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30송 (론서)

[스크랩] 혜거스님 유식 30송 강의 제 10 강

수선님 2018. 8. 26. 12:47

< 혜거스님 유식30송 > 제 10 강

 

제 13 송

狂諂與害僑 無慙無愧

悼擧與昏沈 不信幷懈怠


8송(八頌)에서부터 계속 이어지는 제6의식의 심소로서 속이는 마음(狂), 아첨하는 마음(諂), 피해를 끼치는 마음(害), 교만한 마음(嬌), 부끄러움이 없는 마음(無慙), 염치없는 마음(無愧), 산란한 마음(悼擧), 멍한 마음(昏沈), 믿음이 없는 마음(不信), 게으른 마음(懈怠) 등과.


본 송문에서도 역시 제8송에서부터 설명하고자 하는 제3능변식(第三能變識) 곧 제6의식이 작용하는 마음자리를 설명하고 있다. 제6의식은 5관(五觀) 곧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으로 더불어 한 조(一組)를 이루어 나 이외의 경계(境界)를 분별하는 것으로 성상(性相)을 삼고 선(善), 악(惡), 무기(無記)의 심성(心性)으로 작용을 표출한다는 사실은 이미 이해되었으리라 보고 여기에서는 지말번뇌(支末煩惱)에 해당하는 20수번뇌(二十隨煩惱)의 작용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지말번뇌란 근본번뇌(根本煩惱)가 아닌 지엽적인 번뇌라는 뜻으로 미미한 번뇌인 듯 싶지만 끊어 버리기에는 그리 쉽지 않은 번뇌이다.

광(狂)의 뜻은 속이는 마음, 미혹한 마음, 가식적인 마음, 이율배반적인 마음이며 이러한 망녕된 마음으로서 남을 이간하고 위선으로써 남에게 군림하고자 하며 폭력으로써 남의 것을 갈취하고자 하는 심소(心所)이다.

첨(諂)의 뜻은 첨곡(諂曲)이니 힘 있는 사람에게 아첨하고 받드는 것을 첨(諂)이라 하고 마음이 왜곡되어 정직하지 못함을 곡(曲)이라 한다. 아첨과 왜곡은 자신뿐 아니라 남까지 망치게 하는 소인배의 심소(心所)이다.

해(害)의 뜻은 남에게 이익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손해(損害)를 입히고 피해를 주는 악(惡)의 심소로서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될 마음자리이다.

교(嬌)의 뜻은 교만한 마음이니 자신을 과시하고 남을 업신여기는 것을 말한다. 교만은 신분이 상승할수록 생기는 마음으로 사람이 교만한 마음이 생기는 순간 더 이상 상승할 수 없게 되어 인간의 한계를 짐작할 수 있게 되는 마음자리이다.

무참(無慙)의 뜻은 수치심이 없고 현선(賢善)을 숭상하지 않으며 거리낌없이 죄업(罪業)을 짓는 것을 말한다.

무괴(無愧)의 뜻은 염치없는 마음이니 남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참회할 줄 모르는 마음이다.

도거(悼擧)의 뜻은 산란한 마음이니 안으로 마음을 쉬지 못하고 들떠 있어서 불안정하고, 바깥 경계에 쉽게 자극을 받아 허덕이는 마음이다.

혼침(昏沈)의 뜻은 마음이 미혹하고 양명하지 못해 마치 잠결에 행동하는 것처럼 의욕이 없이 진로의 향방이 불분명한 마음이다.

불신(不信)의 뜻은 실상(實相)을 믿지 않고 덕(德)을 믿지 않고 능(能)을 믿지 않는 마음으로 이는 정법(正法)을 믿지 않으므로 타인(他人)은 물론 자신마저도 믿지 못하는 마음이다.

해태(懈怠)의 뜻은 향상(向上)에 뜻이 없어서 악(惡)을 끊고 선(善)을 행하는 일에 진력(盡力)을 다하지 않음을 말한다.

이상의 심소들은 지말번뇌로서 제6의식 속에 끊임없이 일어나서 도업(道業)을 장애하고 인격을 장애하므로 누구라도 반드시 극복해야 할 심소이다.



제 14 송

放逸及失念 散亂不正知

不定謂悔眠 尋伺二各二


이 송문(頌文)에는 20수번뇌 중 끝으로 4가지 심소(心所)와 4부정심소(四不定心所)를 밝힌 송구(頌句)이다.

20수번뇌 중 16가지 심소는 이미 전송(前頌)에서 밝혔고 나머지 4종심소는 상2구(上二句)의 방일(放逸)과 실념(失念)·산란(散亂)과 부정지(不正知) 등이다.

