 애욕[愛]이 생긴다. 이 무명은 본래의 상(相)이 나오는 것이니, 무엇으로부터 생기며, 삼계에 두루 퍼져서 모든 중생을 크게 묶고 얽어매는가.
      나는 지금 마땅히 무명의 식상(識相)은 어느 곳으로부터 일어나는가를 관해야 한다. 이 무명을 곧 지대(地大)라고 할 것인가, 지대를 떠난 것이라고 할 것인가, 지대와 합하였다고 할 것인가, 땅으로부터 생긴 것이라고 할 것인가, 땅으로부터 멸한 것이라고 할 것인가? 땅의 성품은 본래 공하다. 땅을 추심(推尋)하여도 주인은 없다.
      어찌하여 무명인가? 어리석은 애욕의 생각을 일으키어 지어감[行]을 반연해서 있다. 그렇다면 이 모든 행과 그리고 애욕과 취함과 존재는 바람에 의하여 일어난다고 하겠는가, 물에 의해서 생긴다고 하겠는가, 불이 비춰지는 것이라고 하겠는가?'
      이와 같이 4대를 하나하나 분명하게 관하면, 이 모든 요소[大 : 四大]들은 실로 성품의 상(相)이 없으며 진여(眞如)의 실제(實際)와 같다.
      '어찌하여 모든 중생을 이끌어 삼계에 묶어 두고, 커다란 번뇌의 태우는 바가 되게 하는가'라는 이 생각을 하고 나면, 생사를 두려워하게 되고 하늘에 나는 즐거움을 싫어한다. 모든 천궁(天宮)을 관하면 꿈과 같고 환(幻)과 같으며 이슬과 같고 번개와 같고 부르는 소리의 메아리와 같다. 널리 삼계의 모든 중생을 보면 마치 도는 것[環旋]과 같아 괴로움을 받음이 끝이 없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근심하고 즐거워하지 않는다. 세간은 빨리 흐르는 물과 같다. 열반의 길을 구하여 찰나 찰나의 사이에도 해탈을 구하고자 한다.
      이 때 또 마땅히 다시 숨을 세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하나를 세고서 둘에 따르고, 둘을 세고서 셋을 따르고, 셋을 세고서 넷을 따르고, 넷을 세고서 다섯을 따르고, 다섯을 세고서 여섯을 따르고, 여섯을 세고서 일곱을 따르고, 일곱을 세고서 여덟을 따르고, 여덟은 세고서 아홉을 따르고, 아홉을 세고서 열을 따르고, 열을 세고서 백을 따르고, 백을 세고서 천을 따르고, 숨의 많고 적은 것을 따라서 공기를 거두어 머물게 한다.
      이 때 스스로 자기의 몸을 보면, 백천만억의 연꽃 모두가 시들어 꺾인 것과 같다. 네 방면으로부터 바람이 와서 시든 꽃을 불어 가니, 변하여 유리가 된다. 마치 유리의 그릇과 같다.
      스스로 그 마음을 보면, 큰 꽃나무와 같고, 아래쪽의 금강의 세계[金剛際]로부터 나아가 삼계의 꼭대기 위에 이르고, 네 개의 열매가 있다. 그 열매는 미묘하여 여의주(如意珠)와 같다. 여섯 가지 광명이 있는데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춘다.
      행자가 이 일을 볼 때, 금강지(金剛地)의 경계로부터 나아가 위로 삼계의 꼭대기를 보면, 그 안에 가득한 여러 부처가 큰 제자와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혹은 어떤 여러 부처는 허공에 날아 올라 몸 위로 물을 내고 몸 아래로는 불을 내며, 몸 아래로 물을 내고 몸 위로 불을 내며, 동(東)에 솟고 서(西)에 잠기며, 서에 솟고 동에 잠기며, 남(南)에 솟고 북(北)에 잠기며, 북에 솟고 남에 잠기며, 복판에 솟고 가장자리에 잠기고, 가장자리에 솟고 복판에 잠긴다. 혹은 큰 몸을 나타내어 허공에 가득 차고, 그 큰 몸을 다시 작게 나타내는데 마치 개자(芥子)만하니, 변하여 나타남이 자재하여 뜻대로 되고 걸림이 없다.
      혹은 여러 성문(聲聞)이 4대(大)의 정(定)에 드는 것을 보는데, 몸은 불덩이와 같고, 모든 불길의 끝은 마치 금의 대롱[金筒]에 온갖 빛깔의 물이 넘치는 것과 같다. 또 자기의 몸이 그와 같이 정에 드는 것을 본다.
      이 때 마땅히 행자에게 이렇게 가르쳐서 말해야 한다.
      '네가 보고 있는 것이 곧 많은 부처와 여러 성문이라 하지만, 너는 지금 마땅히 이 모든 세존은 곧 상(相)이 없는 몸이며, 곧 큰 해탈이며, 이는 배 움이 없는 과위[無學果]라고 관하여야 한다. 마땅히 너의 마음을 잘 거두어 잡아서 앞에서와 같이 숨을 세어야 한다.'

       

