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세계 186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이란 말은 주로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과 함께 4구로 이루어지며, 선종의 특색과 그 가르침을 적절히 표현하는 말이라 하겠다. 선(禪)은 부처님께서 깨달은 진수로서 ‘경전이나 언어문자 밖에 별도로 전해 준 진리’라는 뜻이기도 하므로 선의 특징을 잘 나타낸 말이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말은 경전이나 교학보다는 선이 더 ‘진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교학을 배척하고 선을 옹립하기 위한 사상 투쟁적 성격을 가진 술어라고 하겠다. 이 말은 선종의 종취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말이긴 하지만, 부처님이 하신 말이 아니라 중국 선불교에서 창안한 말이다. 달마 대사가 주창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당ㆍ송..

선의 세계 2024.11.03

[김호귀의 공곡집과 선문답] 제44칙 판치생모(板齒生毛)

달마가 보여준 ‘마음의 침묵’​“판치생모”라 답한 조주 뜻엔9년 간 면벽 좌선으로 이빨에 이끼 난 ‘달마’ 위대함 담겨있어​승이 조주에게 물었다.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은 무엇입니까.”조주가 말했다. “앞 이빨에 터럭이 난 것이다.”​‘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인가[如何是祖師西來意]’라는 말은 가장 보편적인 공안으로 전승되어 왔다. 조사는 물론 중국 선종의 초조인 보리달마를 가리킨다. 중국을 기준으로 볼 경우에 달마의 출신국 인도는 서방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마가 중국에 도래한 근본적인 의의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불교가 내세우고 있는 궁극적인 의미를 질문하는 것이다. ‘조사서래의’에 대한 최초의 문답은 탄연(坦然)과 회양(懷讓), 두 사람이 숭악혜안(嵩嶽慧安) 국사를 방문하여 질문한 것에..

선의 세계 2024.11.03

백장야호 / 철학자 강신주의 무무관과 철학

불교의 중도란 느슨한 인과 관계를 긍정하는 지혜​모든 것이 공하다고 보면대상에 대한 집착 끊어져​항상 존재한다는 생각과없다는 생각 버려야 중도​성인, 인과 어둡지 않을뿐초월해서 존재하지는 않아​백장(百丈) 화상이 설법하려고 할 때, 항상 대중들과 함께 설법을 듣고 있던 노인이 한 명 있었다. 설법이 끝나서 대중들이 모두 물러가면, 노인도 물러가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노인은 설법이 끝나도 물러가지 않았다. 마침내 백장 화상이 물었다.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러자 노인은 말했다. “예. 저는 사람이 아닙니다. 옛날 가섭(迦葉) 부처가 계실 때 저는 이 산에 주지로 있었습니다. 당시 어느 학인이 제게 물었습니다. ‘크게 수행한 사람도 인과(因果)에 떨어지는 경우는 없습니까?’ 저는..

선의 세계 2024.10.20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본래 한 물건도 없다.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본래 한 물건도 없다.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은 육조(六祖) 혜능대사(慧能大師)가 오조(五祖) 홍인대사 (弘忍大師) 법석에서 노행자(盧行者)로 방앗간에서 허드렛일을 할 때 신수대사(神秀大師)가 칠백 대중을 대신하여 자신의 수행(修行) 견처(見處)를 벽에 써놓은 게송 곁에 노행자 자신의 심안처(心眼處)를 글을 아는 행자에게 부탁하여 써놓은 게송이다. 오조 홍인 대사는 대사를 따르는 대중들에게 그동안 갈고 닦았던 마음의 견처를 시 게송을 지어서 각자 바치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많은 대중스님들은 상수제자(上首弟子)인 신수대사(神秀大師)가 오조 홍인대사 법을 이을 것, 이라고 믿고 자신들의 게송을 지어 받치지 않았다. 부담을 느낀 신수대사는 어쩔 수 없이 밤에 아무도 모르게 대중스님들이 ..

선의 세계 2024.10.06

즉시현금 갱무시절/ 임제선사 이야기

즉시현금 갱무시절 (卽時現今 更無時節)  '지금이 바로 할 때이고지금 하지 않으면 그 기회는 다시 없다'라는 뜻입니다.     임제 선사의 어록 중에서 좋아하는 한 구절 '즉시현금 갱무시절' 이라고 쓴 족자를 걸어 놓으니 낯설기만 하던 방이 조금은 익숙해졌다.  바로 지금이지 다시 시절은 없다는 말. 한번 지나가 버린 과거를 가지고 되씹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기대를 두지 말고, 바로 지금 그 자리에서 최대한으로 살라는 이 법문을 대할 때마다 나는 기운이 솟는다.  우리가 사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다. 이 자리에서 순간순간을 자기 자신답게 최선을 기울여 살 수 있다면, 그 어떤 상황 아래서라도 우리는 결코 후회하지 않을 인생을 보내게 될 것이다.  - 법정 스님   [임제선사 이야기]  임제의현선..