하2구(下二句)는 4부정지(四不定知)를 밝힌 송(頌)으로 4부정지는 회(悔)·면(眠)과 심(尋), 사(伺) 등이니 이 이류(二類)는 각자 선·악 2성(二性)에 통한다.


이 송문(頌文)에서는 20수번뇌 중 4종번뇌를 밝히고 4부정심을 밝혔다. 이 4종(四種)의 수번뇌(隨煩惱) 역시 선업을 장애하고 정진을 게을리 하여 마음을 미혹하게 하는 심소이다.

수행이란 선의 마음을 일으키고 악의 마음 곧 번뇌를 극복하는 것이다. 대(大)·소(小)의 번뇌가 비록 6식(六識)의 심소라 하지만 6식의 심소를 극복하지 않고 달리 수행하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안다면 번뇌를 극복하고자 하는 발심이 우선해야 하고 번뇌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먼저 심소를 규명해야만 한다.

방일(放逸)의 뜻은 밖으로 경계를 탐착하여 염(染)을 막지 않고, 정(淨)을 소홀히 하여 방종한 마음이니 사람을 방탕하게 하여 아무 것도 성취할 수 없게 하는 심소이다.

실념(失念)의 뜻은 과거에 익힌 경계를 기억하지 못하여 연결력이 상실된 마음으로 건망증에 해당된다. 이 심소는 도업(道業)을 성취하고자 발심은 하지만 바로 망각하는 습성 때문에 정념(正念)을 장애하여 성취할 수 없게 하는 마음자리이다.

산란(散亂)의 뜻은 바깥 경계에 끌려 정념(正念)을 상실하고 유탕(流蕩)한 마음을 일으키는 심소로서 안정감이 없어서 일에 몰두하지 못하게 하므로 도업을 성취할 수 없게 하는 마음자리이다.

부정지(不正知)의 뜻은 바깥 경계에 대해서 그릇된 견해를 일으켜 곡해(曲解)함으로써 정지(正知)를 장애하고 도업을 이루지 못할 뿐 아니라 의식이 치우쳐 바른 길을 상실하게 하는 심소이다.

이상에서 밝힌 것은 12송(十二頌)에서부터 말한 20수번뇌(二十隨煩惱)의 심소이다. 이미 설명했듯이 수번뇌는 지말적인 번뇌에 해당되지만 끊어 버리기 쉽지 않으며 극복하기가 간단치 않아서 수행자의 수행 관문이라 하겠다. 끝으로 4부정심소(四不定心所)를 밝혀 번뇌의 미세함까지 끊어 본래 청정한 마음자리를 회복하고자 한 것이 본송(本頌)의 의미이다.

부정(不定)의 심소는 4종(四種)이 있으니 회(悔)·면(眠)·심(尋)·사(伺) 등이다. 본송(本頌) 끝구에 2각2(二各二)라 한 것은 회면(悔眠)을 1류(一類)로 생각하고 심사(尋伺)를 1류(一類)로 보아 2류(二類)가 되고 류(類)마다 각각 선악(善惡)이 있다는 뜻이다. 회면(悔眠)의 뜻은 뉘우치고(悔) 수면(眠)을 취하는 선(善)의 측면과 후회(悔)하고 침체(眠)되는 악(惡)의 측면이 있어 각각 선악에 통하고, 심사(尋伺)는 심(尋)은 심구(尋求)의 뜻으로 찾아내는 것을 말하고 사(伺)는 사찰(伺察)의 뜻으로 살펴보는 것을 말한다.

심사(尋伺)도 역시 선·악(善惡)에 통하므로 회면(悔眠)과 심사(尋伺) 두 가지 류(類)는 혹은 선(善)이 되고 혹은 악(惡)이 되기도 함을 원문(原文) 끝에 2각2(二各二)로 밝힌 것이다.

수행은 모름지기 적은 것을 돌이켜 큰 데로 돌아가고 중생을 돌이켜 성불의 길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 송문(本頌文)에서 밝힌 것은 작은 번뇌를 돌이켜 청정법해(淸淨法海)에 들게 하기 위한 것이니 수행자는 번뇌의 심소를 규명하여 극복하고 열반적정(涅槃寂靜)의 묘도(妙道)에 드는 길을 스스로 돌파해야 할 것이다.

 

-이글은 월간 '불광'지에 연재 된 혜거스님의 글입니다-

출처 : 염화실
글쓴이 : 마니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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