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공간 54

<공(空, 산스크리트어 sunya, sunyata)>이란

이란 공(空)’이라는 용어의 산스크리트어 원어는 ‘sunya’라는 형용사로서 ‘속이 텅 빈’, ‘부풀어 오른’, ‘공허한’ 등의 뜻을 가졌고, 명사 ‘sunyata’라는 용어는 공한 것, 공성(空性), 영(零)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결국 공은 ‘부풀어 오른 모양으로 속이 비어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을 중국에서 한문으로 번역하자니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당나라시대에 현장(玄奘) 법사가 처음으로 빌 공(空)자로 번역을 했다. 이는 나름으로 탁월한 번역이라 할 수 있다. 대승불교에서 공(空)이란 말은 자성(自性, svabhava), 실체(實體, dravya), 본성(本性, prakti), 자아(自我, atman) 등과 같이 인간이 궁극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본질적인 것들이 실제로는 없다고 하는..

지혜의 공간 2018.10.21

<성성적적(惺惺寂寂)>

고요함과 깨어있음, 이 두 단어는 새의 양 날개처럼 선(禪) 수행의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이루고 있다. 날개 하나만 잃어도 새가 날지 못하듯 선에서도 이 두 가지 중 하나가 결핍되면 제구실을 못하는 법이다. 고요한 가운데 깨어 있고 깨어 있는 가운데 고요해야 수행자의 수행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렇게 고요함과 깨어 있음이 함께 균형을 이루어 전개되는 것을 성적등지(惺寂等持)라 일컫는다. 여러 선어록에서는 이 말을 달리 표현해 ‘성성적적(惺惺寂寂)’ 혹은 ‘적적성성(寂寂惺惺)’이라 한다. 그리고 이러함이 옮겨가서 성리학에선 전일(專一) 혹은 주일무적(主一無適)이라 한다. 또렷또렷하게 깨어 있는 상태가 성성(惺惺)이다. 성성이란 반짝이는 별의 모습처럼 영롱하고 또렷하게 마음에 와 박히는 것이다. 그..

지혜의 공간 2018.10.21

선가귀감(禪家龜鑑) 원문 및 해석- 서산대사 휴정 (西山大師 休靜)

선가귀감(禪家龜鑑) 有一物於此하니 從本以來로 昭昭靈靈하야 不曾生不曾滅이며 名不得狀不得이로다. 여기에 한 물건이 있는데, 본래부터 한없이 밝고 신령스러워 일찍이 나지도 않았고 죽지도 않으며, 이름 지을 수도 없 고 모양 그릴 수도 없다. 佛祖出世가 無風起浪이로다. 부처님과 조사가 세상에 나오심은 마치 바람도 없는데 물결을 일으킨 것이다. 然이나 法有多義하고 人有多機하니 不妨施設이로다. 그러나 법에도 여러 가지 뜻이 있고, 사람에게도 온갖 기틀 이 있으므로 여러 가지 방편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 强立種種名字하야 惑心惑佛惑衆生이라 하니 不可守名而生解하고 當體便是니 動念卽乖니라. 굳이 여러 가지 이름을 붙여서 마음이다, 부처다, 중생이라 하였으나 이름에 얽매어 분별을 낼 것이 아니다. 다 그대로 옳다. 그러나..

지혜의 공간 2018.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