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스크랩] 대지도론(大智度論) 103. 불도를 구하기 위해 보시하라.

수선님 2018. 12. 30. 12:54

아바타나경(阿婆陀那經)37) 가운데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다.

 

 

“옛날 염부제에 바살바(婆薩婆)라는 왕이 있었다.

 

이때 위라마(韋羅摩)38)라는 바라문 보살이 있었는데,

그는 나라의 왕사(王師)로서 왕에게 전륜성왕이 되는 법을 가르쳤다.

 

위라마는 재물이 한량없고 값진 보물을 갖추고 있었는데, 이런 생각을 했다.

  
  
  
37) 범어로는 Avadānasūtra.
38) 범어로는 Velāma.
[447 / 805] 쪽
‘사람들은 나를 일컬어 부귀한 사람이고 재물이 한량이 없어 중생들을 이롭게 한다고 한다. 지금이 바로 알맞은 때이니, 크게 보시를 하리라. 부귀가 비록 즐거우나 일체가 무상하며, 5가(家)39)가 공유하니 마음대로 하지도 못하고 사람의 마음만 산란케 하고, 가벼이 치달려 안정치 못함이 마치 원숭이가 잠시도 멈추어 있지 못함과 같다. 사람이 목숨을 마침은 번갯불이 사라지는 것보다 빠르다. 사람의 몸은 덧없어 뭇 고통의 늪이다. 이런 까닭에 베풀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생각하고는 손수 글을 지어 염부제 안의 모든 바라문과 출가한 사람들께 널리 알렸다.

“원하건대 각각의 대덕들이시여, 부디 저의 집에 왕림하시기 바랍니다. 큰 보시를 베풀어 12년을 채우고자 합니다.”

 

그리고는 배를 띄울 만큼 많은 국[飯汁]을 마련하고, 소락[酪]으로 못[池]을 채우고, 쌀과 밀가루를 산처럼 쌓고, 소유(蘇油)를 개울처럼 흐르게 하고, 그 밖의 의복․음식․침구․탕약을 모두 지극한 것으로 마련해 12년간 보시를 행하고자 했다.

 

8만 4천의 흰 코끼리를 물소가죽으로 만든 갑옷[犀甲]과 금으로 장식하고 이름난 보배로 대금당(大金幢)을 세워 네 가지 보배로 장엄했다.

 

8만 4천의 말을 또한 물소가죽으로 만든 갑옷과 금으로 장식하고 네 가지 보물을 주렁주렁 걸었다.

 

8만 4천의 수레를 모두 금․은․유리․파리 등의 보배로 장식하고 그 위를 사자․범․이리 등의 가죽으로 덮고 백검(白劍)과 바라(婆羅)40)와 보배 휘장과 여러 가지 장식으로 장엄했다.

 

8만 4천의 네 가지 보배로 만든 평상에 갖가지 빛깔을 찬란하게 칠하고 갖가지 보드랍고 매끄러운 요를 펴서 잘 꾸몄으며, 붉은색 베개와 비단 이불을 평상 양쪽 끝에 두고 묘한 옷과 화려한 복장도 모두 갖추어 놓았다.

  
  
39) 5가(家)란 왕(王), 도적(盜賊), 화(火), 수(水), 악인(惡人). 곧 세상의 재물이란 대부분 왕ㆍ도적ㆍ악인이 소유하거나 수재나 화재들의 재해로 사라지는 법임을 의미한다.
40) 범어로는 valāhaka. 전륜성왕의 7보 가운데 하나인 마보(馬寶)를 가리킨다.
[448 / 805] 쪽
8만 4천의 황금 발우에 은싸래기를 가득히 담고, 은 발우에는 황금싸래기를 가득히 담고, 유리(琉璃) 발우에는 파리(玻璃) 싸래기를 가득히 담고, 파리 발우에는 유리싸래기를 가득히 담았다.

 

8만 4천 마리의 젖소가 있어 소마다 젖이 한 섬[石]씩 나오는데, 황금으로 뿔을 장식하고 횐 천으로 옷을 입혔다.

8만 4천의 미녀가 있어 단정하고 복스러운데 모두가 흰 구슬과 유명한 보배를 몸에 걸어 장식했다.

 

그 요점을 대략 들어봐도 이와 같거니와 세세한 것을 다 기록할 수 없다.

 

그때 바라바왕과 8만 4천의 여러 작은 왕들과 신하들과 부호와 장자들이 제각기 10만 냥의 오래된 금전[金錢]을 기증해서 공양준비를 도와 법을 설할 집[祠]을 마련하고 공양준비가 완전히 갖추어지자 보시를 마쳤다.

 

석제바나민(釋提婆那民)이 와서 위라마보살에게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말했다.

