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288. 부처님의 선정은 구족되어 있다
[문] 지니는 계율은 몸과 입의 업이 청정하기 때문에 알 수 있고, 지혜는 분별하고 설법하여 중생들의 의심을 없애주기 때문에 알 수 있다. 그러나 선정이란 다른 사람이 선정을 수행하는 것조차도 오히려 알 수 없거늘 하물며 부처님에 대하여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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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큰 지혜를 구족하셨기 때문에 선정도 반드시 갖추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비유하건대 마치 연꽃이 큰 것을 보면 틀림없이 그 못도 깊고 크리라는 것을 아는 것과 같으며, 또한 등불의 광명이 크면 틀림없이 소유(蘇油)78) 또한 많으리라는 것을 아는 것과 같다.
또한 부처님의 신통 변화의 힘은 한량없고 견줄 데가 없기 때문에 선정의 힘도 역시 구족했다는 것을 아는 것과 같고, 또한 과보가 크기 때문에 원인 또한 틀림없이 크다는 것을 아는 것과 같다. |
또 어느 때에 부처님은 스스로 사람들을 위하여 말씀하시되 “나의 선정의 모양은 심히 깊느니라”고 하셨다. |
마치 경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아두마국(阿頭摩國)79)의 나무 숲 아래 앉아 선정에 드셨는데 이때 큰 비가 쏟아지면서 우레와 함께 벼락이 쳤으므로 네 마리의 수소와 두 사람의 농부가 이 소리에 놀라 죽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날이 훤히 개었으므로 부처님은 일어나서 경행하고 계셨는데, 마침 한 거사(居士)가 부처님의 발에 예배한 뒤에 부처님의 뒤를 따르면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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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존이시여, 아까 뇌성과 벼락을 칠 때에 네 마리 수소와 농부 두 사람이 그 소리에 놀라 죽었나이다. 세존께서는 들으셨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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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범어로는 taila. |
79) 범어로는 Ādumā. 팔리어로는 ātumā. |
[835 / 2071] 쪽 |
부처님께서는 “듣지 못했느니라”고 말씀하시자, 거사는 다시 여쭈었다. “부처님은 그때에 주무셨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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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자지 않았느니라”고 말씀하시자, 거사는 다시 여쭈었다. “무심상정(無心想定)80)에 들어 계셨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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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아니니라. 나는 심상(心想)이 있으면서 다만 선정에 들었을 뿐이니라”고 하시자, 거사는 말씀드렸다. |
“전에 없던 일입니다. 모든 부처님의 선정은 심히 깊고 큽니다. 심상이 있으면서도 선정에 드셨기 때문에 이러한 큰 소리를 깨어 있으면서도 듣지 않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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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다른 경전에서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부처님이 들고 나는 모든 선정은 사리불이나 목건련조차도 오히려 그 이름을 듣지 못했거늘 하물며 누가 그것을 알겠느냐. 마치 삼매왕삼매(三昧王三昧)81)와 사자유희삼매(獅子遊戱三昧)82) 등과 같아서 부처님이 그 안에 들면 능히 시방세계를 여섯 가지로 진동하게 하고 큰 광명을 놓으며 변화로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이 시방에 가득 차게 하느니라”고 하신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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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이 어느 때 마음에 생각하기를 “과거 연등불(然燈佛) 때에는 그 세상이 좋고 사람의 수명이 길어서 교화하기가 쉬웠다. 지금의 석가모니부처님 때는 세상이 악하고 사람의 수명이 짧아서 교화하기가 어려우므로 부처님은 일을 다 마치기도 전에 열반에 드실 것인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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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맑은 새벽에 이 일에 대하여 부처님께 아뢰려고 하였는데 벌써 해가 돋은지라 부처님은 그때 일출삼매(日出三昧)83)에 들어계셨다.
마치 해가 돋아 광명이 염부제를 비추는 것처럼 부처님의 몸도 그와 같아서 털구멍에서 광명을 두루 내어 시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세계를 비추셨다. 그 낱낱 광명 속에서는 7보로 된 천 개의 잎사귀가 있는 연꽃을 내시고 그 낱낱 꽃 위에는 모두 부처님이 앉아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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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범어로는 asaṁjñisamāpatti. |
81) 범어로는 samādhirājasamādhi. 모든 삼매 가운데 최상의 삼매를 말한다. |
82) 범어로는 siṁhavikrīḍitasamādhi. 여덟 가지 삼매[八三昧] 가운데 하나이다. 마치 사자가 사슴을 잡아 유희하는 듯한 삼매라는 뜻이다. |
83) 범어로는 sūryodayasamādhi. |
다시 그 낱낱 모든 부처님께서는 모두 한량없는 광명을 놓으시고, 하나하나의 광명에서는 모두 7보로 된 천 개의 잎사귀가 달린 연꽃을 내시고, 하나하나의 연꽃 위에는 모두 부처님이 앉아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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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부처님들은 시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세계에 두루 차서 중생을 교화하고 계셨는데 혹 설법을 하시기도 하고 혹 잠자코 계시기도 하며 혹 경행을 하시기도 하고 혹 신통 변화로 몸에서 물과 불을 내기도 하셨다.
이와 같은 갖가지 방편으로 시방의 5도(道) 중생들을 제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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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은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서 이 일들을 모두 보았는데 부처님은 신족(神足)84)을 거두시고 삼매에서 일어나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
“이 일을 보았으며, 이 일을 들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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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이 대답했다. |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자와 이미 보았고 이미 들었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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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
“부처에게는 이와 같은 힘이 있는데 능히 불사(佛事)를 마칠 수 없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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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은 말씀드리기를 “세존이시여, 설령 중생들이 시방의 항하의 모래수같이 많은 세계에 가득히 차 있고 부처님께서 하루 동안만 살아계시면서 이러한 힘을 쓰신다 해도 반드시 부처님 일을 마칠 수 있으리이다”고 하고는 다시 감탄하면서 “전에 없던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모든 부처님 법은 한량없고 불가사의하나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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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부처님의 선정은 구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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