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식 154

자비명상 지도법사 마가 스님

‘그래도’라는 섬에 자주 가면 우리는 더 행복 합니다 자비명상 지도법사 마가 스님 아직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 아버지가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픽업(pick up)’되는 바람에 아버지 없이 자란 한 청년이 있었다. 이 청년은 아버지에게 복수할 날을 꿈꾸다 급기야 1년 동안 사 모은 수면제를 들고 강원도 산속에 들어가 자살을 기도한다. 자기가 그렇게 죽으면 아버지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길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그런데 자기 마음대로 세상에 나올 수 없는 것처럼 죽는 일도 쉽지 않은 법. 수면제를 먹고 산속에 쓰러져 있는 이 청년을 어느 스님이 발견하고, 그렇게 목숨을 구한 청년은 출가를 한다. 그 청년이 바로 마가 스님이다. 출가는 했지만 가슴속 상처는 그대로였던 마가 스님은 전남 곡성에 있는 태안사를 찾..

선지식 2020.12.20

믿음은 도의 근원이요 모든 공덕의 어머니 / 성공스님

믿음은 도의 근원이요 모든 공덕의 어머니 성공스님 (부산 관음사 조실) 부처님께서 일생동안 설하신 경전을 팔만대장경이라고 합니다. 팔만대장경을 총별(總別)로 나누면 화엄경은 총경(總經)이고 그 이외의 경은 별경(別徑)에 속합니다. 화엄경은 별경의 내용을 모두 함축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화엄경만 알면 다른 경전은 다 아는 것과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화엄경의 초점을 알면 바로 팔만대장경의 핵심을 알게 되는 것이고 부처님이 일생동안 설하신 내용의 초점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화엄경의 초점은 바로 신해행증(信解行證)이라는 네 가지입니다. 믿고, 알고, 행하고, 증득하는 것이 바로 화엄경을 이루는 네 기둥이요, 그것은 곧 불법의 기둥이 되기도 합니다. 화엄경은 이처럼 신해행증이 주가 되기 때문에 제목부..

선지식 2020.12.20

수처작주(隨處作主) ‘직지’의 화두

나는 불교를 모른다. ‘직지(直指)’는 더욱 모른다. 하지만 ‘직지’를 읽는 동안, 이상하게도 ‘책’을 읽는다기보다는 누군가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들었다. 매일 마음을 다스린다며 소설이나 시는 물론 온갖 철학책과 심리학책을 찾아 떠도는 나였지만, ‘직지’를 마주하니 그 모든 지식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인문학적 지식으로 ‘직지’를 이리저리 재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직지’는 나의 상처받은 마음을 재빨리 낫게 하는 진통제처럼 위로하는 게 아니라, “우선 진맥부터 해보자꾸나!” 하고 가만히 맥을 짚어주는 그 옛날 한의사 할아버지의 다정한 목소리처럼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효과 빠른 진통제는 우리를 고통으로부터 도망치게 해주지만, 고통의 원인을 두 눈 부릅뜨고 바라보는 것에는..

선지식 2020.12.20

밥주지 차주지 놀아주지 걸어주지

절집 소임 중에 주지가 있다. 절의 대표자인 셈이다. 이십대 초반 시절, 계룡산 신원사에서 천일 기도 정진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일찍, 절 대표 전화가 울렸다. “여보시유~ 거기 사장님 좀 바꿔 주시유” 투박한 충청도 억양을 가진 나이 든 남성의 목소리다. “네, 전화 잘 못 거셨습니다.”말하고 끊으려는데 남성이 급히 말한다. “거, 신원사 절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맞구만요, 그러니께 신원사 사장님 좀 바꿔주시유.” 관셈 보살... 나는 그때 해인사 주지 스님도 해인사 사장님으로 불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절의 대표자인 주지는 무슨 일을 할까?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는 스님들을 이판승이라 한다. 행사와 재정 등 절 살림을 책임지는 소임자는 사판승이라고 한다. 이판사판(理判事判)이라..

선지식 2020.12.20

현대한국의 불교학자 탄허선사

1. 탄허선사의 생애와 모습 유생(儒生)에서 불승(佛僧)으로 탄허(呑虛, 1913~1983)는 근현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고승이다. 스님은 1913년 2월 20일(음력 1월 15일) 전북 김제 만경에서 독립운동가 율재(栗齋) 김홍규(金洪奎)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서 1983년 6월 5일 71세를 일기로 오대산 월정사에서 입적했다. 속명은 김금택(金金鐸), 자(字)는 간산(艮山), 법명은 택성(宅成, 鐸聲), 법호는 탄허(呑虛)이다. 스님은 6세부터 16세까지 조부와 부친, 그리고 향리의 선생들로부터 사서삼경을 배웠고, 결혼(17세) 후에는 처가가 있는 충남 보령으로 옮겨 기호학파 면암 최익현 계통의 이극종(李克宗) 선생으로부터 다시 《시경(詩經)》 《서경(書經)》 《주역(周易)》 《예기(禮記)》 《춘추좌전..

