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무슨 까닭에 남녀가 없는가? 정신은 비록 차별이 없지만 신분(身分)은 차별이 있어서 남녀의 차이가 있다. 이 몸은 신분을 여의지 않고, 신분도 몸을 여의지 않는다. |
예컨대 신분을 보면 부분이 있는 법[有分法], 즉 몸․발 등이 있음을 족히 알 수 있나니, 신분은 몸과는 다르지만 몸은 남녀의 모습이 될 것이다. |
[답] 신(神)은 이미 먼저 파하였고, 몸의 상(相)도 역시 무너졌거니와 이제 다시 설명하리라. |
만일 이러한 부분 있는 법을 몸이라 한다면 제각기의 부분 안에 갖추어져 있는가, 아니면 신분이 모든 부분 안에 나뉘어져 있는가? |
만일 모든 부분 가운데에 갖추어 몸이 있는 것이라면 머리 가운데에도 다리가 있어야 한 것이다. 그것은 왜냐하면 머리 가운데 몸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
만일 몸의 부분이 모든 부분 가운데 나뉘어져 있다면 이 몸은 부분과 다름이 없을 것이니, 부 분 있음[有分]이란 것은 모든 부분을 따르기 때문이다. |
[문] 만일 발 등 몸의 부분이 부분 있음과 다르다면 허물이 되겠지만 지금은 발 등 몸의 부분이 부분 있음, 즉 몸이란 법과 다르지 않다고 하므로 허물이 없을 것이다. |
[772 / 2071] 쪽 |
[답] 만일 발 등 몸의 부분이 부분 있음과 다르지 않다면 머리가 곧 발이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왜냐하면 두 가지 경우가 모두 몸이어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
또한 몸의 부분은 많고 부분[有分]은 하나인데, 많음이 하나가 될 수 없고, 하나가 많음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원인이 없어지므로써 결과가 없어지는 것이요, 결과가 없어지므로써 원인이 없어지는 것인데 이제 몸의 부분이 부분 있음과 다르지 않다면 응당 결과가 없어지므로써 원인이 없어지는 것이 될 것이다. 그것은 왜냐하면 원인과 결과는 하나이기 때문이다. |
하나와 다름 가운데서 몸을 구하여도 얻을 수 없음은 몸이 없기 때문이거늘 어떻게 남녀의 모습이 있으랴. 만일 남녀가 있다면 이 몸 그대로인가? 아니면 이 몸과는 다른 것인가?
몸에서는 얻을 수 없다.
만일 다른 법에 있다면 다른 법은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남녀의 차별이 없거늘 다만 두 세상의 인연이 화합한 곳에 뒤바뀐 마음으로써 남녀라고 말할 뿐이다. |
이런 게송이 있다. |
구부렸다 폈다 하는 곳에 과거와 미래를 세우나 |
우러러보고 이야기하는 가운데 실체가 없다. |
바람이 식에 의지하므로 작용이 있으나 |
이 식은 모습이 없어서 잠시도 있지 않다. |
너와 나, 남자와 여자는 나란 마음 있기 때문이니 |
지혜가 없으므로 허망하게 있다고 여긴다. |
뼈마디가 서로 이어진 곳에 가죽이 덮이었고 |
신체 기관 움직임은 허수아비 같도다. |
실체는 없으나 겉만 사람 같으니 |
금을 녹여 물속에 던질 때 같고 |
들불이 대숲을 태울 때 같아서 |
[773 / 2071] 쪽 |
인연이 화합하면 소리도 난다. |
이러한 갖가지 모습은 전에 이미 말했거니와 여기에서 다시 자세히 말하리라.
이것을 모습 없음의 문[無相門]이라 하며, 지을 이 없음[無作者]이라 하나니, 이미 모습 없음이어서 짓는 바가 없음을 도무지 없음을 알면 이것을 지음 없는 문[無作門]이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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