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따와나 일묵스님

세상을 움직이는 8가지 법 - 제따와나 일묵스님

수선님 2019. 12. 29. 12:13

 

앙굿따라니까야엔 '세상이 법 경'이 있습니다. 거기 나오는 세상을 움직이는 8가지 법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불교에선 이것은 '8풍'이라고 해요. 8가지 바람/경계.

'욕계'는 감각적 욕망이 지배하는 세상을 말해요. 우리가 사는 곳이죠. 여기 사는 우리 맘에 일어나는 주된 번뇌가 '감각적 욕망/성냄'입니다. 이것을 실제 삶에서 일어나는 모습으로 세분하면 8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한자로는 '이익,쇠락,악명(뒤에서),명성,칭찬,비난(앞에서),즐거움,괴로움' 이 8가지를8풍이라고 합니다. 경계의 바람이죠. 부처님께서는 이 8가지 바람이 욕계의 존재에겐 멈추지 않는다고 했어요. 이 8가지 바람에 흔들리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수행의 진행 정도는 이 8풍에 얼마나 반응하지 않는가로 알게 됩니다.

수행자와 세속인 모두 이익과 명성에 민감합니다.

이것을 한마디로 '명리'라고 하죠. 욕망이 바탕인 세상이다 보니 이익을 구하는 것이 주된 세상의 모습을 이룹니다. 이것 자체를 비난할 순 없습니다. 문제는 이것을 얻기 위해서 부당한 방법을 동원하게 되는 것이죠. 세속에서 먹고 사는 문제에 노력에 따른 차이가 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지요. 노력은 적게 하면서 많이 가지려 하다 보니 부당한 방법을 동원하게 되고, 인간의 가치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 문제인 거예요.

진짜 이익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이익은 무조건 정당하게 얻어야 합니다. 세속에선 명예를 좇는게 꼭 나쁜 건 아니지만, 출가한 스님은 명예를 좇아선 안됩니다. 출가자는 법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야 합니다. 명예와 이익을 좇는 것은 욕망을 좇는 거예요. 재물욕, 명예욕은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입니다. 사람들은 이익이 오면 좋아하고 지키려 하고, 손실이 오면 괴로워하고 적대시합니다. 이익이 오면 들뜨고, 손실이 오면 위축되고.. 이게 일반적인 모습이예요. 명예도 마찬가지.

다 탐욕과 연관 있어요.


상윳따-'관련된' : 상윳따니까야는 주제별로 모은 경전이예요. '연기' 그러면 연기에 대해서만 모아놓고, '오온'에 대해서만 모아 놓고, 이런 식이죠. 그 중 '이득과 명예' 상윳따도 있어요. 붓다는 이를 '마라(?)의 낚시바늘' 이라고 합니다. 한번 걸리면 벗어나기 어려워져요. 출가자도 여기 걸리면, 세속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가게 되죠. 이득과 명예를 추구하는 방식으로..요즘 시대 자체가 힘 있는 출가자가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이기도 하죠. 출가자에게 '명예와 이익'은 '똥'입니다.

수행은 '심재(나무의 가장 좋은 부분)'를 찾는 과정.

붓다는 명예와 이익을 완전히 부인하지 않아요. 특히 재가자는 삶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하죠. 다만, 이것이 어느 정도로 중요한가는 분명히 차등을 두어 설명합니다. 심재를 찾기 위해 잔가지와 잎사귀를 쳐 내고, 겉껍질, 속껍질을 걷어 내고, 겉의 심재를 또 걷어 내야 겨우 심재를 만날 수 있죠. 속 심재가 바로 해탈이죠. 겉 심재는 위빠싸나의 지혜, 명예와 이익은 잎사귀와 잔가지에 비유합니다. 즉, 수행자는 이것을 좇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수행은 '소욕지족'이 필요해요. '이익과 명예'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바둑으로 치면 눈 앞에 1점 먹으려다 자기 대마를 죽여버리는 행위입니다.

불교에선 과정이 중요합니다.

판단의 기준은 '이것이 바른 것인가' 이어야 합니다. 길게 보면 그래야 이익이 있습니다. 바른 생계와 바른 삶을 살도록 노력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계를 잘 지키셔야 합니다.

계를 잘 지키시면 모든 문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5계는 어렵습니다. 이것을 완성한 존재가 수다원이거든요. 평생 거짓말 안 하는 것이 쉽겠어요? 술이야 안 마시면 되지만, 이건 어렵죠. 오계를 잘 지키셔야 앞으로 다가올 문제점을 다 막을 수 있습니다. 살생을 안 한다는건, 남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거예요. '맛지마니까야'를 보면 전생에 남을 괴롭힌 사람이 몸이 많이 아프다고 해요.

도둑질하지 말라는 건 정당하게 벌라는 겁니다.

노력 없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는 것, 우리 사회엔 이런 경우가 참 많습니다. 사람들은 칭찬을 좋아하고 비난을 싫어하죠. 하지만 수행자는 '비난'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요. 지혜로운 사람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어리석인 사람의 비난은 흘려 버리는 능력이 필요하죠. 자기 번뇌를 보는 것이 수행인데, 이것이 참 어려워요.

