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관련 205

불교가 꿈꾸는 우리 교육

창간 20주년 기념특집 | 불교, 이상사회를 꿈꾸다 1. 시작하며 우리 사회에서 교육을 말하는 일은 늘 곤혹스러움을 동반한다. 누구나 한마디 할 수 있는 주제라는 인식과, 어떤 이야기를 해도 문제의 한 부분조차 정확하게 조준하기 어려운 복잡성과 복합성이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교육전문가’로 분류되는 필자와 같은 사람들은 말하기를 삼갈 수밖에 없고, 그 자리를 기자나 일반 학부모, 사교육 시장의 주인공들이 차지하기 일쑤다. 이런 현상을 꼭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일제 강점기와 미군 점령기를 거치면서, 주로 일본과 미국의 교육학과 교육계를 일방적인 모방과 흠모의 대상으로 삼아 온갖 수입정책을 검토도 없이 이식시키고자 했던 우리 교육학자들에 대한 비판과 불신이 중요한 배경을 이..

불교관련 2023.10.22

한국불교문헌 영역사업의 필요성 / 박진영

특집 | 불교경전의 번역과 유통 1. 들어가는 말 백성욱(白性郁, 1897~1981)은 한국에서 최초로 독일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10년 봉국사(奉國寺)에서 최하옹(崔荷翁)을 은사로 출가했다. 그 후 경성불교중앙학림(京城佛敎中央學林)에서 교육을 마치고, 상하이로 갔다. 그곳에서 이승만을 만난 백성욱은 이승만에게서 유럽에 가서 공부하라는 조언을 받고, 유럽으로 건너갔다. 처음에는 파리에서 7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도시인 보배(Beauvais)에서 공부를 했고, 독일로 건너가 뷔르츠부르크(Würzburg)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는데, 그의 학위논문은 〈불교 형이상학(Buddhistische Metaphysik)〉으로 알려져 있다. 1925년 학위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백성욱..

불교관련 2023.10.15

티베트대장경의 번역과 영향 / 정성준

특집 | 불교경전의 번역과 유통 시작하는 말 불교계의 현실을 국외로 돌려볼 때 현재 서구의 불교 추세는 테라바다와 선불교를 제외하면 티베트불교에서 많은 연구자와 신행단체의 활동, 서적이나 연구논문의 결과물을 볼 수 있다. 1989년 14대 달라이라마 뗀진 갸쵸(Ngag dbang blo bzang ye shes bstan ‘dzin rgya mtsho, 1935~ ) 성하가 노벨평화상을 받음으로써 관심을 끌기 시작했던 티베트불교는 초기에는 달라이라마의 강의와 저술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달라이라마는 여전히 세계인으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손꼽히고 있지만, 그러한 관심과 열기는 오늘날 티베트불교 경전과 문헌에 담긴 불교사상과 철학, 그에 기인한 티베트문화와 인류의 정신유산 속에서 찾으려는 새로운 방..

불교관련 2023.10.15

빨리어·산스끄리뜨어 문헌 번역과 영향 / 이필원

특집 | 불교경전의 번역과 유통 1. 들어가는 말 오늘날 한국에서 불교나 인도철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빨리어나 산스끄리뜨어를 번역한 경전이나 문헌을 한 번쯤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번역출판물을 본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은 조선시대를 거쳐 일제강점기, 그리고 6·25 전쟁이라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서구의 여러 나라들과 일본과는 달리 근대적 학문을 늦게 발전시키게 된다. 이렇게 보면 원전에 대한 이해가 많이 늦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는 이른 시기에 빨리어 경전이나 범어 경전에 대한 이해가 형성되었음을 알게 된다. 1938년에 발간된 《불교사(佛敎社)》(新版)에는 윈터니츠(Winternitz) 교수의 〈원시불교(原始佛敎)에서의 아(我)와 무아(無我)〉라는 논문이 ..

불교관련 2023.10.08

우리말 대장경 번역의 현황과 문제 / 명법

특집 | 불교경전의 번역과 유통 1. 서론 2000년대 이후 불교 관련 지식의 폭발적인 증가는 그동안 한국불교에서 한역경전이 차지했던 절대적인 위상의 약화와 더불어 새로운 불교 지식의 창조와 확장, 종교 경험의 변화 등 불교계 지형에 중요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특히 산스끄리뜨어, 빨리어, 티베트어 등 새로운 원전 언어들을 번역한 번역서의 유통은 주목할 만한데, “사유의 과제가 번역의 과제”라는 하이데거의 지적처럼 새로운 번역본의 유통은 한국불교의 지식 지평을 확장하는 동시에 새로운 불교를 창조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 한편, 한문경전의 지위 약화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구태의연한 우리말 번역이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말 대장경은 그 완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바로 재번역의 필요성이 제기될 정도..