      № -12


      이 숨을 세는 법[數息法]에는 열여섯의 과목[十六科]16)이 있지만 자세히 말할 수는 없다.
      이 때 행자는 숨을 세기를 마치고 나서, 마음과 뜻이 편안하여 고요하고 보는 것이 없어지면, 또 마땅히 다시 마음의 연꽃[心蓮華]을 관해야 한다. 꽃나무와 같아 나무 위에 열매가 있고, 마니주(摩尼珠)와 같아 여섯 가지 광명을 나타낸다. 그 광명은 밝고 빛나서 삼계의 꼭대기로부터 아래쪽으로 금강지(金剛地)의 경계까지를 비춘다. 마음의 꽃나무의 뿌리는 끊어질 듯하나 끝없이 깊음을 본다.
      이 때 마땅히 모든 부처의 법신(法身)을 관하여야 한다. 모든 부처의 법신은 색신(色身)을 인하여 있다. 비유하면 색신은 금병(金甁)과 같고, 법신은 마니주와 같다. 마땅히 분명하게 관하여야 한다. 색신 안의 10력(力)·4무소외(無所畏)·18불공법(不共法)·대자대비(大慈大悲)·걸림 없는 해탈[無碍解脫]·신통과 지혜[神智]·한량없고 절묘(絶妙)한 경계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체의 모든 법은 오고 감이 없고, 머물지도 않고 무너지지도 않아 진여의 실제[如實際]17)와 같다.
      범부는 어리석어 늙음과 죽음의 큰 도둑에게 쫓기고 망령된 견해로 전도(顚倒)한다. 전도하기 때문에 3도(塗 : 三途)의 애욕의 강에 떨어져 급히 흐르는 물에 표류하여 삼계에 빠져 죽는다.
      '나는 지금 어찌하여 범부의 행과 같이하여 망상(妄想)으로써 부처님을 보는가. 나의 대화상(大和尙)이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지난 옛날, 머리와 눈과 뇌수와 나라와 성(城)과 아내와 자식을 보시하셨고, 백천의 고행(苦行)으로 해탈의 법을 구하셨다. 지금은 생사를 초월함을 얻어 대열반에 머무시고, 적멸(寂滅)하여 궁극의 경지에 이르러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신다. 과거 부처님의 법같이 항상 즐거운 곳에 머무르시고, 또 오고 감이 없으며 모든 지혜를 지금 가지셨고, 몸과 마음은 움직이지 아니하여 편안하고 무위(無爲)하시다. 이와 같이 지혜를 성취한 몸에 어찌 생각[想]이 있겠는가. 어떻게 변동(變動)하겠는가. 내가 지금 보는 것은 망상에 의하여 나타난 것이며 여러 가지 인연에 속한다. 때문에 이는 전도된 색상(色相)의 법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 일체의 모든 부처와 그리고 모든 현성(賢聖)은 고요히 몸을 감추고,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오직 한 부처만이 있고 네 사람의 큰 제자는 시자(侍者)가 된다.
      이 때 석가모니 세존은 행자를 위하여 다시 4대의 청정한 관법(觀法)을 설한다.
      '법자(法子)여, 과거 3세(世)의 여러 현성들은 이 행을 관할 때, 자연히 모두 풍대(風大)의 관법을 관하였다.'
      풍대를 관한다는 것은 먼저 몸 안을 관하는 것으로 마음의 꽃나무로부터 하나의 미풍(微風)이 생긴다. 이와 같은 미풍은 점점 증장(增長)하여 몸에 두루 가득 찬다. 몸에 가득 차고 나서 털구멍에서 나와 하나의 방안에 가득 찬다. 하나의 방안에 가득 차고 나서 이 미풍이 하나의 뜰 안에 가득함을 본다. 하나의 뜰 안에 가득 차고 나서 다시 점점 1경(頃)18)의 땅에 가득함을 본다. 1경에 가득 차고 나서, 또 다시 더욱 넓어져서 한 유순(由旬)에 가득 찬다. 한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두 유순에 가득 차고, 두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세 유순에 가득 차고, 세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네 유순에 가득 차고, 네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다섯 유순에 가득 차고, 다섯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이와 같이 점점 넓고 커져서 십 유순에 가득 찬다.
      미풍은 조금만 움직여도 점점 확대하여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가득 차 위로는 삼계의 꼭대기에 이르고 아래로는 금강의 경계[金剛際]에 이른다. 여러 곳에 두루하기를 마치고서 다시 꼭대기로부터 들어가고, 그 마음 나무의 모든 꽃과 잎을 점점 시들어 떨어지게 한다. 스스로 자기의 몸을 보면 파리(頗梨)의 거울과 같아 속과 겉이 비쳐 보인다[映撤].

       

      № -13


      이 때 또 마땅히 수대(水大)를 관하게 해야 한다. 수대를 관한다는 것은, 먼저 몸의 안을 관하는 것으로, 마음의 꽃나무의 끝에서 하나의 아주 작은 물이 나오니, 마치 유리(琉璃)의 기운과 같다.
      흰 구름과 같이 점점 더욱 넓어져 몸 안에 두루 가득 찬다. 몸 안에 가득 차고 나서 6근(根)으로부터 나와서 정수리 위로 솟아 나오고 몸을 일곱 겹으로 휘감고 돌며, 흰 구름의 행(行)과 같이 방울방울 물을 비 내린다. 그 물은 유연하여 하나의 침상에 가득 넘친다. 하나의 침상에 가득 차고 나서 점점 넓고 커져서 하나의 방안에 가득 찬다. 하나의 방에 가득 차고 나서 하나의 뜰 안에 가득 찬다. 하나의 뜰에 가득 차고 나서 하나의 성 안에 가득 찬다. 하나의 성에 가득 차고 나서 십 경(頃)의 땅에 가득 찬다. 십 경의 땅에 가득 차고 나서 백 경(頃)의 땅에 가득 찬다. 백 경의 땅에 가득 차고 나서 한 유순에 가득 찬다.
      물의 빛깔은 아주 희어서 흰 유리의 광명과 같다. 그 기운은 미세하여 범부의 눈[眼根]의 경계를 뛰어난다. 점점 넓고 커져서 두 유순에 가득 찬다. 두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세 유순에 가득 찬다. 세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네 유순에 가득 찬다. 네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다섯 유순에 가득 찬다. 다섯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점점 넓고 커져서 십 유순에 가득 찬다. 십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점점 넓고 커져 백 유순에 가득 찬다. 백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점점 넓고 커져 하나의 염부제(閻浮提)에 가득 찬다. 하나의 염부제에 가득 차고 나서 점점 넓고 커져서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가득 차고, 위로는 삼계의 꼭대기에 이르고 아래로는 금강의 경계에 이른다. 이와 같이 물의 상(相)과 그 기운은 구름과 같다. 다시 정수리로 들어간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또 다시 화대(火大)를 관하게 해야 한다. 화대를 관한다는 것은, 스스로 몸 안을 관하는 것으로, 마음의 꽃나무 끝의 여러 꽃잎 사이에 미세한 불이 있는데, 마치 황금의 빛과 같다. 마음 끝에서 나와 몸 안에 두루 가득 차고, 털구멍으로부터 나와서 점점 넓고 커져 하나의 침상에 두루 가득 찬다. 하나의 침상에 가득 차고 나서 하나의 방안에 가득 찬다. 하나의 방안에 가득 차고 나서 점점 넓고 커져서 하나의 뜰 안에 가득 찬다. 하나의 뜰 안에 가득 차고 나서 하나의 성안에 가득 찬다. 하나의 성안에 가득 차고 나서 십 경(頃)의 땅에 가득 찬다. 십 경의 땅에 가득 차고 나서 백 경의 땅에 가득 찬다. 백 경의 땅에 가득 차고 나서 한 유순에 가득 찬다.
      불의 빛깔은 희게 변하여 진주의 빛과 같다. 또 다시 선명하게 희어서 파리(頗梨)나 설산(雪山)으로도 비할 수 없다. 붉은 광명이 비추고 얽혀서 무늬를 이룬다. 점점 넓고 커져서 두 유순에 가득 찬다. 두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세 유순에 가득 찬다. 세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네 유순에 가득 찬다. 네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다섯 유순에 가득 찬다. 다섯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점점 넓고 커져 백 유순에 가득 찬다. 백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점점 넓고 커져 염부제에 가득 찬다. 염부제에 가득 차고 나서 점점 넓고 커져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가득 찬다. 위로는 삼계의 꼭대기에 이르고 아래로는 금강의 경계에 이른다. 다시 정수리로 들어간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또 마땅히 다시 지대(地大)를 관하게 해야 한다. 지대를 관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몸 안을 관하는 것으로, 마음 나무의 모든 꽃이 점점 넓고 커짐이 금강의 구름[金剛雲]과 같고, 몸 안에 두루 가득 찬다. 몸 안에 가득 차고 나서 다시 하나의 침상에 가득 찬다. 하나의 침상에 가득 차고 나서 하나의 방에 두루 가득 찬다. 하나의 방에 가득 차고 나서 하나의 뜰에 두루 가득 찬다. 하나의 뜰에 가득 차고 나서 하나의 성에 두루 가득 찬다. 하나의 성에 가득 차고 나서 점점 넓고 커져 십 경(頃)에 두루 가득 찬다. 십 경에 가득 차고 나서 백 경에 두루 가득 찬다. 백경에 가득 차고 나서 한 유순에 가득 찬다. 한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그 빛깔은 푸르게 변하여 점점 넓고 커져서 두 유순에 두루 가득 찬다. 두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세 유순에 가득 찬다. 세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네 유순에 가득 찬다. 네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다섯 유순에 가득 찬다. 다섯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점점 넓고 커져 백 유순에 가득 찬다. 백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점점 넓고 커져 염부제에 가득 찬다. 염부제에 가득 차고 나서 점점 넓고 커져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가득 찬다. 위로는 삼계의 꼭대기에 이르고 아래로는 금강의 경계에 이른다. 다시 정수리로 들어간다.

