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30송 (론서)

성유식론(成唯識論) 해제

수선님 2022. 3. 27. 12:33

성유식론(成唯識論) 해제

 

 

『성유식론(成唯識論, Vijñaptimātratāsiddhi-śāstra)』 10권은 세친(世親)의 『유식삼십송(唯識三十頌, Triṃśikā-vijñaptimātratāsiddhi-kārikā)』에 대한 호법(護法) 등 苛蹂��(十大論師)들 각각의 주석서를, 현장(玄奘)이 659년에 번역할 때 호법의 학설을 중심으로 합유(合糅)한 논서이다. 먼저 세친 및 십대논사들과 『성유식론』의 번역 경위를 살펴본 다음, 이 논서의 구성 체계와 내용의 개요(槪要)를 서술하기로 한다. 
   
   
1. 세친(世親)의 생애

 

   
세친(400~480년경)은 산스끄리뜨로 와수반두(Vasubandhu, 婆藪槃豆)라고 하고, 구역(舊譯)에서는 천친(天親)으로 번역된다. 북인도 간다라(Gandhara) 국의 수도인 뿌루사뿌라(Purusapura)에서 바라문 출신의 국사(國師)인 까우시까(Kausika, 憍尸迦)와 위린찌(Viriñci, 比隣持) 사이에서 태어났다. 형 무착(無着, Asaṅga)과 아우가 있었는데, 성장 후 3형제가 모두 출가하였다. 형인 무착은 처음에는 화지부(化地部)에 출가했다가 나중에 대승으로 전향하였다. 세친은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에 출가했는데, 유부의 학설을 무조건 옹호․고집하지는 않았고, 다른 부파 특히 경량부(經量部)의 교의체계를 부분적으로 수용했다. 그는 유부교학의 백과전서인 『아비달마대비바사론(阿毘達磨大毘婆沙論)』 200권의 강요서(綱要書)인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 30권을 저술했는데, 이때 같은 주제에 관하여 유부와 경량부의 견해가 다를 경우, 보다 합리적이고 뛰어난 이론 쪽을 택하여 이른바 ‘이장위종(理長爲宗)’의 방침으로 해설했다.


부파교단의 거장이었던 세친이 대승으로 전환하게 된 것은, 그의 나이 40대 말이나 50대 초 무렵에 형 무착의 간절한 권고 때문이었다. 세친은 대승교학의 깊고 광대함을 깨닫고 과감하게 대승교단으로 전향했다. 전에 대승을 비불설(非佛說)이라고 비방하던 과오를 깊이 뉘우치고, 그 대신 대승불교를 홍포하는 작업에 전념했다. 그는 설일체유부․경량부․승론파 등의 외경실재론을 논파하여 유식무경설(唯識無境說)을 천명했으며, 무착에 의해 조직된 유식교학체계를 정리․대성했다. 또한 유식교학뿐만 아니라 화엄․반야․법화․열반․여래장․정토 등 다방면의 경전을 알기 쉽게 해설하여 요강서(要綱書)를 제작․홍포했다.
  세친의 많은 저서 중에서 현재 한역본 23부, 범본 7부, 서장본 21부가 남아 있어 그의 유식교학 체계를 전해 준다. 그의 현존 저서 중에서 한역본으로서 널리 알려진 것은 『아비달마구사론』 30권, 『유식이십론(唯識二十論)』 1권, 『유식삼십송(唯識三十頌)』, 『섭대승론석(攝大乘論釋)』 10권, 『대승오온론(大乘五蘊論)』 1권, 『변중변론(辯中邊論)』 3권, 『불성론(佛性論)』 4권, 『십지경론(十地經論)』 12권 등이다. 

 

 

2. 십대논사(十大論師) 

   
세친은 식전변설(識轉變說)을 수립하여 유식무경(唯識無境)의 이치와 8식(識)의 존재 양상 및 인식 성립의 역학적 구조를 설명하고자 했다. 그는 식전변의 원리를 『유식삼십송』에서 본격적으로 체계화시키고자 했으나, 이 저술을 만년에 지었으므로 미처 그 주석서를 남기지 못했다. 이후 많은 유식논사들이 『유식삼십송』에 대한 주석서를 제작했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주석가를 ‘십대논사’라고 한다. 

그런데 세친 이후 유식학은 크게 무상유식론(無相唯識論)과 유상유식론(有相唯識論)의 두 사조로 나뉘었다. 이 두 학풍은 이후 유식학의 전개 방향과 유식논사들의 학문적인 업적의 바탕이 되었다. 또한 선덕(先德)의 저술에 주석서를 제작하는 것이 이 시대의 학문적인 경향이었다. 『성유식론』에서 보이는 십대논사들의 견해 차이는 근본적으로 이러한 학풍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1) 호법(護法, Dharmapāla)


호법(530~561)은 남인도 드라위다 국의 깐찌뿌라 출신으로서, 매우 명석하여 대승교학뿐만 아니라 아비달마교학과 외전(外典)에도 능통했다. 진리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뛰어난 언변으로써 사방(四方)을 주유하며 외도와 부파교단의 논사들을 상대로 자주 공개토론을 벌여 논파하였다. 그는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날란다Nālanda 대학의 학두(學頭)가 되어 유식학을 선양하며 승우(勝友)․최승자(最勝子)․계현(戒賢) 등을 비롯하여 많은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러나 29세에 병이 들어 은퇴하여 대보리사(大菩提寺)에 머물면서 선정과 저술 작업에 몰두하였다. 『유식삼십송』에 대한 주석서도 이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호법은 당시 시대 상황에서 유식학을 발전시키고 선양하는 방법론에 있어서 진나(陳那)의 유상유식론(有相唯識論)의 취지를 이어 진보적․방편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호법은 종자설(種子說)에 있어서 호월(護月)의 본유설(本有說)과 난타(難陀)의 신훈설(新熏說)의 모순을 지적하고 종자본유신훈병유설(種子本有新熏竝有說)을 주장하였다.


호법의 학문적 업적 가운데 하나는 유식학의 인식구조론을 4분설(分說)로써 완성한 점이다. 원래 무착(無着)․세친까지는 인식성립의 역학적 구조를 ‘객관으로서의 식[有相識]’과 ‘주관으로서의 식[有見識]’으로 설명하였다. 진나(陳那)는 이를 보다 인식논리적으로 분석하여 자증분(自證分, 量果), 즉 식이 2분화(分化)되기 이전의 질료(質料)이면서, 동시에 객관으로서의 식[所量, 相分]과 주관으로서의 식[能量, 見分]에 의한 인식작용을 확인하는 작용 내지 인식결과로서의 자증분을 들고 3분설(分說)을 건립하였다. 호법은 진나의 이론을 발전시켜서 자증분의 확인 작용을 증명하는 제4의 작용인 증자증분(證自證分)을 설정한 4분설(分說)을 주장했다. 그리하여 자증분의 확인 문제 및 서로 확인 작용이 무한히 소급되는 이론적 모순을 해결했다.