선지식 2020.12.06

보왕삼매론 / 법정스님

오늘은 보왕삼매론에 대해 얘기하려고 합니다. 신앙 생활은 끝없는 복습입니다. 우리가 절에 가서 법문을 듣다 보면 대개 비슷비슷한 말씀 아닙니까. 신앙생활에 예습은 없어요. 하루하루 정진하고 익히는 복습이지요. 영적인 체험은 복습의 과정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입니다. 종교적인 체험이라는 것은 하루하루 비슷하게 되풀이되는 복습의 과정을 통해서 얻어집니다. 복습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어제까지 익혔던 정진은 어제로써 끝나는 겁니다. 오늘부터 새로운 시작입니다. 지금까지 보왕삼매론에 대해 많이 들었죠? 이제 복습 삼아서 다시 말씀드립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들었던 것 모두 잊으세요. 그건 과거사에요. 오늘 이 자리에서 함께 음미하는 겁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사바세계라 합니다. 사바세계가 ..

선지식 2020.11.22

범룡스님이 말하는 탄허스님

범룡스님이 말하는 탄허스님 한암스님께 배워 다음날 강의 한암 스님 “나보다 낫다” 칭찬 고암·영암·서옹 오대산 도반 ※본 내용은 범룡 스님 입적(2005) 전, 2002년의 대담이다. -스님께서는 금강산 유점사에서 출가하여, 1937년 강원도 3본산 승려 연합수련소에 입소하기 위해 오대산 상원사로 오셔서 처음 탄허 스님을 만나셨다는데 그 당시 탄허 스님께서는 무엇을 하셨습니까? 그때 탄허 스님은 선원 대중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3본산 승려 연합수련소의 수련생들에게 강의를 하기 위해 저녁때가 되면 한암 스님께 올라가 원문에 토(吐)를 달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묻고 배운 뒤 이튿날 우리에게 쭉 읽어 주었지요. 그리고 대중들이 듣다가 의심이 나거나 모르는 것이 있으면 한암 스님이 직접 대답해 주었어요. 다시 말..

선지식 2020.11.22

빛과 거울

빛과 거울 오후의 입선(入禪)시간, 선실(禪室)에서 졸다가 대숲에 푸실푸실 싸락눈 내리는 소리를 듣고 혼침(昏沈)에서 깨어났다. 점심공양 뒤 등 너머에서 땔나무를 한짐 지고 왔더니 고단해던 모양이다. 입춘이 지나간 지 언제인데 아직도 바람끝은 차고 산골에는 이따금 눈발이 흩날린다. 아까 산길에서 비전(碑殿)에 사시는 성공(性空) 스님을 만났다. 80 이 가까운 노스님이 지게에 한짐 가득 땔감을 지고 가시는 걸 보고,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온유한 수행자의 모습에 숙연해졌다. 요즘은 밥짓는 공양주가 한 사람 들어와 다행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스님들 두 분이 손수 끓여 자시면서 지냈다. 정진 시간이 되면 거르지 않고 염불 소리가 뒤골에까지 메아리친다. 비전은 염불당(念佛堂)이기 때문이다. 성공 노스님은 ..

선지식 2020.11.08

설우스님 / 선에서 본 금강경

선에서 본 금강경 ​ 경을 보되 경의 말씀 그대로 글줄을 따라가면 부처님이 대단히 원통하게 생각하신다 참 답답하고 한심하다. 그렇다고 경의 뜻을 어긋나서 자기 소견대로 얘기하면 그건 또 부처님 말씀이 아니고 마구니 말씀이 된다' 그래서 이 경을 바로 볼수 있는 안목, 이 정견이 잘 열려야 한다 ​ 선은 무엇을 선이라 하는가? 불심을 선이라 한다. 불심은 진리, 법 그 자체이다 진리 ,법 자체는?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의 방편이 아니고 달 자체를 선이라 한다 ​ 부처님의 마음성품 그대로 내가 부처로서 부처의 삶의 사는 부처입장에서 법문을 하고, 듣고, 이해하는 것을 선이라 한다 선을 잘 하는 사람은 사실을 사실대로 알고 사실대로 보고 사실대로 생활해가는 사람이 선을 잘 하는 사람이다. 그 사실이라는 것이 무..

선지식 2020.10.25

법정스님의 8가지 가르침

1.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으라. 자신의 속 얼굴이 드러나 보일 때까지 묻고,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건성으로 묻지 말고, 목소리 속의 목소리로 귀 속의 귀에 대고 간절하게 물어야 한다. 해답은 그 물음 속에 있다. 2.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3.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전 존재를 기울여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이다음에는 더욱 많은 이웃들을 사랑할 수 있다. 다음 순간은 지금 이 순간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지 시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4.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

선지식 2020.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