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 깊은 법인을 건넜다. |
[論] 무엇을 깊은 법이라 하는가?
곧 12인연(因緣)을 깊은 법이라 하나니, 부처님에서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이 12인연의 법은 심히 깊어서 이해하기 어렵고 알기 어렵다” 하셨다. |
또한 과거와 미래 세상에서 62종의 삿된 소견의 그물을 내는 일을 영원히 여의었으니, 이를 깊은 법이라 한다. |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범부는 들은 바가 없어서 부처님을 찬탄하고자 하여도 찬탄할 바가 심히 적으니, 이른바 계행이 청정함을 찬탄하거나 혹은 모든 애욕을 여의었음을 찬탄하거나 혹은 이 심히 깊어서 이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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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어렵고 알기 어려운 법을 찬탄한다. 실제로 이런 식으로 부처님을 찬탄하고 있는 것이다” 하셨으니, 이에 대해서는 『범망경(梵網經)』99)에서 자세히 설해지고 있다. |
또한 세 가지 해탈문(解脫門)을 심히 깊은 법이라 한다.
부처님께서 반야바라밀을 말씀하시는 동안에 여러 하늘이 찬탄하기를 “세존이시여, 이 법은 심히 깊습니다” 하니, 부처님께서는 “심히 깊은 법이라 함은, 공(空)이 곧 그러한 뜻이고 무작(無作)ㆍ무상(無相)이 곧 그러한 뜻이니라” 하셨다. |
또한 모든 법의 모습은 진실하여 파괴할 수 없고 움직일 수 없으니, 이것을 심히 깊은 법이란 한다. |
또한 속마음[內心]으로 상상하는 지혜의 힘을 제거하고, 오직 집중된 마음[定心]으로 모든 법의 청정한 실상 가운데 머무는 것이다.
마치 눈에 열기가 충만하면 노랗지 않은 것을 노랗다고 보는 것과 같으니, 마음으로 상상하는 지혜의 힘에 의하여 모든 법을 움직여서[轉] 본다면, 이를 얕은 법이라 하는 것이다. |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의 눈이 청정하여 열기가 없으면 있는 그대로 노란 것을 노랗다고 보듯이, 이처럼 속마음으로 상상하는 지혜의 힘을 제거하고 지혜의 눈이 청정하면 모든 법의 실상을 보게 되는 것이다. |
비유하건데 진짜 수정을 노란 물건 가운데 두면 곧 따라서 노란빛이 되고, 푸른빛․붉은빛․흰빛의 상대의 색을 좇아 변하듯이 마음도 그와 같아서 범부들은 속마음으로 상상하는 지혜의 힘 때문에 모든 법의 차별된 모습을 보게 된다.
모든 법의 실상을 관찰하여 공도 아니고 공 아님도 아니며, 있음도 아니고 있음 아님도 아닌 줄로 알며, 이 법 가운데 깊이 들어가 움직이지 않고 걸림이 없다면 이를 ‘깊은 법인을 건넜다’ 한다. |
‘건넜다[度]’고 함은 심히 깊은 법을 얻었음을 말한다. 또한 구족히 원만하여 걸림이 없게 되고 피안에 이르게 된 것을 일컬어 ‘건넜다’고 하는 것이다. |
[經] 두려움 없는 힘을 얻었다. |
[論] 모든 보살들은 네 가지 두려움 없는 힘을 성취한다. |
99) 범어로는 Brahmajālasūt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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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보살은 아직 할 일을 끝내지 못했고, 아직 일체지를 얻지 못했거늘 어찌하여 네 가지 두려움 없는 힘을 얻었다 하는가? |
[답] 두려움 없음[無畏]에 두 가지가 있으니, 보살의 두려움 없음과 부처님의 두려움 없음이다. 이 보살들은 부처님의 두려움 없음은 아직 얻지 못했으나 보살의 두려움 없음을 얻었으므로 두려움 없는 힘을 얻었다 한다. |
[문] 어떤 것이 보살의 네 가지 두려움 없음인가? |
[답] 첫째는 일체를 들으면 능히 지니는 까닭이며, 모든 다라니를 얻는 까닭이며, 항상 기억하여 잊지 않는 까닭에 대중 가운데에서 법을 설하되 두려워함이 없다. |
둘째는 모든 중생의 욕망과 해탈의 인연과 감관의 예리하고 둔함을 알고서 그 마땅함에 따라 설법하기 때문에 보살은 대중 가운데서 법을 설하되 두려움이 없다. |
셋째는 어떤 이가 동․남․서ㆍ북이나 네 간방[四維]ㆍ상하에서 찾아와 따져 물어서 나로 하여금 법답게 대답하지 못하게 하는 자를 보지 않는다. 이러한 모습을 조금도 보지 않기 때문에 대중에서 설법하되 두려움이 없다. |
넷째는 중생들의 질문을 듣고는 마땅함에 따라 법답게 대답하여 온갖 중생의 의혹을 교묘하게 끊어 주기 때문에 보살이 대중에서 설법하되 두려움이 없다. |
[經] 모든 마사를 초월했다. |
[論] 마(魔)100)에는 네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번뇌마(煩惱魔)요, 둘째는 음마(陰魔)요, 셋째는 사마(死魔)요, 넷째는 타화자재천자마(他化自在天子魔)이다.