그의 저술 중에서 현존되는 한역본으로는 『성유식론(成唯識論)』 10권, 『성유식보생론(成唯識寶生論)』 5권, 『관소연론석(觀所緣論釋)』 1권, 『대승광백론석론(大乘廣百論釋論)』 10권이 있다.


2) 안혜(安慧, Sthiramati)


안혜(510~570년경)는 남인도 랄라(Lala)국 출신이며, 왈라비(Valabhi)에서 덕혜(德慧)를 스승으로 모시고 수학하였다. 그는 주로 왈라비에서 활약했는데, 당시 그곳은 날란다사와 함께 유식학의 중심지로서, 전자는 무상유식론(無相唯識論), 후자는 유상유식론(有相唯識論)의 학풍이 강했다.


그는 유식학뿐만 아니라 중관학․여래장사상 등 대승교학과 아비달마교학에 박식하였다. 또한 인명론(因明論)에도 통달하여 정리학파(正理學派) 등 외도와의 토론에서 그들을 항복시켰다고 한다. 안혜의 견해와 학문적 업적의 토대는 무상유식론(無相唯識論)이었으며, 유식사상을 선양하는 방법론에 있어서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당시 유식학파와 중관학파의 표면화된 사상적 대립을 극복하고자 했으며, 또한 유식사상과 여래장사상의 융합을 도모하였다. 


그의 저술로는 『중변분별론석소(中邊分別論釋疏)』, 『대승장엄경론소(大乘莊嚴經論疏)』, 『대승아비달마잡집론(大乘阿毘達磨雜集論)』 16권, 『대승광오온론(大乘廣五蘊論)』 1권, 『구사론실의소(俱舍論實義疏)』 등이 있다.


3) 친승(親勝, Bandhuśri) : 세친과 같은 시대의 논사로서, 『유식삼십송』에 최초로 주석서를 지었다고 한다.
  

4) 화변(火辨, Citrabhāna) : 세친과 같은 시대의 거사(居士)로서, 수행의 경지가 높고 문장에 뛰어난 저명한 주석가였다고 한다.


5) 덕혜(德慧, Gunamati) : 남인도 쁘라와따(Pravata, 鉢伐多) 출신이고, 안혜의 스승이다. 3장(藏)에 통달했으며, 일찍이 마가다(Magadha, 摩揭陀)국에서 수론외도(數論外道)를 항복시켜서 그 명성이 인도 천하에 드날렸다고 한다. 그의 저술로는 진제(眞諦)가 번역한 『수상론(隨相論)』 1권이 현존한다.
  

6) 난타(難陀, Nanda) : 안혜와 같은 시대의 논사이다. 『성유식론술기』에 의하면, 그는 심분설(心分說)로는 2분설(分說)을, 종자설에 있어서는 신훈종자설(新熏種子說)을 주장했다고 한다.
  

7) 정월(淨月, Sudhacandra) : 안혜와 같은 시대의 논사이다. 『성유식론술기』에 의하면 심분설로는 난타(難陀)와 같이 2분설(分說)을 주장했다고 한다.
  

8) 승우(勝友, Viśeṣamitra))  : 호법의 문인(門人)이다.
  

9) 최승자(最勝子, Jinaputra:辰那弗多羅)
호법의 문인이며, 그의 저술로서 『유가사지론석(瑜伽師地論釋)』 1권이 현존한다.
  

10) 지월(智月, Jñānacandra:若那戰達羅) : 호법의 문인이다.

 

 


3. 『성유식론』의 번역 경위

 


1) 현장(玄奘)의 역경작업


현장(600~664)은 낙양 근처의 구씨현(緱氏縣)에서 출생하여 13세에 낙양 정토사에 출가했다. 그는 부처님의 성적지(聖蹟地)를 참배하고, 원전을 직접 연구함으로써 종래 한역본에서의 모호한 부분을 분명히 이해하며, 교학의 여러 분야에서 특히 유식교의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자 인도에의 구법유학을 결심했다. 그는 629년(貞觀 3년)에 구법의 길에 올라 천신만고 끝에 이윽고 마가다국의 나란타사(那爛陀寺)에 이르러 호법(護法)의 제자인 계현(戒賢)에게서 수학했다. 또한 호법의 재가제자인 현감(玄鑑) 거사로부터 십대논사들의 주석본을 얻는 등 많은 범본(梵本) 경론을 수집하였다. 전후 17년에 걸친 유학을 마치고 마침내 645년(貞觀 19년)에 귀국하였다. 이후 입적하기까지 약 20년간 홍복사․자은사 등의 역장(譯場)에서 모두 76부 1,347권에 달하는 많은 경론을 번역하였다. 번역 분야는 유식․구사(俱舍)․반야․밀교 등 다방면에 걸쳐 있다. 


현장은 중국의 역경사에서 신역(新譯)의 대표자로 평가받는다. 그의 유식경론 번역에 의해 중국 유식교학의 학풍이 종래의 무상유식론에서 유상유식론의 흐름으로 전환되었다. 구역(舊譯) 유식경론의 대표자인 진제(眞諦)는, 인도에서 무상유식론의 조류를 대표하는 안혜(安慧)와 사상적 맥락을 같이한 반면에, 현장은 유상유식론을 대표한 호법의 제자인 계현에게 수학했기 때문이다.


2) 『성유식론』이 호법설 중심의 합유(合糅) 형식으로 번역된 경위


현장은 원래 『유식삼십송』에 대한 십대논사들의 주석본을 모두 번역하려고 했다. 그런데 신방(神昉)․가상(嘉尙)․보광(普光)과 함께 번역 작업을 돕기로 내정된 기(基)가 며칠 뒤에 홀로 현장에게 다음과 같이 청원했다고 한다. 원래 계획대로 할 경우 논서의 분량이 너무 방대하고 십대논사들의 견해가 서로 다른 부분들이 있어서 난해하므로, 호법(護法)의 학설을 정의(正義)로 삼고 다른 아홉 논사들의 주장을 취사선택하여 모아서 하나의 책으로 편집하자는 것이었다. 현장은 그의 견해를 받아들여 다른 세 사람을 물리치고, 기(基) 한 사람의 도움 아래 659년(顯慶 4년)에 『성유식론』 10권의 번역을 완성하였다. 
  