       

      № -14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또 마땅히 다시 지대(地大)를 관하게 해야 한다. 이 지대를 관함에, 금강의 구름[金剛雲]과 같아 깨뜨리기가 어렵다. 마땅히 어떻게 없애겠는가.
      이 관을 지을 때, 불세존 석가모니가 금강좌(金剛座)에 앉아 있음을 본다. 높은 제자와 권속 5백 사람과 함께 행자의 앞에 앉아서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멸제(滅諦 : 涅槃)를 찬탄한다.
      이 말을 듣고 나서 마땅히 지대를 관하여야 한다.
      '인연에 의하여 일어나고 무명(無明)이 갖는 것이다. 무명은 성품이 없으며, 어리석음[癡]과 애욕[愛]은 주인이 없다. 헛된 거짓 인연을 임시로 무명이라고 이름한다. 애욕과 취함[取]과 존재[有] 등도 모두 이 상(相)에 속한다.'
      이 생각을 할 때 스스로의 마음 속을 보면, 많은 꽃나무의 끝에서 점차로 불이 일어나 금강의 구름을 태운다. 하나하나의 구름은 모든 잎 사이에서 불과 몸을 합하여 몸 안에 두루 가득 찬다. 몸 안에 가득 차고 나서 땅과 불이 함께 움직여 하나의 침상에 두루 가득 찬다. 하나의 침상에 가득 차고 나서 하나의 방에 두루 가득 찬다. 하나의 방에 가득 차고 나서 하나의 뜰에 두루 가득 찬다. 하나의 뜰에 가득 차고 나서 하나의 성에 가득 찬다. 하나의 성에 가득 차고 나서 점점 넓고 커져 십 경에 두루 가득 찬다. 십 경에 가득 차고 나서 백 경에 두루 가득 찬다. 백 경에 가득 차고 나서 한 유순에 가득 찬다. 한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두 유순에 가득 찬다. 두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세 유순에 가득 찬다. 세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네 유순에 가득 찬다. 네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다섯 유순에 가득 찬다. 다섯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점점 넓고 커져 백 유순에 가득 찬다. 백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점점 넓고 커져 염부제에 두루 가득 찬다. 땅과 불의 두 요소는 그 성품이 각각 달라서 다시 서로 치고 움직여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가득하고, 위로는 삼계의 꼭대기에 이르고 아래로는 금강의 경계에 이른다. 다시 정수리로 들어간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또 마땅히 다시 풍대(風大)를 관하게 해야 한다. 풍대를 관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몸 안을 관하는 것으로, 마음의 꽃나무 사이에 자색(紫色)의 바람을 내는데, 수대(水大)를 따라 들어가 이 바람의빛깔을 없애고 물의 빛깔과 같게 한다. 바람이 움직여 물을 솟게 해서 몸 안에 두루 가득 차고, 점점 넓고 커져 하나의 침상에 가득 차고 나서 하나의 방안에 가득 찬다. 하나의 방에 가득 차고 나서 하나의 뜰에 가득 찬다. 하나의 뜰에 가득 차고 나서 하나의 성에 가득 찬다. 하나의 성에 가득 차고 나서 점점 넓고 커져 한 유순에 두루 가득 찬다. 한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바람과 물의 두 성품은 그 성품이 각각 달라서 바람은 이 물을 부니 마치 유리의 방울과 같고, 그 빛깔은 치성한 불빛으로 다시 서로 치고 움직여서 두 유순에 두루 가득 찬다. 두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세 유순에 가득 찬다. 세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네 유순에 가득 찬다. 네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다섯 유순에 가득 찬다. 다섯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점점 넓고 커져 백 유순에 가득 찬다. 백 유순에 가득 차고 나서 점점 넓고 커져 염부제에 두루 가득 찬다. 염부제에 가득 차고 나서 점점 넓고 커져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가득 차고, 위로는 삼계의 꼭대기에 이르고 아래로는 금강의 경계에 이른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스스로 자기의 몸을 보면 몸의 모든 털구멍에서 모든 불이 일어난다. 이 불의 빛과 불꽃은 삼계에 두루 가득 차고, 삼계 밖으로 나오니 진금(眞金)의 꽃과 같다. 꽃 위에 열매가 있는데 열매와 잎은 서로 이어서 그 열매의 빛에서 4제(諦)와 12인연과 생사를 건너는 법을 연설한다.
      또 몸 안에 모든 물이 일어남을 본다. 그 물은 따뜻하고 부드럽고, 털구멍으로부터 나와 삼계에 흘러 퍼져서 두루 가득 차지 않음이 없다. 물색의 빛을 내어 삼계의 꼭대기를 비추고, 불빛은 열매 속으로 들어간다.
      또 몸 속을 보면, 모든 바람이 일어나 몸 안에 두루 가득 차고, 털구멍으로부터 나와 점점 넓고 커져 급한 여울과 같이 빠르고 회오리바람과 같이 빨라 삼계에 두루 가득 차며, 변화하여 황금의 구름이 되고 불빛의 열매 속으로 들어간다. 또 땅의 기운이 있는데 극히 미세하고 엷고, 사대에 널리 가득 찬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또 마땅히 다시 5음(陰)을 분명하게 관하게 해야 한다. 색음(色陰)을 관함에, 이 색음은 지대(地大)에 의하여 있다. 지대는 정해진 것이 아니며 무명으로부터 생긴다. 무명의 인연으로 망령되이 보는 것을 색(色)이라고 이름한다. 이 색의 모양[色相]을 관함에 거짓이고 진실하지 않다. 또 생하는 곳도 없고, 인연을 빌려서 나타내며, 인연의 성품은 공(空)하다. 색음(色陰)도 또한 같다. 수(受)·상(想))·행(行)·식(識)도 성품과 모양이 모두 공하여 그 안에 견실(堅實)함이 없다.

