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심명 (대승찬 풀이글) 48

신심명13/이렇게 원하면 저렇게 원하지 않는 것이 생기고

13. 일종불통(一種不通) 양처실공(兩處失功) : 일종에 통하지 못하면 양쪽의 공덕을 다 잃으리라. 즉 상대적인 일들이 한 종자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양쪽에서 다 그 공덕을 잃는다. 여기에서 일종불통이라 함은 앞에서 공부한 간택(가려내고 택하는 것), 증애( 미워하고 사랑하는 것), 순역(순리대로 가는 것과 역으로 가는 것) 등이 상반되기는 하지만 그들이 같은 성질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해도 알아듣지 못하고 계속 한쪽에만 치우치면 반드시 양쪽에서 얻을 덕을 다 놓친다는 말이다. 자꾸 밉다고 하다 보면 미움도 사랑도 다 잃어버린다는 말이며, 사랑만 한다고 해도 사랑도 잃고 미움도 잃는다는 뜻이 된다. 미운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이 한마음에서 나오는 것임을 아는 것이 일종유통이요, 미워할 줄만 알거나, 사..

신심명12 오직 양변에 빠지기만 하면 어찌 일종임을 알리요

12. 유체양변(唯滯兩邊) 영지일종(寧知一種) : 오직 양변에 빠지기만 하면 어찌 일종임을 알리요. 유체양변이란 오직 양변에 빠지기만 하면인데, 있는 것만 알고 없는 것은 모르는 것, 없는 것만 알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 받기만 하고 줄 줄 모르는 것, 움직일 줄만 알고 멈출 줄 모르는 것, 멈추어 있기만 하고 움직이지 않는 것 등이 양변에 빠지는 예이다. 유체양변 영지일종이란 두 변 중에 한쪽에만 빠져 있으면 어찌 두 변이 한 종자인 것을 알겠는가? 라고 한 것이다. 여기에서 한 종자라고 한 것은 같은 뿌리, 혹은 성질에서 나온 것을 알겠는가? 라는 뜻이다. 있는 사람은 없을 수 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고, 없는 사람은 있을 수 있는 성질이 있으며, 착한 일과 나쁜 일도 같은 성질에서 나오는 것이니 자..

신심명11/움직임을 그쳐 그침으로 돌아서 가니 그침이 다시 두루 움직이더라

11. 지동귀지(止動歸止) 지갱미동(止更彌動) : 움직임을 그쳐 그침으로 돌아서 가니 그침이 다시 두루 움직이더라. 우리가 욕망이나 망상을 쉬도록 하기 위해 참선 수행을 하는데 한 생각을 쉬게 하면 또 다른 생각이 일어나 번뇌나 망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번뇌의 움직임을 멈추면 또 번뇌가 일어나고, 그 움직임을 멈추면 또 다른 움직임이 일어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는데 이것을 지갱미동, 즉 그침이 다시 움직이게 된다. 라고 할 수 있지만, 지동귀지의 귀지는 적정한 자리로 돌아간다는 말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지동귀지는 번뇌의 움직임을 멈추어서 적정한 곳으로 돌아가면, 즉 모든 번뇌를 쉬어서 본래부터 평온한 고요한 자리로 돌아가면 이라는 뜻으로 해석되고, 지갱미동은 그 고요한 곳에서..

신심명10/한가지로 바르게 마음에 품으면 민연히 사라져서 저절로 다하리라

10.일종평회 一種平懷 민연자진 怋然自盡 한가지로 바르게 마음에 품으면 민연히 사라져서 저절로 다하리라. 마음을 한가지로 평등하게 품는다는 것은 간택, 증애, 순역, 위순, 취사, 유공에 걸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되면 민연자진하게 됩니다. 떠 있는 배에 물이 들어오면 수면에서 사라지듯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시비분별, 취사선택 때문에 이상적인 삶을 살지 못합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는 것이지요. 즉, 간택, 증애, 순역, 위순, 취사, 유공에 걸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명예도 인연에 의해 있게 마련인데 그것이 너무 집착하면 좇게 됩니다. 또한 공하다 해서 책임을 다하지 않기도 합니다. 두 경우가 바로 양변에 떨어진 어리석은 삶입니다. 하지만 마음을 한가지로 평등하게 쓰면 지혜로운 삶을..

신심명9/유연에 쫓지도 말고 공인에 머물지도 말라

09 막축유연(莫逐有緣) 물주공인(勿住空忍) : 유연에 쫓지도 말고 공인에 머물지도 말라. 그러나 우리들이 살아감에 있어서는 연이 있어야 현상을 유지하기도 하고, 어려움을 극복하기도 하며,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연이 있는 것은 우리들의 삶을 위해 필수적인 조건인데도 연을 쫓지 말라고 한 것은, 연이 사리에 어긋나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도덕 불감증이 있는 사람이 연을 쫓는 것을 경계하라는 말이다. 이와같이 유연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볼 때, 신심명에서 연을 쫓지 말라는 말은 자기 개인의 이익을 위해 연을 쫓는 마음은 남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아 악업을 지을까 두려워 연을 추구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되도록이면 모든 사람들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연을 추구하라는 말로 해석된다. 공..

