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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 중국불교, 장자에 빚지다 / 오진탁

불교로 읽는 고전 1. 장자(莊子) BC 369년 - BC 286년 동아시아 불교에서 장자 사상과 불교의 관계는 중요한 과제다. 도에 깊지 못한 사람은 불교경전이나 논서를 열람하는 도중에 제자백가의 문장과 만나게 될 경우, 마치 호랑이도 만난 듯 그 언어문자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외도(外道)의 말이라 하여 일축하기만 할 뿐이다. 또한 《장자》의 어느 구절을 풀이하기 위해 불교경전을 인용해 입증하다가 한 마디라도 서로 일치할 경우 대장경이 장자로부터 유출되었다고 장담하기도 한다. 임희일(林希逸)은 《남화진경구의(南華眞經口義)》, 육장경(陸長庚)은 《남화진경부묵(南華眞經副墨》에서 대장경이 노장사상에서 유래되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불교와 장자 사상의 관계를 정확하게 구획하는 일은 중요하다. 이 시론은 불교..

기타 2023.10.22

불교가 꿈꾸는 살기 좋은 환경

창간 20주년 기념특집 | 불교, 이상사회를 꿈꾸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치통을 과소평가하는 지식인의 말이다. ‘나는 느낀다. 고로 존재한다’야말로 모든 생물을 포괄하는, 훨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진실이다. 나의 자아는 사유에 의해서는 당신의 자아와 본질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밀란 쿤데라 《불멸》(1990) 중에서 들어가며 붓다의 깨달음은 연기법이라고 하는 세상의 연기실상이었고, 이는 그 어느 것도 고정된 실체로서 영원한 것은 없으며 단지 끝없는 관계망 속에서 변화하며 펼쳐지는 관계의 집합임을 강조한다. 또한 붓다는 그러한 깨달음을 통해 세상의 고(苦)를 이야기했다. 이고득락의 가르침이 의미하듯이 불자가 세상을 바라볼 때 늘 고통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연기실상과 삶의 현..

불교관련 2023.10.22

불교가 꿈꾸는 우리 교육

창간 20주년 기념특집 | 불교, 이상사회를 꿈꾸다 1. 시작하며 우리 사회에서 교육을 말하는 일은 늘 곤혹스러움을 동반한다. 누구나 한마디 할 수 있는 주제라는 인식과, 어떤 이야기를 해도 문제의 한 부분조차 정확하게 조준하기 어려운 복잡성과 복합성이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교육전문가’로 분류되는 필자와 같은 사람들은 말하기를 삼갈 수밖에 없고, 그 자리를 기자나 일반 학부모, 사교육 시장의 주인공들이 차지하기 일쑤다. 이런 현상을 꼭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일제 강점기와 미군 점령기를 거치면서, 주로 일본과 미국의 교육학과 교육계를 일방적인 모방과 흠모의 대상으로 삼아 온갖 수입정책을 검토도 없이 이식시키고자 했던 우리 교육학자들에 대한 비판과 불신이 중요한 배경을 이..

불교관련 2023.10.22

선불교(禪佛敎) 법맥(法脈)으로 살펴보는 선차(禪茶) 계보(系譜)

[선(禪)과 차(茶)] 책 리뷰를 쓰려고 하다보니 차 계보를 정리해서 보는 편이 수월할 것 같아서 역대 차 계보를 정리해 보았다. 차는 선불교와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어서 이다. 동양의 선불교가 없었다면 선차(禪茶)역시 없었을 것이다. 선차문화가 발전해오고 계승되어온 것을 기본상식으로 알고 있어야 오늘날 차문화가 좀 더 풍성해질 것이라고 여겨진다. 아래에 선불교 법맥과 함께 차계보를 정리한 이유는 역사적 맥락에서 한눈에 차문화의 흐름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하여 법맥이나 차맥을 따지고자 함이 아니라 시기별로 시대별로 차문화의 이어짐을 보고자 함이지 파벌을 짓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이다. 다만 선차문화의 특성은 지역 혹은 하나의 일가를 이루어 발전해 왔..

지혜의 공간 2023.10.22

육조단경반야품

선지식아, 보리반야(菩提般若)의 지혜는 세간 사람이 다 본래부 터 스스로 가지고 있는 것인데 다만 마음이 미혹하여 스스로 깨닫지 못할 따름이니 모름지기 큰 선지식의 가르침과 인도함을 빌어서 견성하여야 하느니라. 마땅히 알라. 어리석은 자와 지혜있는 사람이 불성에는 본래로 차별이 없는 것이요, 다만 미혹 함과 깨친 것이 다를 뿐이라. 이 까닭에 어리석음도 있고 슬기로움도 있는 것이니라. 내 이제 마하반야바라밀법을 설하여 너희들로 하여금 각기 지혜 를 얻게 하리니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어라. 너희들을 위하여 설하리라. 선지식아, 세상 사람이 입으로는 종일 반야(般若)를 외우나 자성 반야를 알지 못하니 말로만 음식 이야기를 아무리 하여도 배부를 수 없는 것과 같아서 다만 입으로만 공을 말한다면 만겁을 지내..