       

      № -15

      이 5음(陰)을 관함에 '실로 인연도 없고, 또 받음[受]도 없다. 이와 같은 4대(大)는 어떻게 증장하여 삼계에 두루 가득한가'라고 한다. 이 생각을 할 때, 일체의 불이 모든 털구멍으로부터 나와서 삼계에 두루 가득 차고, 도로 일체의 털구멍으로 들어감을 본다. 또 일체의 지대(地大)가 마치 금강의 구름과 같고, 일체의 털구멍으로부터 나와서 삼계에 두루 가득 차고, 도로 일체의 털구멍으로 들어감을 본다. 또 수대(水大)가 마치 미진(微塵)과 같고, 일체의 털구멍으로부터 나와서 삼계에 두루 가득 차고, 도로 일체의 털구멍으로 들어감을 본다. 또 풍대(風大)는 그 기세가 약하고 적으며, 일체의 털구멍으로부터 나와서 삼계에 두루 가득 차고, 도로 일체의 털구멍으로 들어감을 본다.
      이와 같이 4대는 털구멍으로부터 나오고 털구멍으로 들어가기를 거듭 반복하여 8백 번을 거친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고서, 앞에서와 같이 숨을 세고 나서, 기운을 닫고 머물기를 7일을 지낸다. 이 때 자연히 이 대지가 점차로 비는[空] 것을 본다. 하나의 침상 아래가 점점 비는 것을 보고, 하나의 방이 점점 비는 것을 본다. 하나의 방을 보고 나서 하나의 뜰의 땅이 점점 비는 것을 본다. 하나의 뜰을 보고 나서 하나의 성(城)의 땅이 점점 비는 것을 본다. 하나의 성을 보고 나서 십 경(頃)의 땅이 점점 비는 것을 본다. 십 경을 보고 나서 백 경(頃)의 땅이 점점 비는 것을 본다.
      백 경을 보고 나서 한 유순(由旬)의 땅이 점점 비는 것을 본다. 한 유순을 보고 나서 두 유순의 땅이 점점 비는 것을 본다. 두 유순을 보고 나서 세 유순의 땅이 점점 비는 것을 본다. 세 유순을 보고 나서 네 유순의 땅이 점점 비는 것을 본다. 네 유순을 보고 나서 다섯 유순의 땅이 점점 비는 것을 본다. 다섯 유순을 보고 나서, 나아가 십 유순의 땅이 점점 비는 것을 본다. 십 유순을 보고 나서, 나아가 백 유순의 땅이 점점 비는 것을 본다.
      백 유순을 보고 나서, 나아가 염부제(閻浮提)의 8천 유순의 땅이 점점 비는 것을 본다. 염부제를 보고 나서 불바제(弗婆提)의 땅 십천(十千) 유순이 점점 비는 것을 본다. 불바제를 보고 나서 구야니(瞿耶尼)의 땅 3만 유순이 점점 비는 것을 본다. 구야니를 보고 나서 울단월(鬱單越)의 땅 4만 유순이 점점 비는 것을 본다. 울단월을 보고 나서 수미산(須彌山)과 사대해수(四大海水)와 산하(山河)와 석벽(石壁)과 사천하(四天下) 안에 있는 일체의 굳고 단단하게 보이는 모든 것이 남김없이 모두가 점점 비는 것을 본다.
      사천하를 보고 나서 마음이 드디어 넓고 커지고,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가득한 모든 굳고 단단한 것인 대지와 산하와 석벽이 남김없이 모두 공(空)하여 마음에 의지함이 없다.
      이 때 자연히 금강의 경계[金剛際]를 봄에, 열네 개의 금강의 바퀴가 있는데, 금강의 바퀴 아래로부터 자연히 뛰어 올라, 다시 서로 닿아 부딪쳐서 행자의 앞에 이른다.
      이 때 마음 나무[心樹]의 모든 묘한 꽃 끝에서 자연히 불이 일어나 모든 꽃과 잎을 태우고, 나무 위의 네 개의 열매는 행자의 정수리에 떨어져, 정수리로 들어가 마음 속에 머무른다.
      이 때 이 마음은 활연히 명료해서 막힌 바깥의 일을 본다. 또 여섯 마리 코끼리가 있는데, 그 빛깔은 새까맣고 대지를 밟아 무너뜨리며 모든 물을 들이마신다. 바람이 불어 코끼리가 죽고, 코끼리의 귀에서는 불이 나와 코끼리를 모두 다 태운다. 네 마리의 큰 독사(毒蛇)는 빨리 나무 끝에 오른다.
      이 큰 나무의 아래는 금강의 경계에 이르고 위로는 삼계의 꼭대기에 이르는데, 대역사(大力士) 같은 한 사람이 나무를 뽑으려고 흔드는 것을 본다.
      행자의 마음 속에 네 개의 밝은 구슬의 열매가 다시 큰불을 내어 나무의 뿌리를 태워 끊는다. 이 때 큰 나무는 흩어져 가는 티끌과 같고, 행자는 보기를 마치고서 생각한다.
      '내가 지금 물·불·바람 등과 수대(水大)를 관함에, 일체는 무상(無常)하여 잠깐 사이에도 변하고 사라진다. 마땅히 스스로 나의 몸 안의 4대를 관해야 한다. 불이 일어남이 끝이 없다. 땅과 물과 바람 등도 또한 이와 같다. 이는 무명(無明)의 상(相)이다. 공(空)하고 소유함이 없으며 거짓되고 전도됨이 마치 서리[霜]나 불꽃[炎]과 같다. 삼계(三界)에 속하여 어리석음과 애욕을 반연하고, 33억의 생각을 내는 법이다. 990을 굴러[轉] 차례로 거친 상(相)을 생각함에 번뇌는 아흔여덟 가지이고, 그 가지와 줄기와 종자는 삼계를 가득 덮고, 이 수많은 번뇌 때문에 생(生)을 받음이 무수하다.