  
  천하에서 얻기 어려운 물건들은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거늘
  그대는 지금 모두 얻고는
  불도를 위해 베풀었도다.
  
  그때 정거천인(淨居天人)이 몸을 나투어 이렇게 게송으로 말했다.
  
  문을 활짝 열고 크게 보시하니
  그대의 한 일은 옳은 일이다.
  중생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그들을 위하여 불도를 구하네.
  
이때 하늘 무리들이 생각했다.

“내가 금병의 구멍을 막아서 물이 나오지 못하게 하리라.

그것은 왜냐하면, 그 중의 어떤 시주에게는 복밭이 없기 때문이다.”

  
[449 / 805] 쪽
이때에 마왕(魔王)이 정거천인에게 말했다.
“이 바라문들은 모두가 출가하여 계를 지키고 청정하게 도에 들었거늘 어찌하여 말하기를 ‘복밭이 없다’ 하는가?”

 

정거천인이 대답했다.

이 보살은 불도를 위하여 보시하건만 이 여러 사람들은 모두가 삿된 소견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복밭이 없다고 했다.”

 

마왕이 정거천에게 물었다.

“이 사람이 불도를 위하여 보시한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이때 정거천인이 바라문의 몸으로 변화해서는 금병과 금지팡이를 들고 위라마보살에게 가서는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크게 보시하여 버리기 어려운 것을 능히 버렸거늘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전륜성왕이 되어서 일곱 가지 보배와 천 명의 아들을 갖추고 네 천하를 통치하려 하는가?”

 

보살이 대답했다.

“그런 것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석제바나민이 되어서 8천 나유타 하늘 아씨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가?”

“아니다.”

 

“그러면 6욕천(欲天)의 주인이 되려하는가?”

“아니다.”

 

“그러면 범천왕의 삼천대천세계의 주인이 되어 중생들의 조상이 되고자 하는가?”

“아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무엇을 구하는가?”

 

 

이때 보살이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말했다.

  
  나는 욕심 없는 경지를 구하고
  생․노․병․사를 떠나서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고자 하니

  이러한 불도(佛道)를 구하노라.

  
[450 / 805] 쪽
  
변화한 바라문이 말했다.
“시주(施主)여, 불도는 얻기 어려워서 큰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대 마음이 나약해 쾌락에 습관 들었으니 이런 도를 끝내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내가 먼저 말했듯이 전륜성왕이나 석제바나민이나 6욕천왕이나 범천왕 등은 되기 쉬우니, 이런 것들을 구하는 것만 못하리라.”

 

이에 보살은 “그대는 나의 지극한 서원을 들어보라”고 말하고는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말했다.

  
  설사 뜨거운 무쇠바퀴가
  내 정수리 위에서 굴러도
  불도를 구하려는 한 생각은
  끝내 후회하지 않으리.
  
  설사 3악도나
  인간의 몸으로 많은 고통 받아도
  불도를 구하려는 한결같은 마음은
  끝내 물러서지 않으리.
  
변화한 바라문이 말했다.
“시주여, 장하십니다. 불도를 구하시는 성의가 그토록 지극하시군요.”

 

그리고는 게송으로 찬탄했다.

  
  그대의 정진의 힘은 위대해서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기네.
  지혜가 걸림이 없으니
  불도 이룸이 멀지 않으리.
  
[451 / 805] 쪽

이때 하늘이 많은 꽃을 흩어 보살에게 공양하고,

정거천들로서 금병의 구멍을 막고 있던 자들은 곧 숨어서 나타나지 않았다.

 

보살은 바라문 상좌 앞으로 나아가 금병을 들어 물을 부으려 했다.

하지만 물은 갇힌 채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궁금히 여겼다.

“이 갖가지 큰 보시가 모두 갖추어지고, 시주한 사람의 공덕도 크거늘 어찌하여 병의 물이 나오지 않을까?”

 

이에 보살은 생각했다.

“이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내 마음이 청정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혹은 보시하는 물건이 구족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무슨 이유로 이렇게 되었을까.”

 

스스로 제사에 관한 경전[祠經]인 16종의 책을 살펴보았지만 조금도 티가 없었다.

 

이때 많은 하늘의 무리들이 보살에게 말했다.

“그대는 의심하거나 후회하지 마시오. 그대가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이 아닙니다.

오직 이 바라문들이 악하고 삿되고 부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게송으로 말했다.

  
  이 사람들은 사견에 얽매인 채
  번뇌로 바른 지혜 깨뜨리고
  모든 청정한 계를 떠났으니
  헛수고만 할 뿐 엉뚱한 길에 빠지리라.
  
