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요법경(禪秘要法經) 4. 부정관(不淨觀)-인체속에 사는 수억의 벌레들
"한 마디를 관하고 나서 다음으로 두 마디를 관한다. 두 마디를 관하고 나서 다음으로 세 마디를 관한다. 세 마디를 관하고 나면 마음을 점차 크게 넓혀서 마땅히 다섯 마디를 관한다. 다리의 다섯 마디를 보고 흰 빛이 있음과 같이 하면 흰 뼈가 분명해진다. 이와 같이 마음을 묶어서 다섯 마디를 밝게 관하여 마음이 분주히 흩어지지 않게 한다. 만약 분주히 흩어지면 거두어 잡아서 돌아오게 한다. 앞에서 반 마디를 염함[念]과 같이 생각[念想]이 이루어질 때 몸은 따뜻하고 마음의 열(熱)은 내린다. 이 생각[想]을 얻을 때를 계심(繫心)에 머문다고 이름한다.
마음이 이미 머물기를 마치고, 또 마땅히 생각을 일으켜야 한다. 발등[足趺]의 살을 양쪽으로 헤쳐서 발등의 뼈를 보되, 매우 명료하게 한다. 발등의 뼈의 희기가 흰 눈[珂雪]과 같음을 본다. 이 생각을 이루기를 마치고는 다음으로 복사뼈[踝骨]를 관한다. 살[肉]을 양쪽에서 헤쳐서 또 복사뼈가 지극히 흰 것을 본다. 다음으로 정강이뼈를 관한다. 살이 벗겨져 나가게 하여서 스스로 정강이뼈가 희고 매우 흰 것을 본다. 다음으로 무릎의 뼈가 또한 희고 밝아 분명하다고 관한다.
다음으로 볼기의 뼈가 또한 지극히 희다고 관한다. 다음으로 갈비뼈를 관하되, 살이 하나하나의 갈비 사이에서 양쪽에서 벗겨져 떨어져 나가는 것을 생각하고, 오직 갈비뼈만이 희기가 흰눈[珂雪]과 같음을 본다. 내지 등뼈를 보고 극히 분명하게 한다. 다음으로 어깨뼈를 관하되, 어깨의 살을 칼로 베어냄과 같이 생각하고, 어깨로부터 팔꿈치에 이르고, 팔꿈치로부터 손바닥에 이르고, 손바닥으로부터 손가락 끝에 이른다. 모두 살을 양쪽에서 헤치게 하여 반신(半身)의 백골(白骨)을 본다.
반신의 백골을 보기를 마치고서 다음으로 머리의 가죽을 관한다. 머리의 가죽을 보고 나서 다음으로 엷은 껍질을 관한다. 엷은 껍질을 관(觀)하고 나서 다음으로 막(膜)8)을 관한다. 막을 관하고 나서 다음으로 뇌(腦 : 골)를 관한다. 뇌를 관하고 나서 다음으로 비계[肪]를 관한다. 비계를 관하고 나서 다음으로 인후(咽喉)를 관한다. 인후를 관하고 나서 다음으로 패수(肺腧)9)를 관한다. 패수를 관하고 나서 심장과 허파[肺]와 간(肝)과 대장(大腸)과 소장(小腸)과 지라[脾]와 콩팥과 생장(生藏)과 숙장(熱藏)을 본다.
40호(戶)의 벌레가 생장 속에 있고, 한 호(戶)는 80억(億)의 작은 벌레가 차지하고 있다.
하나하나의 벌레는 모든 맥(脈)에서 생겨 알을 낳고 젖을 낸다. 무릇 3억(億)이 있는데 생장(生藏)을 지니고 있다. 하나하나의 벌레는 마흔아홉의 머리가 있다. 그 머리의 끝은 가늘기가 마치 바늘 끝과 같다. 이 여러 벌레들의 20호는 곧 화충(火蟲)으로서 화정(火精)으로부터 생긴다. 20호는 풍정(風精)으로서 바람의 기운(氣運)에서 생긴다. 이 여러 벌레들은 모든 맥을 들고나면서 자재(自在)하게 유희한다. 화충(火蟲)은 바람을 움직이고, 풍충(風蟲)은 불을 움직이고, 다시 서로 호흡(呼吸)함으로서 생장(生藏)을 익힌다[熟]. 위 아래로 왕복하기를 무려 일곱 번 거듭한다.