       

      № -16


      혹은 지옥에 떨어져 사나운 불이 몸을 태우고, 혹은 아귀가 되어 녹은 구리를 마시고 뜨거운 철환(鐵丸)을 깨물고, 백천(百千)의 세상 가운데서 물과 곡식을 알지 못한다. 혹은 축생이 되어 낙타와 나귀와 돼지와 개가 된 수를 알 수 없다. 사람 가운데서 괴로움을 받는데, 온갖 고난이 하나가 아니다. 이와 같이 수많은 것은 어리석음과 애욕으로부터 얻는다. 이제 어리석음과 애욕을 관함에 성품은 소유함이 없다.'
      이 생각[思惟]을 할 때, 석가모니 부처는 금색의 빛을 내며 모든 성문(聲聞)의 권속에게 둘러싸여 행자에게 말한다.
      '너는 지금도 알지 못한다. 색상(色相)은 비고 고요하고, 수(受)·상(想)·행(行)·식(識)도 또한 이와 같다. 너는 지금 마땅히 공(空)·무상(無相)·무작(無作)·무원(無願) 삼매를 분명히 관해야 한다.
      공삼매(空三昧)란 색(色)과 색의 성품과, 그리고 일체의 모든 법이 공하여 소유함이 없음을 관하는 것으로 이와 같이 공한 것을 공삼매라고 이름한다. 무원삼매(無願三昧)란 열반의 성품이 적멸하고 상(相)이 없음을 관하는 것으로 생사의 상(相)도 모두가 진여(眞如)의 실제(實際)와 같음을 관하는 것이다. 이 일을 관할 때, 생사를 원하지 않고 열반을 즐거워하지 않는다. 생사의 본제(本際)19)가 공적(空寂)함을 관하여 열반의 성품의 모양[相]과 모두 같이 공에 들어가고 화합함이 없음을 관한다. 이를 무원삼매라고 이름한다. 무작(無作)삼매란 마음을 보지 아니하고, 몸과 모든 위의(威儀)가 닦아서 짓는 바가 있음을 보지 아니하고, 열반의 성품의 모양이 일어나는 것을 보지 아니하고, 오직 멸의 진리[滅諦]를 보고서 공하고 소유함이 없음에 통달하는 것이다.'
      이 때 행자는 불세존이 이 공·무상·무원 삼매를 설하는 것을 듣고서 몸과 마음이 고요하여 세 가지 공의 문에 노는 것이 마치 장사(壯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과 같다. 소리에 응하여 바로 90억의 생사의 거친[洞然] 번뇌를 초월함을 얻고, 아라한을 이루어 다음 생[後有]을 받지 않는다. 범행(梵行)은 이미 확립되고 진여(眞如)의 길을 참으로 알아 활연(豁然)히 뜻을 이해한다. 또 남은 습기(習氣)가 없어 자연히 누진지혜(漏盡智慧)20)의 신통과 나머지 다섯 가지 신통을 얻는다. 그 요지를 빌리면 여섯 가지 신통의 뜻을 닦아 얻으며, 널리 설하면 아비담(阿毘曇)과 같다."
      이 때 세존께서는 아기달(阿祇達)을 위하여 이 현성(賢聖)의 공(空)이 상응하는 마음의 경계를 설하시고 열 가지 모든 것이 들어가는 상[十一切相]21)을 분별하기를 마치셨다. 아기달은 묵연(默然)히 안온하고, 다툼이 없는 삼매[無諍三昧]22)에 들어가서 온갖 빛깔의 광명을 놓아 널리 세존을 비추었다.
      이 때 모임 가운데 있던 250명의 비구는 마음과 뜻이 열리고 깨달아 아라한(阿羅漢)을 이루었다. 50명의 우바새는 20억의 거친 번뇌를 깨트리고서 수다원(須陀洹)을 이루었으며, 하늘과 사람의 대중은 부처님의 설하심을 듣고서 모두가 크게 환희 하였다.
      이 때 장로 아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처음 가치라난타(迦絺羅難陀)를 위하여 부정문(不淨門)을 설하셨고, 선난제(禪難提) 비구를 위하여 수식법(數息法)을 설하셨으며, 아기달을 위하여 사대관(四大觀)을 설하셨습니다. 이와 같은 수많은 미묘한 법문을 어떻게 받아 지니며[受持], 마땅히 어떠한 이름으로 후세에 널리 보여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 -17


      "이 경을 선법비요(禪法秘要)라고 이름한다. 또 백골관문(白骨觀門)이라고 이름하며, 또 차제구상(次第九想)이라고 이름하며, 또 잡상관법(雜想觀法)이라고 이름하며, 또 아나반나(阿那般那)의 방편이라고 이름하며, 또 차제사과상(次第四果想)이라고 이름하며, 또 분별경계(分別境界)라고 이름한다. 이와 같이 받아 지니어 삼가 잊어버리지 말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멸도(滅度)한 뒤, 만약 비구·비구니·식차마니(式叉摩尼)23)·사미·사미니·우바새·우바이가 있어, 만약 3세의 불법을 배워 생사의 종자를 끊고, 번뇌의 강을 건너며, 생사의 바다를 마르게 하고, 애욕의 종자를 없애며, 모든 번뇌의 흐름을 끊고, 5욕(欲)의 즐거움을 싫어하며, 열반을 즐기고자 하는 자가 있으면 마땅히 이 관을 배워야 한다. 이 관의 공덕은 수미산(須彌山)과 같고, 여러 광명을 흘러내어 사천하(四天下)를 비춘다. 이 관을 행하는 자가 사문의 과위(果位)를 갖춤도 또한 이와 같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부처가 멸도한 뒤에, 만약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가 이 법을 배우고자 하면, 마땅히 네 가지 악을 여의어야 한다. 어떤 것들을 네 가지라고 하는가. 첫째는 금계(禁戒)를 깨끗하게 지니어 위의를 범하지 않고, 5중계(衆戒)24)를 범하면 마땅히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여 청정하게 해야 한다. 계를 청정히 하기를 마치면 범행(梵行)을 장엄한다고 이름한다.
      둘째는 시끄럽고 번잡함을 멀리 하고, 홀로 고요한 곳에서 한 곳에 생각을 집중하고, 말이 적은 법을 즐기고, 매우 깊은 열두 가지 두타행(頭陀行)을 수행하되 마음에 피로하고 싫어함이 없으며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해야 한다.
      셋째는 소투바(掃偸婆)를 땅에 바르고 버들가지와 깨끗한 산대[籌]를 보시하고, 그리고 모든 고역(苦役)으로써 장애와 죄를 없앤다.
      넷째는 낮과 밤, 여섯 때로 항상 앉아서 눕지 아니하고 잠을 즐기지 않으며, 몸을 항상 무덤 사이나 나무 아래와 아란야처(阿蘭若處 : 獨閑處)에서 의지하기를 좋아하고, 밥은 사슴이 먹듯이 하고 죽음은 사슴이 죽는 것과 같이 한다.
      만약 사부대중(四部大衆)으로서 이 네 가지 법을 행하는 자는, 이 사람은 곧 고행(苦行)하는 사람임을 마땅히 알라. 이와 같은 고행은 오래지 않아서 반드시 네 가지 사문의 과위를 얻는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사부대중이 생각을 집중하는 법을 닦고, 나아가 발가락 끝과 손가락 끝을 관하여 한 마디의 작은 부분이지만 백골의 상[白骨相]을 극히 명료하게 한다. 만약 하나의 손가락을 보고, 하나의 손톱과 일체 모든 백골(白骨)을 보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사람은 마음이 날카롭기 때문에 목숨이 다한 뒤에 반드시 도솔타천(兜率陀天)에 태어남을 얻어 3악도(惡道)의 모든 괴로움과 환난을 없앤다. 아직 해탈하지 못하였다 하여도 악도(惡道)에는 떨어지지 않는다.
      이 사람의 공덕은 없어지지 않음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미 3도(塗)25)의 고난을 면하고 벗어남을 얻었다. 하물며 모든 백골의 사람을 구족함이겠느냐.
      이 골인(骨人)을 본다는 것은, 비록 해탈하지 못하였다 하여도 무루(無漏)의 공덕이 있는 것이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사람은 이미 일체의 3도(塗)와 8난(難)26)의 괴로움과 환난을 면하였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사람은 세세(世世)에 태어나 부처를 보는 일을 여의지 아니하고, 미래세에서도 미륵의 용화(龍華)의 첫모임27)을 만나 반드시 먼저 법을 듣고 해탈을 증득(證得)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가 있어, 불법 가운데에 이양(利養)을 위하기 때문에 탐하고 구하여 싫어함이 없고, 명성(名聲)을 좋아하기 때문에 거짓으로 꾸미고 악을 짓고 진실하게 좌선(坐禪)하지 않으며, 몸과 입이 방일(放逸)하여 방일한 행을 행하고, 이양을 탐하기 때문에 스스로 좌선한다고 말하면, 이와 같은 비구는 투란차(偸蘭遮)28)를 범한다.