3) 법상종의 성립


현장의 유식경론 번역을 계기로 유식학 연구가 활기를 띠게 되었으며, 자은 기(慈恩基)의 『성유식론술기』와 『대승법원의림장(大乘法苑義林章)』에 의해 법상종의 교학이 정립되었다. 원래 법성상종(法性相宗)의 성격이지만, 법의 성(性)보다는 상(相), 즉 현상계를 중점적으로 설명하므로 법상종으로 명명한다. 
 


4. 『성유식론』의 소의경론(所依經論) 
  

 

이 논서의 소의경론에 대하여 『성유식론술기』 1권에서 6경(經) 11론(論)을 들고 있다.


6경은 『해심밀경(解深密經)』ㆍ『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ㆍ『여래출현공덕장엄경(如來出現功德莊嚴經)』ㆍ『아비달마경(阿毘達磨經)』ㆍ『능가경(楞伽經)』ㆍ『후엄경(厚嚴經)』이다.


이 중에서 『여래출현공덕장엄경』과 『아비달마경』은 중국에 전래되지는 않았지만, 『성유식론』 중에서 여러 번 인용되고 있다. 『후엄경』의 경우는 현장이 그 범본을 중국에 가지고 왔으나 미처 번역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후 『대승밀엄경(大乘密嚴經)』이라는 명칭으로서, 일조(日照)와 불공(不空)의 두 가지 번역본이 현존한다. 


11부 논서는 다음과 같다.
  

①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 100권:미륵(彌勒) 설(說), 현장(玄奘) 번역.
② 『분별유가론(分別瑜伽論)』:미륵 지음(전래되지 않음).
③ 『대승장엄경론(大乘莊嚴經論)』 10권:본송(本頌)은 미륵 설, 석론(釋論)은 무착(無着) 지음, 현장 번역.
④ 『현양성교론(顯揚聖敎論)』 20권:무착 지음, 현장 번역.
⑤ 『섭대승론(攝大乘論)』 3권:무착 지음, 현장 번역.
※ 『성유식론』에서 세친의 『섭대승론석(攝大乘論釋)』과 무성(無性)의 『섭대승론석』이 함께 인용되고 있다.


⑥ 『대승아비달마집론(大乘阿毘達磨集論)』 7권:무착 지음, 현장 번역.
※ 이 논서를 사자각(獅子覺)이 해석한 것을 다시 안혜(安慧)가 집유(集糅)한 『대승아비달마잡집론(大乘阿毘達磨雜集論)』(일명 『대법론(對法論)』) 16권이 있다.


⑦ 『십지경론(十地經論)』 12권:천친(天親) 지음, 보리류지(菩提流支) 번역.
⑧ 『변중변론(辯中邊論)』 3권:본송은 미륵 설, 석론은 세친 지음, 현장 번역.
⑨ 『유식이십론(唯識二十論)』 1권:세친 지음, 현장 번역.
⑩ 『집량론(集量論)』:진나(陳那) 지음(전래되지 않음).
⑪ 『관소연론(觀所緣論)』 1권:진나(陳那) 지음, 현장 번역.
  

이들 6경 11론을 흔히 법상종의 소의경론으로 들고 있는데, 어디까지나 『성유식론』 중에서 해설의 전거(典據)로서 인용된 경론이다. 즉 세친이 『유식삼십송』을 저술할 때 석존의 본래 취지에 의거하고 6경(經)의 내용을 참조했으며, 호법 등 십대논사들이 『유식삼십송』을 주석할 때 6경 11론의 내용을 많이 참고 인용하였다. 따라서 이들 경론을 곧바로 법상종의 소의경론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중국 법상종의 소의경론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성유식론』이 포함되어야 한다. 
  


5. 『성유식론』의 구성 체계 


 

『유식삼십송』 중에서 처음의 24송은 유식의 양상[唯識相]을 밝히고, 다음의 1송은 유식의 성품[唯識性]을, 뒷부분의 5송은 유식교의에서 보살의 수행단계[唯識位]를 밝힌다. 호법과 안혜 등 십대논사들이 세친의 『유식삼십송』을 주석할 때에, 삼십송의 앞부분에 귀경송(歸敬頌)을, 뒷부분에 회향송(廻向頌)을 첨가하고, 각각 10권으로 구성하였다. 이 논서의 구성 체계를 『성유식론술기』 등에 의거해서 분과(分科)하면 다음과 같다.


분과표(分科表)[이하 각 송(頌) 및 그에 대한 장행석(長行釋)을 의미함]

   
?서분(序分): 종지(宗旨)를 펴기 이전에 삼보에 귀의하고 논서를 짓는 이유를 서술함[宗前敬敍分] … 귀경송(歸敬頌) 1송
 

   1. 삼보에 귀의함을 서술함[敍歸敬福田] … 반송(半頌)
   2. 『유식삼십송』을 주석하는 까닭을 서술함[敍釋論意] … 반송 
 

?정종분(正宗分): 가르침에 의거해서 유식의 이치를 자세하게 해설함 [依敎廣成分]

 
   1. 유식의 양상, 즉 중생의 현실을 밝힘[明唯識相] … 제1송~제24송 
   ① 능변식의 양상을 간략히 나타냄[略標識相] … 1송 반半


? 외도와 소승의 비판을 서술하고 그 잘못된 견해를 논파함 [釋難破執]
? 종지를 세워서 유식의 도리로 귀결함[標宗歸識]
? 능변식의 자체[體]를 밝힘[彰能變體]

   ② 능변식의 양상을 자세히 해설함[廣釋識相] … 22송 반


?먼저 세 가지 능변식을 밝힘[初明三種能變] … 14송 반
? 이숙식에 관하여 해설함[解異熟識] … 2송 반
? 사량식에 관하여 해설함[解思量識] … 3송
? 요경식에 관하여 해설함[解了境識] … 9송
?다음에 바로 유식을 판별함[次正辨唯識] … 1송 
?끝으로 모든 비판에 대하여 답변함[後釋諸妨難] … 7송
? 바른 논리에 어긋나는 비판에 대하여 답변함[釋違理難]
? 성스러운 가르침에 어긋나는 비판에 대하여 답변함[釋違敎難]


 2. 유식의 성품, 즉 중생의 본성을 밝힘[明唯識性] … 제25송 


 3. 유식학에서의 수행단계, 즉 보살의 수행단계를 밝힘[明唯識位] … 제26송~제30송 


?유통분(流通分): 주석을 마치면서 공덕을 많은 중생들에게 베풀고 다 함께 속히 최상의 깨달음에 오르기를 서원함[釋結施願分] … 회향송 1송 

 


6. 『성유식론』의 내용 개요


 

1) 머리말[宗前敬敍分]:제1권


안혜와 호법 등 십대논사들이 『유식삼십송』을 주석함에 있어서 먼저 삼보(三寶)에 지극한 예를 올린 뒤에 『성유식론』을 저술하는 취지를 밝힌다. 아공(我空)과 법공(法空)의 도리에 미혹한 자들(소승․외도․범부)에게 유식의 도리를 열어 보여서 그들로 하여금 이공진여(二空眞如)를 깨쳐서 두 가지 장애(번뇌장․소지장)를 끊고 대열반과 대보리를 증득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것은 『성유식론』을 저술하는 동기이면서 동시에 유식사상의 궁극적인 목적을 나타낸다.
  