육조단경 2023.10.22

돈황본 육조단경

돈황본 육조단경 1. 序言 - 머리말 혜능(慧能)대사가 대범사(大梵寺) 강당의 높은 법좌(法座)에 올라 마하반야바라밀법을 설하고 무상계(無相戒)를 주시니, 그 때 법좌 아래에는 스님·비구니·도교인(道敎人)·속인 등, 일 만여 명이 있었다. 소주(韶州) 자사 위거와 여러 관료 삼십여 명과 유가(儒家)의 선비 몇몇 사람들이 대사(大師)에게 마하반야바라밀법을 설해주기를 함께 청하였고, 자사는 이윽고 문인 법해(法海)로 하여금 설법 내용을 모아 기록하게 하였으며, 후대에 널리 행하여 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함께 이 종지(宗旨)를 이어받아서 서로서로 전수케 한지라, 의지하여 믿는 바가 있어서 이에 받들어 이어받게 하기 위하여 이 을 설하였다. 2. 尋師 - 스승을 찾아감 혜능대사는 말씀하셨다. "선지식들아, 마음을..

육조단경 2023.10.22

불생불멸과 중도

불생불멸과 중도 (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하신 대중법어/1981년 1월 6일) ​ 一切法不生 일체만법이 나지도 않고 一切法不滅 일체만법이 없어지지도 않나니 若能如是解 만약 이렇게 알 것 같으면 諸佛常現前 모든 부처님이 항상 나타나는도다. ​ 이것은 화엄경에 있는 말씀인데 불교의 골수입니다. 결국 팔만대장경이 그렇게 많고 많지만 한마디로 축소하면 '불생불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불생불멸이 불교의 근본원리이고, 부처님은 뭘 깨쳤느냐 하면 불생불멸을 깨친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자세하게 설명하면 팔만대장경이 다 펼쳐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통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세상 만물 전체가 생자필멸(生者必滅)입니다. 난 자는 반드시 없어진다는 말입니다. 생자는 필멸인데 어째서 모든 것이 나지도 않고 멸하지..

성철스님 2023.10.15

한국불교문헌 영역사업의 필요성 / 박진영

특집 | 불교경전의 번역과 유통 1. 들어가는 말 백성욱(白性郁, 1897~1981)은 한국에서 최초로 독일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10년 봉국사(奉國寺)에서 최하옹(崔荷翁)을 은사로 출가했다. 그 후 경성불교중앙학림(京城佛敎中央學林)에서 교육을 마치고, 상하이로 갔다. 그곳에서 이승만을 만난 백성욱은 이승만에게서 유럽에 가서 공부하라는 조언을 받고, 유럽으로 건너갔다. 처음에는 파리에서 7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도시인 보배(Beauvais)에서 공부를 했고, 독일로 건너가 뷔르츠부르크(Würzburg)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는데, 그의 학위논문은 〈불교 형이상학(Buddhistische Metaphysik)〉으로 알려져 있다. 1925년 학위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백성욱..

불교관련 2023.10.15

티베트대장경의 번역과 영향 / 정성준

특집 | 불교경전의 번역과 유통 시작하는 말 불교계의 현실을 국외로 돌려볼 때 현재 서구의 불교 추세는 테라바다와 선불교를 제외하면 티베트불교에서 많은 연구자와 신행단체의 활동, 서적이나 연구논문의 결과물을 볼 수 있다. 1989년 14대 달라이라마 뗀진 갸쵸(Ngag dbang blo bzang ye shes bstan ‘dzin rgya mtsho, 1935~ ) 성하가 노벨평화상을 받음으로써 관심을 끌기 시작했던 티베트불교는 초기에는 달라이라마의 강의와 저술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달라이라마는 여전히 세계인으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손꼽히고 있지만, 그러한 관심과 열기는 오늘날 티베트불교 경전과 문헌에 담긴 불교사상과 철학, 그에 기인한 티베트문화와 인류의 정신유산 속에서 찾으려는 새로운 방..

불교관련 2023.10.15

원오심요 (1-40)

1. 화장 명수좌(華藏明首座)에게 주는 글 곧바로 보여주는 조사선에 어찌 샛길을 용납하리오. 여기서는 향상인(向上人)만을 귀하게 여길 뿐이다. 그들은 듣자마자 곧 들어 보이고, 뽑아들자마자 당장 행하니, 설사 밝은 눈으로 엿본다 해도 벌써 바보짓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한 모서리를 들어주었는데도 나머지 세 모서리를 돌이켜 알지 못하는 사람은, 내 상대하지 않겠다"라고 하였으니, 하나를 들면 나머지 셋을 알고 눈대중으로 아주 작은 차이를 알아내어 수레바퀴가 데굴데굴 굴러가듯 전혀 막힘이 없어야 '향상의 수단을 쓴다[提持]'고 할 수 있으리라. ​ 듣지 못하였는가. 양수(良遂)스님이 마곡(麻谷)스님을 찾아뵈었을 때, 뵙자마자 마곡스님은 방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아 버렸다. 그가 의심을 품고 있다가 두번째 ..

원오심요 2023.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