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공간 54

백척간두 진일보

백척간두 진일보 더 이상 나갈 수 없는 막다른 길 목, 피 할 곳도 없고 누구도의 도움도 없는 절박한 상황과 접할 때가 있다. 살다보면 누구나 이러한 절망적이고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막다른 상황에 부딪치곤 한다. 과연 이럴 때 어찌할 것인가? 선어에 '백척간두(百尺竿頭) 진일보(進一步)'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사실 하나의 화두이지만, 이 화두가 떨어지는 지점으로 곧바로 들어가기 전에 그 의미성을 조명해 보는 것도 내 사유의 범주를 확장해 준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 만큼 이 선어는 오늘날 다의적 의미를 가지고 인구에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1척이 약 30센티 정도이므로 백 척은 대략 30미터가 되는 높이다. 흔히 6척 장신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180센티보다 약간 더 큰 키임을 짐작..

지혜의 공간 2023.08.06

구마라집(鳩摩羅什) 傳

구마라집(鳩摩羅什) 傳 구마라집(鳩摩羅什)은 중국말로 동수(童壽)라 하며 천축국(天竺國) 사람이다. 집안 대대로 나라의 재상을 지냈다. 구마라집의 조부(祖父) 구마달다(鳩摩達多)는 뜻이 크고 기개가 있어 남에게 구속받지 않았다. 무리 가운데 매우 뛰어나 명성이 나라 안에 높았다. 아버지 구마염(鳩摩炎)은 총명하고도 아름다운 지조가 있었다. 곧 재상의 지위를 이으려고 할 즈음에 사양하고 출가하여 동쪽으로 파미르 고원을 넘었다. 구자국(龜玆國) 왕은 그가 영화로움을 버렸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를 매우 존경하고 사모하여 몸소 교외(郊外)에 나가 영접하고, 청하여 그를 국사(國師)로 삼았다. 구자국왕에게는 누이동생이 있었다. 그녀의 나이는 갓 스무 살이었다. 사려 깊고 이치를 잘 알며 총명하고 민첩하였다. 눈을..

지혜의 공간 2023.07.16

나옹선사 선시 몇 수(懶翁禪師 禪詩 몇 首)

고려 말의 뛰어난 고승 나옹선사(懶翁禪師, 1320∼1376)의 이름은 혜근(慧勤)이다. 법호는 나옹, 호는 강월헌(江月軒). 선사의 나이 21세 때 문경 공덕산 묘적암(妙寂庵) 요연선사(了然禪師)께 찾아가 출가했다. 그 뒤 5년 후 양주 회암사에서 밤낮없이 정진하다가 홀연히 깨달음을 얻었다. 1347년에는 중국 원나라로 들어가 연도(燕都)의 법원사(法源寺)에 머물고 있던 인도 출신인 지공(指空) 스님을 만나 법을 들은 뒤 다시 정자사(淨慈寺)로 가서 평산처림(平山處林. 1279~1361 臨濟의 법을 이어받은 중국의 고승)의 법을 전해 받고 불자(拂子)를 받는다. 1358년에 다시 지공을 만난 뒤 고려로 귀국한다. 1361년에는 공민왕의 부름을 받고 궁중에 들어가 내전에서 왕을 위하여 설법하고 왕과 왕비..