2) 능변식의 양상을 간략히 나타냄[略標識相]:제1권~제2권


외도와 소승이 비판하여 묻기를, “유식무경(唯識無境)이라면 어째서 세간과 성스러운 가르침에서 자아와 법이 있다고 말하는가?”라고 하니, 이에 답변하면서 그들의 잘못된 견해를 논파한다. 즉 세간에서는 허망한 생각[妄情]에 따라 자아와 법이 있다고 말하고, 성스러운 가르침에서는 시설(施設)이나 견분․상분의 자체[體]에 의지해서 자아와 법을 가설한다는 것이다. 


실아실법(實我實法)이 있어야 가아가법(假我假法)이 성립되는 것인데, 만약 실아실법이 없다면 가아가법은 무엇에 의지하여 성립되는가라는 비판적인 질문에 대하여, 그것은 식이 전변된 것[識所變], 즉 식의 자체분이 변현된 견분․상분을 의지처로 하여 가정적으로 건립된 것임을 밝힌다.


먼저 실아(實我)에 대한 집착을 논파함에 있어서 당시 외도와 소승에서의 견해를 크게 아래와 같이 분류하고 그 내용을 서술한 뒤에 그 이론의 모순점을 지적하여 논파한다.
  

① 자아는 본체가 상주하고 널리 두루하며 크기가 허공과 같다고 집착함 … 수론(數論)학파나 승론(勝論)학파 등.


② 자아는 그 본체가 상주하지만 크기는 일정하지 않다고 집착함 … 무참외도(無慚外道)인 빠꾸다 깟짜야나와 니간타 나따뿟따.


③ 자아는 본체가 상주하고 지극히 미세해서 하나의 극미(極微)와 같다고 집착함 … 수주(獸主)나 변출(遍出) 등의 외도.


④ 5온에 즉하는 자아[卽蘊我] … 범부들의 일반적인 견해.
⑤ 5온과 별개인 자아[離蘊我] … 수론․승론 등의 외도들.
⑥ 5온에 즉함도 아니고 별개도 아닌 자아[非卽非離蘊] … 소승의 독자부나 경량부. 
  

그 다음에 선천적으로 일어나는 아집[俱生起我執]과 후천적으로 분별에 의해 생겨나는 아집[分別起我執]을 복단(伏斷)하는 지위를 밝힌다.


다음에 실법(實法)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논파함에 있어서 먼저 열세 종류의 외도들의 법집(法執)을 논파한다. 즉 수론(數論)에서의 스물다섯 가지 원리[二十五諦], 승론(勝論)의 여섯 가지 범주[六句義]를 비롯해서 대자재천을 섬기는 외도, 그리고 대범천왕․시간․장소․본제(本際)․자연․허공․자아 등이 상주하는 실유(實有)로서 만물의 제일 원인이라고 집착하는 외도들, 두 부류의 성론(聲論), 순세외도와 승론에서의 극미설의 내용을 서술하고 각각 그 주장들의 모순점을 지적하여 논파한다.


소승의 법집을 논파함에 있어서 먼저 색법으로서 유대색(有對色)과 무대색(無對色), 표색(表色)과 무표색(無表色)의 비실재성을 논증한다. 설일체유부와 경량부 등 소승의 외경실재론자들이 물질적인 대상은 궁극적인 실체인 극미의 집합으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하는 것을 논파한다.


다음에 불상응행법(不相應行法)을 논파하는데, 득(得)과 비득(非得), 명근(命根), 무상정(無想定)과 멸진정(滅盡定), 무상이숙(無想異熟), 유위법의 4상(相:生․住․異․滅), 명칭[名身], 문구[句身], 글자[文身] 등의 비실재성을 하나하나 논증한다. 또한 설일체유부 등에서 색법․심법을 떠나서 별도로 무위법의 실체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논파한다.


외도와 소승에서 실유(實有)라고 주장하는 색법․불상응행법․무위법은 소취(所取)일 뿐 실체가 아니며, 심왕과 심소법도 역시 능취(能取)일 뿐으로서 실체가 아님을 밝힌다. 그리고 선천적으로 일어나는 법집과 후천적으로 분별에 의해 생겨나는 법집을 복단(伏斷)하는 지위를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실아실법(實我實法)이 없다면 사아사법(似我似法)도 없어야 한다는 비판에 대하여 가법(假法)의 근거는 실법(實法)이 아님을 논증하고, 바로 식이 전변된 것임을 밝힌다.
  

3) 초능변식의 양상을 해설함:제2권~제4권


『유식삼십송』의 제2․3․4 게송의 뜻을 해설함에 있어서 『성유식론』 제2․3․4 권에 걸쳐서 8단(段) 10의문(義門)으로 한다. 각 부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자상문(自相門) … 제8식은 능장(能藏:持種義), 소장(所藏:受熏處), 집장(執藏:我愛所執義)의 세 가지 뜻을 갖추므로 아뢰야식 이라고 이름한다.


② 과상문(果相門) … 과보로서의 체상을 밝힌 것으로서, 제8식은 유정이 전생에 지은 선악업의 과보를 받은 총보(總報)의 주체이다.


③ 인상문(因相門) … 원인으로서의 체상을 밝힌 것으로서, 제8식에 유위․무위․유루․무루․색법․심법 등 모든 법을 현행시키는 원인으로서의 종자(種子)를 지니고 있다.


④ 소연문(所緣門) … 인식대상은 집수(執受), 즉 종자와 신체[有根身] 그리고 자연계[處]이다.


⑤ 행상문(行相門) … 인식활동[行相]이 미세하며 현량(現量)이다. 이 식이 종자와 신체를 유지하는 작용은, 사실 그것들을 인식대상으로 하여 끊임없이 요별함으로써 가능하다. 이 부문에서 4분설(分說)이 언급된다.


⑥ 상응문(相應門) … 51심소 중에서 촉(觸)․작의(作意)․수 (受)․상(想)․사(思)의 5변행심소(遍行心所)와 상응한다.


⑦ 수구문(受俱門) … 제8식은 5수(受) 중에서 오직 사수(捨受)와 상응한다. 그것은 인식작용이 명료하지 않고, 대상에 대하여 거슬림[違]과 수순함[順]의 모습을 분별할 수 없으며, 미세하고 한 종류(異熟無記性)로서 상속하면서 전전하기 때문이다.