신심명8/사람이 취하고 버리는 마음을 갖지 않고 살기는 매우 어렵고 사람마다 무엇을 취하고 버리는지는 다 다르지 않을까?

08. 양유취사(良由取捨) 소이불여(所以不如) : 오직 취하고 버림으로 말미암아 (지극한 도와) 한결같지 못하다. 사람이 취하고 버리는 마음을 갖지 않고 살기는 매우 어렵고 사람마다 무엇을 취하고 버리는지는 다 다르지 않을까?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취하고 버리는 일을 잘하여 잘살고, 취하고 버리는 일을 잘못하는 사람은 못산다. 즉 취사심을 바르게 작용하는 사람은, 하는 일마다 잘되고, 취사심이 바르게 작용되지 못하는 사람이 하는 일은 잘 풀려가지 못하고 불행하게 된다. 하면 어떤 사람의 취사심은 바르고 어떤 사람의 취사심은 바르지 못할까? 사실을 사실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은 탐욕이나 애욕을 멀리한 사람이기에 사리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이 있게 된다. 이들은 긴 것은 길다고, 단단한 것은 단..

신심명7/원동태허 무흠무여/ 지극한 도는 텅 빈 허공과 원만하게 같아서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다

07 원동태허(圓同太虛) 무흠무여(無欠無餘) : 지극한 도는 텅 빈 허공과 원만하게 같아서(조금도 다를 바가 없어서), 모자람도 없고(無欠, 欠모자랄 흠), 남음도 없다(無餘). 허공은 형체가 없어 완전히 통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니 걸림이 없고 수용하는 데 한계가 없음에 비유된다.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으므로 걸림이 있을 수 없고, 어떠한 사유에서도 수용 못할 이유가 없다. 이 내용은 우주 법계에 불성 충만함을 표현한 말이고, 근심 걱정이 없고, 항상 하는 일에 만족하고 평화로운 극락세계이고, 좀 더 나아가 이 우주 법계와 하나가 된 열반를 표현한 말이다. 이 지구상에 아무리 많은 중생이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함에 모자람이 있을 수 없고, 태허가 아무리 넓고 깊다고 하여도 내..

신심명6/불식현지 도로염정/헛되이 없는 도를 찾고 없는 깨달음을 구하려고 애쓴다는 말

06. 불식현지(不識玄旨) 도로염정(徒勞念靜) : 현묘한 뜻을 알지 못하고 마음을 고요하게 하려고 애만 쓰는구나. 이렇듯 지금 우리 안에서 올라오는 이것이 바로 도요 깨달음이요 자유요 해탈인 줄은 알지 못하고, 어떻게든 이것을 바꾸거나 고치거나 버리거나 부여잡으려고 함으로써 헛되이 없는 도를 찾고 없는 깨달음을 구하려고 애쓴다는 말이다. 찾고 구하는 마음만 내려놓으면 지금 이대로 아무 일이 없는 것을. 순역에 집착하는 사람이나 위순상쟁하여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들이 지도의 현묘한 뜻을 알지 못하고 수고로이 마음을 고요히 하려고 애만 쓴다고 했다. 현묘한 뜻을 알지 못한다는 현묘한 뜻이 곧 지도의 뜻이고, 극락 그리고 열반의 뜻이고, 이러한 경계는 세속적 욕망을 깨끗이 씻은 곳인데 그 욕망을 그대로 두고 ..

신심명5/바람 탓을 해야 하나, 물결 탓을 해야 하나

05. 위순상쟁(違順相爭) 시위심병(是爲心病) : 따르고자 하는 것과 따르지 않고자 하는 것이 서로 다투는 것이 마음의 병이 된다. 비위에 거슬리는 것이 어길 위이고, 비위에 맞는 것이 순할 순이다. 비위에 거슬리는 일과 맞는 일이 서로 싸우게 되면 그것이 마음의 병이 된다고 했다. 예로,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고자 하는 마음을 순이라고 하면, 먹으면 안 된다는 마음은 비위를 그슬리게 하는 것이니 위가 된다. 이 두 가지가 마음의 갈등으로 작용하게 되면 마음의 병이 된다는 말이다. 학생이 공부를 안 하고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것은 그의 비위에 맞으니 순이라 한다면 게임을 안 해야지 하는 마음은 위이다. 이 두 마음의 갈등이 곧 마음의 병이 된다는 말이다. 우리들의 생활상에서 수많은 모순에서 일어나는 갈..

신심명4/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나옹스님

04 욕득현전(欲得現前) 막존순역(莫存順逆) : (지극한 도가) 앞에 나타나기를 바라거든 순과 역이 있게 하지 말라. 이 구절을 바꾸어 보면, 순과 역이 없을 때 도가 나타난다. 라는 뜻이 된다. 즉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 순조롭다고 기뻐하고, 어렵다고 실망하는 사람에게는 도가 멀어진다. 즉 순조롭다 어렵다고 하는 상대적인 개념이 없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그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승찬 스님은 말한다. 도가 앞에 나타나기를 바란다면 따라가도 말고 거스르지도 마라. 라고. 무엇을 따라가지 말라는 것일까? 지금 우리 안에서 올라오는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구하고자 하는 그 마음을 따라가지 말라는 것이다. 거스르지 말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지금 우리 안에서 올라오는 이것을 피하거나 저항하지 말고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