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공간 54

벽암록碧巖錄, 간화선看話禪

벽암록碧巖錄, 간화선看話禪 선종禪宗의 제1서라고 일컬어지는 (저어著語, 착어着語라고도 함. 본래의 명칭은 불과원오선사벽암록佛果圓悟禪師碧巖錄 또는 원오노인벽암록)과 당나라 중기 이후에 처음으로 교계의 표면으로 나타난 은 송대에 많은 사람들에게 애독되었고, 거사居士로서 주석서를 남긴 이들도 있습니다. 벽암碧巖은 송나라의 승려 원오선사圓悟禪師 극근克勤(1065~1135)에게 칙명勅命으로 수여된 호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중국 선종의 5가 중 운문종雲門宗의 제4조인 설두雪竇 중현重顯(980~1052)이 정리하고 저술한 것에 임제종臨濟宗의 제11조인 원오선사가 부연하여 저술한 것을 원오의 제자들이 편집, 간행한 것입니다. 중현重顯은 이름이고, 설두雪竇는 거주지인 산 이름을 딴 것입니다. 부모를 여의고 어렸을 때 ..

지혜의 공간 2021.01.31

불락인과(不落因果) 불매인과(不昧因果)

불락인과(不落因果) 불매인과(不昧因果)의 이야기는 그 유명한 백장선사(百丈禪師)의 야호선(野狐禪)의 배경인데, 백장선사 어록에 선사께서 매일 상당하여 설법하는데 늘 한 노인이 법을 듣고는 대중들을 따라 돌아갔다. 하루는 가지 않고 있어 선사께서 물었다. “거기 서 있는 자는 누구인가?” “저는 과거 가섭불(迦葉佛) 때에 이산에 살았었는데 한 학인(學人)이 묻기를 ‘많이 수행한 사람도 인과(因果)에 떨어집니까? 떨어지지 않습니까?’하여 제가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대답하여 여우의 몸에 들어가 있습니다. 오늘 화상께 청하오니 한마디로 깨닫게 해주십시오.” 선사가 말했다. “그대가 물어보시오.” 노인이 곧 묻기를 “크게 수행한 사람도 인과에 떨어집니까? 떨어지지 않습니까?” 하니 선사께서 말했다. “인..

지혜의 공간 2021.01.03

‘무아’인데 왜 윤회가 가능할까?

‘무아’인데 왜 윤회가 가능할까? 장영섭 기자 / 불교신문 - ‘무아’는 개체…‘윤회’는 전체·통시적 관점 “불교는 어렵다”는 말을 곧잘 듣는다. 그래서 포교하기가 힘들고 신앙으로 삼기가 저어된단다. 반면 불교가 세계의 실상과 이치를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종교라는 건, 20세기 이후 서구의 학자들에 의해 검증되고 있는 사실이다. 어쩌면 불교의 깊이에 대한 푸념은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싶지 않은 자들의 핑계거리일 수 있다. 불교공부를 하다 보면 ‘무아인데 어떻게 윤회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갖게 마련이다. 무아는 ‘모든 존재는 인연(조건)에 따라 생겼다가 사라질 뿐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뜻으로 부처님의 근본교설 가운데 하나다. 한편 윤회는 ‘중생이 죽으면 살아서 지은 업에 따라 또..

지혜의 공간 2020.11.22

원각경

원순 스님은 부산 묘광선원에서 ‘The 열린 불교 아카데미’를 4월 20일 개최하고 에 대해 강의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이에 앞서 원순 스님은 3월 6일 부산 영광도서에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원각경 특강을 마련했다. 원순 스님은 원각경에 대해 화엄경의 축소판이며 모든 수행의 핵심이 모아진 수행 원리의 완결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2보살의 명호에 따라 깨달음의 세계로 안내하는 문학적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원각경 해설 2020.11.08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석상(石霜) 선사가 어느 날 장사(長沙)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백 척 높이 장대 끝에서 어떻게 하면 더 오를 수 있겠는가?" 장사 선사가 말했다. "백 척의 장대 끝에 앉아 있는 사람이 설사 경지에 들었다고 할지라도 아직 참된 것은 아니다. 백 척의 장대 끝에서 반드시 한걸음 더 나아가 시방세계에 온 몸을 나타내야 한다." '백 척의 장대 끝'은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최고의 극점을 가리킨다. 선문에서는 수행의 결과로 도달한 깨달음의 경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 경지는 일체의 상대적 차별을 단절한 '고봉정상(孤峰頂上;외딴 봉우리의 꼭대기)'의 경지이다. '고봉정상'의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소위 목숨을 아끼지 않는 수행을 쌓아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경지를 얻었다 해도..

