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세 가지 법문인가? 첫째는 곤륵문(昆勒門)14)이요, 둘째는 아비담문(阿毘曇門)이요, 셋째는 공문(空門)이다. |
[문] 무엇을 곤륵이라 하고, 무엇을 아비담이라 하고, 무엇을 공문이라 하는가? |
[답] 곤륵에는 320만의 말씀이 있나니, 부처님 재세시에 대가전연(大迦栴延)15)이 지은 것이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사람들의 수명이 줄고, 억념하고 식별하는[憶識] 힘이 적어서 다 읽을 수 없으므로 도를 얻은 사람들이 38만 4천의 말씀으로 줄여서 찬술했다. |
만약에 어떤 이가 곤륵문에 들어가서 논의한다면 끝이 없나니, 거기에는 수상문(隨相門), 대치문(對治門) 등 갖가지 문이 있다. |
수상문이라 함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게송에 이런 것이 있다. |
모든 악을 짓지 말고 |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여 |
스스로 그 뜻을 밝히니 |
이것이 부처님들의 가르침이다. |
여기에서 마음에 속하는 법을 자세히 설명해야 되겠지만, 지금은 다만 ‘스스로 그 뜻을 밝힌다’고만 말씀하셔도 곧 모든 마음에 속하는 법이 다 말해진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왜냐하면 같은 모습이며 같은 대상[緣]이기 때문이다. |
부처님께서 4념처(念處)를 말씀하시는 경우, 여기에서는 4정근(正勤)․4여의족(如意足)․5근(根)․5력(力)을 여의지 않는다. 왜냐하면 4념처 안의 네 가지 정진은 곧 4정근이요, 네 가지 선정은 4여의족이요, 다섯 가지 착한 법은 5근과 5력이기 때문이다. |
14) ‘유(有)이기도 하고 공(空)이기도 하다’는 태도를 가리킨다. 여기에서 곤륵(昆勒)이란 범어 Piṭaka의 속어형인 Peṭaka 혹은 Paiṭaka의 음사어이다. |
15) 범어로는 Mahākātyāyana. |
[705 / 2071] 쪽 |
따라서 부처님께서 다른 법문을 말씀하시지 않고 단지 4념처만 말씀하시어도 이미 다른 법문도 말씀하신 것으로 알아야 한다. |
이는 마치 부처님께서 4제(諦) 가운데 1제만 말씀하시기도 하고 혹은 2제, 혹은 3제만 말씀하시기도 한 것과 같다. |
마성(馬星)16) 비구가 사리불을 위해 이런 게송을 읊어 주었다. |
모든 법이 연을 좇아 생기고 |
그 법의 연 및 다하는 일에 대해 |
나의 스승이신 대성주(大聖主)께서는 |
그 도리를 이렇게 말씀하셨네. |
이 게송에는 3제만을 말하였으나, 도제(道諦)가 이미 그 속에 포함되었음을 알아야 하나니, 서로 여의지 않기 때문이다. |
마치 어떤 사람이 죄를 범하면 온 집안이 재앙을 받는 것과 같다. 이러한 것들을 수상문이라 한다. |
대치문이라 함은 부처님께서 단지 네 가지 뒤바뀐 생각을 말씀하신 것과 같다.
곧 항상하다는 전도․즐겁다는 전도․나가 있다는 전도․깨끗하다는 전도이니, 여기서 비록 4념처를 말씀하시지 않았더라도 이미 4념처의 의미가 포함된 줄로 알아야 한다. |
비유하건대 약을 말하면 이미 그 병은 알려진 것이요, 병을 말하면 곧 약은 알려진 것과 같다. |
만약에 4념처를 말한다면 네 가지 전도는 이미 말한 것으로 아나니, 네 가지 전도란 곧 삿된 모습이기 때문이다.
네 가지 전도를 말하면 모든 번뇌[結]를 이미 말한 것이 된다. 왜냐하면 뿌리를 말하면 모든 가지는 저절로 다 얻어짐을 알기 때문이다. |
마치 부처님께서 “일체 세간에 3독(毒)이 있다”고 말씀하신 것과 같으니, 3독을 말씀하실 때에 이미 3분(分)ㆍ8정도(正道)를 말씀하셨음을 알아야 한다. |
16) 범어로는 Aśvaka. |
[706 / 2071] 쪽 |
또한 3독을 말씀하실 때에 이미 일체의 번뇌의 독을 말씀하신 줄로 알아야 한다. |
15종의 애착은 곧 탐욕의 독이요, 15종의 성냄은 성냄의 독이요, 15종의 무명은 어리석음의 독이요, 모든 삿된 소견과 교만과 의심은 무명에 속한다. |
이러한 일체의 결사가 모두 3독에 들어간다.
무엇으로 그것을 멸하는가? 곧 3분ㆍ8정도로써 멸한다.