⑧ 3성문(性門) … 이숙성(異熟性)이므로 그 성품이 무부무기성(無覆無記性)이다. 또한 이 식과 상응하는 촉 등 5변행심소도 역시 무부무기성이다.


⑨ 인과비유문(因果譬喩門) … 아득한 옛적부터 한 종류(無覆無記性)로 상속하여 중단됨이 없다. 항상 인과법에 의해 유전(流轉)하는 것이 폭류(暴流)의 흐름과 같다.


⑩ 복단위차문(伏斷位次門) … 번뇌장의 종자를 영원히 끊은 아라한위(三乘의 無學果位)에서 아뢰야식이라는 명칭을 궁극적으로 버린다. 
  

다음에 교증(敎證)과 이증(理證)으로써 제8식의 존재를 증명한다. 먼저 5교증(敎證)으로서 『대승아비달마경』ㆍ『해심밀경』ㆍ『입능가경』ㆍ『아함경』의 다섯 게송을 인용한다. 다음에 제8식의 존재를 열 가지 바른 논리로써 논증한다. 10리증(理證)은 다음과 같다.
  

① 지종증(持種證) … 종자를 집지(執持)하는 것은 오직 제8식뿐임을 논증한다.


② 이숙심증(異熟心證) … 경전에서 말하는 이숙심은 곧 제8식임을 논증한다.


③ 취생증(趣生證) … 유정이 5취(趣)와 4생(生)에서 윤회하는 것은 제8식이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④ 능집수증(能執受證) … 신체는 집수(執受)되는 것이고, 제8식은 집수하는 것[能執受]이다. 6전식(轉識)은 집수의 다섯 가지 조건을 갖추지 못한다. 만약 제8식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 경전에서 신체에 집수가 있다고 말하겠는가라고 논증한다.


⑤ 수난식증(壽煖識證) … 경전에서 수명[壽]․체온[煖]․식(識)이 서로 의지함으로써 유정이 상속하면서 머문다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말하는 식(識)이 제8식이 아니라면, 어떤 식이 능히 수명과 체온을 보호해 지녀서 생활할 수 있게 하겠는가라고 논증한다.


⑥ 생사증(生死證) … 경전에서 유정이 태어나고 죽을 때는 반드시 산위(散位)와 유심위(有心位)에 머문다고 말씀하시는데, 이때의 마음이란 곧 제8식이어야 한다.


⑦ 식명색호위연증(識名色互爲緣證) … 경전에서 명색(名色)․식(識)의 두 법이 전전이 서로 의지해서 불리(不離)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여기서 말하는 식이란 곧 제8식이다.


⑧ 4식증(食證) … 유정의 신명(身命)을 유지시키는 4식(食) 중에서 식식(識食)의 뜻이 가장 수승하며, 그것은 단절되지 않고 3성(性)이 바뀌지 않으며 항상 현기(現起)하는 식이어야 하므로 6식 이외에 제8식이 존재한다. 


⑨ 멸정증(滅定證) … 멸진정 중에서 수명이 끊어지지 않고 체온이 없어지지 않으며, 출정(出定) 후에도 6식의 작용을 계속하게 하는 것은 그 근본이 되는 제8식이 있기 때문이다.


⑩ 염정증(染淨證) … 경전에서 마음이 잡염되거나 청정함으로써 유정이 잡염되거나 청정하다고 말씀하시는데, 만약 제8식이 없다면 그 잡염과 청정한 마음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4) 제2능변식의 양상을 해설함:제4권~제5권


제2능변식은 말나식(末那識)․사량식(思量識)․제7식 등으로 이름한다. 이 식에 관하여 『유식삼십송』의 제5․6․7 게송에서 설명하는데, 그 뜻을 해설함에 있어서 『성유식론』 제4․5권에 걸쳐 8단(段) 10의문(義門)으로 한다. 8단문(段門)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① 거체출명문(擧體出名門) … 이 식은 항상 살피고 사량함[恒審思量]함이 다른 식보다 강하므로 특히 말나(末那, manas:思量)식이라고 이름한다. 또한 제6의식(mano-vijñana)과 구분하여 일반적으로 말나식․제7식 또는 다만 의(意)라고 부른다.


② 소의문(所依門) … 제8식을 의지처로 한다.


③ 소연문(所緣門) … 제8식의 견분을 인식대상으로 한다.


④ 체성행상문(體性行相門) … 식체(識體)는 형체가 없어 알기 어려우므로 식의 작용을 들어서 자체[體]를 나타낸다. 제7식은 사량함을 체성과 행상으로 한다. 즉 제8식의 견분을 인식대상으로 해서 그것을 상일주재(常一主宰)하는 실아(實我)라고 항상 심세(審細)하게 사량 집착한다. 


⑤ 심소상응문(心所相應門) … 말나식은 아치(我癡)․아견(我見)․아만(我慢)․아애(我愛)의 네 가지 번뇌와 항상 함께한다. 이 식의 상응심소는 5변행심소, 네 가지 번뇌심소(아치․아견․아만․아애), 여덟 가지 수번뇌심소(隨煩惱心所:惛沈․掉擧․不信․懈怠․放逸․失念․散亂․부정지), 별경심소(別境心所) 중의 혜(慧) 등 열여덟 가지이다.


⑥ 3성분별문(性分別門) … 유부무기성(有覆無記性)이다. 이 식은 항상 자아․법을 집착하여 자심(自心)을 은폐하고 무루 성도(聖道)를 장애하기 때문에 유부(有覆)이다. 또한 이 식은 심층의 식이므로 그 작용이 미세하기 때문에 염오이긴 하지만 악성(惡性)은 아니고 무기성이다.


⑦ 계계분별문(界繫分別門) … 3계(界)의 태어나는 곳에 따라서 모두 계박된다. 


⑧ 기멸분위문(起滅分位門) … 아라한․멸진정․출세도[見道]에 이르기 이전까지는 이 식이 항상 존속하고, 이 3위(位)에 이르면 말나식이 현행하지 않는다.


다음에 제7식의 존재를 경전과 바른 논리로써 증명한다(敎證과 理證). 먼저 『입능가경』과 『해탈경』의 게송에 의해 증명하는 2교증(敎證)이 있다. 6리증(理證)은 아래와 같다.
  

① 불공무명증(不共無明證) … 만약 제7식이 없다면, 경전에서 불공무명의 항행(恒行)․불공성(不共性)을 말씀하시는 내용이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고 논증한다. 


② 6식의 이연증[六二緣證] … 6식은 반드시 감각기관과 외부 대상의 두 가지를 연(緣)으로 하여 인식작용을 일으킨다. 따라서 제6의식도 인식작용을 일으키려면 그 소의근(所依根)이 될 제7식이 있어야 한다.