지혜의 공간 2020.10.11

육조 혜능스님의 가르침 '심지무비 자성계(心地無非 自?戒)'

'법보장경'에 나오는 육조 혜능(慧能ㆍ638~713)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부처님으로부터 가섭존자, 아난존자로 이어져 28대 달마대사가 선종의 초조가 되었지요. 그래서 초조 달마로부터 혜가, 승찬, 도신, 홍인, 혜능까지 부처님으로부터 33대까지 이어집니다. 조계종이라는 말은 혜능대사가 머물던 조계산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조계종은 혜능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혜능 대사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를 모시면서 늦은 나이에 결혼도 못하고 나무를 팔아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외지로 나무를 팔러 가는데 어느 수행자의 경전 독송이 들리는데 "응당 어느 곳에 마음을 머물 것이냐."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 혜능은 귀가 열려서 '그 경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니 금강경이라 ..

지혜의 공간 2020.10.11

실천과 현실개혁의 선풍(禪風) / 방남수

실천과 현실개혁의 선풍(禪風) 참회 강조한 인욕보살의 화신 청담스님의 선(禪) 수행 바탕은 보살행의 실천과 현실개혁의 선풍(禪風)이라 할 수 있다. 스님은 간화선(看話禪)을 통하여 깨달음을 얻었지만 현실과 떨어져 산 속에서 화두(話頭)만 참구하는 것을 강조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불교의 현실 속에서 수행을 멀리하고 막행막식(莫行漠食)하며 자신의 이권을 쫒아가는 수행자의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잘못된 폐해를 극복하고자 진력하였다. 청담스님은 마음을 찾는 일에 수행의 역점을 두었다. 간화선을 바탕으로 수행에 전념한 청담은 만공(滿空)선사에게 깨달음을 인가(印可)받고 보임(保任)에 나섰지만 그 기간은 오래지 않았다. 한국불교의 현실이 스님의 힘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 결국 청담스님은 한국불교의 중심에 서..

선지식 2020.10.01

불교에 있어서 ‘관(觀)’의 의미는 특별하다.

불교에 있어서 ‘관(觀)’의 의미는 특별하다. 단순히 ‘본다’는 차원을 넘어서 보고, 듣고, 공감하고, 심지어 겉으로 드러난 것을 초월해 본질과 핵심을 꿰뚫어본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들고나는 생각을 마음 한자리에 놓고, 무(無)의 상태로 집중해, 산란을 멈추고 평온하게 된 상태에서 대상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어떤 현상이나 진리를 마음속으로 떠올려 그것을 자세히 주시하되, 관(觀)은 자기 생각을 떨쳐버리고 염(染)이 없는 지혜로써 대상을 있는 그대로 주시함을 말한다. 본래 ‘관(觀)’은 중국 고전에서는 황새를 의미하는 관(觀)과 보는 것을 의미하는 견(見)이 합쳐진 형성문자라 한다. 그리하여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본다는 견(見)의 의미가 아니라 신비의 새라고 할 수 있는 ..

지혜의 공간 2020.09.06

<지도무난 유혐간택(至道無難 唯嫌揀擇)>

수행이 부족한 승려들의 패싸움 - 간택 때문이다 위 제목의 글은 중국 선종(禪宗) 제3대 조사 승찬(僧璨, ?~606) 대사가 지은 에 나오는 첫 구절이다. 은 승찬 대사가 수행자들이 마음에 새기라는 뜻으로 남기신 딱 한권의 선시집이다. 선가에서 가장 회자하는 수행 지침서를 꼽으라면 아마도 영가(永嘉玄覺) 스님의 와 승찬 대사의 일 것이다. 의 핵심사상은 양변을 떠난 중도(中道)를 가르치고 있다. 글 전체를 자세히 살펴보면, 대대(對對)를 40대(對)로 갖추어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대대(對對)’란 곧 미워함과 사랑함[憎愛], 거슬림과 다름[逆順], 옳고 그름[是非] 등 일상생활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생들이 가진 상대 개념, 즉 변견(邊見)을 말하는 것이다. 은 간단한 법문이지만 대대(對對)를 떠난 중도..

지혜의 공간 2020.06.28

원효와 의상에게 배웁니다. (2002. 11)

원효와 의상에게 배웁니다 (2002. 11) ​ (김상현 교수는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경상대학교를 졸업하고 단국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동국대학 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단국대 및 한국교원대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동국대학교 인문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성천아카데미의 에서‘ 원효와 의상’을 강의했다. 저서로『신 라화엄사상사』, 『역사로 읽는 원효』, 『한국불교사 산책』, 『신라의 사상과 문화』, 『한국의 차시』등이 있고, 한국차문화사 및 불교사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 ▶ 일전에 선생님께서 하신 말이 생각 납니다. 역사학자로서 동북아를 개관해 볼 때, 한∙중∙일을 통틀어 7세기가 특히 격동적인 시기여서 그 시대에 활동했 던 원효와 의상, 김춘추와 김유신 등을 주인공으로 해서 소 설을 한..

원효스님 2020.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