습성화된 번뇌를 스스로 보는 것은 아주 어렵습니다. 자동화되어 버렸거든요.

이것을 스승님과 도반에게 지적받으면 수행의 몇 겁을 단축하는 겁니다. 헌데 듣는 순간 자만심과 아상이 강해지면 못 받아들이죠. 자기 발전의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비난을 수용하긴 사실 어려워요. 의미 있는 지적과 견책을 흔쾌히 수용할 수 있는 마음 자세를 가지시는게 좋아요. (물론 의미 없는 비난은 구분하여 흘리실 수 있어야 하죠) 수행인터뷰 해 보면 자기가 잘 되고 있는 것만 말씀하시는 분들 있어요. 이것도 다 아상이예요.

자기한테 일어나는 것을 그냥 솔직하게 드러내야 수행에 도움이 됩니다.

수행하는 사람은 오로지 '어찌 하면 내 번뇌를 버릴 수 있을까' 에만 포커스를 맞추셔야 합니다. 칭찬에 들뜨고, 비난에 위축되고, 즐거울 때 좋아하고, 괴로울 때 힘들어 하고, 이런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죠. 차라리 괴로우면 수행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데, 잘될 때 자신을 돌아보기는 어려워요. 잘될 때는 그냥 거기에 빠져 버리게 됩니다. 다 세간에서 일어나는, 세상을 움직이는 8풍입니다. 이익이 있으면 좋아하고, 손실이 있으면 화를 내고, 명성을 좋아하고 악명을 적대하고, 즐거움을 순응하고 괴로움을 적대시하고 이런 마음들이 업앤다운합니다.

탐욕과 성냄이 왔다갔다 합니다.

이 8가지 바람에 계속 흔들리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이것들이 다 무상한 것을 알아야 하죠. 아니짜. 이익이 있다고 영원한 것도 아니고, 안 좋다고 그것이 영원한 것도 아니죠. 영원한 것이 아니고, 조건에 의해 형성되고, 조건이 사라지면 흩어지는 것이죠. 현생에 부자인 사람은 전생에 그럴 만한 조건이 있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조건이 다하면 또 사라지는 것입니다. 복은 자기가 지어서 받고, 또 받은만큼 까 먹어요. 그래서 계속 새로운 복을 지어야 해요.

이익이 왔다고 들뜰 것도, 손해가 왔다고 위축될 것도 없어요

계속 변하는 과정입니다. 인생이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어릴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머리가 하얘지고 있죠. 세월은 정말 금방 갑니다. 죽을 때 정신 나가지 않고 제대로 죽는 것은 평소에 어떻게 했냐가 중요해요. 8풍에 늘 흔들렸던 사람은 죽을 때도 큰 두려움에 휩싸이게 됩니다. 무상함을 알면,anicca 자만에 빠질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것이 조건에 의해 형성됐다는 것은, 조건이 끝나면 사라진다는 거예요. 이 세상에서 영원히 존재하는건 없어요.

8풍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상카라에 대한 평온의 지혜'라고 합니다.

상카라는 '조건에 의해 형성된 것'을 말해요. 형성된 것은 결국 소멸될 것이니 평온하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휩쓸리거나 끄달리지 말고. '새옹지마'의 지혜. 알아차림과 지혜가 있다면 어떤 문제도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마음이 흔들리면 괴로워하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어요. 이런 바보같은 짓을 하지 마세요. 좋다고 사로잡히지 말고, 원하지 않는 것이 와도 반감을 갖지 말고 평온한 마음으로. 8풍에 흔들리는 사람은 계속 있을 거예요. 이게 당연한 거예요. 그래서 팔정도 수행을 계속 하시는 거예요.

적대감이 사라지고 순응하는 때가 옵니다. 성자들의 삶이죠.

수다원만 되도 팔풍에 흔들리는 것이 거의 없어집니다. 위빳사나 수행을 어느 정도만 해도 크게 흔들리진 않아요. 경전에 보면 수다원에게 남아 있는 괴로움은 바닷물(중생의 괴로움)의 두세 방울 정도라고 했어요. 물론 완전한 벗어남은 아라한이 되어야 해요. 탐욕을 완전히 벗어난 존재는 아라한이거든요. 그래도 수다원만 되면 거의 벗어난 상태이지요. 법의 소중함을 이해하고 이익과 명예가 아닌 붓다의 가르침을 좇는 삶만 살아가도 큰 고통 없이 살 수 있어요.

8풍의 위험함을 꿰뚫어 아는 것이 지혜입니다.

이해하고 벗어나세요. 8풍에서 벗어나는 주된 지혜는 '무상'에 대한 이해입니다. 잘될 때 더 조심하고 더 겸손하고 더 베풀어야 해요. 세상은 물어뜯는걸 좋아해요. 이득을 가진다는 것은 새가 고기를 물고 날라가는 것에 비유합니다. 옆에 있는 다른 새들이 그 고기를 가로채려 계속 물어뜯게 되죠. 세속에서도 똑같거든요. 경주 최부자 이야기인가? 일정량 이상을 절대 갖지 않는다는 것은 참 지혜로운 거였어요.

8풍에 얼마나 흔들리지 않는가를 수행의 기준으로 삼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