지혜의 공간 2023.06.11

사명대사(四溟大師)시 57수모음

* 1. 奉錦溪沈明府(봉금계심명부)-泗溟堂(사명당)-금계 심명부에게 當時一別漢東寺(당시일별한동사) : 한양 동쪽 절에서 헤어져 空悲歲徂靑眼稀(공비세조청안희) : 친구 드물고 가는 세월 슬퍼한다 隨緣江海無定所(수연강해무정소) : 인연 따라 푸른 강과 바다 정처 없이 다니다가 轉蓬復此西南飛(전봉복차서남비) : 구르는 쑥대처럼 여기 서남으로 찾아왔소 知音賴有沈休文(지음뢰유심휴문) : 마음 알아주는 친구, 심휴문 있어 八月南渡瀟湘浦(팔월남도소상포) : 팔월에 남쪽으로 소상포를 건넌다 相看切切語相思(상간절절어상사) : 절절히 서로 보며, 그리웠던 지난 얘기 나누며 上房數夜同淸晤(상방수야동청오) : 몇 날 밤을 상방에서 함께 지냈네 天涯佳節近重陽(천애가절근중양) : 하늘 끝 아름다운 때, 중양절이 가까운데 零露瀼瀼..

지혜의 공간 2023.06.04

卍海 /萬海(만해)韓龍雲(한용운)스님의 詩모음

卍海 /萬海(만해)韓龍雲(한용운)스님의 詩모음 韓龍雲 (1879~1944) 忠南 洪城 出生. 僧侶. 詩人. 獨立運動家. 本 淸州. 俗名 裕天. 法名 龍雲. 法號 卍海 /萬海 (1) 遣悶 春愁春雨不勝寒 ~ 봄 시름에 봄 비가 마냥 추워서 春酒一壺排萬難 ~ 봄 술 한 甁으로 萬難을 물리치네. 一杯春酒作春夢 ~ 실컷 마신 봄 술에 봄 꿈을 꾸니 須彌納芥亦復寬 ~ 須彌山을 芥子씨에 넣고도 남네. (2) 見櫻花有感 昨冬雪如花 ~ 지난 겨울 눈은 하얀 벚꽃 같더니 今春花如雪 ~ 今年 봄 벚꽃은 겨울 흰 눈만 같네. 雪花共非眞 ~ 눈도 꽃도 모두 참이 아니련만 如何心欲裂 ~ 어이해 마음만 찢어지려 하는가. (3) 見月 幽人見月色 ~ 외로운 사람 달빛을 바라보니 一夜總佳期 ~ 한 밤이 모두 아름다웠다. 聊到無聲處 ~ ..

지혜의 공간 2023.05.28

“내가 나를 속이고, 속는 나” / 진우 스님

“내가 나를 속이고 속는 나.” / 진우 스님 [오늘의 명상] [증도가證道歌] 108~109. 각피여래고가책(却被如來苦呵責) 문득 여래의 호된 꾸지람을 들었으니 수타진보유하익(數他珍寶有何益) 남의 보배 세어서 무슨 이익 있을건가. 종래층등학허행(從來蹭蹬學虛行) 예전엔 비칠거리며 헛된 수행하였음을 깨달으니 다년왕작풍진객(多年枉作風塵客) 여러 해를 잘못 풍진객(風塵客) 노릇하였도다. [강의] 오늘은 두 구절이 바로 연결된 뜻을 지니고 있으므로 한꺼번에 설명코자 한다. 여래(如來)의 호된 꾸지람을 듣는다는 것은, 부처님이나 마음을 깨친 조사(祖師)들의 행적(行蹟)이나 말씀만 되새기며 이러쿵저러쿵하고만 있을 뿐, 분별(分別)없는 자성(自性)의 마음으로 바로 들어가지 못하는 자신의 현재 처지를 말함이다. 또 지난..

지혜의 공간 2023.05.21

‘물에도 성품이 있다’ - 법화경법문

조선 후기의 대선사(大禪師)이자 다신(茶神), 다성(茶聖)으로 추앙 받은 초의선사(艸衣禪師)는 「다신전(茶神傳)」이라는 책에서 ‘물에도 성품이 있다’ 하셨다. 차(茶)는 물(水)에 신(神)이요, 물(水)은 차(茶)의 모습(體)이니 참물(진수眞水:진리의 물)이 아니면 그 신의 기가 나타나지 않고, 정다(正茶:바른 차)가 아니면 그 모습을 엿볼 수가 없다. 1. 산등성이에 있는 물은 맑고 가볍다.(자연천수(自然泉水) 2. 아래 있는 물은 맑고 무겁다.(수하천수(水下泉水) 3. 돌 속에서 나오는 물은 맑고 달다.(석중천수(石中泉水) 4. 모래 속에 샘물은 맑고 차다.(사중천수(砂中泉水) 5. 숲속의 샘물은 담백하다.(토중천수(土中泉水) 6. 황석(黃石)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쓸 만하다. 7. 청석(淸石)에서 흘..