③ 의명증(意名證) … 만약 제7식이 없다면, 제6식의 의지처[所依]인 의근이 없게 되므로 의식이라는 명칭도 건립할 수 없다. 


④ 2정차별증(定差別證) … 만약 제7식이 없다면, 무상정(無想定)과 멸진정(滅盡定)의 차별이 없을 것이다.


⑤ 무상유염증(無想有染證) … 만약 제7식이 없다면, 무상천에 태어난 유정에게 염오심의 아집이 없을 것이다. 


⑥ 아불성증(我不成證) … 만약 제7식이 없다면, 유정이 선․악․무기심인 때에 항상 아집을 띠는 일이 없어야 한다. 

 

5) 제3능변식의 양상을 해설함:제5권~제7권


『유식삼십송』의 제8게송에서 제16게송에 이르는 내용을 해설함에 있어서 7단(段) 9의문(義門)으로 한다. 7단문(段門)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① 능변차별문(能變差別門) … 제3능변식의 여섯 종류인 안식(眼識)ㆍ이식(耳識)ㆍ비식(鼻識)ㆍ설식(舌識)ㆍ신식(身識)ㆍ의식(意識) 등 요별경식(了別境識)의 종류와 명칭의 근거를 밝힌다. 


② 자성행상문(自性行相門) … 여섯 감각기관에 의지하여 각각 대상을 요별하는 것[了境]을 자성과 행상으로 한다. 


③ 3성분별문(性分別門) … 초능변식과 제2능변식은 심왕과 심 소가 성품이 같으나, 6식의 경우 심왕(心王)은 3성(性)에 통하고 상응심소는 그 3성이 따로 정해진다. 선심소와 상응할 때는 선성(善性)이고, 번뇌심소와 상응할 때는 악성(惡性)이며, 선도 악도 아닌 심소와 상응할 때는 무기성(無記性)이므로 3성에 통한다. 


④ 상응수구문(相應受俱門) … 의식에는 모든 심소가 상응할 수 있으며, 이때 동시상응은 아니다. 5식에는 5변행심소, 오별경심소, 11선심소, 번뇌심소 중에 탐(貪)․진(瞋)․치(癡), 수번뇌심소 가운데 무참(無慙)․무괴(無愧) 및 도거(掉擧) 등의 팔대수번뇌심소가 상응하는데, 동일 찰나에 상응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 3수(苦受․樂受․捨受)와 상응한다. 또한 이 부문에서 51심소 각각의 체성[性用]과 작용[業用]을 판별한다. 


⑤ 소의문(所依門) … 제8식을 의지처[所依]로 한다. 즉 6식은 모두 제8근본식에 있는 각자의 종자를 인연의(因緣依)로 하고, 제8현행식을 증상연의(增上緣依) 중에 공의(共依)로 삼아서 생기한다.


⑥ 구불구전문(俱不俱轉門) … 6식이 현행할 때 6식이 동시에 함께 일어날[俱起]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가 있다. 제6식은 5식의 전부나 혹은 몇 가지가 생기(生起)할 때에 반드시 함께 일어난다. 5식이 일어나려면 인연의(因緣依)․증상연의(增上緣依)․등무간연의(等無間緣依)인 의지처와 갖가지 연(緣)이 화합해야 비로소 가능하다. 마치 파도(5식)가 바닷물(근본식)에 의지하여 바람[衆緣]에 따라 일어남이 일정하지 않은 것과 같다. 


⑦ 기멸분위문(起滅分位門) … 제6의식은 5위무심(位無心:無想天․無想定․滅盡定․極睡眠․기절함)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현행한다. 

 

6) 식전변(識轉變)의 의미를 밝힘[正辨唯識]:제7권~제8권


유식무경(唯識無境)으로서 실아실법(實我實法)이 아니라 가아가법(假我假法)인 이유를 설명한다. 3능변의 8식과 그 상응심소의 자체분에서 인식주관[能緣]의 작용을 하는 견분(見分)과 인식대상[所緣]의 작용을 하는 상분(相分)을 변현한다. 집착된 실아실법(實我實法)은 식이 전변된 의타기성의 2분(分) 위에 가립된 것으로서 2분을 떠나서 따로 그 본체가 없다. 따라서 식이 전변된 유위법이나, 식의 자체 성품인 무위법이나, 가립법(假立法)인 불상응행법이 모두 식을 떠나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일체유식(一切唯識)이라고 한다.   

 

7) 유식무경설이 바른 논리에 위배된다는 비판에 대하여 해설함:제7권~제8권 


심법과 심소법은 반드시 그 인식대상에 의지해서 일어나는데, 과연 내심(內心)만 있고 외경(外境)이 없다면 심왕․심소법이 무엇으로 인해서 일어날 수 있겠는가라는 비판에 대하여 답한다. 제8식 중의 일체유위법 각자의 현행을 발생할 수 있는 종자를 인(因)으로 하고 현행(現行)을 연(緣)으로 해서 분별을 일으킴을 밝힌다.


다음에 외부 대상이 있어야만 유정이 이것을 반연하여 탐욕․성냄 등의 번뇌를 일으키고 갖가지 업을 지어 생사(生死)에 상속하게 되는데, 과연 내심(內心)만 있고 외경이 없다면 무엇을 의지해서 유정이 생사에 상속할 수 있겠는가라는 비판에 대하여 그것은 여러 업습기와 이취습기(二取習氣)에 의한 것임을 밝힌다.   

 

8) 삼자성(三自性)과 삼무자성(三無自性):제8권~제9권


먼저 오직 식(識)뿐이고 외부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의타기법의 한 가지 자성만 있는 것으로 되어서 세 가지 자성이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므로 『해심밀경』에서 3자성(自性)이 있다고 설한 것에 위배된다는 비판에 대하여 답변한다. 즉 경전에 3자성이 있다고 설한 것은, 식(識)을 떠나지 않고 3자성을 설한 것이므로, 외부 대상이 없어도 3자성은 성립한다고 밝힌다. 


다음에 식을 떠나지 않고 3자성이 있다면, 어째서 세존께서 반야경전 등에서 일체법이 모두 자성이 없다고 하여 제법개공설(諸法皆空說)을 세우셨는가라는 비판에 대한 답변으로서 3무자성은 3자성에 의거해서 안립한 것임을 밝힌다.