이 보살들은 보살도를 얻는 까닭에 번뇌마를 깨뜨리고, 법신을 얻는 까닭에 음마를 깨뜨리고, 도(道)와 법성신(法性身)을 얻는 까닭에 사마를 깨뜨린다.
항상 한마음인 까닭에, 온갖 곳에 마음이 집착되지 않는 까닭에, 부동삼매에 드는 까닭에 타화자재천자마를 깨뜨린다. 그러므로 ‘모든 마사를 초월했다’고 하는 것이다. |
또한 이 『반야바라밀경』 「각마품(覺魔品)」에서 부처님께서 스스로 마업(魔業)과 마사를 말씀하셨는데, 이 마업과 마사를 이미 다 넘었기 때문에 이것을 일컬어 ‘이미 마사를 초월했다’고 하는 것이다. |
100) 범어로는 mā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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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모든 법의 실상을 제외한 나머지 온갖 법을 모두 마(魔)라 한다.
곧 모든 번뇌․결사(結使)․욕(欲)․박(縛)․취(取)․전(纏)․음(陰)․계(界)․입(入)․마왕(魔王)․마민(魔民)․마인(魔人)과 같은 이러한 것들을 모두 마라고 하는 것이다. |
[문] 어디에서 욕․박 등의 모든 결사를 마라고 하였는가? |
[답] 『잡법장경(雜法藏經)』101)에서 부처님께서 마왕에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욕망은 그대의 첫째 군사요 |
근심은 그대의 둘째 군사요 |
기갈은 그대의 셋째 군사요 |
애정은 그대의 넷째 군사다. |
수면은 그대의 다섯째 군사요 |
두려움은 그대의 여섯째 군사요 |
의혹은 그대의 일곱째 군사요 |
독을 품은 마음102)은 그대의 여덟째 군사다. |
이양과 허망한 명예에 집착함은 그대의 아홉째 군사요 |
스스로 교만해져 남을 업신여김은 그대의 열째 군사이다. |
그대의 군사가 이러하니 |
101) 범어로는 Kṣudraka. |
102) 독을 품은 마음이란 나머지 아홉 가지 가운데 거론되지 않은 탐ㆍ진ㆍ치의 3독심을 가리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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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 모두와 |
그리고 온갖 하늘까지도 |
아무도 이를 부수지 못한다. |
나는 지혜의 화살을 들고 |
선정과 지혜의 힘을 닦아 |
마치 흙병을 물에 던져버리듯 |
그대의 군사를 무찔러 깨뜨리리라. |
한마음으로 지혜를 닦아 |
그로써 모두를 건너게 하리. |
나의 제자들 정진하여서 |
지혜 닦기를 항상 생각하니 |
법다운 행을 수순한다면 |
반드시 열반에 이르리니 |
그대는 내쫓기고 싶지 않겠지만 |
그대가 이르지 못한 곳에 이르리. |
이때 마왕은 게송을 듣자 통곡하고 근심하며 사라졌다. 이 마왕의 사악한 무리들 역시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으니, 이러한 것을 결사의 마(魔)라 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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