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어디에서 5중(衆)ㆍ18계(界)ㆍ12입(入)이 마(魔)라고 말씀하셨는가? |
[답] 막구라산(莫拘羅山)에서 부처님께서 제자인 라타(羅陀)에게 말씀하시어 “색중(色衆)은 곧 마(魔)이며, 수․상․행․식 역시 마찬가지이다”라고 하셨다. |
만약에 미래세에 색신을 이루고자 한다면 이것을 동처(動處)로 삼으며, 만약 무색신을 이루고자 해도 이것을 동처로 삼는다. 유상(有想)ㆍ무상(無想)ㆍ비유상(非有想)ㆍ비무상(非無想)의 몸을 이루고자 한다면 이것을 일체동처(一切動處)로 삼는다. |
[234 / 805] 쪽 |
움직임은 모두 마의 속박이며, 움직이지 않으면 속박되지 않아 악(惡)에서 벗어나게 된다. |
여기에서 중(衆)ㆍ계(界)ㆍ입(入)은 곧 마가 된다고 말하니, 자재천자마(自在天子魔)나 마민(魔民)ㆍ마인이 곧 마가 됨은 말할 필요도 없다. |
[문] 무엇 때문에 마라 부르는가? |
[답] 혜명(慧命)을 빼앗고 도법과 공덕과 선의 근본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마라고 부른다. 외도의 무리들은 이를 욕주(欲主)라고 부르며, 또한 화전(華箭) 혹은 5전(箭)[단본의 주에서는 5욕의 화살이라 한다.]이라 부르기도 하니, 갖가지 착한 일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에서는 마라(魔羅)라고 부르며, 그의 업과 그의 일을 마사(魔事)라고 한다. 어떠한 마사가 있는가? 이는 「각마품(覺魔品)」에서 말씀하신 바와 같다. |
또한 사람들이 세간에 떠돌면서 고통과 즐거움을 받는 것은 결과 사의 인연이고 마왕의 힘의 인연이니, 이러한 마를 모든 부처님의 원수이자 모든 성인들의 도적이라 부르는 것이다. |
흐름을 거스르는 일체의 사람의 일을 부수고 열반을 기뻐하지도 않으니, 이를 마라고 한다. |
이 마에 세 가지가 있다.
희롱으로 웃으면서 말하거나 노래하고 춤추거나 삿되게 바라보는 이러한 것들은 애착으로부터 생기며, 결박하고 때리고 채찍질하고 고문하고 자르고 찢는 이러한 것들은 성냄으로부터 생기며, 몸을 태우거나 스스로 얼리거나 머리칼을 뽑거나 스스로 굶주리거나 불에 들어가거나 물[淵]에 들어가거나 바위에서 뛰어 내리는 이러한 것들은 우치로부터 생겨난다. |
또한 커다란 과실과 부정함과 세간에 물드는 것은 모두 마사이고, 이로움을 증오하고 열반 및 열반의 도를 행[用]하지 않는 것 역시 마사이며, 큰 고통의 바다에 빠져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이러한 한량없는 것들이 모두 마사인데, 이러한 것들을 이미 던져 버리는 이것을 모든 마사를 초월했다 하는 것이다. |
[235 / 805] 쪽 |
[經] 일체의 업장(業障)에서 남김없이 해탈했다. |
[論] 일체의 악업에서 벗어나는 이것을 ‘업장에서 해탈했다’ 한다. |
[문] 세 가지 장(障), 즉 번뇌장(煩惱障)․업장(業障)․보장(報障)에서 어찌하여 두 가지는 버리고 업장만을 말하는가? |
[답] 세 가지 장 가운데서 업의 힘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모든 업을 쌓아서 백․천․만 겁이 지나도록 잃거나 타거나 무너지지 않으며 과보를 받을 때에도 없어지지 않나니, 이 모든 업은 능히 오래도록 머물다가 화합해서 과보를 낸다. 마치 곡식과 풀의 종자가 땅속에 있다가 시절을 만나면 자라나서 잃거나 무너지지 않는 것과 같다. |
이는 일체지이신 모든 부처님들께서 가장 존중하시는 이치로서, 수미산왕조차 이 모든 업을 바꾸지 못하거늘 하물며 범부들이겠는가. |
이런 게송이 있다. |
생사의 윤회는 인간을 싣고 |
모든 번뇌와 결사는 |
큰 힘으로 자재하게 구르니, |
누구도 멈출 수가 없다. |
전생의 업으로 자기가 지은 것 |
바뀌어 갖가지 형태를 이루나니 |
업의 힘 가장 커서 |
세상에 견줄 이 없다. |
전생의 업은 자재하여서 |
사람들이 과보를 받게 하나니 |
업의 힘 때문에 바퀴 돌아서 |
생사의 바다에 헤매게 된다. |
큰 바닷물이 다 마르고 |
[236 / 805] 쪽 |
수미산의 땅이 다하더라도 |
전생의 인연인 업은 |
타지도 않고 다하지도 않는다. |
모든 업이 오랫동안 합쳐 모이면 |
지은 이가 스스로 따라가나니 |
마치 빚을 진 사람은 |
빚쟁이가 쫓기기 끊임이 없듯. |
이 모든 업의 과보는 |
능히 바꿀 이도 없고 |
또한 피할 곳도 없으며 |
애걸하여 면할 수도 없다. |
삼계 가운데 중생들은 |
이를 좇아 잠시도 여의지 못하니 |
마치 가리나찰(珂梨羅刹)과 같다고 |
그 업을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
바람은 채워진 곳에 들지 않고 |
흐르는 물은 위로 가지 않으며 |
허공이 해를 입는 일 없듯이 |
업이 없음[無業]도 이와 같도다. |
업은 한량없는 힘이 있으나 |
짓지 않는 이는 쫓기지 않으니 |
과보는 시절이 도래하기까지 |
없어지지도 잃지도 않는 것이라. |
[237 / 805] 쪽 |
땅에서 하늘로 날아오르고 |
하늘에서 설산으로 들고 |
설산에서 바다로 들어가도 |
어디에서도 업은 떠나지 않는다. |
항상 나를 뒤쫓아 |
잠시도 버리는 일 없어 |
곧장 도달해 망실하는 일 없으니 |
마치 유성이 달로 향함과 같다. |
이런 까닭에 ‘일체의 업장에서 남김없이 해탈했다’고 한 것이다. |
대지도론(大智度論) 54. 인과응보/업력은 항상 나를 뒤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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