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인문과학 57

고통의 원인과 극복을 탐구한 역작* / 박찬국

고통의 원인과 극복을 탐구한 역작* / 박찬국 불교로 읽는 고전 -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81호] 2020년 03월 01일 (일) 박찬국 ckpark@snu.ac.kr * 이 글은 필자의 논문인 〈쇼펜하우어와 불교의 인간 이해의 비교연구: 쇼펜하우어와 원효의 비교연구를 토대로〉(《현대 유럽 철학연구》 32권, 2013.10)를 참고했음을 밝혀둔다. 1. 쇼펜하우어와 불교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는 서양 철학자들 중에서 불교를 가장 긍정적으로 보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자신의 사상과 불교가 동일한 내용을 갖는 것으로 본 철학자다. 쇼펜하우어는 모든 고통의 원인을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그는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궁극적인..

계율, 무엇을 왜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

계율, 무엇을 왜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 열린논단 101회(2019년 5월 23일) 발제문 [0호] 2019년 05월 23일 (목) 이자랑 동국대 불교학술원 HK교수 -반성적으로 살펴보는 재가불자의 지계 생활- 1. ‘나는 재가불자인가?’ ‘나는 재가불자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또한 이 글을 읽을 재가불자들에게도 동일한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여러분은 무엇을 근거로 자신을 재가불자라고 생각하십니까?’ 재가불자들을 대상으로 계율을 강의할 기회가 생기면, 필자는 강의 첫 시간에 이 질문을 던져보곤 한다. ‘여러분은 재가불자이신가요?’ 모두 큰 소리로 ‘예∼∼’라고 대답한다. 이어 ‘그렇다면 여러분은 왜 자신을 재가불자라고 ..

도가의 무(無)와 불교의 공(空) / 하유진

도가의 무(無)와 불교의 공(空) / 하유진 특집 - 불교와 도교의 대립과 융합 [39호] 2009년 06월 10일 (수) 하유진 farancisezen@hotmail.com 1. 도가의 유무관(有無觀) 도가의 무에 대한 입장은 주로 노자(老子)와 위진(魏晋) 시기 현학(玄學)에서 나타나는 무에 대한 견해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무에 대한 견해는 다시 유와의 관계 속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그러므로 노자의 유무관과 위진 현학의 유무관을 살펴보는 것이 도가의 무에 대한 내용이 될 것이다. 현학의 유무관은 다시 무를 강조하는 입장과 유를 강조하는 입장으로 나뉜다. 따라서 도가의 무에 대한 입장은 먼저 노자의 유무관, 다음으로 현학 가운데 무를 강조하는 유무관(貴無論), 마지막으로 현학 가..

불교논문 유감

불교논문 유감 [37호] 2008년 12월 10일 (수) 권오민 (경상대 철학과 교수) 논문에는 쓰고 싶어 쓰는 것도 있고 써야만 하여 쓰는 것도 있다. 전자는 스스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쓰는 논문일 것이며, 후자는 대개 타의에 의해 쓰는 논문일 것이다. 전자라도 이미 다른 이가 쓴 것이라면 의미가 없다. 그러나 이미 다른 이가 쓴 것일지라도 그와는 견해가 다르든지, 그가 쓴 글에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면 이 또한 의미 있는 글이 될 것이다. 불교 관계 논문에는 불교의 학(종)파나 인물들의 사상을 조명하거나 오늘의 제 문제를 불교의 비전을 통해 해석해 보려는 것도 있고, 이와 관련된 역사를 밝혀내려는 것도 있다. 대개 전자가 주관적인 해석의 문제라면, 후자는 객관적인 사실의 문제이다. 주관적이라 하였지만..

초기경전에 나타난 재가자의 위상과 신행생활

초기경전에 나타난 재가자의 위상과 신행생활 조준호 (dooyeon@hotmail.com) 1. 재가자의 의미 석가모니 붓다의 제자는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출가자이고 다음으로는 재가자이다. 다시 출가한 남성인 비구(bhikkhu)와 여성인 비구니(bhikkhun沖)로 출가자를 구분하고, 재가자로서는 남성은 우바새, 여성은 우바이로 나누는데 이들을 합하여 흔히 사부대중(四部大衆: catta?i parisa?이라 한다. 여기서 우바새(優婆塞)는 우빠사까(Upa?aka)에 대한 음역으로 오파색가(烏波索迦), 우파사가(優波娑迦) 등으로도 음역되며 다시 이것을 근사(近事)·근사남(近事男)·근선남(近善男)·신사(信士)·신남(信男)·청신사(淸信士)라 의역되고 있다. 우바이(優婆夷)는 우빠시까(Upa?..