3자성에 대하여 간략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①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 parikalpita-svabhāva) … 집착과 미망의 세계. 의식․말나식에 의해 나․나의 것으로 집착되어 가상(假想)된 존재형태[所遍計]이다. 현상계는 연기법에 의해 존재하므로 불변․독존의 실체성이 없는 공(空)이다. 우리는 자아나 존재들이 실재성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여 아집과 법집을 갖지만, 사실은 허망분별에 의해 가상(假想)된 변계소집성으로서 허공 꽃[空華]처럼 실재성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의 허망분별에 의해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며, 개념이나 언어로써 파악․집착된다. 두루 분별하여 착각하며 집착하는 것을 주체면에서 능변계(能遍計:아집․법집을 일으키는 의식․말나식)로, 대상면에서 소변계(所遍計:의타기성의 94법 중에서 의식․말나식을 제외한 나머지)로 나눈다. 


② 의타기성(依他起性, paratantra-svabhāva) … 연기의 세계. 현상계에서 인연소생법(因緣所生法), 즉 인연화합에 의해 생멸하는 존재들의 세계이다. 전식득지(轉識得智)를 근본취지[大意]로 하는 유식학에서 말하면 특히 아뢰야식을 기반으로 하는 8식(상응심소 포함)을 가리킨다. 일상생활 속에서 지각하고 판단하고 사유하는 모든 인식작용이 의타기성의 세계이다.


또한 오위백법(五位百法:색법11, 심왕법8, 심소법51, 불상응행법24, 무위법6) 중에서 무위법(無爲法)을 제외한 현상계 존재[有爲法] 94법이 이에 해당된다. 


③ 원성실성(圓成實性, pariniṣpanna-svabhāva) … 깨달음의 세계. 본래부터 원만히 성취되어 있는 진실한 성품[圓滿成就眞實性]인 진여․실상의 세계이다. ‘실상(實相)’이란 불생불멸의 무위법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생멸의 현상계도 포함하여 모든 존재들의 참모습, 즉 중도실상(中道實相)을 의미한다. 원성실성이라는 특별한 세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의타기성의 세계를 의타기성의 세계라고 그대로 자각하는 것, 존재의 진상(眞相)을 각성하는 것, 의타기성의 현실 존재가 그대로 자각되는 세계이다. 궁극적인 진실, 곧 완성된 진여이다. 변계소집성의 집착을 떠나서 물자체(物自體)를 여실히 직관하는 각자(覺者)의 생활이 원성실성의 세계이다. 그것은 존재적인 측면에서 진여이고, 인식적으로는 무분별지혜이다.

  
3성에 관하여 유식논서에서는 뱀[蛇:변계소집성], 노끈[繩:의타기성], 삼[麻 :원성실성]의 비유로 설명한다. 유식학에서는 반야공의 논리가 중관학파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다. 일부 중관학자들의 악취공견(惡取空見)을 시정하기 위해 공성(空性)이 성립하는 장(場)으로서의 식(識)의 존재성을 인정한 바탕 위에서 공의 논리를 편다. 그리하여 중관학처럼 연기→무자성→공의 방식이 아니라, 의타기성에 변계소집성이 항상 없을 때 그것이 바로 공이며 원성실성이라고 말한다. 

3무자성에 대하여 간략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① 상무자성(相無自性, lakṣaṇa-niḥsvabhāva) … 변계소집성의 존재성 부정이다. 경험세계의 사물은 갖가지 모습과 양상으로 생기하여 존재하고 있으나 사실은 허공 꽃처럼 실재성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의 허망분별(아집․법집에 의해 오염된 識)에 의해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며, 개념이나 언어로써 파악되고 집착된다. 이러한 변계소집성에는 불멸․독존의 실체성[自性]이 없으므로 상무자성이다. 


② 생무자성(生無自性, utpatti-niḥsvabhāva) … 의타기성의 존재성 부정이다. 현상계의 모든 존재들은 중연소생기(衆緣所生起)로서 불멸․독존의 실체가 생기하는 것이 아니므로 생무자성이다. 특히 현재의 심식(心識)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습기(習氣)와 현재의 여러 연(緣)의 세력에 의해 생기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③ 승의무자성(勝義無自性, paramārtha-niḥsvabhāva) … 원성실 성․진여는 모든 존재 중에서 최상의 가치를 갖는 승의(勝義, paramārtha)이다. 그런데 승의는 저절로 현현하는 것이 아 니라 아공관․법공관을 실천 체득함으로써 현현되는 존재, 즉 ‘이공소현(二空所現)’이므로 승의무자성이라 이름한다.   


유식학에서는 3성설은 공(空)과 유(有)를 상대하여 중도의 이치를 나타내 보이는 현요설(顯了說)이고, 삼무성설은 공의 측면에서 법유(法有)의 집착을 없애고자 하는 밀의설(密意說)이라고 주장한다.   

 

9) 유식의 참다운 성품을 밝힘[明唯識性]:제9권


원성실성은 일체법의 승의제(勝義諦)이다. 또한 진실하고 허망되지 않으며 상주하여 생멸변천하지 않으므로 진여(眞如)라고 한다. 일체위(一切位)의 체성(體性)으로서 유식의 참다운 성품[唯識實性]이다.   

 

10) 유식교의에서의 보살의 수행단계[唯識位]를 밝힘:제9권~제10권


크게 두 분단으로 나누어 해설한다. 먼저 유식성을 깨달아 들어가는 주체인 사람(本性住種姓과 習所成種姓), 경유하는 단계[五位], 깨달아가는 방편을 간략히 밝힌다. 다음에 5위(位)의 다섯 가지 분단으로 다시 나누어 자세히 판별한다. 5위의 내용을 간략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① 자량위(資糧位) … 길고 긴 수행의 도정에서 자량(資糧)을 준비하는 단계이다. 순해탈분(順解脫分)이라고도 하나니, 보살이 발심한 뒤에 3현(賢:十住․十行․十廻向位)의 제1아승기겁 사이에 성불할 자량을 쌓아 모으는 것을 말한다. 대승의 가르침을 많이 들어 훈습한 인력(因力), 여러 부처님을 많이 섬긴 선우력(善友力), 결정승해의 작의력(作意力), 여러 선근, 즉 복(福)과 지혜를 쌓아 모은 자량에 의해 다음 단계에 들어갈 수 있다. 대승보살도의 52위 가운데 10신(信)ㆍ10주(住)ㆍ10행(行)ㆍ10회향(廻向:제10회향의 住心까지)에 해당된다.


② 가행위(加行位) … 수행심을 더욱 경책하여 정진을 가행하도록 하는 단계이다. 제10회향의 만심위(滿心位)이며, 여기서 인식대상과 인식주체가 공함을 관찰하여 인가한다. 네 가지 가행[四善根], 즉 난위(煖位)에서는 대상[所取]이 공함을 관찰하고[下品 尋思觀], 정위(頂位)에서는 대상이 공함을 투철하게 관찰한다[上品 심사관]. 인위(忍位)에서는 대상이 공함을 인가하고, 나아가 인식주체도 공함을 관찰하여 인가하고[下品如實智觀], 세제일위(世第一位)에서는 대상과 주체가 공함을 둘 다 인가한다[上品如實智觀]. 견도에 가깝기 때문에 순결택분(順決擇分)이라고도 한다.