불교관련 2023.10.08

『육조단경』, 혜능 어록, 광덕 역주, 불광출판사(2008)

육조단경 인도에서 석가로부터 시작된 불교는 중국의 전통사상인 유교와 도교의 개념으로 중국에 수용[격의불교(格義佛敎)]되어 중국화의 길을 걷는다.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와 중국 선종(禪宗)의 초조(初祖)가 된 보리달마(菩提達磨, 527~536)[남인도 출신의 승려로, 인도 불교의 제28대 조사(祖師)이자 선종의 창시자]로부터 제6조인 혜능(六祖慧能, 638~713)과 후대 조사들이 남긴 어록은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불교의 주류를 형성하여 불교의 참 정신을 찬란하게 꽃피운다. ​ 그 가운데 『육조단경(六祖壇經)』[원제는 『육조대사법보단경(六祖大師法寶壇經)』. 이하 『단경』으로 칭함]은 어록임에도 ‘경(經)’의 지위를 획득할 만큼 동아시아 불교에서 절대적 지위를 갖는다. “사람의 본성이 곧 부처다”라는 혜..

불교관련 2023.10.08

서양의 불교경전 번역과 역사 / 황순일

특집 | 불교경전의 번역과 유통 1. 서언 서양의 불교경전 번역의 역사는 빨리경전협회(Pali Text Society)의 역사와 함께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1800년대 중반부터 유진 브르느프에 의해 《법화경》과 같은 대승경전이 번역되기도 했고, 막스 뮬러에 의해 동방성서(The Sacred Books of the East)의 일부로서 불교경전들이 번역되기는 했지만, 빨리경전협회의 경우와 같이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특정한 부파의 전체 경전을 로마자로 출판하고 번역하는 사업을 진행한 예는 서구에서 전례가 없었다. 영국이 서양에서 테라와다(Theravāda)로 알려진 남방불교 경전 번역사업의 중심에 서게 된 배경에는 영국의 아시아 식민지 경영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빨리경전협회가 창립된 1881년은 영국의..

불교관련 2023.09.29

일본불교의 대장경 간행과 번역 과정 / 윤기엽

특집 | 불교경전의 번역과 유통 일본은 서기 770년경 백만탑다라니(百萬塔陀羅尼)를 제작하여 최고의 목판 인쇄물을 보유하였지만, 방대한 양의 대장경(大藏經, 또는 一切經)은 오랫동안 간행하지 못했다. 부분적인 경전은 간행했지만, 삼장(三藏)을 갖춘 대장경을 갖게 된 것은 17세기 에도(江戶) 시대에 접어들어서였다. 이후 일본은 근대 시기에 들어와 여러 차례에 걸쳐 대장경을 편찬, 간행하면서, 일본 국내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불교계 전체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그 파장이 정상적이었든 때로는 굴절되었든, 동아시아 문화권 전체에 던져진 파급효과는 결코 녹록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시점에서 우리가 일본의 대장경을 주목할 필요성과 의의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일본의 대장경은 에도 시대의 천해판(天海版)과 황벽판..

불교관련 2023.09.29

중국불교 역경시스템과 현대적 적용 / 강경구

특집 | 불교경전의 번역과 유통 1. 들어가는 말 2001년 318권 한글대장경의 완간은 한국불교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지표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것은 불교의 전래(384년 마라난타)로부터 1,600여 년, 고려대장경의 완간(1251년)으로부터 700여 년, 한글 번역사업이 시작된 때(1461년 간경도감)로부터 500여 년, 한글대장경 번역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1964년 동국역경원)로부터 37년이 걸린 장구한 시도와 좌절과 성취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역경(譯經=逆境)의 대장정을 거쳐 한글대장경 완간이라는 형식적 목적지에 도달한 이제 그것의 내용적 목적이라 할 불교의 대중적 전파와 불교의 발전에 소기의 역할을 다할 수 있게 되었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불교..

불교관련 2023.09.24

왜 지금 경전 번역을 말해야 하는가 / 석길암

특집 | 불교경전의 번역과 유통 1. 들어가는 말 경전의 번역은 왜 중요할까? 또 나아가서 경전의 번역은 불교의 역사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본 글은 이 두 가지에 대한 필자 나름의 해명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는 것을 실토해야겠다. 중국불교를 말하면서 불전 번역의 사례를 다루고, 불전 번역과 그에 따른 후속 작업들이 역사와 문화적으로 어떠한 파급효과를 초래했는지 하는 부분은 몰라도 ‘왜 번역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번역 자체는 불교의 역사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하는 점에 대한 고민은 별로 해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번뜻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 글의 첫 번째 단락에서는 ‘왜 번역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전법이라는 부분을 초점으로 삼아 다루었다. 동의하지 않..

불교관련 2023.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