      № -18

      지난 때를 말하지 않고 스스로 뉘우쳐 회개하지 않으면 잠깐 사이에 곧 열세 가지 승잔(僧殘)29)을 범한다. 만약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되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비구는 곧 하늘과 사람 가운데 도적이며, 나찰(羅刹)의 괴수로서 반드시 악도(惡道)에 떨어져 크고 무거운 죄를 범한다.
      만약 비구니가 삿되게 상긋거리고 아양을 떨어서 이양을 구하고자, 고양이가 쥐를 엿보는 것과 같이 탐하고 구하여 싫어함이 없고, 진실로 좌선하지 않고도 스스로 좌선한다고 말하며, 몸과 입이 방일하여 방일한 행을 행하고, 이양을 탐하기 때문에 스스로 좌선한다고 말하면, 이와 같은 비구니는 투란차(偸蘭遮)를 범한다. 지난 때를 말하지 않고 스스로 뉘우쳐 회개하지 않으면 잠깐 사이에 곧 열세 가지 승잔을 범한다. 만약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되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비구니는 곧 하늘과 사람 가운데 도적이며, 나찰의 괴수로서 반드시 악도에 떨어져 크고 무거운 죄를 범한다.
      만약 비구·비구니가 진실로 백골을 보지 않고도 스스로 백골을 보았다 하고, 나아가 아나반나(阿那般那)30)하였다고 말하면, 이 비구와 비구니는 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들을 미혹하게 하고 세간의 사람을 속이는 것이다. 이 악인의 무리는 곧 파순(波旬)31)의 종자이다. 거짓말[妄語]을 위한 까닭에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부정관(不淨觀) 내지 정법(頂法)을 얻었다'고 한다. 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목숨이 다한 뒤에 우박과 비보다 빠르게 반드시 마땅히 아비지옥(阿鼻地獄)에 떨어진다. 수명은 1겁(劫)으로서 지옥으로부터 나와서는 아귀(餓鬼) 가운데 떨어지고, 8천 세(歲) 동안 뜨거운 철환(鐵丸)을 삼킨다. 아귀로부터 나와서는 축생 가운데 떨어져, 태어나면서부 터 무거운 짐을 지고, 죽어서는 또 가죽이 벗겨진다. 그렇게 5백의 몸을 거치고 나서야 다시 사람 가운데 태어나지만 귀먹고 눈멀고 벙어리이고 곱사등이며 나머지 백 가지 병으로서 의복을 삼는다. 이와 같은 괴로움을 거치는 것을 자세히 말할 수 없다.
      만약 우바새(優婆塞)가 진실로 좌선을 하지 않고도 스스로 좌선하였다고 말하고, 진실로 범행(梵行)을 하지 않고서 스스로 범행을 하였다고 말하면, 이 우바새는 뜻을 잃은 죄를 얻는다. 깨끗하지 않고 지음이 있고 일어나지 않아 더러운 전타라(旃陀羅)32)에 떨어져 악과 벗이 된다. 이는 썩은 종자로서 좋은 싹을 내지 못한다. 이양(利養)을 탐하기 때문에 많이 구하고 만족함이 없다. 하루가 지나고, 나아가 닷새 동안 큰 거짓말을 범한다. 이 큰 악인을 파순(波旬)이 부린다. 이는 전타라로서 어린 아이를 죽이는 나찰과 같다. 마땅히 반드시 3악도(惡道) 가운데 떨어진다. 이 우바새의 목숨이 다하려 할 때, 열여덟 가지 지옥의 불 수레와 숯이 든 화로와 변화된 나쁜 일이 일시에 그를 마중한다. 마땅히 반드시 3악취(惡趣) 가운데 떨어진다. 의심하지 말아라.
      만약 우바새가 진실로 부정관(不淨觀) 내지 난법(暖法)을 얻지 못하였으면서도 대중 가운데서 증상만(增上慢)을 일으키고, 이와 같이 말하기를, '나는 부정관 내지 난법을 얻었다'라고 하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우바새는 곧 하늘과 사람 가운데의 도적이다. 세간의 천룡팔부(天龍八部)를 속이는 것이다. 이 우바새는 목숨이 다한 뒤에 우박과 비보다도 빠르게 반드시 마땅히 아비지옥에 떨어진다. 1대겁(大劫)을 채우고서 지옥의 목숨이 다하면 아귀 가운데 태어나고, 8천 세가 지나도록 뜨거운 철환(鐵丸)을 삼킨다. 아귀로부터 나와서는 축생 가운데 떨어져, 태어나면서부터 항상 무거운 짐을 지고, 죽어서는 또 가죽이 벗겨진다. 그렇게 5백의 몸을 거치고 나서야 다시 사람 가운데 태어나지만 귀먹고 눈멀고 벙어리이며 곱사등이며, 나머지 백 가지 병으로서 의복을 삼는다. 이와 같은 괴로움을 거치는 것을 자세히 말할 수 없다.