지혜의 공간 2023.05.14

십현담(十玄談)註解동안상찰 /《십현담(十玄談)》열가지 현묘한 말씀

십현담(十玄談)동안상찰 십현담(十玄談)동안상찰 한용운, ‘십현담주해' 한용운, ‘십현담주해’(법보회,1926) 서준섭역 序 乙丑余過夏于五歲 偶閱十玄談 十玄談者 同安常察禪師所著禪話也 文雖平易 意有深奧 初學者卒難窺其幽旨耳 有原註 而未詳其人 幷有悅卿註 悅卿者 梅月金時習之字也 梅月之避世入山 衣緇而住于五歲時 所述也 兩註各有其妙 足以解原文之意 至若言外之旨 往往與愚見 有所同異者存焉 夫以梅月之有所守 而世不相容 落拓雲林 爲猿爲鶴 終不屈於當世 自潔於天下萬世 其志苦 其情悲矣 且梅月註十玄談于五歲 而余之讀悅卿註者 又五歲也 接人於數百年之後 而所感尙新 乃註十玄談 乙丑 六月 日 於五歲庵 韓 龍 雲 識 서문 을축년 내가 오세암(五歲庵)에서 여름을 지낼때 우연히 십현담(十玄談)을 읽었다. 십현담은 동안 상찰 선사(同安 常察 禪師)가 지..

지혜의 공간 2023.04.30

무억 무념 무망無妄 삼구어三句語 수행

중국선 이야기 8. 무상無相의 정중종淨衆宗 동산법문의 출현 이후 중국에서는 본격적으로 선사상이 전개되었다. 그 가운데 신수의 북종, 혜능의 남종과 지선智詵 계열인 무상의 정중종이 동산법문을 사상적으로 계승한 대표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법계로부터 보자면 신수의 북종 다음에 홍인의 직제자인 혜능의 남종을 논해야 할 것이지만, 선사상적인 맥락을 논하기 위하여 먼저 무상의 정중종을 논하기로 하겠다. 그것은 신수의 북종과 무상의 정중종은 사상적으로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며, 또한 종밀宗密의 『선원제전집도서禪源諸詮集都序』에서도 이들을 ‘식망수심종息妄修心宗’이라 하여 같은 계열의 선사상으로 분류하고 있다.(주1) 무상(680-756, 혹은 684-762)은 신라 출신으로 최치원崔致遠이 찬술한 『지증대사비智證大師..

지혜의 공간 2023.03.19

진공묘유 眞空妙有 2

진공묘유眞空妙有 1. 공(空) 개념의 등장 ‘공(空)’이라는 용어의 산스크리트어 원어는 ‘sunya’라는 형용사로서 ‘속이 텅 빈’, ‘부풀어 오른’, ‘공허한’ 등의 뜻을 가졌고, 명사 ‘sunyata’라는 용어는 공한 것, 공성(空性), 영(零)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결국 공은 ‘부풀어 오른 모양으로 속이 비어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을 중국에서 한문으로 번역하자니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빌 공(空)’자로 번역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공(空)’이라는 글자가 산스크리트 원어 ‘sunya’, ‘sunyata’의 참뜻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따라서 ‘空(공)’이라는 한자에 너무 집착하면 원래 의미를 이해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불교에 있어서 ‘공(空)’의 개념은 특수하다. 공사상(空..

지혜의 공간 2021.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