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식 142

“만번 참구해야 참화두 하나 얻는다” / 혜국 스님

“만번 참구해야 참화두 하나 얻는다.” / 혜국 스님 봉은사 ‘팔관재계 수계법회’에서 "가만히 놀다가 어느 날 복권에라도 당첨되듯이 '툭'터지는 것은 도가 아니다" 혜국 스님은 부단한 노력을 최고의 수행으로 평가했다. 예전에 이곳 봉은사에 허응 보우라는 훌륭한 스님이 계셨습니다. 그분은 당시 국가에서 탄압하던 불교를 다시 중흥시키고 스님들이 보는 과거시험 승과를 다시 부활시키셨습니다. 그 스님들 참선 과거 시험을 봉은사 선불장에서 열었는데, 그 때 시험 문제가 바로 ‘本來淸淨한데 忽生無明이라’ 즉 본래 인간은 청정한데 왜 무량업장이 생기기 시작했느냐는 것입니다. 하루 종일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어서 보우 선사께서 시름에 겨워있을 때 당시 서산 대사가 터벅터벅 걸어와서 “本來淸淨本”이라고 벼락같은 소리..

선지식 2023.11.05

바람 / 혜총 스님

바람 세상 사람들은 늘 바람 속에 살아간다. 바람은 우주만상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한편으로는 이 바람을 조심하지 않으면 불행에 빠진다. 제멋대로 흔들리다가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제아무리 무쇠 같은 사람이라도 바람에 흔들리지 않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 서산스님은『 선가귀감』에서 여덟 가지 바람, 팔풍(八風)을 항상 조심하라고 가르쳤다.팔풍은 사람의 애욕과 증오에 따라 시시각각 불어대면서 사람들의 눈을 흐리게 하고, 번뇌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한다. ​ 나에게 이익이 되는 이(利)바람, 나에게 손실을 주는 쇠(衰)바람, 나를 비난하고 비방하는 훼(毁)바람, 높은 자리에 올라 명예로운 예(譽)바람, 나를칭찬하는 칭(稱)바람, 나를 헐뜯고 비웃는 ..

선지식 2023.10.22

[법회중계] 수좌 현기스님 벽암록 법문

“경계인 꼭두각시에 희롱 당하지 말라” ​ 지리산 상무주암서 참선수행하며 40년간 두문불출 수좌 현기스님 전등사서 ‘벽암록’ 통해 대중설법 ​ “공부란 내 밥을 내가 먹기 위함” ​ “지혜광명이 덮이면 경계 좆아 가 깨치면 거울 먼지는 본래 없게 돼” 강화 전등사(주지 여암스님)는 40여 년 동안 지리산 상무주암에서 두문불출하며 간화선 수행정진 중인 수좌 현기스님을 초청해 벽암록 전등대법회를 봉행했다. 2월20일부터 25일까지 전등사 무설전에서 열린 이번 전등대법회에는 간화선 공부에 대한 사부대중의 갈증을 반영하듯 접수 이틀만에 모집인원 100명을 훌쩍 초과할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무설전 앞마당 등지에 빔프로젝트를 통해 실시간 시청하거나 전등사TV 등 유튜브를 통한 법문 청취도 적지 않았..

선지식 2023.10.08

지금 생활하는 그 자리가 공부하는 자리 / 설우스님

지금 생활하는 그 자리가 공부하는 자리 [선지식을 찾아서] 청주 법인정사 선원장 설우 스님 ​ ​ 법인정사에 들어서자 소박하면서도 정갈함이 느껴졌다. 무겁고 답답한 마음을 이곳 법인정사에 내려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도량이 벌써 안심법문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설우 스님의 처소엔 ‘무위진인(無位眞人)’이라는 현판이 달려있다. ‘무위진인’ 법인정사에 들어서는 이들에게 덥석 안겨주는 화두일지도 모른다. ​ “붉은 몸뚱이에 한 사람의 무위진인이 있다. 항상 그대들의 얼굴을 통해서 출입한다. 아직 증거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잘 살펴보아라”고 한 임제 선사의 일갈이 들리는 듯하다. ​ 설우 스님은 조계종 간화선 수행지침서 편집위원을 역임했고, 불교TV에서 강의를 해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다. 고..

선지식 2023.09.29

지리산 오두막 수행자가 보내는 산중편지, 조용한 행복 2 / 도현 스님

한적 아득히 저 멀리서 들려오는 한 밤중의 소쩍새 울음소리, 새벽이면 새들의 지저귐, 건너 산에서 곰들이 다투는 소리, 계곡물 흘러가는 소리가 그윽한 산중... 초록 산색에 밤나무 꽃꿀 향기 달콤하다. 대나무 죽순은 쑥쑥 자라 낚싯대 보다 긴 장대가 되었다. 마당에 비질을 하면서 들여 쉬는 산소와 피부에 스치는 산뜻한 감촉, 누구와 나눌까 돌아보아도 더불어 나눌 이 없어 아쉬운 날들이다. 이 쪽 마당 끝과 저 쪽 마당 끝에 반환점을 두고 뒷짐을 지고 왔다 갔다 일 없이 소요하니, 사노라 분주한 이들에겐 미안하기도 하지마는, 누가 한가하게 못 살도록 훼방하는 이도 없건마는 세상사 번다하다 못해 눈 코 뜰 사이 없이 바쁜 이는, 언제 해가 뜨고, 달이 지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을 것이다. 사람마다 나름대로 다..