이 여러 벌레들에는 각각 일곱 개의 눈이 있다. 눈은 모두가 불을 낸다. 또 일곱 개의 몸이 있다. 불을 빨아들여 몸을 움직이고 그로써 생장을 익힌다. 생장을 익히기를 마치면 각각 다시 뛰어서 되돌아가 모든 맥 속으로 들어간다.
또 40호(戶)의 벌레가 있다. 한 호에 3억의 작은 벌레를 거느리고 있는데 몸의 붉기가 불과 같다. 벌레에는 열두 개의 머리가 있고 머리에는 네 개의 입이 있고, 입에 숙장(熱藏)을 가졌다. 맥 사이의 흐르는 피를 모두 관하여 볼 수 있게 한다.
8) 살 사이에 있는 맥(脈).
9) 허파의 구멍을 말한다.
이 일을 보기를 마치면, 또 여러 벌레가 인후(咽喉)로부터 나오는 것을 본다. 또 소장(小腸)과 허파와 간과 지라와 콩팥이 모두 흘러서 대장(大腸) 속으로 들어가고 인후로부터 나와서는 앞의 땅에 떨어진다고 관한다.
이 생각을 이루기를 마치고 곧 앞의 땅을 본다. 똥과 오줌과 더러운 냄새, 그리고 여러 회충(蚘蟲)이 다시 서로 얽히고 묶이고, 여러 벌레의 입 속으로부터 고름과 피가 흘러나와 더러운 것이 가득 찬다.
이 생각을 이루기를 마치면, 스스로 자기의 몸이 눈사람과 같이 희고 마디마디는 서로 버티고 있음을 본다. 만약 누렇고 검은 것을 보면 마땅히 새삼스럽게 잘못을 뉘우쳐야 한다. 이미 잘못 뉘우치기를 마치고, 스스로 자기의 몸이 뼈 위에 가죽을 낳고, 가죽을 남김없이 벗겨 모아서 앞 땅에 두면 점점 길고 커져서 발다라(鉢多羅)10)와 같고, 또 다시 길고 커져서는 독[瓮堈]과 같고, 나아가 커져서는 건달바루(乾闥婆樓)11)와 같음을 본다.
혹은 크고, 혹은 작은 것이 마음에 따라서 자재하다. 또 점점 더 자라서는 마치 큰 산과 같다. 그리하여 여러 벌레가 있어서 이 산을 쪼아먹고 고름과 피를 흘러낸다. 수없는 벌레가 있어 고름 속에 논다. 또 가죽의 산을 봄에 점점 썩고 무너져 다만 적게 있을 뿐이다. 여러 벌레가 다투어 먹는다.
네 야차(夜叉)가 있는데 갑자기 땅에서 나와, 눈에서 불을 뿜고, 혀는 독사와 같은데 머리는 여섯 개가 있고, 머리는 각각 서로 다르다. 첫째는 산과 같고, 둘째는 고양이와 같고, 셋째는 호랑이와 같고, 넷째는 이리와 같고, 다섯째는 개와 같고, 여섯째는 쥐와 같다.
또 그 두 손은 마치 원숭이와 같고, 그 열 손가락 끝에는 하나하나마다 모두 머리가 네 개인 독사가 있다. 첫째는 물을 비 오듯 뿌리고, 둘째는 흙을 비 오듯 뿌리고, 셋째는 돌을 비 오듯 뿌리고, 넷째는 불을 비 오듯 뿌린다. 또 그 왼쪽 다리는 구반다귀(鳩槃茶鬼)12)를 닮았고, 오른쪽 다리는 비사사귀(毘舍闍鬼 : 吸血鬼)를 닮았다. 추악한 모양을 나타내어 매우 무섭고 두렵다. 그 때 네 야차는 하나하나가 아홉 가지 주검을 지고서 차례를 따라 행렬을 짓고 수행하는 자의 앞에 머문다."
부처님께서 가치라난타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을 부정(不淨)한 생각[相想]의 최초의 경계라고 이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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