선의 세계 2024.09.08

끽다거(喫茶去) ― 차나 한 잔 마셔라

‘끽다거(喫茶去)’라는 유명한 화두를 남긴 조주(趙州) 종심(從諗, 778~897) 선사는 중국 당나라 시대의 선승(禪僧)으로, 차를 선(禪)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14세에 출가해서 불문에 귀의한 조주 선사는 일찍이 선의 본질을 꿰뚫어 고승(高僧)의 물음에 답할 때 막힘이 없었고, 선문답(禪門答)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스스로도 참선의 화두를 많이 만들어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의 하나가 바로 ‘끽다거(喫茶去)’이다. 조주 선사는 세수 80에 이르기까지 행각과 선문답에 열중하다가 그의 나이 80세부터 120세에 입적할 때까지 줄곧 머물렀던 관음원(觀音院)에 있었을 무렵, 수행자 두 사람이 그를 찾아와 절을 올리고는 이렇게 물었다.“불법(佛法)의 대의(大義)가 무엇입..

선의 세계 2024.07.28

인천보감

인천보감 ​해제인천보감 (인천보감) 은 세상사람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일들을 모은 것으로서, 주로 승려들의 이야기이며 유교와 도교에 관계되는 옛사람들의 이야기도 수집하여 편집한 책이다.편집자인 담수 (담수) 스님은 서문에서 이 책을 편집한 의도를 두 가지로 말하고 있다. 그 하나는 옛 사람들의 훌륭한 일을 널리 세상에 알리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비석이나 어록, 짧은 기록, 또는 직접 들은 이야기들을 시대의 앞뒤없이 보이는대로 기록하였으며, 이것은 대혜스님의 정법안장 (정법안장) 을 본따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하였다.둘째는 선 (선) 을 닦는 이들이 오로지 선만을 주장하는 폐단을 경계하고 옛 사람들은 선과 율 (율) , 그리고 유교와 도교까지도 널리 터득하였음을 말하고자 함이라고 하였다.그리하여 담수스님이 ..

선의 세계 2024.06.02

조동록

동 산 록 (오가어록)​ 1. 행 록​ 스님의 휘(휘)는 양개(양개)이며, 회계(회계) 유씨(유씨) 자손이다. 어린 나이에 스승을 따라 「반야심경(반야심경)」을 외우다가 ‘무안이비설신의(무안이비설신의)...’라는 대목에서 홀연히 얼굴을 만지며 스승에게 물었다. “저에게는 눈.귀.코.혀 등이 있는데, 무엇 때문에 「반야심경」에선 ‘없다’고 하였습니까?” 그 스승은 깜짝 놀라 기이하게 여기며, “나는 그대의 스승이 아니다”라고 하더니 즉시 오설산(오설산)으로 가서 묵선사에게 머리를 깎으라고 가르쳐 주었다. 21세에 숭산(숭산)에 가서 구족계(구족계)를 받고 사방으로 유람하면서 먼저 남전(남천: 748~834)스님을 배알하였다. 마침 마조(마조: 709~788)스님의 제삿날이어서 재(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선의 세계 2024.06.02

산방야화

산방야화​산방야화 상​ 태식법(태식법)과 달마스님의 선(선)은 동일합니까? 내가 깊은 산속에 살고 있을 때에 흘연히 어떤 객승이 문앞을 지나다가, 내 방에 들어와 서로 토론을 하게 되었다. 이날 따라 산월(산월)이 휘영청 밝고, 창문이 대낮처럼 훤했다. 이 때에 객승이 내게 물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읍니다. 의학(의학)들이 6바라밀의 하나인 선정(선정)의 '선(선)'과 달마스님께서 단독으로 후세에 전한 바로 가리키는 선〔직지지선〕을 동일한것이라 합니다. 즉 달마스님께서는 일찌기 태식론(태식론)이라교 하는 수행빙씹을 제자들에게 전수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제8식이 포태(포태)에 머물 때에는 오직 한 호흡에만 의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것을 태식(태식)이라고 한다'는 학설을 자세하게 인용하여, 불..

선의 세계 2024.06.02

산암잡록

산암잡록​ 서(2)​ 온 서중(무서중)스님은 호구(호구)스님의 8대손으로서 큰 도량에 앉아 법을 설하고 중생을 제도하여, 승속 모두에게 귀의할 바를 제시해 주었다. 그의 “이회어(이회어)”는 무상거사 송렴(무상거군 송렴:명대 학자)이 서문을 쓴 바 있지만 “산암잡록(산의잡록)”에 대해서는 서문이 없었는데 스님의 큰제자 쌍림사(쌍림사) 주지 현극 정(현극정)선사와 전 남명사 주지 운중 선(래중원)스님이 함께 나를 찾아와 서문을 청하였다. 나는 한두 차례 훑어본 후 현극스님과 운중스님에게 말하였다.”지난 날 “이회어(이회어)”를 읽어보고 감탄해 마지 않았다. 어쩌면 그렇게 천갈래 강물이 한 근원에서 흐르듯 세찬 문장력을 구사했는지, 어쩌면 그렇게 천지를 뒤흔드는 천둥번개처럼 번뜩이는 필치를 휘둘렀는지, 어쩌..

선의 세계 2024.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