선지식 2023.09.24

삼천대천 세계가 모두 내집이다 / 만공스님

삼천대천 세계가 모두 내집이다 / 만공스님 인간의 일생은 짧은 한 막의 연극에 지 나지 않는데, 이 연극의 한 장면이 막이 되면 희노애락을 연출하던 그의식은 그 만 자취 없이 사라져 버리고 육체는 썩 어 버립니다.이얼마나 허망한 일입니까. 밥을 먹다가도 불의의 죽음이 닥치면 씹 던 밥도 못 삼키고 죽어야 하고 집을 아 무리 많은 돈을 들여 찬란하게 짓다가도 느닷없이 화재라도 만나면 방 안에 한번 앉아 보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가는 것입 니다. 직접 내 자신의 일에도 이렇게 늘 자유를 잃어버리는데 인생의 집단인 사 회와 국가를 세운다는 일이 얼마나 서글 픈 일입니까.자유의 바탕을 얻어야 근본 적 자유를 얻게 됩니다.자유가 어디에서 얻어지는 지도 모르는 인간들이 자유를 부르짖는 것은 쌀도없이 밥을 지어 배부 ..

선지식 2023.08.27

법정스님 법문 - 보왕삼매론에 대하여

오늘은 보왕삼매론에 대해 얘기하려고 합니다. 신앙 생활은 끝없는 복습입니다. 우리가 절에 가서 법문을 듣다 보면 대개 비슷비슷한 말씀 아닙니까. 신앙생활에 예습은 없어요. 하루하루 정진하고 익히는 복습이지요. 영적인 체험은 복습의 과정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입니다. 종교적인 체험이라는 것은 하루하루 비슷하게 되풀이되는 복습의 과정을 통해서 얻어집니다. 복습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어제까지 익혔던 정진은 어제로써 끝나는 겁니다. 오늘부터 새로운 시작입니다. 지금까지 보왕삼매론 많이 들었죠? 이제 다시 복습 삼아서 말씀드립니다. 지금까지 들었던 것 모두 잊으세요. 그건 과거사예요. 오늘 이 자리에서 함께 음미하는 겁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사바세계라 합니다. 사바세계가 무슨 뜻입니까...

선지식 2023.07.30

해인사로 출가하다 / 명진 스님

해인사로 출가하다 관음사에 나를 보냈던 사촌 형님에게 출가의 뜻을 비치자 해인사에 계시는 성철 스님 앞으로 소개장을 써주었다. 당시 절집엔 ‘북 전강 남 성철’ 북쪽에서는 전강 스님이, 남쪽에서는 성철 스님이 가장 훌륭하다는 뜻이었다. 해인사에 도착한 나는 일주문 앞에서 사촌 형님이 써준 소개장을 찢어 버렸다. ‘내가 취직을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생사를 타파할 도를 구하러 가는데 소개장을 들고 가다니, 에이,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서였다. 친구들의 주소를 적어 놓은 수첩도 버리고 해인사 일주문을 들어섰다. 해인사에서의 행자 생활이 시작되었다. 행자는 견습생이나 마찬가지다. 집에서 입고 온 옷을 그대로 입고 생활한다고 해서 속복 행자라고 불린다. 물론 머리도 덥수룩한 그대로다. 절에 들어간다고 대번 머..

선지식 2023.07.16

원각경 법문을 마무리하며 하신 당부말씀

불교를 수행하는 불자들을 위해서 몇 말씀 드리고자 한다 1. 자신의 알음알이를 고집하지 말라. 알음알이라는 것은 육식(六識)을 말한다. 눈으로 보아서 알고, 귀로 들어서 알고, 코로 냄새 맡아서 알고, 혀로 맛 봄으로서 알고, 몸으로 부딪쳐서 알고, 마음으로 헤아려서 아는 것들이 육식이고 알음알이인 것이다. 불교 수행은 어디까지나 계정혜(戒定慧)의 삼학(三學)을 수행함으로서 몸소 체험해서 깨쳐 알아야 되는 것이다. 알음알이로 아는 것은 상식적이고 피상적이며 관념적으로 아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중생지견(衆生知見)을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신이 아는 것을 옳게 아는 것이라고 고집해서 좀처럼 참된 진리의 말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도리어 자기..

선지식 2023.06.18

[모정불심] 2. 용성선원장 월암 스님의 어머니

“니 혼자 부처 되면 뭐 하노?” ‘너혼자 부처되면 뭐하겠느냐’는 스님 어머니만의 타박이자 경책 모범생 장남 출가 보낸 죄인으로 평생 살면서도 끝까지 자식 걱정 어머니 멀리 떠나보내는 49재서 “다음생 중 엄마 되지마소” 弔辭 팔순의 노모가 예순 살이 넘은 아들 스님에게 전화를 건다. 가끔 하는 안부전화다. “애미다.” “평안하십니까?” “스님, 뭐 하시노?”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공부 덜 했나?” “부처가 되려면 계속 공부해야 합니다.” “니 혼자 부처 되면 뭐 하노.” 열다섯 살에 부모를 버리고 출가해 수십 년 동안 치열하게 정진하며 중생교화의 길을 걸어왔지만, 어머니의 무심한 한마디에 아들 스님은 가슴이 뜨끔하다. 그래도 한 마디 안 할 수 없다. “만 중생 제도해야지요.” “한 중생도 ..

선지식 2023.05.21