공동체를 위한 네 가지 항목 - 초기 열반경에서 찬나 범단법의 의의 -

공동체를 위한 네 가지 항목 __초기 열반경에서 찬나 범단법의 의의__ 원혜영/ 연세대학교 철학과 박사과정 수료 머리말. Ⅰ 법과 율. Ⅱ 호칭 문제. Ⅲ 소소계. Ⅳ 찬나에게 내린 범단법. 맺음말: 찬나 범단법의 의의. 참고 문헌. 요약문 본론은 초기 열반경 6종에서 붓다가 당부한 4가지 항목에 대한 설명을 위주로 하여 공동체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하여 고찰한다. 경전에서는 네 가지가 한 묶음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공동체를 위한 네 가지 항목’으로 주제로 삼았다. 그 이유는 붓다가 이 네 가지 항목을 연달아서 설명하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6종의 경전들은 각각의 부파에서 그 항목의 순서상에는 차이가 있지만, 내용면에서는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항목의 제1항은 법과 율을 스승으로 ..

깨달음이란? - 인지와 감성의 해체- 동국대(경주) 불교학과 김성철

깨달음이란? - 인지와 감성의 해체 동국대(경주) 불교학과 김성철 1. 쌓는 것은 지식, 허무는 것은 지혜 “학문을 하면 나날이 늘어나고, 도를 닦으면 나날이 줄어든다(為學日益,為道日損).” 노자 ?도덕경?의 가르침이다. 많이 보고, 많이 읽고, 많이 체험할 때 우리의 지식은 늘어난다. 박학다식을 지향하는 것이 학문의 길이다. 그러나 깨달음의 길은 그 방향이 정반대다. 선천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든, 세간의 교육을 통해 배운 것이든 모두 비우고 버릴 때 우리에게 지혜가 생긴다. 지식은 쌓아서 이룩되는 반면에, 지혜는 허물어서 만난다. 앎의 영역에서 지식은 양적(量的) 개념이고 지혜는 질적(質的) 개념이다. 지식을 의미하는 ‘알 지(知)’자 밑에 날 일(日)변이 붙으면 ‘지혜 지(智)’자가 된다. 지식은 그..

일상과깨침 / 김성철

일상과 깨침 ​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과 김성철 ​ 1. 일상이란? ​ 일상(ordinary life, daily life)이란 우리의 삶 중 상식적인 부분을 일컫는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산이 있고 강물이 흐르며, 길 위로 차가 달리고, 때론 비가 내리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는 이런 세상에 태어나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밥 먹고, 일하고, 놀고, 웃고, 울고, 고민하고, 기뻐하고, 다투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언젠가는 늙고 병들어 죽는다. 이러한 일상은 평면적인 것이 아니다. 불교의 구사학(俱舍學)과 유식철학(唯識哲學)에 의거하여 우리가 체험하는 일상을 분석해 볼 경우 일상 중에는 남과 공유하는 영역1)이 있고 남과 공유하지 않는 영역2)이 있으며, 우리의 감성에 관계된 영역3)이 있..

구마라집(鳩摩羅什) 傳

구마라집(鳩摩羅什) 傳 구마라집(鳩摩羅什)은 중국말로 동수(童壽)라 하며 천축국(天竺國) 사람이다. 집안 대대로 나라의 재상을 지냈다. 구마라집의 조부(祖父) 구마달다(鳩摩達多)는 뜻이 크고 기개가 있어 남에게 구속받지 않았다. 무리 가운데 매우 뛰어나 명성이 나라 안에 높았다. 아버지 구마염(鳩摩炎)은 총명하고도 아름다운 지조가 있었다. 곧 재상의 지위를 이으려고 할 즈음에 사양하고 출가하여 동쪽으로 파미르 고원을 넘었다. 구자국(龜玆國) 왕은 그가 영화로움을 버렸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를 매우 존경하고 사모하여 몸소 교외(郊外)에 나가 영접하고, 청하여 그를 국사(國師)로 삼았다. 구자국왕에게는 누이동생이 있었다. 그녀의 나이는 갓 스무 살이었다. 사려 깊고 이치를 잘 알며 총명하고 민첩하였다. 눈을..

밀교에 대한 소고

밀교에 대한 소고 돈 각 / 졸업생 목 차 Ⅰ. 머리말 Ⅱ. 밀교 형성의 배경 1. 밀교란 무엇인가 2. 밀교의 기원 Ⅲ. 한국 밀교사의 개관 Ⅳ. 밀교의 관법 오상성신관 Ⅴ. 맺음말 Ⅰ. 머리말 밀교의 초기 형태를 원시불교(원시불교) 또는 소승불교(소승불교)라 한다. 소승(소승)의 특징은 인간적인 욕망을 억제하는 것으로써 수행의 바탕을 삼는다. 이 인간 부정 위에서 대승불교 운동이 일어났다. 대승불교 운동은 고도의 형이상학 위에서 인간적인 일체의 긍정이었다. 이 긍정을 딛고 선(선)이 나왔고 선을 통하여 불교는 다시 인간에게로 올 수 있었다. 이 선의 인간긍정을 요가를 통하여 보다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개발한 것이 밀교(밀교)이다. 긴 세월동안 밀교는 불교사 속에서 늘 이단시(이단시) 되어왔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