  그리고는 말하기를 “이런 까닭으로 물이 막히어 내려오지 않는 것입니다”라고 한 뒤 홀연히 사라졌다.
  이때 6욕천이 갖가지 광명을 놓아 대중을 비추면서 게송으로 말했다.
  
  삿되고 거친 바다로 가는 자는
  그대의 바른 길을 따르지 못하니
  보시를 받을 만한 사람들 가운데
  
[452 / 805] 쪽
  그대만 한 사람 있을 리 없네.
  
  이렇게 게송을 말하고는 홀연히 숨어 버렸다. 이때 보살은 이 게송을 듣고 생각했다.
  “모임 가운데 실제로 나와 같을 이는 없다. 물이 막히어 내려오지 않았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구나.”

 

  그리고는 게송으로 말했다.

  
  시방 천지 어디에라도
  좋은 사람 계시어 청정하시면
  나 이제 귀명하오며
  머리 숙여 경례합니다.
  
  오른손에 물병 들고
  왼손에 부으며 서원하니
  원하건대 나 한 사람
  이런 큰 보시 받게 되기를.
  

이때 병 속의 물이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서 그의 왼손에 부어졌다.

이때 바살바왕은 이러한 병의 반응을 보고는 공경하는 마음이 생겨 게송을 읊었다.

  
  거룩한 바라문님이시여
  맑은 유리빛 물이 위에서
  흘러내려 아래로 부어지니
  그대의 손 안에 떨어지리다.
  
이때 대바라문들은 공경하는 마음이 생겨 합장하고 보살께 귀명하니, 보살은 이런 게송을 말했다.
  
[453 / 805] 쪽
  내가 지금 베푸는 것은
  삼계의 복을 구함이 아니니
  중생들을 위하는 까닭에
  그로써 불도를 구하려 함이라네.
  
이 게송을 말할 때 온갖 땅과 산․개울․숲․나무들이 모두 여섯 번에 걸쳐 진동했다.

 

위라마는 본래 이 대중이 공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베푼다고 했으나 이미 이 대중 가운데 받을 만한 이가 없음을 알았으므로 이제 가엾이 여기어 받은 물건으로 그들에게 베풀었다.

 

이러한 갖가지 보시에 관한 본생의 인연이 여기에서 자세히 설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외적인 보시이다.

 

 

 

어떤 것이 내적인 보시인가?

곧 목숨을 아끼지 않고 중생들에게 보시하는 것이다.

 

본생인연(本生因緣)에 다음과 같은 얘기가 있다.

 

석가모니부처님이 본래 보살이었을 때 큰 나라의 왕이 되셨는데

당시에는 세상에 부처님도 없었고 법도 없었고 비구승가도 없었다.

 

왕은 사방으로 나아가 불법을 구했으나 끝내 얻지 못했다. 그때 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부처님이 설하신 게송을 아니, 내게 공양한다면 마땅히 그대에게 말해 주리다.”

 

즉시 왕이 물었다.

“어떠한 공양을 구하는가?”

 

바라문이 대답했다.

“그대가 능히 몸 위의 살을 찢어서 등심지[燈炷]를 삼아 나에게 공양한다면 그대에게 게송을 일러 주리다.”

 

왕은 생각했다.

“나의 이 몸은 위태롭고 약하고 부정하다. 여러 생 동안 고통을 받은 일은 이루 헤아릴 수 없건만

아직 이 몸을 법을 위해 쓴 적은 없다. 이제 비로소 쓸 곳을 얻었으니, 아까울 것이 없다.”

  
[454 / 805] 쪽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전다라(栴陀羅)41)를 불러서는 자신의 상반신을 베어 등불의 심지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흰 천으로 살을 감고 소락 기름을 부은 뒤에 일시에 불을 붙여서 온몸을 태웠다.

 

불이 타오르자 이윽고 그 바라문은 게송을 하나 일러 주었다.

 

 

 

또한 석가모니부처님은 본래 한 마리의 비둘기가 되어 설산에 있었는데, 때마침 큰 눈이 내렸다.

어떤 사람이 길을 잃고는 곤궁에 빠져 괴로워했다.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린 나머지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비둘기가 이 사람을 보자 즉시 날아가서 불을 구해다가 그를 위해 나무를 모아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자신의 몸을 불 속에 던져 이 굶주린 사람에게 베풀었다.

 

이와 같이 머리․눈․몸․골수 등으로 중생에게 보시한 갖가지 본생인연경을 여기에서 자세히 말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갖가지를 내적인 보시[內布施]라 한다.

 

이와 같이 안팎의 보시가 한량이 없으니, 이를 보시의 모습[檀相]이라 한다.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글쓴이 : - 해탈 -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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