       

      № -19


      만약 우바이(優婆夷)로서 다른 것을 나타내어 대중을 현혹시키고, 진실로 좌선을 하지 않고서도 좌선하였다고 말하면, 이 우바이는 뜻을 잃은 죄를 얻는다. 번뇌에 얽히고 깨끗하지 않으며 일어나지 않고, 타락하고 부정하여서 더러운 전타라가 된다. 이 우바이는 악과 벗이 되고, 곧 악마의 권속이다. 반드시 마땅히 3악취(惡趣) 중에 떨어진다. 이 우바이는 지난 때를 말하지 않고 스스로 뉘우치지 않는다. 잠깐 사이나 하루 내지 닷새가 지나도 이 우바이는 탐하고 구하여 만족함이 없다. 진실로 범행(梵行)이 아닌데도 스스로 범행을 하였다고 말하고, 진실로 좌선(坐禪)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좌선하였다고 말하면, 이 큰 악인(惡人)은 반드시 마땅히 3악취 가운데 떨어져 업(業)에 따라 태어남[生]을 받는다.
      만약 우바이가 진실로 부정관(不淨觀) 내지 난법(暖法)을 얻지 않고서, 대중 가운데서 증상만(增上慢)을 일으키며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부정관 내지 난법을 얻었다'고 하면, 이 우바이는 하늘과 사람 가운데 도적이다. 목숨이 다한 뒤에 우박이나 비보다도 빠르게 반드시 아비지옥에 떨어진다. 1대겁(大劫)을 채우고서 지옥의 목숨이 다하면 아귀 가운데 태어난다. 8천 세가 지나도록 뜨거운 철환을 삼킨다. 아귀로부터 나와서는 축생 가운데 떨어져, 태어나면서부터 항상 무거운 짐을 지고, 죽어서는 또 가죽이 벗겨진다. 그렇게 5백의 몸을 거치고 나서야 다시 사람 가운데 태어나지만 귀먹고 눈멀고 벙어리이며 곱사등이며, 나머지 백 가지 병으로서 의복을 삼는다. 이와 같은 괴로움을 거치는 것을 자세히 말할 수 없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가 생각을 집중하고 뜻을 머물게 하여 마음이 산란하지 않고, 단정히 앉아서 바르게 받아 뜻을 한 곳에 머물고 모든 근(根 : 感官)을 닫으면, 이 사람은 마음이 평안한 염정(念定)33)의 힘 때문에 비록 경계가 없다 하여도 몸을 버려 죽어서 도솔천(兜率天)에 태어나고, 미륵을 만나 미륵과 함께 염부제에 하생(下生)하여 용화(龍華)의 첫 모임에서 가장 먼저 법을 듣고서 해탈도(解脫道)를 깨닫는다.
      또 다음으로, 아난아, 부처가 멸도한 뒤, 오탁악세(五濁惡世) 중에, 만약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가 있어 진실로 범행을 닦고 열두 가지 두타행(頭陀行)을 행하여 몸을 장엄하고 마음으로 염정(念定)을 행하고, 백골관(白骨觀)을 닦아 부정(不淨)을 관하여 깊은 경계에 들어가고, 마음의 눈이 밝고 날카로워 선법(禪法)에 통달하면, 이와 같은 사부대중은 불법의 증장(增長)을 위한 까닭에, 법이 멸하지 않게 하기 위한 까닭에 마땅히 몸과 입과 뜻을 비밀히 해야 한다.
      마치 어떤 사람이 몸과 마음에 병을 만난 것과 같다. 훌륭한 의사는 마땅히 제호(醍醐)를 먹어야 한다고 처방한다. 이 때 병자는 곧 국왕을 찾아가 제호를 구걸한다. 왕은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곧 제호를 하사한다. 이로 인하여 '마땅히 바람과 먼지가 없는 조용한 집에서 이를 마시도록 한다. 마시고 나서 입을 다물고, 4대(大)의 기운을 고르게 하여 법도(法度)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병든 사람이 제호를 복용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한다.
      만약 비구·비구니로서 이 감로의 관정(灌頂)의 약을 복용하는 자는 오직 법을 알고 가르치는 스승을 제외하고는 망령되게 다른 사람에게 선설(宣說)할 수 없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설하면 곧 경계를 잃고, 또 열세 가지 승잔(僧殘)의 죄를 범한다.
      만약 여러 세속인[白衣]이 선정(禪定)을 행하고자 하여 다섯 가지 신통을 얻었어도 오히려 남에게 선설하기를 '나는 신통과 신선의 주술(呪術)을 얻었다'고 하지말고, 일체를 비밀히 해야 하거늘, 하물며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를 받은 자이겠는가.
      만약 부정관 내지 난법을 얻으면 망령되이 남에게 선설해서는 안 된다. 만약 남에게 설하면 곧 경계가 없어지고 많은 중생으로 하여금 불법 중에서 의혹의 마음을 내게 한다. 이 까닭에 나는 지금 이 대중 가운데서 여러 비구·비구니가 만약 부정관 내지 난법을 얻으면, 마땅히 비밀히 수행하여 마음을 밝고 날카롭게 하고, 오직 지혜로운 스승에게만 설하고, 남에게 널리 전하거나 설하는 것이 아니라고 법도를 정하는 것이다.
      만약 남에게 설하면 이양(利養)의 마음 때문에 때를 응하여 곧 열세 가지 승잔(僧殘)을 범한다. 지난 때를 뉘우치지 아니하고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으면, 또한 무거운 죄를 범함이 앞에서 설한 것과 같다.

       

