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唐代)의 원효(元曉:617~686)스님은 해동(海東) 사람이다.
처음 바다를 건너 중국에 와서 명산의 도인을 찾아 황량한 산길을 홀로 걷다가 밤이 깊어 무덤 사이에서 자게 되었다.
이때 몹시 목이 말라 굴속에서 손으로 물을 떠 마셨는데 매우 달고 시원하였다.
그러나 새벽녘에 일어나 보니 그것은 다름아닌 해골 속에 고인 물이었다.
몹시 메스꺼워 토해 버리려고 하다가 문득 크게 깨닫고 탄식하며 말하였다.
“마음이 나면 온갖 법이 생기고, 마음이 사라지면 해골이 여래와 둘이 아니다.
부처님게서 ‘삼계가 오직 마음이라’ 하셨는데 어찌 나를 속이는 말이겠는가?”
그리하여 스님은 바로 해동으로 돌아가 「화엄경소(華嚴經疏)」를 써서 원돈교(圓頓敎)를 크게 밝혔다.
내가 스님의 전기 중에 이 부분을 읽다가 옛날 악광(樂廣)의 술잔에 뱀 그림자가 비쳤던 이야기*를 더듬어 생각하고 게를 지었다.
어두운 무덤 속의 해골에 고인 물은 원래 물이요
손님의 술잔에 비친 활 그림자는 필경 뱀이 아니다
이 가운데 생멸(生滅)을 용납할 곳이 없으니
미소지으며 옛 책을 들어 몇 글자를 적어본다.
夜塚髑髏元是水 客杯弓影竟比蛇
箇中無地容生滅 笑把遺編篆縷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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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晋)나라 악광에게 친구가 있었는데 오랫동안 찾아오지 않기에 까닭을 묻자 지난번 악광이 건네준 술잔에 뱀이 있는 것을 보고는 병이 생겼다고 하였다. 악광이 그것은 뱀이 아니고 활(弓) 그림자라고 말해주자 그 자리에서 병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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