만일 3분ㆍ8정도를 말하면 이미 일체의 37조도품(助道品)을 다 말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
이러한 갖가지 모습을 대치문이라 하며, 이러한 모든 법들을 곤륵문이라 한다. |
무엇을 아비담문이라 하는가?
부처님께서 모든 법의 의미를 말씀하시고, 혹은 스스로 모든 법의 이름을 말씀하신 것을 제자들이 갖가지로 모아 찬술하고 그 이치를 풀이한 것이다. |
예컨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어떤 비구가 모든 유위의 법에 대하여 바르게 기억하지 못하고서 세간에서 으뜸가는 법을 얻고자 한다면 이는 옳지 못하다. 세간에서 으뜸가는 법을 얻지 못하고서 바른 지위에 들고자 한다면 이는 옳지 못하다. 바른 지위에 들지 못하고서 수다원․사다함․아나함․아라한을 얻고자 한다면 이는 옳지 못하다. |
비구가 모든 유위의 법에 대해 바르게 억념해 세간에서 으뜸가는 법을 얻는다면 이는 옳은 말이요, 세간에서 으뜸가는 법을 얻고 바른 지위에 들고, 바른 지위에 들어 수다원․사다함․아나함․아라한을 얻는다면 이는 기필코 옳은 말이다. |
부처님께서 직접 설하신 경우, 세간의 으뜸가는 법은 그 모양의 의미를 말씀하지 않으셨지만, 그것이 어떤 세계에 속하는지, 어떤 인과 어떤 과보인지에 대하여 세간에서 으뜸가는 법으로부터 성문들이 행할 갖가지 법과 나아가서는 무여열반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그 모습의 의미를 분별하나니, 이것을 아비담문이라 한다. |
공문이라 함은 생공(生空)과 법공(法空)을 말한다. 『빈바사라왕영경(頻婆娑羅王迎經)』에서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
[707 / 2071] 쪽 |
“색(色)이 날 때에는 단지 공(空)만이 나고, 색이 멸할 때에는 단지 공만이 멸한다. 모든 행(行)이 날 때는 단지 공만이 나고, 멸할 때에도 공만이 멸한다. 이 가운데 나 없고 남[人] 없고 신(神)도 없으니, 인간이 금생으로 부터 후생에 도달함에 인연화합한 명자 등을 제외하고 중생은 없다. 하지만 범부나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름을 따라 진실을 구한다.”
|
이러한 경 등에서 부처님은 생공을 말씀하셨다. |
법공이라 함은 이는 부처님께서 『대공경(大空經)』17)에서 말씀하신 바와 같다. |
“12인연은 무명에서 노사까지를 말하니, 만약에 어떤 이가 말하되 ‘이것이 노ㆍ사이다’ 하거나 ‘누가 늙고 죽는다’ 한다면 이는 모두가 삿된 소견이다. 생․유․취ㆍ애․수․촉․6입․명색․식․행․무명도 그러하다. 만일 어떤 사람이 말하되 ‘몸이 곧 정신이다’고 하거나 ‘몸과 정신은 다르다’고 한다면, 이 두 가지가 비록 다르나 다 같이 삿된 소견이다.” |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몸이 곧 정신이라 한다면 이는 삿된 소견이어서 나의 제자가 아니다. 몸과 정신은 다르다 하여도 역시 이는 삿된 소견이어서 나의 제자가 아니다” 하셨다. |
다시 이 경전에서 부처님께서는 법공을 말씀하셨다. |
“만약에 누군가가 늙고 죽는다고 한다면, 이는 바로 허망한 줄 알아야 하나니, 이를 생공이라 한다. 만약에 이것이 늙음과 죽음이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허망한 줄 알아야 하나니, 이는 법공이라 한다. 나아가 무명에 이르기까지도 또한 이와 같다.” |
또한 부처님께서는 『범망경(梵網經)』 가운데서 62견(見)을 말씀하셨다. |
“만약에 어떤 사람이 말하되 ‘신(神)18)은 항상하고, 세간도 항상하다’고 한다면 이는 삿된 소견이요, ‘신은 무상하고 세간도 무상하다’ 하여도 삿된 소견이요, ‘신과 세간은 항상하기도 하고 무상하기도 하다’ 하여도 삿된 소견이요, ‘신과 세간은 항상한 것도 아니요 무상한 것도 아니다’ 하여도 삿된 소견이다.” |
17) 범어로는 Mahāśūnyatā-sūtra. |
18) 범어로는 ātman. 상주불변의 나라는 실체를 말한다. |
[708 / 2071] 쪽 |
이런 까닭에 모든 법이 모두 공함이 진실임을 알 수 있다. |
대지도론 219. 네가지 전도(뒤바뀐 생각) : 상낙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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