      № -20

      또 다음으로 아난아, 부처가 멸도한 뒤에 눈앞에 부처가 없는데 사부대중인 제자로서 해탈을 구하는 자가 부정관을 얻으면, 마땅히 비밀히 감추고서 남으로 하여금 알지 않게 해야 한다.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오탁악세에 태어나 빈궁하고 고독하여 무도(無道)한 왕에게 속하였다. 그 빈궁한 사람이 땅을 파서 물을 구하는데 숙세의 인연으로, 감추어진 수많은 값진 보물을 갑자기 발견하여 얻게 되었다. 나쁜 왕이 두려워 이 보물을 비밀히 감추고서 남에게 알리지 않고 오직 남모르는 곳에서 이 진귀한 보물을 취하여 처자에게 주어 비밀히 쾌락을 받는 것과 같다.
      부처가 멸도한 뒤에 사부 제자로 선(禪)의 즐거움을 얻은 자도 또한 이와 같다. 마땅히 비밀하게 이를 감추고 널리 설하지 않아야 한다. 널리 설하는 자는 크고 무거운 죄를 범하는 것이다.
      또 다음으로 아난아, 비유하건대 어떤 장자에게 외아들이 있었는데, 크고 중한 병에 걸려 눈썹이 다 빠졌다. 이 때 장자는 속으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쇠약하다. 오직 하나인 이 외아들이 중한 병에 걸렸으니, 어느 곳에서 마땅히 훌륭한 의사를 구하고 찾을 수 있을까.'
      이 말을 마치고서 큰 재보(財寶)를 꺼내어 훌륭한 의사를 찾아 나섰다. 장자는 숙세의 복(福)으로 인해서 곧 많은 약방문을 아는 한 의사를 만났다.
      장자가 말하였다.
      '오직 원하오니 대사(大師)여, 큰 자비를 일으켜 주십시오. 저에게 외아들이 있는데 병을 얻은 지 오래입니다. 오직 원하오니 대사께서 병을 구하여 낫게 해주십시오. 지금 나의 집에는 수많은 재보가 있습니다. 마치 북방의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34)과 같습니다. 만약 병을 고칠 수만 있다면, 만약 아들이 나을 수만 있다면, 오직 내 몸을 제외하고서 일체를 받들어 올리겠습니다. 결코 어기지 않겠습니다.'
      그 때 그 훌륭한 의사는 장자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일곱 겹으로 된 어두운 방을 짓고 지극히 깊고 비밀하게 하시오. 그런 뒤에 당신의 아들로 하여금 약을 먹도록 하시오. 이 약을 먹고 나서는 사람을 만날 수 없고 남에게 말해서도 안됩니다. 4백 일이 지나면 아이는 곧 나을 것입니다.' "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부처가 멸도한 뒤에 부처의 사부대중 제자로서 선정(禪定)을 닦아 해탈을 구하는 자는, 마치 위중한 병자가 훌륭한 의사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과 같이, 마땅히 고요한 곳에서, 혹은 무덤 사이에서, 혹은 숲의 나무 아래서, 혹은 아련야처(阿練若處)에서 깊고 깊은 모든 현성(賢聖)의 도를 닦고 행해야 한다. 마땅히 몸과 입을 비밀히 하여 안으로 마음 가운데서 4범행(梵行 : 四無量心)을 닦고, 4념처(念處)를 닦고, 4정근(正勤)을 닦고, 4여의족(如意足)을 닦고, 5근(根)을 닦고, 5력(力)을 닦고, 7각도(覺道)를 닦고, 8성도분(聖道分)을 닦고, 4선(禪)을 닦고, 4무량(無量)을 닦아서, 마음이 깊고 깊은 한량없는 공삼매(空三昧)의 문에 들어가고, 나아가 6신통을 얻는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뛰어나고 훌륭한 공덕을 다만 마땅히 한마음으로 비밀하게 이를 행하고, 삼가 허망하게 많은 무리 앞에서 스스로 보통사람을 초월한 법[過人法]을 얻었다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보통사람을 초월한 법을 얻었다고 말하면 앞에서 설한 것과 같이 반드시 아비지옥에 떨어진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반열반(般涅槃)한 뒤, 처음 1백 년 동안 이 부정관(不淨觀)은 염부제에서 행해진다. 방일한 자에게는 4제(諦)를 관하게 한다. 하루 중에 무상관(無常觀)을 닦아서 해탈을 얻는 자는 내가 세상에 머물 때와 같아 다름이 없다. 2백 년 뒤에는 이 염부제의 사부(四部)의 제자를 둘로 나눈 것 가운데 하나의 제자가 무상관을 닦아서 해탈의 도를 얻는다. 3백 년이 된 때, 사부의 제자를 넷으로 나눈 것 가운데 하나의 제자가 무상관을 닦아서 해탈의 도를 얻는다. 4백 년이 된 때, 사부의 제자를 다섯으로 나눈 것 가운데 하나의 제자가 무상관을 닦아서 해탈의 도를 얻는다.
      내가 열반 후 5백 년이 된 때, 사부의 제자를 열로 나눈 것 가운데 하나의제자가 무상관을 닦아서 해탈의 도를 얻는다. 6백 년이 된 때 사부의 제자를 백으로 나눈 것 가운데 하나의 제자가 무상관을 닦아서 해탈의 도를 얻는다. 7백 년이 된 때, 사부의 제자를 천으로 나눈 것 가운데 하나의 제자가 무상관을 닦아서 해탈의 도를 얻는다. 8백 년이 된 때, 사부의 제자를 만으로 나눈 것 가운데 하나의 제자가 무상관을 닦아서 해탈의 도를 얻는다. 9백 년이 된 때, 사부의 제자를 천만(千萬)으로 나눈 것 가운데 하나의 제자가 무상관을 닦아서 해탈의 도를 얻는다. 천 년이 된 때, 사부의 제자를 억(億)으로 나눈 것 가운데 열 사람, 백 사람이 무상관을 닦아서 해탈의 도를 얻는다.

       

      № -21

        천년이 지나고 나서, 이 무상관이 비록 다시 염부제 안에서 유행(流行)한다 하여도 억억천만(億億千萬)의 수많은 제자 가운데 하나, 혹은 둘만이 무상관을 닦아서 해탈의 도를 얻는다.
      천오백 년 뒤, 만약 어떤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가 무상(無常)·고(苦)·공(空)·무아관(無我觀)을 찬탄하고 선설하면, 많은 중생이 질투심을 품고, 혹은 칼로 베고, 혹은 기왓장으로 그 사람을 때리고 욕하여 말한다.
      '어리석은 사람, 세간 어느 곳에 무상관·고·공·무아가 있는가. 몸의 피부는 희고 깨끗하기가 한량없는데 어찌하여 도리어 몸이 부정하다고 말하는가. 너는 큰 악인이다. 마땅히 핍박받고 배척받아야 한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때, 백천(百千)의 사람 가운데 무상관을 닦는 자는 한 사람도 없다. 이 현상이 나타날 때, 법당(法幢)은 무너지고 지혜의 해[慧日]는 지고 일체 중생은 눈이 멀어 안목(眼目)이 없다. 석가모니불에게 제자가 있다 하지만, 입은 가사(袈裟)는 목두번(木頭幡)과 같아 자연히 속화(俗化)하고, 여러 비구니는 마치 음녀(婬女)와 같아, 색(色)을 팔아서 이로써 스스로 살아간다. 여러 우바새는 전타라와 같이 살생에 법도가 없고, 여러 우바이는 사음(邪婬)이 무도(無道)하여 속임수가 백 가지이다. 이 현상이 나타날 때, 석가모니의 위없는 정법(正法)은 영원히 사라지고 남음이 없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부처의 말씀을 지녀서 미래세의 사부 제자를 위하여 마땅히 널리 그 뜻을 선설하고 분별하고, 삼가 잊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또 다음으로 아난아, 너는 마땅히 오는 세상의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마땅히 말하기를, '여래의 큰 법은 오래지 않아서 마음에서 사라진다. 너희들은 불법 중에서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여야 한다. 마땅히 고·공·무상·무아 등의 법을 관하여야 한다'고 하여야 한다.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설하실 때, 8천의 천자(天子)는 무상(無常)을 깨달았고, 번뇌를 멀리 여의었으며, 법안정(法眼淨)을 얻었다. 5백의 비구는 곧 자리에 앉은 채로 모든 법을 받지 않고 번뇌가 다하고 뜻을 이해하여 아라한을 이루었다.
      이 때 장자 아기달과 1,250의 비구와 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은 부처님의 이 무상관문(無常觀門)을 설하심을 듣고서 마음이 열리고 뜻을 깨달아, 모두 다 고(苦)·공(空)·무상(無常)을 통달하고 깨달았다.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환희 하여 받들어 행하였다. 


        






      자료출처: 동국역경원

      수보리님의 블로그 http://blog.daum.net/haha723/13344596 에서 복사한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