③ 통달위(通達位) … 견도위(見道位)라고도 하며, 10지 가운데 초지(初地)의 입심(入心)에 해당된다. 가행위의 세제일법위 다음 찰나부터 무루지(無漏智)가 현전하여 진여(眞如)에 체회(體會) 하므로 통달위 또는 견도(見道)라고 한다. 능취의 집착과 소취의 모습을 여의고 이지명합(理智冥合)하여 전혀 소득상(所得相)이 없고 모든 희론을 떠나므로 이때에 진실로 유식의 참다운 성품에 안주한다.


④ 수습위(修習位) … 수도위(修道位)라고도 하며, 초지의 주심(住心)부터 금강무간도(金剛無間道)의 출심(出心)까지를 말한다. 견도에서 아직 단멸되지 못한 구생기(俱生起)의 번뇌장과 소지장을 단멸하기 위하여 반복해서 무분별지혜를 닦는다. 초지(初地)의 주심(住心) 이후부터 10지(地) 중에서 열 가지 뛰어난 수행[十勝行]을 닦고, 열 가지 무거운 장애[十重障]를 끊어서 열 가지 진여[十眞如]를 증득함으로써 두 가지 전의(轉依:열반․보리)를 증득한다. 


⑤ 구경위(究竟位) … 성불의 지위에 이른 과위이다. 수습위는 전의를 증득하는 단계이고, 구경위는 그 증득해진 전의(轉依)의 결과이다. 대열반[四種涅槃]과 대보리[四智]를 증득하여 무루․계(界)․부사의(不思議)․선(善)․상(常)․안락(安樂)․해탈신(解脫身)․대모니(大牟尼:寂黙)인 법신의 경계이다. 여기서 불신(佛身)으로서 자성신(自性身)․수용신(受用身)․변화신(變化身)과 그 국토에 관하여 밝힌다.   


끝으로 성스러운 가르침[聖敎]과 바른 논리[正理]에 의거해서 능변식의 양상[能變識相:제1송~제24송], 유식의 성품[唯識性:제25송], 유식의 수행단계[唯識位:제26송~제30송]를 밝혀서 세 가지 큰 분단[三大段]으로 유식의 도리를 성립시켰음을 말한다. 그리고 『삼십송』을 판별하여 얻은 공덕을 많은 중생들에게 나누고, 속히 고통의 세계를 벗어나서 다 같이 최상의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기를 서원한다.

 


7. 『성유식론』에 관한 연구서


 

『성유식론』의 번역과 연구를 계기로 중국에서 법상종이 성립되었으며, 이후 중국․한국․일본 등에서 유식교학은 이 논서를 중심으로 연구되었다.


『성유식론』에 대한 연구서로서 과거 중국과 한국에서 이루어진 것은 다음과 같다.


1) 중국에서의 주석서 


중국에서 이루어진 아래와 같은 『성유식론』 연구서는 대부분 현존한다.

  
(1) 당대(唐代)


  ① 기(基): 『성유식론술기(成唯識論述記)』 20권
   『성유식론장중추요(成唯識論掌中樞要)』 4권
   『성유식론요간(成唯識論料簡)』 2권
   『성유식론별초(成唯識論別抄)』 10권(4卷 存)
  ② 혜소(慧沼):『성유식론요의등(成唯識論了義燈)』 13권 
  ③ 지주(智周):『성유식론연비(成唯識論演秘)』 14권
   『성유식론장중추요기(成唯識論掌中樞要記)』 2권(上卷 存)
   『성유식론요의등기(成唯識論了義燈記)』 2권(下卷 存)
  ④ 의충(義忠):『성유식론초(成唯識論抄)』 30권(失) 『성유식론찬요(成唯識論纂要)』(失)
  ⑤ 도읍(道邑):『성유식론의온(成唯識論義蘊)』 5권
  ⑥ 여리(如理):『성유식론소의연(成唯識論疏義演)』 13권(현재 26 권으로 유행)
  ⑦ 숭준(崇俊):『성유식론의익(成唯識論義翼)』 7권(失)
  ⑧ 영태(靈泰):『성유식론소초(成唯識論疏抄)』 18권 
 
(2) 명대(明代)
 

  ① 명욱(明昱):『성유식론속전(成唯識論俗詮)』 10권
  ② 통윤(通潤):『성유식론집해(成唯識論集解)』 10권
  ③ 왕긍당(王肯堂):『성유식론증의(成唯識論證義)』 10권
  ④ 광승(廣承):『성유식론음의(成唯識論音義)』 10권
  ⑤ 대진(大眞):『성유식론합향(成唯識論合響)』 10권
  ⑥ 대혜(大惠):『성유식론자고(成唯識論自攷)』 10권
  ⑦ 지욱(智旭):『성유식론관심법요(成唯識論觀心法要)』 10권
   

(3) 청대(淸代)


  ① 지소(智素):『성유식론음향보유과(成唯識論音響補遺科)』 2권
   『성유식론음향보유(成唯識論音響補遺)』 10권

  

2) 신라승(新羅僧)에 의한 주석서


현존 자료에 의하면 한국에서 『성유식론』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신라승(新羅僧)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그 저술이 거의 전하지 않는다.


  ① 원측(圓測):『성유식론소(成唯識論疏)』 20권 
   『성유식론별장(成唯識論別章)』 3권 
  ② 도증(道證):『성유식론요집(成唯識論要集)』 14권 
   『성유식론강요(成唯識論綱要)』 13권 
  ③ 승장(勝莊):『성유식론결成唯識論決』 3권 
  ④ 신방(神昉):『성유식론요집(成唯識論要集)』 12권 
  ⑤ 원효(元曉):『성유식론종요(成唯識論宗要)』 1권 
  ⑥ 경흥(憬興):『성유식론기(成唯識論記)』 2권 
   『성유식론량(成唯識論量)』 25권 
  ⑦ 태현(太賢):『성유식론학기(成唯識論學記)』 10권 혹은 5권(存)
   『성유식론결석(成唯識論決釋)』 1권
  ⑧ 의적(義寂):『성유식론미상결(成唯識論未詳決)』 3권

 

[출처 : 동국역경원]

 

 

 

 

 

 

 

 

 

◈ 성유식론(成唯識論) 해제 ◈

성유식론(成唯識論) 해제 『성유식론(成唯識論, Vijaptimātratāsiddhi-śāstra)』 10권은 세친(世親)의 『유식삼십송(唯識三十頌, Triṃśikā-vijaptimātratāsiddhi-kārikā)』에 대한 호법(護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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